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폭망하지 않았다

우린 폭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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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나의 일을 찾아가는 여정> 시리즈의 3화입니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OTT 브랜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 와중에 최근 화제를 이끄는 드라마와 함께 Apple TV가 한국 시장에 런칭하며 내세운 작품이 있다. 바로 WeCrashed, 한글로 직역하면 ‘우린 폭망했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자주 보던 폰트의 로고와 주연 배우가 연기한 익숙한 캐릭터. 내가 바로 직전에 재직했던 회사인 위워크(WeWork)를 주제로 한 드라마임을 포스터만 보고 단번에 눈치챘다. 누구나 알 법한 작품에 출연했던 할리우드 배우 자레드 레토가 창업자 아담 뉴먼을, 그리고 앤 해서웨이가 아담의 아내 레베카를 연기한 작품이라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얼마 전, 에피소드 8 최종화까지 방영되며 막을 내린 이 드라마는 보는 내내 공감과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드라마 장면에서 보이는 ‘영화같은 이벤트’와 창업자의 ‘비전' 그리고 회사의 ‘조직문화' 등 반가운 마음과 그리운 마음이 교차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익숙했던 아래와 같은 키워드들이 그렇다)

  • TGIM: Thanks God It’s Monday, 매주 월요일 저녁, 전 직원 디너 및 회의
  • Summer Camp: 매년 여름, 전 직원이 모이는 행사
  • Global Summit: 매년 겨울, 전 직원이 모이는 행사
  • Vegan Only: 레베카 뉴먼의 포부대로 회사의 비건 선포)
  • Welive와 Wegrow 같은 The We Company 서브 브랜드의 탄생: 공유 주거, 아이들을 위한 학교 설립 

2010년 뉴욕에서 시작한 위워크는 2016년 8월 강남역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정식 런칭했다. 나는 2018년 2월 한국지사 커뮤니티 팀에 Community Lead로 합류했는데 당시 지점은 강남역, 을지로, 삼성역, 역삼역 총 4개 지점이 있었다. 글로벌 최대 공유 오피스의 고객사로 일하게 되면서 공간과 커뮤니티, 그리고 위워크만의 특유한 브랜드 매력을 경험했다. 사무공간의 다양한 개인, 회사 단위의 고객을 만나며 함께 성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 여정을 이번 아티클에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 외 직접 경험한 국내의 크고 작은 ‘일하기 좋은 공간’들도 함께 다루고자 한다. 

위워크 서울스퀘어 @dripcopyrider


서울스퀘어 간판이 바뀌다 | 위워크 서울스퀘어 오픈


위워크 커뮤니티 팀의 입사 인터뷰 절차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바로 Building Visit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일정은 필수 인터뷰 프로세스이기도 했다. 운영하고 있는 지점, 현장에 방문해 커뮤니티 팀과 함께 일하고 실제 문제를 대면, 해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팀이 근무하는 커뮤니티 바(Community Bar)는 위워크 지점의 핵심적인 공간 중 하나다. 멤버(고객), 게스트 등을 환대하고 행정 처리 외 다양한 업무를 하는 곳이다. 1~2시간 정도 팀과 커뮤니티 바에서 근무하며 인터뷰이(Interviewee)지만, 짧게나마 동료가 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실제 고객사에서 근무했던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로 설명할 수 있듯 커뮤니티 팀의 노고를 실감하게 됐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데 같이 일해보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싶다. 그렇게 2018년 2월, 위워크 커뮤니티 팀에 정식적으로 합류하게 됐다. 

한 달간은 2호점인 을지로점에서 업무 쉐도잉(Shadowing)을 했다. 을지로점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지점으로 2,000명이 넘는 멤버가 입주한 지점이었다. 사용하는 업무 툴과 다양한 케이스 대응 숙지하는데 주력했으며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하기도 했다. 커뮤니티 팀의 특징은 지점 로테이션(지점 고정 채용이 아닌, 서울 내 지점을 옮겨가며 근무)이 있다는 것인데 처음으로 배정받은 역할은 바로 신규 지점을 오픈하는 것이었다. 2018년 5월 정식 오픈하는 위워크 코리아 5호점 서울스퀘어점(당시: 서울역점)의 커뮤니티 세일즈 리드 역할을 맡게 됐다. 팀 매니저와 함께 총 5인이 2개월 동안 오프닝 준비를 해야 했다. 서울역을 오가며 익히 봤던 서울스퀘어 건물에 위워크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나를 포함한 지인들이 놀라기도 했었는데 진짜 실감은 건물에 간판이 바뀔 때부터 시작됐다. 

이전 세일즈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했는데 공유 오피스 세일즈는 처음이라 최대한 운영하는 지점에서 업무를 익혀나가려고 노력했다. 커뮤니티 팀의 주 세일즈 범위는 당시 20명 미만의 오피스를 계약하는 역할이었다. 이보다 큰 사이즈의 회사를 입점시키기 위해서는 별도 세일즈팀 혹은 엔터프라이즈 팀이 영업을 진행했다. 당시 서울스퀘어점에는 한국 본사 오피스(HQ)가 들어섰고,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기업 외 국내 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규모의 스타트업들이 입주했다. 좋은 입지와 철저한 보안, 넓은 라운지와 다양한 구성의 회의실에 대한 피드백이 좋았다. 그렇게 6개월간의 오프닝 이후 여러 지점을 거치고, 나는 약 1년 뒤 선릉 3호점의 오프닝 지점 커뮤니티 매니저로 합류해 2번의 공유 오피스 오프닝을 경험했다.

위워크 선릉 3호 (출처: @dripcopyrider)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직무 | 커뮤니티 매니저


종종 주변에서 내가 커뮤니티 팀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대체 커뮤니티 팀은 뭐고, 커뮤니티 매니저는 무슨 일을 하는 거야?'라고 묻곤 한다. 마케팅을 하면 마케팅 매니저, 세일즈를 하면 세일즈 매니저, 재무를 하면 파이낸스 매니저 등의 타이틀을 쉽게 떠올리고 이해하기 쉬운데 반해 커뮤니티 매니저는 '커뮤니티'를 한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생소하고 낯설기 때문이 아닐까.

커뮤니티의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커뮤니티 매니저를 설명하기 전에 '커뮤니티'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고, 정의 내리는 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업무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는 한글로 '공동체'를 의미한다. 공동체의 사전적인 정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적 조직을 이루고 목표나 삶을 공유하면서 공존할 때 그 조직을 일컫는다. 단순한 결속보다는 질적으로 더 강하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조직이다. 위워크는 더 나은 업무 환경, 더 높은 일의 효율성, 더 넓은 네트워크 등을 찾아 '일을 더 사랑하고, 더 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작게는 '빌딩' 단위부터, 서울과 부산, 더 넓게는 약 40만 명에 이르는 글로벌 공동체까지 그야말로 우리(WE)는 일(WORK)을 위해 모인 공동체다. 이처럼 넓어진 공동체는 공동체 자체가 물리적, 인적 네트워킹을 제공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위워크 선릉 3호 뉴멤버 오리엔테이션 (출처: @dripcopyrider)


커뮤니티 매니저는 이 '공동체'를 만들고 키워나가며,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시키는 일을 한다. 그리고 멤버들이 위워크 플랫폼이라는 지렛대를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공유하고 각자의 일을 발전시켜나가는 장면을 마주할 때면 늘 신기하고도 놀랍다고 느낄 때가 많다. 물리적인 공간과 공간 안의 커뮤니티 그 자체를 만들어나가고 관리하며, 1인 기업부터 엔터프라이즈 회사까지 개별 멤버사들의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케어하고 유관부서와 협력을 해 나가는 어카운트 매니저적인 성격도 포함한다.

'사람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시작한 이 일을 하게 된 궁극적인 계기는 어쩌면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보고 하루를 마감하는 일을 해야만 했던 지난 경험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교류를 통해 '배움'을 얻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커뮤니티라는 팀 그리고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업'을 알게 되었다. 위워크의 커뮤니티팀과 멤버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일방적인 관계보다는 더 친근하고 가깝게 교류하는 관계다. 관계가 지속되면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에서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할은 더 나은 업무환경을 만들어주는 서포터(Supporter)이자 더 나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Partner)가 되어 성장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커넥터(Connector)다. 

<우린 폭망했다>의 주체가 개인의 욕심을 채운 벌로 회사를 떠난 창업자에게 던지는 단어면 이해하겠으나, 그 기업을 거쳐간, 그리고 지금도 함께 이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나와 같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한 동료들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누군가 물은다면 Wecrashed가 아닌, Wecreated라 답하고 싶다.


일이 잘 되는 공간을 찾아서 | 서울 추천 코워킹


코로나 이후 일하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굳이 회사를 출근하지 않아도 집에서, 혹은 집과 가까운 카페 혹은 공유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장면을 많이 목격할 수 있게 됐다. 초기에는 공유 오피스 브랜드들이 코로나19의 위기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달랐다. 기업들은 더 촘촘하게 분할해 그룹 단위, 팀 단위로 거점 오피스를 구축하거나 각지의 공유 오피스에 입주 문의를 했다. 추가로 기술 기반의 IT 스타트업들의 전폭적인 투자 유치 성공으로 테헤란로 공유 오피스는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위워크는 지점별 라운지를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All Access 멤버십을 런칭해 대응했고, 기업형 국내 공유 오피스 브랜드인 패스트 파이브도 파이브스팟을 런칭해 지점의 유연한 접근을 가능케 했다. 로켓펀치에서 운영하는 집무실은 이름처럼 ‘집'+’사무실'의 결합된 따스한 인테리어와 운영 OS를 토대로 서울 내 대표 주거지 인근에 빠르게 확장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집무실의 군더더기 없는 공간 기획과 운영 콘셉트는 국내 브랜드 중 가장 인상 깊은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브리위크 (출처: @dripcopyrider) 


1. 응암동 코워킹 스페이스, 에브리위크 
EVERY WEEK는 매주 만나는 동네의 일상적인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회사다. 응암동에 위치한 에브리 위크 1호점은 업무에 집중하고자 하는 은평구민들에게 더없이 좋은 위치에 있다. 거리, 정원 전망의 두 가지 좌석을 선택할 수 있으며 시간제, 1일권, 일주일, 한 달 권을 언제든 네이버예약을 통해 편하게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간 중앙에 있는 지정석은 월 단위의 고객에게 매력적일 것 같은 구성이다. 감도 있는 책들을 큐레이션하고, 군더더기 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웹사이트에서 발행되는 ‘동네'에 대한 기록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컨드라이브러리 (출처: @dripcopyrider)


2. 청담동 코워킹 카페, 세컨드라이브러리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가끔 피할 수 없는 순간을 직면하게 된다. 내 자리를 미리 맡아둘 수 없다는 것, 사장님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음료를 계속 시켜야 한다는 것 등. 나아가 인근 좌석의 고객이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 및 이용할 때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청담동에 위치한 코워킹 카페 세컨드라이브러리는 미리 좌석을 시간제로 예약할 수 있으며 때로는 커피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적한 동네에 위치해 주변 풍경으로 눈이 편안하고, 무엇보다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라 더없이 집중도 잘 되는 곳이다. 

썬트리하우스, 하우스오브그린 (출처: @dripcopyrider)


3. 해방촌 썬트리하우스 & 성수동 하우스오브그린
금종각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해방촌의 썬트리하우스와 브로드컬리 편집부 사무실이자 8개의 업무 좌석이 있는 하우스오브그린은 신개념의 공유 오피스다. 책을 만드는 브로드컬리, 디자인을 하는 금종각의 감각을 토대로 구성된 레이아웃과 공간 구성들. 무엇보다 입주 멤버 소개, 그리고 이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진행되는 감각적인 프로그램까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어느 오피스도 부럽지 않은 커피와 다양한 사무기기까지 마련되어 협업과 느슨한 커뮤니티를 찾는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모습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입지, 공간, 가격, 구성원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며 내가 맞는 일터를 가꿔나가는 것만큼 중요해진 시대는 없다. 왜 일하는지에 대한 질문처럼 어디에서 일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즘, 커뮤니티 매니저가 바라보는 이 산업의 미래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나는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함께 일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되새기며.



▶ <나의 일을 찾아가는 여정>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박찬빈 (chanbinparc@gmail.com)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mangrove)를 개발 및 운영하는 MGRV의 신사업팀 커뮤니티 비즈니스 리드로 재직 중이다. 2016년 에어비앤비 한국지사 호스트 커뮤니티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여 위워크 한국지사 커뮤니티팀을 거쳐 2020년 8월 임팩트 디벨로퍼 MGRV에 커뮤니티팀 리드로 합류했다. 필자는 공유 숙박, 공유 오피스, 공유 주거 산업에서 ‘커뮤니티' 를 만드는 일을 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집’에 대한 기록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찬빈네집 Vol 1. 촌스러운 집의 낭만> 독립출판 저자로 활동 중이다. (인스타그램 @dripcopyrider)



발행일 2022.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