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NFT? 신기술을 만드는 메타 엔지니어

인스타그램에 NFT? 신기술을 만드는 메타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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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세상의 모든 개발자> 시리즈의 4화입니다. 



지금이 가장 시작하기 좋을 때 


연봉은 물론 워라밸까지 좋았던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개발자 도전을 시작한 조용민 엔지니어. 그저 만족스러운 일은 자꾸 생각나는 일을 이길 수 없다. 미뤄둔 꿈은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니까.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 ⓒ 셔터스톡 



Q. 개발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무래도 시애틀*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아마존의 엄청난 성장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어요. 새내기 때와 달리 테크 열풍이 시작되는 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전공(화학공학)과 상관없는 코딩 수업을 더 들었던 것 같아요. 재미도 있었고요. 

한 번은 학교 수업에서 아마존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일이 있었는데, 그 프로젝트가 아마존에서 주문하면 미국 전역을 2시간 내로 배송해 준다는 ‘아마존 프라임 프로젝트’였어요. 지금은 이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8~9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죠. 담당 교수가 이런 의문을 아마존 팀원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소비자가 어떤 걸 구매할지 예측할 수 있고, 그 상품을 미리 준비해 두기에 배송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 삶에 머신러닝과 데이터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시애틀은 구글, 애플,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이 새로 몰려드는 '제2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립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학공학과를 선택하셨어요. 

멘토 같은 선생님께 프로그래밍 수업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화학공학과를 지원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처음에나 그렇지 나중엔 다들 어려워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때는 잘 모르기도 했고 개발에 큰 뜻이 있던 건 아니라서 ‘그렇구나’라는 생각으로 원래 지원하려 했던 화학공학과를 지원했어요.* 졸업 후 연봉은 물론이고 워라밸도 만족스러운 제약회사에 근무하게 됐지만 개발 쪽으로 자꾸 미련이 생기더라고요. 

*워싱턴 대학교는 대부분 전공 없이 입학하여 선택한 전공의 선수과목을 듣고, 3학년 때 해당 전공에 지원합니다. 


ⓒ 조용민 



Q. 3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개발자 도전을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거 같아요. 

고민이 많이 됐죠. 그나마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던 건 기존 업계는 박사학위가 없으면 한계가 있는 직업이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명확했다는 거예요. 당시 저에게는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느냐’ 아니면 ‘컴퓨터공학 석사를 도전하느냐’ 이렇게 두 개의 선택지만 있었거든요. 무엇을 선택하든 공부는 해야 했고요.(웃음) 

그런데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이 분야를 깊게 공부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개발도 너무 하고 싶었고요. 물론 제약회사 팀원들과 멘토였던 매니저 형 모두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라 아쉬웠지만, 지금이 아니면 개발할 기회를 점점 더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학부시절에 컴퓨터 공학 관련 수업을 많이 들어 놨기에 비전공임에도 석사 입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Q. 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아마존 인턴에 합격하셨어요. 

석사 입학을 9월에 했는데 10~11월에 면접을 봤으니 대학원에 입학한 지 세 달도 채 안 돼서 면접을 본 거죠. 인터뷰 준비는 열심히 했지만 배운 게 거의 없을 때라 지식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런데 운 좋게 열심히 공부한 문제가 출제돼 합격할 수 있었죠. 공부를 많이 못 했는데 합격하니까 자신감도 넘쳤었는데, 입사하고 일을 해보니 장난 아니더라고요. 엄청 고생했어요. 


UiPath 인턴 동기들과 함께 ⓒ 조용민 


Q. 이후 스타트업 UiPath에서도 인턴을 하셨어요. 인턴을 2번 경험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인턴이어도 월급은 잘 나오거든요.(웃음) 살고 있는 도시가 회사랑 다르면 회사에서 거주비용도 다 내주고요. 이렇게 돈도 많이 벌면서 배우는 기회가 인턴 아니면 언제 있겠어요. 석사 졸업까지 2년 남았으니 최소한 한 번은 더 인턴을 해보고 싶었죠. 아마존에서 빅테크* 경험을 해봤으니 이번엔 스타트업을 원했고요. 

UiPath가 지금은 글로벌 1위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기업으로 성장할 만큼 큰 기업이 됐지만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였어요. 당시 회사의 첫 번째 인턴으로 들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죠. 만일 학부생 때부터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인턴의 장점을 미리 알았다면 기회가 되는대로 인턴을 했을 것 같아요. 다양한 회사를 경험한다는 건 인턴이 아니면 쉽지 않으니까요. 다시 돌아간다면 3~4번은 더 해보고 싶어요.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IT 기업



Q. UiPath 인턴십 중 페이스북 합격을 하셨다고요. 

UiPath 인턴에 합격하고 입사하기 전 페이스북 면접이 잡혔어요.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에 최종 합격을 했고요. 그래서 아무 걱정 없이 인턴십을 마칠 수 있었죠. 사실 인턴십을 마치고 UiPath에서 정규직 제안을 받았는데, 연봉이 페이스북보다 더 높았어요. 만약 UiPath에 다녔다면 상장했을 때 엄청난 스톡옵션도 받았겠네요.(일동 웃음) 


Q. 페이스북이 엄청난 회사이긴 하지만, 스톡옵션과 연봉을 생각하면 살짝 후회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아뇨,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당시 개발자 꿈의 직장이라고 하면 페이스북과 구글이었는데요. 커리어를 늦게, 다시 시작한 만큼 워라밸은 조금 좋지 않더라도 커리어 성장이 빠른 페이스북을 가고 싶었어요. 지금까지도 너무 만족하면서 다니는 중이라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 


ⓒ 셔터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그리고 메타 


한 달에 30억 명이 사용하는 글로벌 소셜 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 이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진 SNS가 있을까. 메타버스 세상으로 도약을 시작하는 메타의 엔지니어에게 물었다. ‘우리도 메타, 갈 수 있을까요?’


Q. 최근에 팀 이동을 하셨다고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Video Integrity 팀에서 2년 정도 있었어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유해한 비디오를 유저들이 볼 수 없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했고요. 이 과정에서 ML 개발부터 랭킹까지, End-to-End 랭킹 Flow를 배울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유튜브 앱을 클릭하면 첫 화면이 켜질 때까지 1~2초 정도 로딩 시간이 있잖아요. 그게 랭킹 돌아가는 거거든요. 유저가 어떤 비디오를 선호할지, 1번부터 차례로 점수를 매겨 선호 순으로 피드에 뜨게 만드는 거죠. 이러한 랭킹 플로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일을 했어요.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지만 2년 정도 일하다 보니 매너리즘도 생기고 다른 업무도 궁금해지더라고요. 마침 기회도 생겨 Web 3 Service 팀으로 이동했습니다. 

Web 3 Service 팀은 Web2(웹 2.0)로 대표되는 기업 메타가 Web3(웹 3.0, 보통 블록체인을 말하며 NFT, 가상화폐가 그 예)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중간에 API를 만들어 제공하는 팀이에요. Web2 기업이 Web3를 하려면 브릿지가 필요하잖아요? 저희는 클라이언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메타의 다양한 팀에게 브릿지(API)를 만들어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보안상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없지만, 최근 인스타그램에 도입된 NFT 기능도 저희 팀의 API를 활용해 만든 거예요. 메타 최초 Web3 구현에 기여해 굉장히 뿌듯합니다.


ⓒ 조용민 



Q. 메타에 합격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궁금해요. 

모든 테크 회사가 그렇지만 서류 합격이 가장 어려운 거 같아요. 서류만 붙으면 학력에 상관없이 코딩 인터뷰 하나로 당락이 결정되니까요. 저의 경우 석사학위랑 아마존에서의 인턴 경력이 서류 합격에 도움이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Cracking the Coding Interview』(코딩 인터뷰 완전 분석)라는 개발 면접 준비의 바이블 같은 책이 있어요. 이 책과 함께 'LeetCode'라는 코딩 테스트 예제를 모아둔 사이트를 참고해 공부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많은 문제를 풀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 하나를 풀더라도 완벽하게 숙지하고 넘어가려 했어요. 코딩 테스트를 보면 새로운 문제를 만날 확률이 높잖아요. 그런데 알고리즘 종류 자체는 다양하지 않거든요. 한 문제를 풀더라고 제대로 풀어두면 나중에 새로운 문제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풀 수 있어요.

그리고 최대한 많은 회사를 지원해 코딩 테스트 실력을 체크하며 경험을 늘리려고 했어요. 면접이 끝나면 반드시 피드백을 했고요. 다행히 이런 준비를 어느 정도 해뒀을 때 페이스북 면접 기회가 찾아와서 자신이 있었어요. 그 당시 면접 본 회사들은 거의 붙기도 했고요. 정말 시기적절할 때 기회가 찾아온 거죠.


Q. 메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개발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개발하며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에요. Low-level인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부터 High-level인 인스타그램/페이스북 프론트엔드까지 경험할 수 있어요. 대부분 인하우스로 처리하기 때문에 개발하다 궁금한 기술이 있다면 구글링이 아닌, 사내 특정 분야 전문가에게 답변을 얻을 수도 있고요.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개발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줘요. 다른 회사 가면 적응하기 힘들까 봐 걱정이 될 정도로 많은 서포트를 받고 있어요. 개발자는 다른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본인의 일에만 집중하면 돼요. 


메타 동료들과 함께 ⓒ 조용민  



Q. 용민 님의 커리어 계획도 궁금해요. 

보통 IC(Individual contributor,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랑 매니저 트랙으로 나뉘는데요. 아직은 개발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최소 5년은 IC를 할 것 같아요. 개발자로서 지식을 다 흡수한 다음에는 매니저 트랙도 타보고 싶고요. 언젠가 스타트업에서 다시 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여담이지만 메타는 퇴사 후 6개월 안에 면접 없이 재입사가 가능하답니다.


ⓒ 셔터스톡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21세기 연금술사


철을 금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중세 시대 연금술사. 조용민 엔지니어는 흩어진 데이터를 가치있게 바꾸는 과정이 마치 연금술 같다고 말한다. 노트북 하나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개발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Q. 개발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개발자의 가장 큰 매력은 노트북 하나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거예요.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일할 때 실험을 하려면 다양한 재료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개발자는 아무것도 세팅되지 않은 환경에서 노트북 하나로 무언가 창조할 수 있잖아요. 물론 서버가 많이 필요할 수 있는데 요즘은 클라우드가 있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연금술사’라는 단어를 좋아하거든요.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도 어렸을 때 즐겨 봤고요. 연금술이란 게 철을 금으로 만드는 거잖아요. 물론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어쨌든 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죠. 머신러닝, 데이터 역시 가만히 두면 쓸모없는 개별의 데이터겠지만, 이를 가공하면 가치 있는 데이터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연금술 같다고 생각해요. 


ⓒ 조용민  



Q. 유능한 개발자들이 많잖아요.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고민하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지금 개발 시장은 뛰어난 개발자들과 내가 경쟁이 될까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기업은 좋은 개발자를 찾지 못해 구인난이 심하니까요. 즉,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다면 경쟁은 개발자가 아닌 회사끼리 할 일이라는 거죠. 그러니 ‘내가 경쟁이 될까’라는 고민을 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좋겠어요. 인터넷에 오픈된 리소스가 넘쳐나기에 본인의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Q. 용민 님처럼 개발자 전향을 생각하는 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일단 시도해 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요즘은 온라인에 오픈된 리소스가 많으니 참고해 보시고 본인과 맞는지 파악을 해보세요. 만일 결심을 했다면 최대한 빠르게 개발을 시작하세요. 개발은 실무 경력의 유무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에요. 개발자는 이직이 잦은 만큼 첫 회사가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과거보다는 현재의 실력이 더 중요합니다. 

회사를 고민하신다면 외국계 기업도 추천드려요. 한국 지사에서 미국 본사로 오는 분을 종종 봤거든요. 개인적으로 개발자라면 미국 문을 한 번이라도 두드려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조용민  



Q. 용민 님께 일이란 어떤 건가요? 

저에게 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통로인 것 같아요. 물론 일도 좋지만, 저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더라고요. 제가 모르는 천만 명이 저를 좋아해 주는 것보다, 가까운 소수의 사람이 저를 좋아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나중에 가정을 꾸린다면 배우자와 자녀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고요. 다들 사는 게 바쁘고 힘든데 저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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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김한나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발행일 2022.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