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세상의 모든 개발자> 시리즈의 3화입니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무언가가 두려움보다 중요하겠다는 판단이란다. 용감한 사람도 영원히 살 수는 없겠지만 신중한 사람은 삶을 전혀 누릴 수 없지. 이제부터 넌 여정을 떠나게 될 거야. 네가 생각하는 너의 모습과 네가 될 수 있는 너의 모습 사이에서 말이다. 중요한 건 그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너 자신을 허락하는 거란다. Alex 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속 대사 ⓒ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영화로운 개발의 시작
영화가 좋아 중학생 때부터 유학을 꿈꿨다는 엔지니어 Alex. 수년간 CGV VVIP를 유지하고, 세계 최대 학생 영화제인 ‘아이비 영화제’ 동아리에 소속돼 활동할 정도로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이었다. 영화인을 꿈꾸던 그가 개발자의 세상에 발을 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Q. 미국 유학을 꿈꾸게 된 계기가 영화 때문이라고요?
영화를 너무 너무 좋아해요.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봐서 CGV VVIP를 몇 년간 했을 정도였어요. 영화제 관련 활동도 꾸준히 참여했고요. 특히 해외 영화를 좋아했는데, 관심 있던 영화인들이 대부분 미국의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나 뉴욕대학교 출신이더라고요. 그래서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14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심사단으로 참여했을 때 ⓒ Alex
Q. 그래서 첫 번째 인턴도 워너미디어에서 시작하신 걸까요?
맞아요. 가장 큰 이유는 영화/미디어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죠. 물론, 첫 인턴을 지원할 때라 경험이 많이 없어서 붙여주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자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가고 싶었던 워너미디어만 합격했어요.(웃음)
전공을 찾기 위해 들은 다양한 수업들 ⓒ Alex
Q. 영화를 좋아하는데 컴퓨터 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막상 영화 수업을 들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거랑 다르더라고요. 저는 영화 기획/제작처럼 영화에 직접 참여해 보고 싶었는데 학교 수업은 영화의 역사부터 시작하는, 말 그대로 ‘영화학’이었죠. 내용도 심오해서 영어도 쉽지 않았어요. 이 수업을 통해 내가 진짜 영화를 공부하고 싶은 게 맞는지, 아니면 단순히 영화를 즐기고만 싶은 건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평소 관심 있던 미술사부터 프랑스어, 교육학, 시각예술, 언어학 등 다양한 수업을 듣고 좋아하는 걸 찾아내려 했어요.*
한 번은 친구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개론을 듣는데 되게 재밌다는 거예요. 컴퓨터로 뭔가를 만든다는 게 궁금해져서 들었는데 생각보다 저와 잘 맞더라고요. 특히 누구에게나 공유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지구 반대편에 계신 부모님께서도 인터넷만 있으면 보실 수 있으니까요.
제가 영화를 좋아했던 이유도 영화 하나로 언어가 다른 전 세계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었거든요. 개발자 역시 본인이 만든 결과물을 모두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컴퓨터 공학과를 선택하게 됐고 방학 때마다 오라클, 알고케어 등 다양한 기업에 다니며 기회가 닿는 대로 개발 경험을 쌓아왔어요.
*브라운 대학교를 포함해 많은 미국 대학은 전공을 2학년 말에 정하며 오픈 커리큘럼인 학교는 본인이 원하는 수업 수강이 가능합니다.

방학 때 인턴십을 쌓았던 한국 스타트업 알고케어에서 ⓒ Alex
중요한 건 속도보다 정도(正道)
삶에서 마주할 수많은 문제, 쉬운 답만 찾아가려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속도보다 중요한 건 어려움에 지지 않을 용기다.
Q. Alex 님의 장기적인 커리어 플랜이 있다면요?
구체적으로 아직 생각은 안 해봤지만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재작년부터 느끼는 건데 아직 배울게 정말 많더라고요. 개발은 분야가 넓고 다양하다 보니 수업을 들어도 완벽히 이해했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다른 분과 대화할 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만 알게 된 느낌이죠.(웃음)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깊게 공부해 봐도 좋을 거 같아요.
Q. 어떤 방법으로 개발 공부를 하시나요?
개발은 참고할 자료가 많아요. 유튜브에 검색해 영상을 찾아볼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저는 원래 웹사이트를 리액트로 밖에 안 해봤었는데 이번 업무를 하면서 앵귤러를 처음으로 배우게 됐어요. 그럼 유튜브에 앵귤러 튜토리얼은 어떤 식으로 올라와 있는지 한번 찾아봐요. 그걸 보면서 예제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요.
신기한 게 저는 영어로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한국어로 검색해 보거든요. 그럼 찾던 내용이 담긴 블로그가 항상 한두 개씩 있어요. 한국에 엄청난 개발자분이 많다고 느껴요.

서류 합격한 기업의 화상 면접을 준비하며 ⓒ Alex Q. 마지막으로 개발자를 준비하는 원티드 독자분들께 따뜻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코딩 테스트 준비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인턴 지원하면서 처음 코딩 테스트를 접했을 때는 전공선택을 후회할 정도로 힘들었죠. 쉬운 문제 한 개를 겨우 풀었는데 어려운 문제 수백 개가 남아있다는 생각에 막막했고, 남들은 5분 만에 푸는 문제를 30분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니 개발하는 머리는 따로 있는 건가 싶어 고민도 들었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개발마저도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사람들은 개발을 열심히 하라고는 하는데 개발이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라는 건 얘기를 안 하더라고요. 저는 정말 어려웠거든요. 그래도 계속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길을 찾게 됐고 결국 정답을 아는 것보다 정답에 가는 과정을 아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300군데의 회사에 지원했어요. 취업을 준비하는 시점에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기도 했고 취업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여러 곳에 지원했죠. 최종 면접 보고 떨어지면 울고, 다른 면접 가서 또 떨어지면 울고. 그런데 이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여러분들의 길이 절대 쉽지 않아도 너무 걱정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세상의 모든 개발자>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김한나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발행일 2022.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