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이직러들을 위한 다섯 가지 준비 STEP

프로 이직러들을 위한 다섯 가지 준비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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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시리즈의 1화입니다. 


저는 2015년부터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첫 회사는 팀원이 30명도 되지 않는 작은 곳이었어요. 콘텐츠 매니저라고 인쇄된 명함을 받은 기쁨은 잠깐이었습니다. 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사수도, 함께 성장할 같은 직군 동료도 없으니 막막하더라고요. 물경력이 아니라 제대로 된 커리어를 쌓아야 할 텐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매일이 불안하던 주니어 시절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커리어 고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또 다른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이제는 마케터로서 스스로 나아가려는 방향을 찾은 것 같아 한결 마음이 편해요. 주니어 시절 다사다난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5가지 팁 덕분입니다.

ⓒ unsplash


1. 업무 일지 작성하기


어제 어떤 일을 하셨나요? 한 달 전, 반년 전은요? 저는 기억력이 무척 나쁜 편이라 지금 당장 하는 일만 생각나더라고요. 회사에 다녔으니 무언가 했을 텐데 말예요. 그래서 매일 제가 하는 일, 제가 참여한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업무 일지를 작성하고 있어요.

저는 노션 캘린더를 활용해 기억해야 할 모든 것들을 문서화하는데요. 그 덕에 장기 프로젝트는 물론 다가오는 일정들도 놓치지 않을 수 있더라고요. 매일 캘린더에 쓴 내용을 바탕으로 매주, 매월 주요 업무를 정리하기도 하는데요. 하루하루 내가 하는 일은 작아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멋진 작업들이 쌓여 뿌듯해질 거예요.


2. 포트폴리오 미리 만들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


당장 이직 생각이 없더라도 포트폴리오는 미리 만들어 두세요. 장기적인 커리어 관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내 일을 스스로 돌아 보면서 ‘이런 건 잘하고 있네’ ‘이런 경험이 부족하니까 보완할 기회를 찾자’ 하고 커리어의 방향을 잡을 수 있거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며 성과를 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지 노션 등으로 정리해 두고 멋진 일을 해낼 때마다 업데이트해 보세요. 꾸준히 작성한 업무 일지가 있다면 포트폴리오 정리도 뚝딱 끝날 거예요. 완성한 포트폴리오는 링크드인, 원티드, 리멤버 등에 슬쩍 업데이트해 봅시다. 혹시 모르죠, 일하고 싶었던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오퍼가 올지도!

ⓒ unsplash


3. 내 일을 정의하기


마케터의 일은 정말 다양합니다. 직무도 점점 세분화되고 있죠. 저 같은 콘텐츠 마케터부터 브랜드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CRM 마케터 등 여러 마케터분이 계실 거예요. 디지털 마케터로 다양한 일을 종합적으로 해내는 분도 계실 거고요.

직무명, 당연히 중요합니다. 직무에 따라 내가 하는 일이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계속해서 고민해 보셔야 해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도요. 맞아요, 포트폴리오 만들기와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고 있어요. 지금은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채용 중인 포지션이지만, 제가 커리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생소한 이름이었어요.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사람만 살아남을 자리 같아 어깨가 무겁기도 했죠. 영상도 찍어야 할 것 같고, 카드뉴스 디자인도 어느 정도 해야 할 것 같고, SNS 광고도 잘 만들어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저는 이미지적인 감각이 영 없거든요. 짧은 글보다는 긴 글 쓰는 걸 좋아하고요. 3년 차에 접어들 때쯤 이대로 괜찮나 위기감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뭘 더 해야 할까 고민하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저는 장문의 글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만드는 걸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우리 회사의 멋진 사람, 혁신적인 기술을 재밌는 글로 풀어낼 때 제일 보람 있었고요. 그러니 회사에서 알리고 싶은 멋진 이야기를 가장 읽기 좋은 글로 풀어내는 일에 집중해야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포트폴리오 제목도 ‘글쓰는 마케터’로 바꿨어요.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그 일에 집중할 수 없는 곳에서는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대신 그 일만큼은 정말 잘해야겠다고도요.

그땐 내심 걱정이었어요. ‘이런 일만 해도 콘텐츠 마케터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런데 웬걸. 마케팅 직무가 다양해지는 만큼 콘텐츠 마케터도 업무에 따른 선택지가 다양해지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알고 맞는 회사를 찾다 보니 업무 만족도도 경력이 쌓일수록 높아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일이 좋아질 수밖에요.


4. 내 일을 위한 트렌드 읽기


채용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둘러보는 건 커리어 관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직할 생각이 없더라도 다양한 마케터 채용공고를 읽어 보세요. 채용 사이트에 새로 업로드되는 포지션을 메일로 받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주요 업무, 자격 요건, 우대사항을 확인하며 내 포트폴리오를 떠올려 보세요. 회사마다 원하는 마케터가 다르기에 모든 자격 요건이나 우대사항에 걸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건 우리 직무의 트렌드예요. 채용공고를 계속 확인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새롭게 눈에 띄는 직무나 우대사항이 있을 텐데요. 내가 원하는 직무에서 여러 공고에 강조되는 역량을 회사 업무나 사이드 프로젝트로 미리 쌓아두세요. 커리어는 이직으로 쌓는 게 아니잖아요. 쌓아 둔 커리어로 내가 원할 때 이직을 하는 것이죠. 새삼스럽지만 중요한 포인트!

아, 콘텐츠 마케터라면 피플팀과 협업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어요. 채용 브랜딩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업무 중 하나인데요. 우리 회사가 가진 장점을 멋지게 드러내야 하니까 채용공고를 보거나 오퍼 메시지를 받는 게 레퍼런스 수집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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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내가 하고 싶은 일 적극적으로 알리기


제 커리어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다섯 번째 팁입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내 일에 대한 글을 꾸준히 업로드해 보세요. 개인적인 회고도 좋고, 레퍼런스 공유도 좋고, 새로 배우고 있는 스킬에 대한 정리도 좋아요.

내 생각을 드러내는 게 꺼려지실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회고를 쓸 땐 혼자 볼 일기를 공개된 곳에 올리는 것 같아 부끄러웠고요. 마케팅 업무와 관련된 글을 쓸 땐 내가 뭘 알고 이런 걸 올리나 싶어 걱정되더라고요. 하지만 괜찮아요. 그 걱정까지 글에 솔직히 담으면 되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피드백 부탁드린다고요.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배우는 게 많으니 꼭 시도해 보시면 좋겠어요. 조회수가 낮아도 괘념치 마시고요. 내 방식대로 글을 쌓아가다 보면 전문성을 알아본 플랫폼에서 좋은 제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회사에서 리더분들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세요. 이런 일에 관심이 있으니 관련 프로젝트가 있다면 나에게 맡겨달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바쁜 분들의 시간을 뺏는 게 아닐까 불편하신가요? 에이, 걱정 마세요. 바쁘시겠지만 내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하면 오히려 좋아하실 걸요. 스타트업의 최고 장점 중 하나는 리더가 팀원의 성장을 진심으로 돕고 싶어한다는 거예요.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인재들이니까요. 흔쾌히 좋은 일거리를 찾아 주실 겁니다. 다른 마케터의 재밌는 일을 내가 가져오는 게 아닐까 걱정되시나요? 그런 걱정은 조용히 내려두세요. 여긴 우리 모두 할 일이 넘쳐나는 스타트업이잖아요.

저는 7년 차 콘텐츠 마케터입니다. 주니어는 벗어났지만 시니어라기엔 머쓱한 경력이죠. 경력에 걸맞은 실력이 있나 언제나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매일 야근에 택시 타고 퇴근하던 주니어 시절보다 일이 더 즐거워진 건 확실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감을 잡고부터였던 것 같아요. 주니어분들이 그 감을 잡는 데 이 글이 소소하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어요. 힘든 시기지만 조금이라도 수월히 지나보내시길, 그 너머에 펼쳐진 더 재밌는 일의 세계에 얼른 도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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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전윤아 (it.is.yoona@gmail.com)
스타트업의 진심을 전하는 스토리텔러, 글 쓰는 마케터입니다. 교육, AI, 챗봇, 생활 소비재 등 다양한 업종의 스타트업에서 일해왔으며 현재는 와이즐리컴퍼니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글, 재밌는 글을 씁니다.



발행일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