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호랑해, '무직타이거' 브랜딩 기록

올해도 호랑해, '무직타이거' 브랜딩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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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사랑받는 캐릭터 디자인> 시리즈의 2화입니다. 


열심히 사는 것조차 정형화된 사회에서 이제 그만 쉬고 싶은 세대를 무심한듯 위로하는 무직타이거 뚱랑이. 뚱랑이의 묵묵한 위안으로 창업 3년만에 100배 매출 성장을 이루며 수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직타이거 송의섭, 배진영 공동대표 ⓒ 송의섭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무직타이거 대표 캐릭터 뚱랑이는 2020년을 100일 앞둔 날, “뒹굴뒹굴,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행복하기만 하면 돼”라는 위로를 전했다. 직장을 벗어나 원하는 일을 하는 삶을 지향하며 이 시대 모든 무직을 응원하는 무직타이거는 자유로이 살아가는 누구나에게 무적이자 뮤즈다.


현대자동차에서 8년 동안 자동차 외장 디자인을 하셨다고요. 자동차 디자인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제 전공은 그래픽 디자인인데요, 애플 기기를 쓰고 싶어 선택한 거예요.(웃음) 졸업 시즌에는 자동차에 흥미가 생겨 자동차 디자인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한 의미는 없었어요. 


직장 생활을 그만두시고 창업을 하시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캐릭터 산업에 관심이 있으셨는지요.

직장 생활을 7-8년 정도 하고 나니 디자이너로서 어느 정도 해볼 만큼 다 해봤다고 느꼈어요. 책임 연구원으로 진급을 앞두고 있었고,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갈지 나만의 일을 해볼지 선택의 순간에 맞닥트렸죠.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면 디자이너로서 내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사직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캐릭터에 관심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단순히 한국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보고 싶었어요. 무직타이거 초창기에는 호랑이가 있을뿐 얼굴이나 표정을 확인할 수 있는 캐릭터는 없었어요. 


무직타이거 캐릭터들이 대중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저는 회사 생활을 빡세게 했었어요. 일을 잘하고 싶어 새벽에 출근하고 밤 늦게 퇴근하는 생활을 오래 했었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변에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오히려 ‘잘 해야지’ ‘젊었을 때 더 해야지’라는 말을 듣고는 했어요. 그리고 실질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니 눈앞이 깜깜한 거예요. ‘돈을 모아서 서울에 있는 집을 살 수 있을까?’ ‘과연 내가 큰 사람이 될까?’ 우리 세대에게는 너무도 힘든 현실이라는 걸 실감했어요. 이러한 힘든 삶에 힐링의 메시지를 주는 멘토가 절실히 필요했어요. 열심히 사는 데도 여러 방법이 있다고, 나에게 집중해서 재미있게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듣고 싶었어요. 제가 원했으나 얻지 못했던 위안을 무직타이거 캐릭터들과 함께 전할 수 있기를 바라요.

ⓒ 무직타이거


뮤즈로 돌아온 유쾌한 호랑이들


송의섭 대표가 브런치(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에 발행해 온 기록을 톺아보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대중성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등 브랜딩에 얽힌 고민의 골좌가 촘촘히 보인다.


무직타이거가 추구하는 브랜딩 방향이 있다면요?

퇴사하고 잡은 첫 브랜딩 방향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재해석이었어요. 브랜딩하는 과정에서 무척 옛날의 한국스러움에서 나아가고 싶었어요. 그러다 민화를 들여다 보는데 그 당시 모던 아트처럼 다가왔어요. 지금의 웹툰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현재 흐르는 이야기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그린다면 또 다른 현대 민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한국적인 무언가가 고루한 것이 아니라, 이 순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한국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내 콘텐츠(브랜드)를 더욱 잘 알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뚱랑이가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지난 여정을 같이 들려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브랜딩과 마찬가지로 마케팅도 하루 아침에 견고해지지 않더라고요. 무직타이거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꾸준하게 같은 자리에 있는 마케팅이 제일 주요하게 적중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단골 커피숍을 갈 때 문을 열고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 습관적으로 찾아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예쁘게 꾸려 놓고 카페 주인 마음대로 문을 열고 닫는 곳도 있어요. 그러면 언젠가 잘 가지 않게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헛수고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무직타이거는 유저가 방문하면 언제나 새로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실제로 하루에 한 개씩 콘텐츠를 만들어 발행하고 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꾸준한 마케팅은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신 건가요?

네, 맞아요.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시작했을 때 막막한 마음에 여러 채널을 통해 마케팅 공부를 했어요. 해시태그를 잘 조합해 테스트해 보거나 이미지를 베이스로 하는 플랫폼 성격에 맞춰 정사각형 이미지 중 무엇이 가장 이목을 끄는지 연구하기도 했어요. 소규모 마케팅 광고도 시도했어요. 하루에 5,000원 정도 투자해서 저희가 예상했을 때 성과가 좋을 것 같은 콘텐츠를 광고로 돌려봤어요. 성과를 측정하고 효율이 높은 콘텐츠를 한 번 더 광고하는 방법으로 초기 유입을 늘려 왔습니다.
 
무직타이거 레트로 윈도우 이미지 ⓒ 무직타이거


무직타이거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모던하게 해석하는 브랜드입니다. ‘한국적인 것(미)’을 끊임없이 되짚어 보며 한국 전통의 미와 ‘레트로’ ‘뉴트로’를 결합시키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는데요. 이 결합의 작업에서 무직타이거가 지양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올드하게만 느껴지는 콘텐츠 혹은 단순한 변주를 지양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단청을 재해석하기 위해 단청색을 그대로 가져 오는 방식이에요. 단청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거든요. 공적인 의미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중의 관심이 크지 않는 소재까지 다 끌어 안는 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이유로 무직타이거 또한 대중이 좋아하는 호랑이에 집중해 현대적으로 해석해 본 거예요.


현재 월 100건 이상의 콜라보 제안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최근 코엑스 광장에 설치한 뚱랑이 조형물은 MZ 세대는 물론, 전 세대가 열광하며 소셜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죠. 사업 안정기에서 다음 성장의 스텝을 밟고 있는 지금, 무직타이거의 새로운 고민이 있나요?

최근 무직타이거가 해외로 나가고 있어요. 중국, 홍콩, 대만, 일본, 태국부터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련되게 한국 IP라고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이에요. 일본, 중국 호랑이라고 인식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에요. 브랜드 뿌리에 대해 해외 분들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시더라고요. 한국 호랑이임을 각인시키는 적합한 방법을 꾀하고 있습니다. 

유아복 전문 브랜드 에뜨와 X 무직타이거 콜라보 ⓒ 무직타이거


콜라보 제안을 승낙하는 무직타이거만의 기준을 알려 주세요.

감도라고 해야 하나요. 저희랑 협업했을 때 센세이션한 반응을 불러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1차적으로 고려해요. 한 가지 예로 유아복 전문 브랜드 ‘에뜨와’와 콜라보한 적이 있었요. 무직타이거에게 2-30대 팬층이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유아복까지 니즈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타깃 범위를 넓혀 보고자 ‘에뜨와’와의 콜라보를 하기로 결정했죠. 놀랍게도 콜라보 이후 아이를 키우시는 30대 초중반 분들께서 무직타이거 팬으로 넘어 오셨어요. 팬의 연령을 위 아래로 넓힐 수 있는 콜라보에 열어두고 있습니다.


오래 다닌 회사를 퇴사할 때도, 브랜드를 준비하는 과도기 시기에도 분명 주변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있었을 텐데요. 대표님께서는 어떤한 방법으로 마인드셋을 하시나요?

제 마인드셋은 간단했어요.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오늘 내가 할 일은 무조건 하자. 그러면 언젠가 빛을 보리라’ 생각하며 매일 도전했던 것 같아요. 성과가 없을 때마다 스타일을 바꿔 가며 사람들이 알아 줄 스타일을 찾아가는 데 계속해서 시도했어요. 남들의 눈을 신경쓰지 말자고 되새기면서요.


성공의 왕도는 없지만 멀리 돌아가지 않는 길을 알고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캐릭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피해 갔으면 하는 (혹은 미리 숙지하면 도움이 되는) 점이 있을까요?

단기간 내 브랜드 홍보와 매출을 목적으로 세일에 너무 집중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매출이 브랜딩을 계속 할 수 있는 연료가 되는 건 맞지만, 세일을 하면 할수록 충성 고객은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최대한 정기 세일이나 브랜드 위크 정도만 세일을 기획하고 브랜딩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것을 제안드려요.

뚱랑이와 포르미 ⓒ 무직타이거


세상 모든 무직을 뚱랑이가 응원해

(인터뷰이 : 뚱랑이)


2022년을 맞이한 뚱랑이의 소감이 궁금해요!

드디어 나의 해가 왔당구! 2022년은 너무 신난당구… 여기저기 많이 찾아 주기도 하고, 신년 행사 때는 거대 뚱랑이가 코엑스 앞에 수호신처럼 앉아 있기도 했당구. 뚱랑이를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뚱랑이가 수호신처럼 지켜줄 거랑구!


뚱랑이 친구, 포르미를 소개해 주세요. 

내 친구 포르미는 달토끼 출신이랑구, 달에 있는 떡공장에서 분업생산을 하다가 지구로 도망쳤당구. 자꾸 날  따라다니는 걸 보니 지구에 친구가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잘 대해줘야겠당구!


뚱랑이는 지금 행복한가요?

뚱랑이는 지금 엄청 행복하당구! 바쁘지만 그만큼 나를 사랑해 준다는 거니까, 나른해 할 틈 없이 돌아 다니고 있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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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발행일 20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