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weet thing
Q. 귀촌과 창업 이전의 삶이 궁금해요.
공대 조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사회생활이 무엇인지 몸소 배웠죠. 조교 생활을 하고 나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전공이 미술이죠?) 네, 미술 공부를 좀 더 깊게 파고들면서 학예사를 준비했는데 삶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우연히 네이버 메인 광고에서 코이카 해외 봉사단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합격 이후에 출국 대기 상태에서 코로나가 터져버렸어요. 다시 취준생이 되었죠. 계속 취업 준비를 하다가 쉼이 필요해 의성군 안계면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Q. 왜 시골, 그중에서도 의성이었죠?
우연한 기회였어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다가 이곳에서 진행하는 청년 마을 살아보기를 알게 되었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쉴 생각으로 내려오게 되었어요. 살아보기가 끝나고도 남게 되었는데 당시엔 모든 게 처음이었죠. 자취도 처음이고, 낯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불안하고 낯설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었어요. 공허함을 메우려고 화단까지 가꿔봤죠.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뭐, 시간이 흐르며 극복했고 지금은 잘살고 있습니다.
Q. 힘들 때는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제게는 친구가 그런 존재예요. 지금은 다들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안계 정착과 동시에 오픈한 비누 공방 <프로젝트 담다>의 초창기 멤버 중 한 명과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었죠. 그 친구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같은 미술 전공이라, 말이 잘 통하기도 하고요. 지금도 하루에 한 번 꼭 통화해요.
Q. 비누 공방에 카페까지... 진정한 N잡러에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미술 클래스를 운영하고, 굿즈도 제작하고, 외주 받아서 작업도 하고요,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하고 있어요. (프리랜서의 삶이란 그렇죠) 하하. 지금은 카페 오픈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습니다. <sweet thing>을 단순 소비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싶은 욕심이 커요.
Q. 하는 일들을 보면 전공 살려 가고 있는 보기 드문 케이스에요.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면서 돈 벌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예고에 예대를 나와서 주변에 다 그림 그리는 친구들뿐이었으니 제가 잘 그리는지도 모르겠고 ‘내 그림’이라는 말도 어색했는데 이곳에 내려와서 다들 잘 그렸다고 칭찬해 주니 신이 났나 봐요. 정착 초기에는 먹고살기 위해 그림을 그렸는데 점점 재밌어졌어요.
Q. <sweet thing>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앞으로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식당 중에 대구 <동아식당>이라고 있어요. (저도 알아요. 고등어 소면 파는 곳이죠?) 메뉴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해서 브랜드를 만드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장르는 다르지만 벤치마킹하는 브랜드예요. <sweet thing>도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행 타지 않는 메뉴, 꾸준한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고 싶어요. 안계에서 자리를 잡고 나면 다른 지역에 2호점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그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내고 싶어요.
ⓒ 청세권
Q. 의성에서의 삶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요. 지금 하는 일이 전공 분야와 전혀 다르다고 들었거든요.
저는 유아교육과를 나와서 유치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제가 추구하던 교육 이념이나 가치와 맞지 않아 안식년을 보내게 되었고 그러던 와중 의성에 내려오게 되었어요.
Q. <청세권 협동조합>을 정착한 해에 만들었어요. 어떻게 협동조합을 만들 생각을 했나요?
남은 청년들과 삶의 지속성과 함께할 수 있는 삶의 형태를 고민하다가 나온 게 협동조합이었어요. 사실은 처음엔 조금 후회했죠. 법인에 협동조합 성격까지 띤 단체라 처리해야 하는 서류가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강사를 섭외하면 원천세징수 처리를 해야 하는 것도 몰라서 엄청나게 헤맸죠. 행정처리가 정말 많았어요. 별수 있나요. A부터 Z까지 전부 스스로 공부해가며 진행했습니다.
Q. 조합원들은 각자 하는 일이 따로 있나요?
조합원은 총 9명이에요. 설립 멤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요. 전부 다 개인사업자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일을 하고 있죠.
Q. 갑자기 조합원 가입 조건이 궁금하네요.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문의하시는데 일단 가치관이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지역 문화 기획 업무를 하다 보니 가치관이 비슷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생각 중인 방향은 일단 채용을 해보고 합을 맞춘 후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도록 연계하는 방향을 생각 중이에요.
Q. 청세권 협동조합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가장 크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잇는 살롱>을 소개하고 싶어요. 협동조합을 결성한 21년도부터 시작했는데 상‧하반기 나눠 총 2회를 진행했습니다. 네이밍도 직접 했어요. 교류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낭만주의 시대 프랑스 살롱 개념을 가져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주로 청년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원데이 프로그램을 기획하죠. 청년 네트워크 형성이 최종 목표예요.
Q. ‘잇는 살롱’은 용역사업이죠? 협동조합 자체 수익이 있나요?
청세권 협동조합 자체 수익은 없어요. 아직 설립 1년 차이고, 지금은 용업 사업체 성격을 짙게 띠고 있습니다. 문화 기획 쪽으로요. 올해부터는 자체 수익을 위해 군에서 위탁받은 건물을 운영하려고 해요. 단순히 협동조합을 위한 건물은 아니고요, 지역 주민들과 함께 교류하는 공간이자 공존하는 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청세권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나요?
처음 ‘잇는 살롱’을 진행했을 때 수요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어요. 잇는 살롱 자체가 지역 커뮤니티, 나아가 지역 청년과 정착 청년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창구를 목표로 하거든요. 요즘에는 깊이 사유하는 청년들이 많잖아요. 청년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사유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잇는 살롱>이 중간 역할을 해주는 거죠. 22년도 <잇는 살롱>도 오는 4월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 인구 소멸 지역 의성에서도 소비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있다고 널리 알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