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에게 스타트업은 과연 어떤 맛일까?

주니어에게 스타트업은 과연 어떤 맛일까?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시리즈의 9화입니다. 


무엇이든 첫 단추가 중요하듯 커리어 초입에서 만나는 회사와 동료 그리고 업무는 앞으로 맞닥트리는 수갈래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해 전력으로 달리고 있는 주니어에게 스타트업은 과연 어떤 맛일까? 


Video






* 해당 편은 두 분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 알리콘 



최지희 알리콘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Q. 현재 업무와 회사 소개 부탁드려요. 

지희 : 안녕하세요, 저는 알리콘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최지희라고 합니다. 알리콘은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로켓펀치’와 분산오피스 ‘집무실’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저는 고객과 브랜드의 접점에서 알리콘 서비스의 가치가 더 명료하게 전달되도록 언어를 다듬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웹 페이지 내 텍스트를 개선하고, 마케팅 팀과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합니다. 

 
Q. 첫 회사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희 : 주체적으로 일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조직문화가 저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봉이 더 높고 복지가 더 좋을지 몰라도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회사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알리콘은 제가 예전부터 좋아하던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였어요. '집무실' 앰배서더로 오랜 시간 인연을 쌓아왔기에 브랜드 이해도도 높았고요. 애정하는 브랜드의 일원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매우 행복합니다.


집무실 이미지 



Q. 스타트업에 취업하기 위해 지원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준비 사항이 있나요?

지희 : 저는 스타트업에 취업하기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신경 썼다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하려면 무슨 역량을, 어떻게 길러야 할까?’ ‘어떤 경험이 도움이 될까?’를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조직이다 보니, 채용 시에도 이 사람이 당장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주요하게 보잖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가 경력직을 선호하는 거고요. 하지만 저는 신입이었고, 회사 경력이 아닌 다른 걸로 제 역량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개인 SNS 운영, 각종 사이드 프로젝트, 모임, 코칭 경험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어요. 각각의 점은 의미 없을지 몰라도 하나의 선, 저라는 사람으로 잘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요. 그렇게 1년 정도 취준을 하다 지금 회사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Q. 현재 회사의 일하는 문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요? 

지희 : ‘자율성’이라는 단어로 알리콘의 문화를 함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시간, 공간에서 일하도록 격려하고 휴가 역시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회사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되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입니다. 

 
Q. 스타트업에 기대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고, 그 기대는 얼마나 일치했나요? 

지희 : 성장에 진심인 동료들을 기대했고, 100%에 가깝게 일치합니다. 스타트업은 한정된 인력으로 빠르게 성장을 해야 하는 조직이다 보니, 일의 밀도와 강도가 높거든요. 그 동력이 어디서 오냐고 묻는다면 브랜드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라고 답하고 싶은데, 대부분의 팀원이 그 애정을 갖고 임하는 게 느껴져서 좋습니다. 

 
Q. 스타트업에서 일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지희 : 직무를 넘나들며 일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요. 마케터라고 해서 마케팅만 하는 게 아니고, 디자이너라고 해서 디자인만 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런 일만 할 수 있다 한계 짓지 않고, 넓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라는 직무로 입사했지만 콘텐츠 에디터, 콘텐츠 마케터로서의 역할도 아우르며 일하고 있어요. 욕심 많은 사람이라 이런 점이 만족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 박종현



Q.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좋은 문화라고 말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지희 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지희 : 동의합니다. 스타트업은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책임질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실현 가능한 기획으로 만들고,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는 모든 과정에서 주도적인 태도를 필요로 하고요. 누가 ‘이렇게 해라’ 시킨 일을 그대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임팩트를 만들어야 하기에 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 빠르게 일이 진행되고, 새로운 일이 연이어 생기는 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곱씹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노력이 ‘기록’인데요. 일하며 배운 것들을 매일 조금씩 글로 남깁니다. SNS에 공개글로 적기도 하고, 저만 볼 수 있는 메모장이나 일기장에 빠르게 끄적여 놓기도 하죠. 그 감정이나 생각을 잊어버리기 전에 액션을 취하려고 합니다. 

 
Q. 지희 님에게 스타트업 DNA가 있나요?

지희 :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주체적으로 의견을 내고,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저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과 적극적으로 충돌하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게 너무 재밌고 좋아요. 물론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일하며 얻는 보람이나 성취감이 더 크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이런 사람 스타트업에 오지 마라, 라고 한다면 어떤 유형이 있을까요? 

지희 :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 시키는 일만 하는 게 익숙하고 편한 사람.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사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막막한 사람. 이런 분들은 스타트업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Q. 현재 업무에서는 어떤 성과를 내고 싶으며, 앞으로 성장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지희 : 브랜드와 고객을 잇는 통로로서, 모든 접점에서 우리다운 언어가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알리콘에서 운영하는 로켓펀치와 집무실, 두 서비스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이 알고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을 제 개인의 기록으로도 꾸준히 남겨 저와 비슷한 스타트업 주니어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고요.


ⓒ 빅크



송로시 빅크 서비스 기획자


Q. 현재 업무와 회사 소개 부탁드려요. 

로시 : 안녕하세요. 크리에이터 테크 스타트업 ‘빅크’에서 크리에이터 SaaS ‘빅크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는 PO 송로시입니다. 빅크에서 모든 창작자가 자신의 IP를 기반으로 편리하게 수익화하며 팬/독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첫 회사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로시 : 하나는 환경, 하나는 개인적 성향 때문에 스타트업을 선택했습니다. 대학교 시절, 친오빠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창업했는데요. 미국 드라마를 보면 차고에서 창업을 하고 밤낮없이 일에 몰두하며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오빠랑 팀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피스텔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동경하던 모습들이 겹쳐 보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오빠와 친구들이 만든 스타트업 ⓒ 송로시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부모님께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셨어요. 이 과정에서 부모님을 도와 비즈니스의 성장을 함께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창업과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던 거 같습니다. 

이런 성장 과정 때문인지 엄격한 환경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저랑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대기업 같은 정형화된 회사가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커리어를 선택했던 거 같아요. 정말 자연스럽게요.


Q. 스타트업에 취업하기 위해 지원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준비 사항이 있나요?

로시 : 대학교 때 공모전이나 프로젝트를 해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삶의 경험을 토대로 저를 어필하는 게 중요했어요. 이런 노력들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고요.

한 번은 강아지랑 여행을 가려고 애견 동반이 가능한 숙소를 찾는데 예산에 맞는 숙소가 없는 거예요. 에어비앤비에서 작은 별채를 겨우 빌려 묵었더니, 강아지 털이 빠졌다며 낮은 리뷰를 받았죠. 애견 동반 숙소였고, 나름 청소도 다 했는데 부정적인 평을 받으니 속상했어요. 워낙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했고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앞으로도 여행을 할 거라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캠핑카를 직접 만들어 몰고 다니자는 결론을 냈죠. 이후 운전면허 1종을 취득하고, 다마스(용달차)도 사고, 차 내부를 원하는 구조로 바꾸기 위해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배워서 캠핑카로 개조했어요.


캠핑카 개조 전 후 ⓒ 송로시 



어떻게 보면 강아지와 여행을 가지 않겠다거나, 비싼 돈을 주고 숙소를 빌리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더 편하고 행복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고 싶었어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잖아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서 해결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런 도전적인 경험들을 활용해 ‘타고난 성향이 스타트업 환경에 잘 맞는다’를 강조하며 자소서와 포트폴리오에 녹여냈습니다. 급변하는 스타트업의 환경과 제가 얼마나 잘 맞는지, 처음 경험하는 도메인이 왜 저에게 허들이 되지 않는지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Q. 현재 회사의 일하는 문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요? 

로시 :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빅크에 합류한지 3개월 차인데 여기서는 제가 어떤 의견을 내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서 압박감이 심할 때도 있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합을 맞춰주니까 뭐든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요. 무엇보다 심리적 안전감이 받쳐줘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물론이고 업무에만 몰두할 수 있어 좋아요.


Q. 스타트업에 기대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고, 그 기대는 얼마나 일치했나요?

로시 : 처음엔 팀원 모두가 스타트업이 해결하려는 문제와 솔루션에 공감하며 똘똘 뭉쳐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같이 으쌰으쌰하며 키워내는 비즈니스의 과정은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기대도 했어요. 아무래도 처음 봤던 스타트업이 대학생들끼리 원팀이 돼 뭉쳐 있는 오빠네 회사였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있었겠죠. 그런데 막상 스타트업에 취업하고 보니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가는 건 아니더라고요.(웃음) 일하는 동기와 목표는 각자 다를 테니까요.


Q. 스타트업에서 일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로시 : 구력이 높은 팀원분 옆에서도 의견을 가감 없이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연차에 꿈꾸기 어려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성과를 내기도 하고요.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매일매일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어요. 


ⓒ 박종현



Q.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좋은 문화라고 말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로시 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로시 : 모든 사람에게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체계가 있는 곳에서 성장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은 되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성장도 자기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신입 때는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감이 없어서 같은 직무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면서 배웠습니다. 사실 사수도 있고 체계도 있는 기업에 들어 간다면 보고 들으며 배울 기회가 있겠지만, 제가 PM으로서 주도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하니 보고 배울 레퍼런스가 없었거든요.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기업의 현직자와 소통하며 ‘UX는 저런 식으로 분석하는구나’ ‘서비스를 내가 이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구나’ 등을 깨닫게 됐고, 나중엔 개발자나 디자이너분들과 프로덕트를 만들고 운영도 하며 많이 배웠어요. 커뮤니티에서 만난 많은 분이 저에게 사수이자 동료인 셈이에요. 

이 외에는 원티드플러스나 유튜브, 브런치 등 앞서 나간 선배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을 익혔습니다. 들은 내용을 조금이라도 제 업무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새에 성장해 있더라고요.(웃음) 


Q. 로시 님에게 스타트업 DNA가 있나요?

로시 :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 아니었던 조직에도 있어보았기 때문에 더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겁은 많지만 꾸준히 도전하고 피벗하면서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거든요. 


Q. 이런 사람 스타트업에 오지 마라, 라고 한다면 어떤 유형이 있을까요?

로시 : 체계가 중요하신 분, 어떤 불편함을 맞닥뜨렸을 때 누군가 해결하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 불확실성을 싫어하시는 분은 스타트업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잘 성장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업무에서는 어떤 성과를 내고 싶으며, 앞으로 성장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로시 : 빅크가 시장에서 꼭 필요한 제품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자 목표입니다. 아직 1년이 안된 조직이라 풀어야 할 문제가 정말 많거든요. 빅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해볼 생각입니다.



▶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김한나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박종현ㅣ원티드 영상 제작 PD



발행일 2022.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