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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Resources에서 Human Respect로
뉴노멀 리더십 키워드 중 하나는 인적 자원(Human Resources)에서 인간 존중(Human Respect)으로의 관점 변화다. HR 리더는 조직 전체를 보면서도 디테일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이전에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세우는 것이 HR 리더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과제였다. 당연하게 직무 역량 체계, 리더십 파이프 라인, 교육 체계 등을 세워 나갔다.
하지만 시대도 비즈니스도 계속 변화한다. 특정 직무 정의로 직원의 가치를 설명할 수 없어졌고,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정해진 CDP(Career Development Plan)로 교육을 하는 것도 의미가 적어지고 있다. 멋지게 세웠던 성과 관리, 보상 체계가 몇 년도 안돼 현재 비즈니스와 맞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듣는 것도 흔한 일이 되었다. HR리더는 이제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해야한다. 변화하는 비즈니스와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미래의 전술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변화에 적응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정해진 제도 속에 사람을 넣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상황의 관계를 변화/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VUCA 시대로 의사결정의 권한이 일부 중앙 조직에서 현장성과 전문성을 가진 팀과 개인에게로 옮겨지고 있다. 과거의 공장 기반의 산업화 시대에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으로 효율을 높여야 하기에 사람을 자원으로 관리해야 했다. 따라서 소수에 의해 의사결정이 되고 실행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HR도 달라졌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며 집단 지성을 통한 의사결정이 효율적이고, 이를 위해 개개인의 능력을 높여 오너십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회사가 성장하고 나아가는 건강한 밑거름이 된다. 즉, Human Resources 의 시대에서 이제는 Human Respect 시대가 됐다.
처음 리더가 되었을 때에는 내가 가진 경험이나 성공했던 인사 제도를 회사에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움직였다. 실리콘밸리의 Best Practice를 열심히 리서치하고 체계화, 효율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들을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계획하고 고민하는 속도보다 시장과 조직의 니즈는 더 빠르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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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level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가 많다. 나 역시 처음 인사제도를 기획할 때 연차와 관계 없이 직무 역량에 따라 Level 차등을 두고, 이에 맞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조건 Level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레벨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연차와 관계없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업무 역량에 따라 직급을 부여할 수 있는 베이스를 갖추는 등의 여건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회사는 개발자 1명, 디자이너 1명과 같이 최소 인원이 모여 팀이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하는 상황이기에 섣부른 Level 차등은 오너십과 책임감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었다. 리더십 및 실무자들과 긴밀히 이야기하며 Level 제도는 도전과 실패를 장려하는 회사의 문화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평가하며 성장을 도모하는 문화라고 의견이 모아졌고 수시 피드백 문화를 도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성장 일기`라는 이름으로 매달 리더와 1on1을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도구로 잘 활용되고 있다. 수시 피드백을 통해 리더와의 생각 격차가 줄어들며 평가 결과에 대한 공감대도 구축할 수 있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없었다면 ‘왜 우리 조직에서는 안되는거지?’라는 고민만 연거푸 하고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Business Partner로서 HR은 천편일률적이던 HR 시스템을 개개인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 블럭처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100가지 규정보다는 스스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1개의 확실한 가이드가 훨씬 가치있게 받아들여 진다. IT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산업들은 정해진 답을 쫓는 것이 아닌 것처럼 HR 역시 회사와 구성원의 흐름, 과정과 관계들을 추적해 디테일한 소통과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구성원의 목소리에 HR 답이 있다
다양한 조직에서 조직문화 진단을 실행한다. 나 또한 우리 회사에 맞는 문항들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진단을 진행한다. 그리고 진단 이후 꼭 본부와 리더십을 모아 Debrief 미팅을 진행한다. 특정 문항의 점수가 우리의 상황을 모두 대변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팀의 업무 역할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는지에 대한 문항 점수가 매우 낮은 팀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설문 점수만을 보고 생각한다면 당장에라도 R&R을 나눠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고, 업무 역할을 나누지 못한 리더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Debrief 미팅을 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발견들을 하게 된다. 오류를 최소화 하기 위해 각자의 관점에서 한 번 더 실행하고 같이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 팀이기에 서로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지 않을 수 있다.
다수의 주니어가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하며 아이데이션 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역할을 나누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각 팀의 비즈니스와 현재 상황을 디테일하게 알고 소통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정들을 모르고 잘못된 결정을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