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승현 IM FINE 콘텐츠 개발자(R&D) ⓒ 박종현
포트폴리오 하나로 50개 기업에 합격하는 방법
기업이 원하는 포트폴리오는 무엇일까. 50개가 넘는 기업에 합격한, 팔리는 포트폴리오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스펙이 아닌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Q. 예고, 예대 출신의 마케터 준비생이었어요. 졸업 후 1년간 취준생으로 지내셨다고요.
예술대학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갑자기 인문 분야로 취업을 하려 하니 막막했어요. 졸업하자마자 사회에 던져진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무작정 취업 스터디에 들어갔는데 다들 SK만 쓴다, 삼성만 쓴다 하면서 대기업 위주로만 지원하더라고요. 다들 대기업, 대기업 하니까 왠지 저도 대기업을 가야만 할 것 같고 전략 없이 하다 보니 1년 동안 취업 준비를 하게 됐어요.
Q. 대기업부터 로켓 성장하는 스타트업까지, 갑자기 서류 합격률이 높아졌어요.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인기 있는 광고를 보면 단순히 제품의 장점을 나열하기보단 그 제품을 사용하면 내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설득을 시키죠. 저 또한 포트폴리오에 스토리를 녹여내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에 만든 포트폴리오의 경우 토익 점수가 몇 점인지, 포토샵/일러스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등 제가 가진 경험과 스펙을 나열하기만 했어요. 그런데 스펙 나열만 하면 결국 스펙 싸움이 될 뿐이고 그러면 고스펙인 사람들에게 유리한 거잖아요. 제가 스펙이 높은 편도 아니었고요.(웃음)
그동안 예체능 전공자로 마케팅 경험보다 영상부터 미디어아트까지 예술 관련한 프로젝트 경험을 해왔는데요. 이를 마케팅적 스토리로 묶어내기로 했죠. 어떤 걸 느꼈는지, 이 일은 왜 하게 되었는지 스토리로 풀어내면서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입체적인지 포트폴리오를 통해 보여주려 했어요.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피드백하기 위해 일부러 합격률이 높은 작은 회사에 지원하면서 검증해 나갔고요. 면접장에 들어가면 제 포트폴리오는 어떤지 스토리는 말끔한지 꼼꼼하게 여쭤봤어요. 지적받은 부분을 수정해 나가며 실무진들이 좋아할 만한 방향으로 고쳐나갔습니다.
Q.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위해 면접까지 보면서 피드백을 받으려 하시다니, 보통 용기가 아닌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영어도 잘 못하고 자격증도 없거든요. 대신 남들보다 다양한 경험이 많으니까 자격증 없이도 잘 할 수 있고, 누구보다 잘 팔리는 스토리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걸 포트폴리오를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마케팅은 잘 파는 일이잖아요. 면접 자리에 간다는 것 자체가 포트폴리오를 통해 저라는 콘텐츠가 팔린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보면 기업이라는 시장에 꽤나 잘 팔린 거죠.
ⓒ 박종현
잦은 이직도 OK!
공백기도 타격 없는 일잘러의 태도
4년간 총 7번의 이직. 남들이 보기엔 쉬고 싶을 때 쉬는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어쩔 수 없는 퇴사의 반복과 유일한 쉼터였던 여행과 전시. 그는 돈 벌기 위한 삶이 아닌, 행복을 위해 돈 버는 삶을 택한다.
Q. CJ ENM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에 최종 합격을 하셨어요. 대기업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게 된 이유가 있나요?
CJ ENM은 콘텐츠 작가로 합격해 정말 잠깐 다녔어요.(웃음) 사실 워라밸도 좀 원했고 최종 꿈이 콘텐츠 작가는 아니어서 그만뒀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는 CEO, CMO, CTO 같은 유능한 C 레벨과 함께 일하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 번은 실리콘밸리 근처의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적 있는데 거기서 함께 일한 사람들의 태도를 보며 많은 걸 깨달았죠. 그들은 ‘자신의 커리어가 회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확장되기 위해 잠시 회사에 머무는 것’이라 생각하더라고요. 저 또한 단순히 어딘가 소속된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았어요. 커리어를 쌓아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콘텐츠를 통해 나를 알리고 싶었죠. 그리고 이때의 경험은 제가 직장을 고르는데 영향도 많이 끼쳤어요. 저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동료들이 있는 회사, 자유도가 높되 개인의 책임도 높은 회사를 좋아합니다.
Q. 이직도 자주 하셨어요. 많은 회사를 경험하기 위해 일부러 의도하신 걸까요?
의도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많았어요. 가족의 건강 문제 등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생겨서 퇴사와 공백기가 잦았던 건 사실입니다. 공백기 동안은 주로 가족들을 간호했고요. 어디 말할 곳도 없고 답답해서 혼자 매일 울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무게가 아니었어요.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돈을 벌잖아요. 근데 돈을 벌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이런 삶이 저에게는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돈은 많이 못 벌더라도 가족들을 돌볼 땐 미디어 아트 작업을 하며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치유받고, 그런 경험을 다시 글로 옮기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어요. 힘이 보충되면 다시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고요.
Q. 면접관들은 이런 상황을 모르니 공백기 관련해 많은 질문을 하실 거 같아요.
아무래도 회사를 짧게 여러 번 다녀서 공백기를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을 많이 들을 수밖에 없었죠. 그러면 솔직하게 가족 문제로 퇴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전 직장 동료들의 전화번호를 함께 남겼습니다. 일 관련해서는 자신 있으니 전화해서 레퍼런스 체크해도 된다고요.(웃음)
잦은 이직과 공백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합격률을 낼 수 있던 건 동료들 덕분이라 생각해요. 회사에 입사하면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동료 간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려고 애쓰거든요. 그런데 이건 이직은 물론이고 회사 성과에도 도움이 돼요. 직무 별로 가지고 있는 인사이트도 다르고 프로덕트를 다루는 관점도 달라서 동료와 친해질수록 내가 이 브랜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잘 셀링할 수 있는지 감도 잡히니까요.
Q. 좋은 레퍼런스 평가를 받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신 부분이 있나요?
일단 회사 일에 굉장히 진심이에요.(웃음)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프로덕트가 있는 기업 위주로만 지원을 했고, 그런 곳들만 다녔기에 정말 덕질 하듯이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신입치고 퍼포먼스도 괜찮았고요.
그리고 동료들과는 사소한 걸로 스몰토크를 자주 했어요. 예를 들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예쁜 콘텐츠가 올라갔다면 ‘오늘 콘텐츠 진짜 멋지던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라며 담당자에게 말을 걸죠. 역으로 제가 하는 업무 중에 잘 한 게 있으면 ‘오늘 제가 올린 포스트가 네이버 메인 화면에 걸렸잖아요, 오늘은 제가 커피 쏠게요!’라며 성과 어필도 하고 그 행복을 같이 나눌 수 있게끔 하고요.
어떤 업계든 동료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겠지만 스타트업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사람들은 거의 스타트업 업계에서 돌거나 비슷한 브랜딩 레벨의 기업으로 이직해요. 그러니 동료들과 네트워킹을 잘 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이직을 통해 연봉 천만 원을 올리셨다고요.
경력이 쌓이면 연봉도 자연스럽게 오를 거라 생각들 하시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자신의 연차보다 적은 돈을 받고 있더라고요. 이전 직장에서는 저보다 연차가 높은 분의 연봉이 저보다 현저히 낮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지금보다 연봉이 떨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누구나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고 입사 후 6개월 정도면 프로덕트에 대한 소구점 파악도 끝나요. 쉽게 대체될 수 있는 마케터가 되면 안 되니까 일반적인 마케터와는 다르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걸 한다고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죠. 그래서 안정적인 회사의 안정적인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몸값을 더 올릴 수 있는, 배울게 많은 환경에서 일하며 미래를 만들어 갔어요. 지금은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도 꾸준히 시도해 보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결국 이런 작은 활동들이 모여 몸값을 올리거나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더라고요. 작지만 유능한 회사에 입사할 수 있도록, 연봉이 인상될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