마르쿠스의 화상회의 플랫폼 ‘Zoom’ 배경화면에 깔려 있는 돌탑 사진
네 인생이 네 CV는 아니잖아(Your life is not your CV)
마르쿠스는 일을 그만둔 지금의 생활이 자기 커리어의 ‘단절’도, 일을 잠시 쉬어가는 의미의 ‘갭이어’를 의미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마르쿠스는 “내 인생이 내 이력서 몇 줄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임러를 그만둔 이후의 삶도 나의 인생이고, 나의 커리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것은 ‘휴식’의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삶을 보다 풍요롭게(enrichment) 만들기 위한 시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일을 그만두고 6개월 동안 자기가 사는 슈투트가르트의 한 유기농 농장 공동체에서 일했다. 독일에는 국가 차원에서 사회자원활동(BFD, Bundesfreiwilligendienst)을 장려하는 BFD 프로그램*이 있다. 마르쿠스도 다임러를 그만두고 바로 동네의 BFD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동체 ‘프로인데 발도르프(Freunde Waldorf)’로 향했다. 농장에서 일하고, 같은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는 정신적/육체적 장애인들을 돌봤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라 바깥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머무는 숙소 안에서 나올 수가 없어 답답해하던 시기도 오래 지속되어 고생이 더 컸다.
*독일식 수능인 아비투어가 끝나면 바로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1년 가량 여행을 가거나 BFD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활동하는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보통 주 40시간의 풀타임 봉사 활동인데, 이 자원 활동 기간 동안 매달 약 200유로가량의 활동비, 식사, 교육 기회 등이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