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 청년 CEO의 의식주가 궁금하다

정착 청년 CEO의 의식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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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의 2화입니다. 


사실 내가 최초일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진작에 지역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내려와 터전을 마련한 청년들이 포진해 있었다. 특히 지방정부 차원에서 인구 소멸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제적, 행정적 지원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유입되는 청년들의 귀촌 장벽이 비교적 낮아지고 있다. 경상북도 의성군에는 청년이 운영하는 맥주 공방도 있고, 카페도 있고, 반찬 가게도 있고 식당도 있다. 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사업가였던 것도 아니고 귀촌을 고려했던 것도 아니다.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무슨 사연이 있어 의성군 안계면에 정착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도시 여자,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다.

<sweet thing> 최성신 대표

대구 출신으로 정착 2년 차다. 비누 공방 겸 소품 숍 <프로젝트 담다>를 운영하고 있으며 카페 <sweet thing> 오픈을 앞두고 있다.

“안녕하세요. 뷰가 굉장히 좋네요.”
“장소 찾는데 공들였어요. 커피 한 잔 내려드릴게요.”

본격적인 오픈 전, 인테리어 마무리 단계에 찾은 카페 <sweet thing>은 안계평야를 담고 있었다. 누구든 이 지역에 도착하면 탁 트인 지평선에 시선을 빼앗겨 한동안 말이 없어진다. 지역의 아이덴티티이자 커다란 매력 중 하나인 안계 평야를 담고 싶었다는 최성신 대표의 바람이 현실이 된 카페 <sweet thing>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디저트와 음료로 매 시즌 변화를 주는 지역 브랜드이다.

ⓒ sweet thing


 Q. 귀촌과 창업 이전의 삶이 궁금해요.

공대 조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사회생활이 무엇인지 몸소 배웠죠. 조교 생활을 하고 나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전공이 미술이죠?) 네, 미술 공부를 좀 더 깊게 파고들면서 학예사를 준비했는데 삶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우연히 네이버 메인 광고에서 코이카 해외 봉사단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합격 이후에 출국 대기 상태에서 코로나가 터져버렸어요. 다시 취준생이 되었죠. 계속 취업 준비를 하다가 쉼이 필요해 의성군 안계면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Q. 왜 시골, 그중에서도 의성이었죠?

우연한 기회였어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다가 이곳에서 진행하는 청년 마을 살아보기를 알게 되었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쉴 생각으로 내려오게 되었어요. 살아보기가 끝나고도 남게 되었는데 당시엔 모든 게 처음이었죠. 자취도 처음이고, 낯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불안하고 낯설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견디기 힘들었어요. 공허함을 메우려고 화단까지 가꿔봤죠.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뭐, 시간이 흐르며 극복했고 지금은 잘살고 있습니다.


Q. 힘들 때는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제게는 친구가 그런 존재예요. 지금은 다들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안계 정착과 동시에 오픈한 비누 공방 <프로젝트 담다>의 초창기 멤버 중 한 명과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었죠. 그 친구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같은 미술 전공이라, 말이 잘 통하기도 하고요. 지금도 하루에 한 번 꼭 통화해요.

 
Q. 비누 공방에 카페까지... 진정한 N잡러에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미술 클래스를 운영하고, 굿즈도 제작하고, 외주 받아서 작업도 하고요,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하고 있어요. (프리랜서의 삶이란 그렇죠) 하하. 지금은 카페 오픈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습니다. <sweet thing>을 단순 소비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싶은 욕심이 커요.

 
Q. 하는 일들을 보면 전공 살려 가고 있는 보기 드문 케이스에요.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면서 돈 벌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예고에 예대를 나와서 주변에 다 그림 그리는 친구들뿐이었으니 제가 잘 그리는지도 모르겠고 ‘내 그림’이라는 말도 어색했는데 이곳에 내려와서 다들 잘 그렸다고 칭찬해 주니 신이 났나 봐요. 정착 초기에는 먹고살기 위해 그림을 그렸는데 점점 재밌어졌어요.

 
Q. <sweet thing>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앞으로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식당 중에 대구 <동아식당>이라고 있어요. (저도 알아요. 고등어 소면 파는 곳이죠?) 메뉴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해서 브랜드를 만드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장르는 다르지만 벤치마킹하는 브랜드예요. <sweet thing>도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행 타지 않는 메뉴, 꾸준한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고 싶어요. 안계에서 자리를 잡고 나면 다른 지역에 2호점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그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내고 싶어요.

ⓒ sweet thing


Q. 지금 청주단(청년 거주 단지)에 살고 있죠?

네, 지금 사는 집에 애착이 많이 가요. 첫 자취라 집 꾸미기에도 공을 들였거든요. 청년들이 모여 살고 있지만 생각하시는 것만큼 교류가 많지는 않아요.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다들 신이 나서 모여서 고기도 구워 먹고 교류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서로 하는 일이 바빠 차 소리로 혹은 강아지 짖는 소리로 생사를 판단하고 있어요. (하하)

 
Q. 그럼 집에서 쉴 때는 어떤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나요?

지금은 딱히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공허하기도 하고 심심하니까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봤어요. 위빙, 독서, 꽃꽂이, 요리 등등. 근데 하다 보니까 “어? 이거 만들어 놓으면 팔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점점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휴식을 취해요. 아! 최근에 맛집 탐방에 맛을 들였어요. 도시에 나가서 이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음식을 찾아다녀요.


Q. 도시의 삶과 비교했을 때 이곳에서는 워라벨을 지키기 쉬운가요?

당연하죠. 여기서는 ‘해지면 끝!’이에요. 나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가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니 나도 괜찮은가 보다 싶어요. (도시는 잠들지 않으니 나도 잠을 이루기 어렵죠) 다만 문화적 인프라가 아쉬워요. SNS로 대리만족하는 편이에요. 덕분에 트렌드 파악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죠.


Q. 취업 혹은 이직과 퇴사 사이를 방황하는 이들에게 시골살이를 추천하나요?

시골살이는 추천합니다. 다만 귀촌은 글쎄요… 능력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당장 직업이 없어도 프리랜서로 외주를 받든, 아르바이트하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휴학생,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 자기 일이 있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어요. 내려와서 처음 해본 것들이 저는 되게 많아요.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거든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았죠. 경험을 원하시면 기꺼이 내려오라고 하고 싶어요. 다만 돈벌이는 안 됩니다. (웃음)

 

사유할 수 있는 경험을 위해 나아가다.

청세권 협동조합 배슬기 대표

서울 출신으로 정착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청세권 협동조합은 지역의 문화 기획 사업을 주도하며 사업 코디네이터로서 청년 네트워크 구성을 담당하고 있다.

“청세권은 무슨 뜻이에요?”
“지하철역 주변을 역세권이라고 하잖아요. 청년들이 가까이 모여 산다는 의미를 담아 청세권이라고 지었어요.”
 
배슬기 대표가 만든 단톡방에는 약 123명의 지역민이 들어와 있다. 처음에는 청세권 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사업 홍보의 일환이었지만 발 넓고 붙임성 좋은 대표 덕분에 지역 청년 커뮤니티가 되어버렸다.

ⓒ 청세권


Q. 의성에서의 삶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요. 지금 하는 일이 전공 분야와 전혀 다르다고 들었거든요.

저는 유아교육과를 나와서 유치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제가 추구하던 교육 이념이나 가치와 맞지 않아 안식년을 보내게 되었고 그러던 와중 의성에 내려오게 되었어요.

 
Q. <청세권 협동조합>을 정착한 해에 만들었어요. 어떻게 협동조합을 만들 생각을 했나요?

남은 청년들과 삶의 지속성과 함께할 수 있는 삶의 형태를 고민하다가 나온 게 협동조합이었어요. 사실은 처음엔 조금 후회했죠. 법인에 협동조합 성격까지 띤 단체라 처리해야 하는 서류가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강사를 섭외하면 원천세징수 처리를 해야 하는 것도 몰라서 엄청나게 헤맸죠. 행정처리가 정말 많았어요. 별수 있나요. A부터 Z까지 전부 스스로 공부해가며 진행했습니다.


Q. 조합원들은 각자 하는 일이 따로 있나요?

조합원은 총 9명이에요. 설립 멤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요. 전부 다 개인사업자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일을 하고 있죠.

 
Q. 갑자기 조합원 가입 조건이 궁금하네요.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문의하시는데 일단 가치관이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지역 문화 기획 업무를 하다 보니 가치관이 비슷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생각 중인 방향은 일단 채용을 해보고 합을 맞춘 후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도록 연계하는 방향을 생각 중이에요.

 
Q. 청세권 협동조합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가장 크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잇는 살롱>을 소개하고 싶어요. 협동조합을 결성한 21년도부터 시작했는데 상‧하반기 나눠 총 2회를 진행했습니다. 네이밍도 직접 했어요. 교류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낭만주의 시대 프랑스 살롱 개념을 가져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주로 청년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원데이 프로그램을 기획하죠. 청년 네트워크 형성이 최종 목표예요.


Q. ‘잇는 살롱’은 용역사업이죠? 협동조합 자체 수익이 있나요?

청세권 협동조합 자체 수익은 없어요. 아직 설립 1년 차이고, 지금은 용업 사업체 성격을 짙게 띠고 있습니다. 문화 기획 쪽으로요. 올해부터는 자체 수익을 위해 군에서 위탁받은 건물을 운영하려고 해요. 단순히 협동조합을 위한 건물은 아니고요, 지역 주민들과 함께 교류하는 공간이자 공존하는 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입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청세권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나요?

처음 ‘잇는 살롱’을 진행했을 때 수요가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어요. 잇는 살롱 자체가 지역 커뮤니티, 나아가 지역 청년과 정착 청년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창구를 목표로 하거든요. 요즘에는 깊이 사유하는 청년들이 많잖아요. 청년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사유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잇는 살롱>이 중간 역할을 해주는 거죠. 22년도 <잇는 살롱>도 오는 4월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 인구 소멸 지역 의성에서도 소비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있다고 널리 알리고 싶어요.

ⓒ 청세권


Q. 굉장히 바쁜 2022년이 되겠네요. 평소에는 지역에서 어떻게 여가를 보내시나요?

이곳에 와서 반려견을 만났어요. 요즘엔 하루 3번 산책시키고 있답니다. 원래 동물 복지에 관심이 있었는데 제 반려견 덕분에 그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어요. 이런 문화를 많은 분이 알 수 있도록 퍼뜨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환경보호, 동물권에 관심이 많아요. 앞으로 하려는 일에도 이런 색깔을 녹여서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안 그래도 반려동물용품 업사이클 제품을 생각하고 있거든요.


Q. 스스로 워라벨을 지키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모든 게 내게 달렸어요. 특히 여기서는 더요. 진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곳입니다. 사실 요즘 집에서 일하면서 너무 늘어진 탓에 규칙이 살짝 깨졌는데 다시 맞춰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새로운 삶의 형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시골살이를 추천하나요?

귀촌은 추천해요. 도시냐 시골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곳에서 사는 게 중요하니까요. 다만 경제적인 부분을 많이 고민하실 것 같아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본인 하기 나름이에요. 특히 여기서는 더!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떻게 살지 본인의 목표가 뚜렷해야 해요. 방향성이 확실한 사람이어야 적응하기 쉽습니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다.

퍼즈유어셀프 고명진 대표

외국계 기업을 다니다가 의성에 자리 잡았다. 의성에서 티 라운지 <퍼즈유어셀프>를 운영하며 티 마스터로서 나아가고 있다.

“브랜드 로고가 특이하네요.”
“잔잔하게 흐르는 위천의 일렁이는 잔물결과 산들바람에 춤을 추는 나뭇잎의 움직임을 담았습니다.”

티 라운지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시골에서 떡하니 티 라운지를 열었다. 메뉴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해 질 녘 위천 산책’ ‘의성 할머니 집 마당’ 등 <퍼즈유어셀프>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블렌딩 티를 판매하는 티 전문 가게로 2022년 1월 문을 열었다.

ⓒ 퍼즈


Q. 귀촌 이전과 이후의 삶이 궁금합니다.

외국계 마케팅 리서치 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어요. 인턴으로 입사한 첫 날부터 야근이 시작되었죠. 쉽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근데 예상보다도 더 힘든 게 직장 생활이더라고요. 물론 일이 많았던 만큼 큰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업무 능력도 키워가면서 빠른 승진을 제안받기도 했어요. 근데 보람과 기쁨이 커도 몸과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번아웃이 왔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울산으로 돌아와 프리랜서 마케팅 리서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네, 프리랜서 생활이 자유롭긴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여러 고민이 많아졌어요. 여행이라도 떠나 재충전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마침 살아보기 마을이 있다는 의성으로 덜컥 올라오게 되었죠.

 
Q. 한마디로 휴가차 온 의성에 눌러앉게 되었네요. 티 라운지 <퍼즈 유어셀프>를 시작한 계기가 더욱 궁금해져요.

프리랜서 이외의 다른 직업을 고민하다가 ‘차’가 떠올랐어요. 예전부터 다과나 전통차에 관심이 많았고 취미처럼 찾아보며 좋아하던 분야였거든요. 좋아하는 걸 한번 해보자고 결심이 섰어요. 마침 시험 삼아 열어본 블렌딩 티 클래스도 반응이 상당히 좋았거든요. 그래서 사업으로 발전시켰습니다.

 
Q. <퍼즈 유어셀프>가 올해 초 순조롭게 문을 열었어요. 하루하루가 바쁠 것 같아요.

오픈한지 3개월째입니다. 단골도 생겼고 거의 매일 손님들이 방문하세요. 지금은 임대료와 운영비 수익 정도 나고 있지만, 조만간 블렌딩 티 상품의 온라인 유통을 기획 중이라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 지금 수익 이상이 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브랜드의 블렌딩 티 판매를 시작으로 소중한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문구 굿즈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퍼즈 유어셀프>라는 브랜드명을 따라 바쁜 일상에서 새로운 시작 전, 잠시 고르고 멈출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때 떠오르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Q. 전문 분야를 뒤로하고 티 마스터로 나아가려 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저는 대체되지 않는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회사원들은 소모품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요. 제가 이끄는 사업에서는 제가 없으면 안 되잖아요. 블렌딩 티는 제가 직접 개발한 상품이고 제가 시작한 이야기죠. 저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에요.

 
Q. 아까 입구에 보니까 설문 종이 같은 게 있더라고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가요?

티 라운지이지만, 잠시 멈추고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먼슬리 유어 워드>라는 상시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매달 다른 질문을 작성해서 입구에 놓아두고 있어요. 이 밖에도 3월부터는 매달 보고 싶은 영화를 함께 보는 무비 나이트도 열 계획입니다.

 
Q. 하는 일이 많은 만큼 휴식도 정말 중요하죠. 지금 자취 중이시죠?

귀촌했다고 하면 보통 마당 딸린 시골집에서 살 거라고 상상하던데 저는 아주 오래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답니다. 도시처럼 부동산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관련 사이트나 앱이 없기 때문에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어요. 솔직히 도시보다 집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Q. 이곳에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엄마와 동생은 가장 의지가 되는 존재예요. 이곳에서는 새로운 가족이 된 고양이 세 마리가 늘 저를 반겨준답니다.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주는 반려동물들에게 위안을 받고 있어요. 그리고, 자신을 의지한답니다. 힘든 상황에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을 향한 믿음에요.

 
Q. 낯선 곳에 정착하며 새롭게 생긴 나만의 취미가 있을까요?

집 주변에 ‘위천생태공원’이 있어요. 하천이 흐르고 산책로와 캠핑장도 있고요. 위천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거나 저만 아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노래를 틀어놓고 노을을 보는 일이 새로 생긴 취미랍니다. 장롱면허였는데 의성에 정착하면서 운전을 다시 시작했거든요. 휴일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고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요.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아하는데, 날이 풀리면 평야를 가로지르며 자전거를 탈 생각에 설레네요.


Q. 도시의 삶과 시골의 삶을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다른 점이 있을까요?

시골의 삶이 덜 바쁜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저 같은 경우에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눈 뜨고 잠들 때까지 늘 사업 생각만 하게 되더라고요. 도시에서는 ‘회사 일은 회사 것, 내 삶은 내 것’ 구분이 뚜렷했는데 여기서는 일과 생활이 더욱 연결된 느낌이에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분리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다른 점은 휴식이에요. 고개 돌리면 바로 자연이 펼쳐져 있으니 도시보다는 휴식을 취하기 쉽죠.

 
Q. 익숙한 일상에서 권태로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시골살이를 추천하시나요?

자신이 어떤 삶의 형태를 좋아하는지 먼저 고민해 봐야 합니다. 도시에서만 오랫동안 살았다면 잠깐 몇 주 살아보고 정착을 결정하기에 너무 짧은 기간일 수 있어요. 깊이 고민해 보고 여러 지역에 방문해 보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 몇 개월 살아본 뒤에 귀촌이나 창업이나 취업을 결정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한다. 100명이 있다면 100개의 선택이 다 다를 테니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고 할 수 없다. 배슬기 대표의 말마따나 어디서든 만들어가기 나름이니까. 익숙함을 뒤로 한 채 의성군에서 주체적인 삶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청년 CEO 3인의 삶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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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원희래 
공기업, 외항사, 사기업을 거쳐 지금은 N잡러로 거듭난 귀촌 청년이다. 현재는 의성군 안계면에 거주하며 글을 기고하고 번역 일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 요가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발행일 202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