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구인난, '이것'을 바꾸면 채용이 된다!

개발자 구인난, '이것'을 바꾸면 채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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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이 시대의 개발자로 일하기> 시리즈의 10화입니다. 


IT 업계는 요즘 그야말로 채용 대란입니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죠. 자금력이 있고 비즈니스가 안정화된 대규모 IT 기업, 시리즈 C 이상의 스타트업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렇지 못한 작은 스타트업은 인터뷰를 열심히 진행해서 겨우 함께할 수 있겠다 싶은 후보자분에게 최종 오퍼를 드려도 결국 다른 기업으로 가시는 경우를 많이 겪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스타트업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분을, 좀 더 많이 모실 수 있을까요? 우선 회사가 후보자분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하겠죠. 그리고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좋은 인재분을 더 잘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측면으로 효율적인 채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누구에게 매력적인 회사가 될 것인가  


‘우리 회사 좋은데 왜 사람이 안 오지?’라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사업 아이템도 좋고, 동료들도 뛰어나지만 채용이 안 되니 그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답답할 만도 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후보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라 후보자가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생각해 보면 답은 명확합니다. 후보자를 원하는 수많은 ‘좋은' 회사들 중에서 그 회사가 딱히 더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해도 후보자에게는 그저 여러 회사 중 하나일 뿐입니다. 후보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그중에서 가장 매력적이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모든 후보자에게 매력적인 회사가 될 수 있을까요?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높은 보상과 뛰어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구성원의 성장을 도모해 주고 비즈니스는 이미 안정적인 그런 회사가 되면 모두에게 매력적일 거예요. 그렇지만, 모든 회사가 동일한 여건을 제공할 수는 없고, 거기서 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조금만 다시 생각해 봅시다. 회사가 반드시 모든 지원자에게  매력적인 회사가 되어야만 할까요?


모두가 좋아할 회사? 그건 유니콘이잖아요! 


회사의 비즈니스가 안정되면 함께 짊어져야 할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스톡옵션은 더 적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스톡옵션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회사는 대체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회사가 개개인의 성장을 신경 써주기 힘듭니다.

이런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모두에게 매력적인 회사가 될 수야 있겠지만, 모든 후보자를 채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모든 후보자에게 매력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현실에 없는 것을 흔히 유니콘에 비유하고는 하지만, 그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마저도 모두에게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후보자분을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꼈던 것은, 후보자분들마다 이직을 생각하게 된 이유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일이 재미가 없다든지, 비즈니스는 잘 돌아가는데 조직문화가 아쉬웠다든지 같은 전 직장에서의 아쉬움이었습니다.

그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회사가 후보자분에게는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이 재미가 없어서 이직하는 후보자분은 덜 안정적이더라도 일이 재미있는 회사를, 조직문화가 아쉬워서 이직을 하는 후보자분은 비즈니스가 아직 부족하더라도 조직문화가 좋은 회사를 선택합니다.

여러분의 회사에 ‘우리가 적어도 이것만큼은 남들보다 낫다!’ 하는 강점은 무엇이 있나요? 아니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강점은 무엇이 있나요? 이런 강점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를 매력적으로 생각할 것 같은 후보자를 적극 공략해 보세요.

회사의 강점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때 ‘사람들이 이런 회사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겠지?’라고 생각해서 강점을 정하려 한다 해도 실제로 그 강점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먹는다고 얻을 수 있는 강점이라면 다른 회사들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회사의 강점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조직에 있는 특징을 발견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각 조직들은 구성원, 환경 등을 바탕으로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아마 알게 모르게 그 특성을 다들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 우리 조직의 강점으로 가져갈 만한 것들을 잘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위기를 기회로, 약점을 강점으로 


물론 ‘우리는 약점밖에 없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때로 약점 같아 보이는 것이 강점이 되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카지노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자금 조달이 필요했지만 은행들은 도박업에 경력도 없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 했습니다. 이때 트럼프는 은행 관계자들에게 오히려 ‘깨끗한 경력을 가진 전망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하며 설득했고 결국 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아냈습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그다음 카지노 사업 투자를 요청할 때 ‘이전에 우리의 강점은 이제 약점이 되었습니다’라고 했을까요? 아마 그때는 새로운 강점을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생각보다 약점 같아 보이는 부분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첫 면접을 갔을 때 비전공자에 프로그래밍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경험이 거의 없음에도 이 정도를 할 수 있고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다른 후보자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말해서 합격했었습니다.


면접자의 잠재력을 찾는 방법 : 맞춤형 질문하기 


모두가 좋은 후보자를 원합니다.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후보자는 채용 경쟁이 치열하고, 아마 모시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좋은 후보자를 알아보고 발굴해야 합니다.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좋은 후보자는 어떤 분일까요? 현재 역량이 높은 후보자는 아마 다들 좋은 분임을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역량은 어떤 이유에서 높지 않지만 ‘성장할 역량’이 높은 분이 우리가 찾는 인재일 것입니다.

성장의 복리는 매우 강력해서 충분히 투자해 볼만 합니다. 


후보자분의 현재 역량이 높지 않을 수 있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환경의 영향이 큰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동료의 도움 없이 성장해야 했던 전 직장 분위기 때문이라든지,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던 집안 사정 때문이라든지, 아니면 단순히 뒤늦게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후보자에게 성장 역량이 있고 회사는 후보자의 성장을 방해하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그런 후보자분을 모시는 것이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후보자분의 ‘성장할 역량'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제가 개발자 인터뷰를 할 때 성장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래 세 가지였습니다. 

1. 불편함을 느끼는가
2. 개선을 시도하는가 
3. 선택의 이유가 명확한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고, 그렇게 불편함을 느낄 때 개선을 시도할 수 있으며, 그렇게 시도한 개선의 방향이 그냥 남들이 그렇게 해서가 아니라 내 생각을 가지고 선택한 것이라면 높은 확률로 그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전에 했던 선택들이 최선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이런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 질문에서 운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합니다. 예를 들어 아토믹 디자인이 무엇인지, 해보았는지 묻지 않습니다. 아토믹 디자인을 알거나 해본 것은 운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주변에 잘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토믹 디자인을 접하기 위한 검색 키워드를 못 찾았다면, 이전 회사에서는 아토믹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배보다 배꼽이 큰 환경이었다면 안 해봤을 수도, 모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대신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합니다. 아토믹 디자인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매우 높은 확률로 반드시 겪게 되는 문제인 ‘중복되어 사용되는 컴포넌트’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방법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지식에 대한 질문 대신 중복되어 사용되는 컴포넌트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해보았는지, 왜 그 방법을 선택했는지 등을 물어봅니다. 그 답변이 충분히 합리적이라면, 이 분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아토믹 디자인이라는 것이 있다는 지식이나 이를 적용해 볼 수 있는 환경이었을 뿐입니다.

이런 질문은 후보자분의 답변에 따라 그다음 질문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후보자분이 답변하신 내용에 대해 인터뷰어가 몰라서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식을 묻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뷰어 역시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후보자분에게 설명을 요청하고 이어서 더 깊은 질문을 하는 식으로 본질적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해야 합니다.


마무리


‘강점을 기반으로 매력적인 회사 되기’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성장 역량이 높은 좋은 후보자 발굴하기’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개발자 대란을 이겨내는 스타트업의 채용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그동안 겨우겨우 모시던 인재분들이 마구 오시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만 그렇게 한다면 압도적인 강점이 되겠지만, 남들도 그렇게 한다면 겨우 같은 출발점에 서는 것일 뿐입니다. 

앞에 얘기한 내용은 ‘다르고 나음’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남들과 같은 기준으로 경쟁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예를 들어 취업 준비생 모두가 학점으로 경쟁할 때 나도 거기에 참여한다면 남들보다 0.1 점 높은 학점을 만들기 위해 너무 큰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그럴 때는 다른 기준으로 나를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것 없이 너무 다른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은 주객이 전도된 꼴일 것입니다.

결국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거기에서 또 다르고 나음을 찾아 변화해야 합니다. 좋은 인재분들을 모시기 위해 여러분의 회사는 또 어떤 것들을 다르고 낫게 만들어 볼 수 있을까요?



▶ <이 시대의 개발자로 일하기>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손진규 
기계항공공학 석사 졸업 후 뒤늦게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그래픽스, Android/iOS, Front-end/Back-end 개발을 경험해왔다. 현재 Momenti에서 Back-end Engineer로 일하고 있고, 과거 힐링페이퍼(강남언니) 개발 챕터 리드, Daybit CTO 등을 역임했다.



발행일 202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