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세일즈포스 아시아지역본부 계약협상팀 리더
Q. 안녕하세요. 새로운 회사에서 한창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현재 이사님의 근황 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MS에서 17년 동안 근무를 하다가 3개월 전에 세일즈포스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는 세일즈포스 아시아 지역본부에서 아세안, 호주, 뉴질랜드, 중국 권역 지역의 클라우드 기업고객 계약 협상팀을 맡고 있어요. 이곳에서 고객은 물론, 내부 영업팀과 끊임없는 의사소통과 협상을 통해 계약 조건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MS를 그만두고 세일즈포스로 옮기셨어요.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다르다면 다른 회사이지요. 현재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달라진 역할은 무엇이 있나요?
아시다시피 클라우드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상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생태계 전반에서 성장이 일어나고 있죠. 저는 그 흐름에 좀 더 가까이 뛰어들고 싶었어요.
세일즈포스는 태생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로 자생했기 때문에 그 변화를 경험하기에 탁월한 회사예요. 클라우드 기업 고객과의 계약 협상 전반을 다룬다는 업무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솔루션의 특징, 고객 그리고 세일즈포스라는 조직이 주는 힘 등이 저를 새롭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현재 클라우드 네이티브 회사들의 시장 진입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인사관리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리더십 역량을 키워가는 재미도 맛보고 있습니다.
Q. 제품군은 같지만, 일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좀 있나요?
MS와 세일즈포스는 모두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이 달라요. 예를 들어 MS는 커다란 패키지에서 필요한 부분을 골라 쓰게 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고객은 구매한 상품의 60% 정도를 사용할 거예요. 그런데 세일즈포스는 큰 단위의 패키지보다는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작게 만들어서 제공해요. 그러다 보니 계약의 사이즈나 접근 방식이 달라요. 하물며 협상하는 방식도 다르고, 가격을 책정하는 포인트도 다르죠.
저희 팀은 영업 팀과 끊임없는 의사소통과 협상을 하며 계약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수리적인 정확함과 의사결정의 유연성, 끊임없이 밀려오는 압박을 처리하면서 업무 관계를 만들어가는 역량이 중요해요. 저는 팀의 리더로서 팀원들의 고충을 수렴하고 물위나 물밑에서 그들이 업무를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때로는 직접 나서 어려운 협상을 대신 풀어나가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제법 무거워진 경력, 매 순간이 녹록지 않았다
Q. 시니어로서 이직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특히 시니어 그룹을 리드해야 하는 신임 리더는 더욱 어려운 자리잖아요.
맞아요. 현실이 녹록지 않죠. 세일즈포스가 IT 회사스러운 차가움보다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문화로 가져가는 것처럼 저 역시 다양성을 존중하는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다짐했으나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특히 저는 이미 멤버가 모두 꾸려진 팀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건데, 그러다 보니 조직에 대해선 제가 가장 아는 게 없죠. 팀원 모두 오랜 경력의 시니어라는 점과 모두 다른 인종이라는 사실도 저에게는 쉽지 않아요. 알게 모르게 소위 말하는 텃세도 있고요. 이전 회사에서 팀을 이끌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요(웃음).
Q.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경력직들의 공통적인 어려움일 거예요. 하지만 시니어들은 그 무게가 더 클 수밖에 없는데, 이사님은 어떠신가요?
저 역시 부담감이 컸어요. 이전 회사에서 쌓아왔던 것들을 여기에서도 할 수 있을까, 안정적이고 꽤 괜찮았던 직장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이 있었죠. 아마 많은 시니어들이 그럴 거예요. 이전에 하던 일과 동떨어진 일을 할 수 없으니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회사를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이전 회사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가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하죠. 그러다 보면 선택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어렵게 이직을 해도 적응이 순조롭지 않을 때도 많고요. 예전의 저를 돌아보면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고, 자신을 '가두게' 되었던 거 같아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하셨습니다. 이직을 위해 어떤 부분을 노력하셨나요?
어렸을 때는 지금 제 나이 정도면 모든 것을 스스로 뚝딱뚝딱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경력이 무거워질수록 의사결정의 범위가 넓어지니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줄어들고, 가까운 친구여도 하는 일이 다르면 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무거운 주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코치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물론 코치가 판단을 내려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다시금 저를 들여다보게 되고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Q. 본인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런 편인 거 같아요. 안정적인 조직보다는 도전적이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분위기를 좋아해요. 한국 대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됐는데 대기업 문화를 경험해 보니 한국 기업보다는 외국계 기업이 체질에 맞겠다 싶었어요. 인턴 후 본격적인 커리어를 유럽계 증권사에서 시작했어요. 확실히 한국 대기업과는 다른 점이 많았지만, 사실 금융권은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가 있잖아요. 그때 눈에 들어온 분야가 IT였어요. 당시 IT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그때 입사한 곳이 MS였어요.
MS는 직원들에게 2년마다 새로운 롤로 바꿀 것을 기대해요. 준비와 사내 인터뷰, 보직 이동은 모두 자신이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요. 새 롤을 맡으면 3개월 동안은 익히는 과정이고, 1년 안에는 성과를 내야 해요. 그리고 1년이 넘어서면 내가 그다음으로 맡을 새로운 롤을 서칭 해야 해요. 3개월 안에 새로운 롤을 결정하고, 나머지 9개월은 새로운 롤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해요. 현재 맡은 롤과 앞으로 맡게 될 롤을 병행하면서 가는 식이죠.
Q. 그러한 방식이라면 다양한 롤을 경험할 수는 있지만, 깊이 있는 전문성을 쌓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그 속도가 버거운 사람도 있을 거 같고요.
맞습니다. 현재 업무에서 전문성을 쌓을만하면 새로운 롤을 부여 받아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IT업계 특성상 한 분야의 깊은 전문성보다는 새로운 역할, 새로운 트렌드가 중요한 거예요. 마켓이 계속 변하니까 한 가지 전문성보다는 새로운 것을 빠르게 흡수하는 인재가 필요한 것이죠.
그렇다고 MS의 인재들이 전문성이 없냐, 그건 아니에요. 내가 정말 잘하는 것을 중심에 두고 덧붙여 나가는 식이니까요. 새로운 롤이라고 해서 아예 관계없는 업무도 아니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계약에 관련된 내부 프로그램을 담당하다가 라이센스 전문가로 일했고 그다음에는 세일즈 엑셀런스 역할을 했어요. 스스로 내가 잘하는 것, 코어로 가져갈 역량을 찾고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죠.
Q. 일을 해오면서 스스로 가장 성장을 이루었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저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업무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손이 많이 가는 업무, 이제 막 시작해서 개척할 부분이 많은 시장을 주로 맡았어요. 모험이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이미 잘 만들어진 것을 가꾸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새롭게 만들고 성장 시키는 재미가 컸거든요. 맨손으로 자갈밭을 갈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자신을 성장 시키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는 제일 확실한 방법이기도 해요.
Q. 그러한 도전이 항상 성공한 것은 않았을 텐데요.
그렇죠. ‘왜 이런 걸 하고 있어?’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심지어 잘릴 뻔한 적도 있어요. 흔히들 실패를 통해 성공을 이룬다고 하지만, 실패는 늘 뼈아프잖아요.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지만, 경험상 적절한 시기에 손절도 필요하다고 봐요. ‘포기도 용기다’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에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