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좋은 팀을 꾸리는 방법

스타트업에서 좋은 팀을 꾸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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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시리즈의 4화입니다. 


스타트업의 기술력은 구성원 기술력의 총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성공의 전부입니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졌어도, 좋은 시장 기회를 맞이했더라도 결국 이를 실현해내는 것은 모두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라이즈는 아직까지 퇴직자가 한명도 없습니다. 감사하게도 뛰어나고 열정 있는 구성원들을 만난 것이 첫 번째 이유겠지만, 그 뒤에는 끊임없이 조직문화와 팀 빌딩에 대해 반복해서 묻고 또 묻는 초기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데이터라이즈의 방식이 어느 곳에나 적용되는 정답은 아니겠지만, 창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공유드려서 다른 스타트업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데이터라이즈


너무 다른 스타일의 공동창업자 3명


데이터라이즈는 3명의 공동창업자가 2019년에 창업했습니다. 공동창업자 3명은 SKT부터 시작해서 넘버웍스, 카카오를 거쳐서 무려 10년간 같이 일을 했습니다. 일을 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일하는 스타일은 매우 달랐습니다. 누구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했고, 누구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했죠. 또한 누구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선택을 한다고 믿는 반면, 누구는 적절한 동기부여만 주어진다면 팀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끼리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창업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 조직문화와 팀 빌딩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유사한 가치관을 가지고 업무 스타일이 비슷한 사람들만 채용할 수 있겠지만, 20명만 넘어가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첫 번째로 합의한 것은 “회사에는 다양한 개성의 구성원이 존재할 수 있다”였습니다. 그러자 각론의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개성이 다른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협업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개성이 다른 상대방을 신뢰하고 인정하는 것에는 무엇이 뒷받침 되어야 할까?”
“서로 어떤 규칙을 약속하는 것이 좋을까?”
“규칙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어떻게 하나? 규칙은 적어야 할까? 많아야 할까?”
“그래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데이터라이즈 인재상은 무엇일까?”
“개성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평가와 처우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에는 공동창업자 3명이서 문제를 풀어 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쉽게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죠. 그래서 과감히 초안을 작성해 구성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결정이 어려운 것은 솔직히 말하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다소 민감한 주제의 이야기일 수 있으므로 1:1 면담을 통해 의견을 들었습니다. 

의견을 모두 취합하여 분석해보니, 재미있게도 구성원들의 의견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평가나 처우, 그리고 협업 방식, 업무 프로세스 방법 등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키워드가 있었죠. 

ⓒ 데이터라이즈


신뢰, 솔직한 피드백, 일관성! 


이것을 다시 문장으로 풀어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데이터라이즈는 구성원의 서로 다른 개성을 존중하고 신뢰한다. 그리고 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 자신의 업무 스타일(예: 어떻게 일할 때 행복한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싫어하는지, 언제 회사가 싫어지는지, 자신에게 업무 요청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출퇴근을 선호하는지 등)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업무 스타일이 일관되어야 한다. 일관성이 지켜져야 상대가 자신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대해 예측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어야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나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만큼 상대의 솔직한 피드백에 대해서도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채용을 진행하면서 지원자에게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드렸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개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과 같이 일을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에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요"라는 원론적인 대답이 대부분이었죠. “이슈가 있을 때, 미리 답을 내리지 않고, 예상했던 결과와 현재 현상을 문서로 정리해서 최대한 빨리 공유해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라고 구체적으로 답변을 주시는 분들은 드물었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통해 얻은 데이터라이즈 인재상은 “우리가 정말 같이 일하고 싶은 구성원이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데 좋은 초석이 됐습니다.

 

스타트업의 채용은 소개팅이다


그렇게 채용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늘 그렇듯, 몇 주가 흐르니 또다시 새로운 고민에 부딪혔습니다. 면접 과정에서 이전 회사의 이직 사유를 듣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분이 “입사하기 전에 기대했던 것과 실제 입사 후의 회사가 너무 달랐어요!"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데이터라이즈 역시 PR이나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우리 구성원들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비해 모든 여건이 부족하죠. 처우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업무 프로세스도 비어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밖에서는 투자 소식으로 회사가 엄청 성장하는 것 같지만, 내부는 하루하루 피말리는 전쟁을 겪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자는 이런 상세한 정보는 어디서도 얻을 수 없죠. 면접에서 물어보기에도 자신의 채용에 악영향을 줄까봐 선뜻 물어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데이터라이즈는 채용을 소개팅이라고 은유적으로 빗대어, 지원자에게 궁금한 점은 무엇이든 물어보시라고 말씀드렸고, 질문에는 최대한 솔직하게 답변했습니다. 

“부족한 것은 부족하다, 정리되지 않은 이슈는 아직 고민중이니 같이 해결하자, 하지만 우리가 잘하는 것은 이것이고, 이것만큼은 꼭 지킬 자신이 있다”

그리고 당장 홈페이지와 채용 브랜딩을 더 고도화하고, PR을 나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Deview Spotlight와 슬라이드쉐어를 통해서 “스타트업에 이직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공개했습니다. 데이터라이즈는 여기 표현된 수준의 질문은 언제든 솔직하게 답할 준비가 돼 있음을 안내해 지원자가 질문을 하는 데 눈치를 보지 않게 했습니다.

데이터라이즈는 조직문화와 팀 빌딩의 첫 단추가 채용이라고 생각했고, 채용에서부터 과감하게 회사의 대외비를 제외한 정보를 지원자에게 전부 공개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회사의 좋은 점만 듣고 지원하신 분들은 중도포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쓰라린 과정이었지만, 이를 통해 정말 데이터라이즈에서 오랫동안 함께 할 구성원을 찾을 수 있었고, 현재까지 단 1명의 퇴직자도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늘 사람이 부족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칫 기능적 요소만 고려해 채용을 하는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개발자가 필요하니까 개발자면 뽑자. 실력 있으면 되지.”

아닙니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매력적인 사람이어도 내 이상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지 않으려면, 현재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을 명확히 분리해야 합니다. 해야 하는 것도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회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키고자 했던 인재상과 팀 빌딩의 기준과 원칙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 데이터라이즈


섣불리 정한 규칙이 오히려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


구성원이 늘면서 조금씩 ‘세부적인 규칙을 정해야 하나’라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원격 근무를 하는데 약속된 시간만큼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출퇴근 시간을 체크해야 하나?” 
“법인카드로 회사 업무와 상관없는 책이나 물품을 사면 어떻게 하지? 어떤 제한을 둬야 하나?” 
“회사 출근 시 커피와 식사는 모두 법인카드로 지원하는데 금액의 상한선을 둬야 하지 않을까?” 

또한, 평가와 처우 시스템에 대해서도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구성원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지? OKR을 도입해야 하나?” 
“평가를 했다면 개인별로 보상을 해야 할까? 팀별로 보상해야 할까?”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를 공동창업자 3명이서 정하는 것은 절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이번에도 구성원들에게 솔직하게 물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드렸죠. 

“회사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규칙이 무엇인가요?” 
“회사가 어떤 평가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나요?" 
“그리고 만약 회사가 수익 100억이 발생했다면 구성원에게 인센티브는 어떻게 나눠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나요?"

역시나 구성원들의 의견에서 공통된 점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 데이터라이즈


  • 오히려 규칙이 많아지면 그것을 지키기 위한 비용도 늘어난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면 1분, 1초를 어기는 경우에 서로 예민해질 수 있으며, 식사비를 1만 원 이하로 제한하면 5천 원을 지불하는 분식집에서 먹고 싶을 때도 굳이 1만원에 맞춰서 먹을 수 있다.
  • 정량적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성적 피드백과 평가 절차의 공정성이다. 마치 연말 시상식처럼 연초에 정한 OKR을 연말에 잘 지켰는지 보고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이 훨씬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스타트업이 좋은 팀을 꾸리는 방법은
“구성원에게 물어보는 것”


데이터라이즈가 지난 2년 반 동안 겪은 일들을 구구절절 말씀드렸지만, 결국 핵심은 현재의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구체적으로 묻고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너무 뻔한가요? 하지만 많은 분이 놓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이 1명씩 늘어날 때마다 커뮤니케이션은 2~3배씩 늘어나기 때문에 보통 어느 정도 하다가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급적 자주 1:1 방식으로 구성원들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 안에서 공통의 키워드를 찾으세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누구와 함께 하고 싶지?”의 해답이 있습니다. 데이터라이즈도 이제 30명이 넘었습니다. 50명, 100명, 1천 명이 넘는 순간까지 구성원들에게 묻고 또 묻겠습니다.

데이터라이즈 Way  ⓒ 데이터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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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박민성 데이터라이즈 Co-founder / CSO
쿠팡, SKT, 카카오를 거치면서 10년 동안 Data Analyst로 활동, 데이터에 기반한 유저 및 상품 프로파일링과 개인화 타깃팅을 집중적으로 경험했다. 특히, 첫 창업인 넘버웍스가 카카오에 엑시트(Exit)한 뒤에는 카카오의 대부분의 서비스의 Growth hacking 분석 및 친구톡 자동화 타겟팅 발송을 집중적으로 개발 및 연구했다. 현재는 데이터라이즈를 재창업해, 데이터 전문가 없이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eCommerce All-in-one Growth Solution을 만들고 있다. (minsung.park@datarize.ai)



발행일 20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