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차 쇼호스트의 라이브 커머스 판매 정공법

18년 차 쇼호스트의 라이브 커머스 판매 정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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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실패 없는 라이브 커머스> 시리즈의 2화입니다. 


18년 차 쇼호스트로 4,500억 이상 누적 판매액을 기록한 석혜림 쇼호스트. 그는 2년 연속 'NS홈쇼핑 최우수 쇼호스트상'을 휩쓸고 식품 매출 부분 기네스 기록까지 달성했다. 이제는 TV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 사이의 경계를 사뿐히 넘나들며 그만의 오리지널 전략을 다지는 중이다.

석혜림 SK스토아 쇼호스트 / 《라이브 커머스 셀링의 기술》 저자 ⓒ 이용석


모든 일은 적확한 스피치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군더더기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밑바탕이 된다. 의도한 바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스피치, 전문가가 아니어도 할 수 있을까?


혜림 님께서는 국어국문을 전공하셨는데요. 해당 전공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글을 쓰고 싶어 국어국문을 선택했었는데요, 막상 과에 들어가 보니 제가 다른 동기들에 비해 무척 평범하다고 느껴졌어요. 작가로서 가지는 성찰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교해 보면, 저는 소비에 관심이 있는 보통의 사람이었어요. 저에게 순수문학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대학교 4학년 때 말하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스피치에 전문성을 살려 일하는 직업을 찾았을 때 아나운서가 바로 생각났어요. 아나운서를 목표로 아카데미를 다니는데 쇼호스트에 합격한 아카데미 수료생들이 하는 특강을 우연히 듣게 되었죠. 대본 없이 스스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소통하는 쇼호스트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어요. 제 이야기를 글로 혹은 말로 풀어내고 싶었던 마음과 결이 맞았기 때문이에요. 그 길로 쇼호스트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글쓰기와 말하기는 유기적 관계에 있는 듯하지만 상호 연결되지 못하지 경우도 더러 있죠.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요? 

아마도 대부분이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필사에 도전할 텐데요, 말하기도 마찬가지예요.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스피커의 말하는 방식을 따라해 보고 인상 깊은 한두 문장을 소리내 말해 보세요. 꾸준히 하다 보면 마치 필사처럼 본인만의 언어로 문장이 나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개그맨 유재석 씨가 진행하시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프로그램을 보며 연습해요. 길가는 시민을 만났을 때 어떤 식으로 첫 질문을 하는지 관찰해 보는 거예요. 홈쇼핑 게스트로 방송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출연한 경우, 프로그램에서 봐 온 것을 활용해 봐요. “오시는 데 오래 걸리지 않으셨어요?” “몇 시에 출발하셨어요?” 등 게스트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도록 말이죠. 좋아하는 캐릭터의 스피치를 보면서 계속 연습하고 실전에 적용해 보시길 바라요.

석혜림 님의 저서 《라이브 커머스 셀링의 기술》 ⓒ 석혜림  


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 무엇이 다르냐고?


석혜림 쇼호스트가 속해 있는 SK스토아는 T커머스 시장에서 매출 1위 자리를 지키며 2018년 이후 연 평균 48%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오랜 기간 홈쇼핑에서 인정받아 온 그가 라이브 커머스로 영역을 벋치고 겪은 두 시장의 기세를 읽어 본다.


최근 기업은 물론 개인 사업자에게도 라이브 커머스가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왜 지금 라이브 커머스에 집중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혜림 님의 답변은 무엇인가요?

저는 라이브 커머스 초창기 도서 <라이브 커머스 셀링의 기술>을 출간했어요. 그때 이 질문을 받았다면 ‘떠오르는 유통의 활로’라며 답변을 시작했을 거예요. 홈쇼핑을 이용하는 연령대가 계속 올드해지는 상황에서 30, 40대 젊은 고객이 라이브 커머스에 존재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의 답변은 조금 달라요. 우선 개인 사업자에게 라이브 커머스는 원하는 시간에 나만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모든 요소를 주도적으로 결정하며 리딩해 볼 수 있는 채널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18년 차 쇼호스트로서 상품 제작에서 판매까지 이르는 대부분의 과정에서 모르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라이브 커머스로 넘어 오니 CS 처리, 커머스 플랫폼 가입과 운영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죠. 쉬운 것 하나 없더라고요. 특히 IT 기술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기존의 유통 시장에서 사용하지 않던 스킬들이 끊임없이 등장해요. 언젠가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소상공인, 방송인이 아니더라도 라이브 커머스를 가까이 둬야 하는 것 같아요. 


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두 가지는 전략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구매 고객층이 현저히 다른데 이 점에 집중해야 해요. 홈쇼핑은 텔레뱅킹, ARS이 익숙한 사람이 주로 참여하죠. 에디터님, 안 익숙하시죠? (일동 웃음) 반대로 라이브 커머스는 네이버 페이와 같은 플랫폼 페이 시스템에 능숙한 젊은층이 주 소비자예요. 고객층마다 구매를 고민하는 상품이 다르잖아요. 집을 이사하더라도 부모는 도배부터 걱정한다면 자녀는 조명이 더 중요한 것처럼요. 그러므로 상품 소싱, 배치, 베네핏을 전략적으로 세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식품에 대입해 본다면 홈쇼핑 시청자는 냉장고에 자리가 없어도 본품에 두 봉지 더 얹어 주는 프로모션을 선호해요. 두 봉지는 친한 이웃사촌에게라도 주는 게 훨씬 좋으니까요. 라이브 커머스 유저는 사은품보다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송에 관심을 가지고요. 실물이 아닌 피자, 치킨 등의 식품 쿠폰이 인기 있는 이유죠. 만약 홈쇼핑에서 쿠폰을 판매한다면 매출이 나오지 않을 거예요.

(중장년층도 시간이 지나면 라이브 커머스로 넘어 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저도 기대를 했었지만, 아마 2, 3년만으로는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왜냐하면 유튜브도 이제야 실버층이 많이 보잖아요. 한 조사에 의하면 2017년 이후 유튜브 주 시청자층 2위가 50대예요. 현재까지도 말이죠. 유튜브 채널 중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허준할매 건강TV>를 보면 50, 60대가 유튜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게 실감나거든요. 라이브 커머스도 결제 방식, 댓글 참여 방법 등 기술 접근을 쉽게 풀어내며 실버층을 유입시키는 기간을 가져야 해요. 아직까지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의문이 잔재하고 있어 대기업이나 젊은 사람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바뀌겠죠?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 석혜림 


판매 제품을 조금 더 매력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단순히 현란한 화법으로 분위기를 띄워 제품을 판매할 수는 있어요. 이런 스킬은 기본적이니까요. 그런데 ‘지금밖에 못 산다’라는 멘트에 설득되어 구매한 고객은 상품을 받고 마음이 변해서  ‘내가 왜 샀을까’ ‘방송 괜히 봤어’ 후회하는 경우도 있죠. 그럼 더 이상 방송에 귀기울이지 않게 됩니다. 텐션을 높여 즐겁고 빠르게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고객이 제품을 잘 쓸 수 있고 그 매력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해요. 제품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실제로 소비되는 기간 동안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팁을 연구하고 전달해 주는 것도 판매자의 몫인 거죠. 방송마다 가지고 있는 지향점에 따라 이러한 쇼호스트의 역량을 덜 필요로 하기도 해요. 판매보다 브랜드 홍보 혹은 시청자 수와 댓글 참여를 골인점으로 생각한다면 방송을 유쾌하게 풀고 팬덤을 이끌어 내는 인플루언서, 유명 연예인과 함께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바라 볼 수도 있겠죠.


반대로,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지양해야 하는 말의 톤앤매너 혹은 화법이 있다면요? 

라이브 커머스 심의가 이제 막 생기는 단계다 보니 비교적 허들이 낮은 편이에요. 위험 수위를 넘나들며 비속어, 자극적인 은어 등을 사용하는 방송도 있죠. 재미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불편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순화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품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다른 브랜드를 비하하는 태도도 지양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석혜림 


라이브 커머스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무엇을 재점검해 보면 좋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도하며 데이터와 경험치를 쌓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문제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홈쇼핑도 수수료가 적지 않지만 긴 프로모션 기간 덕분에 무언가 꾸준하게 시도해 볼 수 있어요. 이와 반대로 단발성 이벤트 성격의 라이브 커머스를 여러 차례 인풋 대비 낮은 아웃풋을 감당하면서 진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충분한 예산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문제를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지도를 그려보지 못하는 거예요. 지도조차 그려보지 않았는데 길을 어떻게 찾겠어요? 만약 방송 성과가 기대보다 나오지 않았다면 곧장 플랫폼을 바꾸거나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의 조합과 호흡을 재구성해 보거나 규모를 축소해서라도 라이브 커머스를 연습하고 시도하는 창구를 만들어 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몸을 단련시킨 뒤에 다시 도전을 해볼 수 있게 말이죠. 


지금까지 진행하신 방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을 소개해 주세요.

모든 방송이 저에게 데이터이자 의미 있는 경험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몇 가지 꼽아야 한다면 이전에 진행해 보지 않았던 분야의 상품이나 쿠폰, 모바일 쿠폰 정기권과 같이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판매하는 방송이에요. 또 현재 개인 라이브 커머스 채널 ‘마켓혜림’을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로 운영하고 있어요. 워킹맘으로서 아이와 함께 일하고 싶을 때는 키즈 펜션을 빌려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고는 해요. 쌍둥이가 뒤에서 출연해 노래하며 뛰어 노는데 감사하게도 시청자들이 방송 사고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귀여워 해주죠. 부여 관광두레 공동체와 협업한 라이브 커머스도 인상적이었어요. 한 상품당 15분씩 프로그램을 짰는데요, 오직 부여서만 만날 수 있는 식품(수제청, 동치미 등)과 한옥 스테이 이용권을 상품으로 준비했었어요. 그리고 요즘은 저와 동생이 직접 제작한 목걸이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방송만이 아니라 제조까지, 그리고 상품 기획에서 네이밍을 포함한 브랜딩까지 경험하고 있습니다.

ⓒ 이용석


그럼에도, 일하는 나로 살기 위해서


언제든지 먹고 싶은 음식을 배달해 먹을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편리한 일상을 돕는 서비스는 날로 고속 성장하고 있는데, 어째서 노동과 자립에 대한 이슈는 끊이지 않는 걸까. 기술과 서비스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무엇으로 메꿔야 할까.


혜림 님께서 브런치에 기고해 오신 글을 읽어 보았어요. 특히 여성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 비즈니스맨이 되는 여정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성이 비즈니스맨으로서 계속 롱런하기 위해 어떤 도움과 마인드셋을 준비해야 할까요?

뛰어난 기술과 서비스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서 우리는 왜 여전히 경력 단절을 걱정해야 할까요? 아이를 양육하면서 안정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서포트해 주는 시스템이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NS홈쇼핑은 오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생방송을 진행하지만 SK스토아, K쇼핑, 신세계TV쇼핑 등의 T커머스 홈쇼핑은 사전 녹화 방송이에요. 방송 송출은 동일하나 T커머스 촬영 시간은 9시에서 6시까지인 거예요. 황소처럼 일하던 경력 있는 쇼호스트도 아이 양육에 본격적으로 손이 가는 시점이 오면 T커머스로 이직하곤 해요. 다른 사람 눈에는 평소처럼 어엿하게 일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시속을 비교해 보면 단절이 존재하는 거예요. 저는 NS홈쇼핑 쇼호스트로 10년 이상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쌍둥이를 임신하자마자 주변에서 ‘일 그만두겠구나’라는 말이 자연스레 들렸어요. 확고히 자리를 잡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노력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듯했고 앞으로 내가 설 자리가 좁아진다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외부에서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내가 주체적으로 세워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방송 송출 형태를 바꾸거나 아이를 케어하면서 출퇴근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어요.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한 것도 생산적인 워킹맘으로 일하기 위해 집에서 업무 가능한 매체를 찾은 거예요. 어느 순간 ‘일하는 내’가 사라지지 않도록 스스로 방어하고 나아갈 수 있는 구조를 짜봐야 해요.


혜림 님만의 넥스트 드림이 궁금합니다.

외부 환경 혹은 개인적인 상황이 바뀌더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넥스트 드림이에요. 나이가 들어서도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생각해 보면 그동안은 순간순간마다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감사하게도 많았거든요. 이제는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크고작은 실패와 성공을 토대로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입니다. 시스템이나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는 단계를 득도하고 싶어요. 그 이후에는 공간의 구애 없이 라이브 커머스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해 보려고 합니다.

ⓒ 이용석


원티드 서비스를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한다면 어떤 소개말을 붙이면 좋을까요?

‘새로운 일에 대한 인사이트’를 타이틀로 가져 갈게요. 현직자와 구직자 모두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상품이 바로 원티드니까요. 현직자의 커리어 성장을 돕는 아티클,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와 구직자에게 필요한 AI 채용 매칭이 준비되어 있죠. 자. 이제 판매는 누가하면 되는 건가요?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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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이용석ㅣ포토그래퍼



발행일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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