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래
청년들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 지역에서 살아보며 해당 지역을 탐구하고 본인의 가능성을 재보는 기회를 부여한다. 하지만 덜컥 정착을 결심하기에 앞서 걱정이 따르기 마련이다. 귀촌 생활을 연재하면서 받았던 모든 질문에 내포된 의미를 요약하자면 ‘기존에 일군 삶을 두고,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가 아닐까 싶다.
귀촌 청년이 의식주를 구축하는 방법
(텃새는 없습니다)
먼저 이곳에서 어떻게 집을 구했는지 간단하게 에피소드를 풀어보려 한다. 시골 특성상 몇 세대에 걸쳐 살아온 토박이들이 많고 친척들이 모여 살다 보니 빈집이 나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아무도 이사 가지 않는다. 따라서 부동산에 가봤자 전답과 땅 매매 정보만 있을 뿐이다. 이럴 때는 지역민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정착을 결심한 초기에 자전거를 빌려 타고 온 동네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리 찾아봐도 ‘월세’라고 써 붙인 전단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애를 먹고 있는데 서울서 내려온 젊은이가 집을 구한다는 소문을 접한 친절한 지역민이 때마침 나온 빈집을 소개해 줬다. (엄밀히 따지면 지역민의 지인의 지인 소개였지만 아무튼) 덕분에 일사천리로 이사와 전입이 이뤄졌다.
단절된 도시의 삶과 다르게 모두가 알고 지내는 시골 지역의 장점이다. 더군다나 청년이 드문 지역이라 새로운 얼굴이 보이면 호기심으로 혹은 측은지심으로 먼저 다가오는 이들이 많다. 청년이라 받는 응원과 혜택 덕분에 지역 발전에 이바지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다. 실제로 지역민과 이주 청년들 사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매년 진행 중인 청년 살아보기 마을에서는 플리마켓을 개최한다. 누구나 셀러로 참여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게임이나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도 장터에서 열린 플리마켓에서 요가 선생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장터에서 돗자리 깔고 어르신들과 짝을 이뤄 진행한 요가 수업은 아마 전 세계에서 내가 최초지 않을까? 낯선 곳에서 새롭게 삶을 꾸려나가야 하니 막막하고 두려운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우려와 다르게 지역에서는 청년들을 품어주고 빠르게 녹아들 수 있다. 어디서든 나 하기 나름이라지만 시골에서는 주체적인 행동이 더 요구된다. 내가 나서서 알아보고 찾아보고 요청하다 보면 늘 기회가 손바닥에 안착한다. 요가 선생으로 소문이 난 덕에 올 4월부터 이웃 면에서 진행하는 행복학교에 요가 수업을 나가게 되었고 청년 살아보기 마을에 새로운 청년들이 들어올 때마다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