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시리즈의 1화입니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김영은 스페이스베이스 헤드 디자이너는 회화보다는 설치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시절 세트디자인이 설치의 현실적인 작업으로 여겨져 1999년 뮤직비디오와 콘서트를 기획하는 회사 미술팀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해 미술감독으로 많은 가수들의 무대 세트를 디자인, 제작, 스타일 작업을 맡았다. “당시 국내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일이 생소한 시기였어요. 인테리어라 함은 벽지를 바르고 막힌 수도를 뚫어주는 일이라 생각했던 시기였죠. 그래서 무대디자인을 하는 곳에 예쁜 바나 카페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 청담동과 가로수길의 작은 카페와 바를 인테리어하며 특수공간 외 일상공간에 대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어요”
김영은 디자이너는 2017년까지는 상업공간을 더 많이 진행했으나 그 후 다채롭게 변화되는 오피스의 공간에 매력을 느껴 현재는 많은 스타트업들의 업무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영은 스페이스베이스 헤드 디자이너 ⓒ 김영은
Q. 스타트업 오피스 디자인 현장에 계시면서 느낀 최근 공간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크게 두가지로 말할 수 있어요. 시각적 측면과 기능적 측면이요. 시각적 측면의 트렌드로는 ‘우리는 즐겁고 멋지게 일 해’ ‘우리는 수평적 기업이라 당신을 잠재력을 뽐낼 수 있는 회사야’를 보여 주고자 하죠. 이에 대한 표현으로 어메니티가 구성된 카페테리아를 전면에 세우고 위워크로 시작된 공유오피스들의 디자인을 따라가는 것이 시각적인 측면의 트렌드예요. 기능적인 면에서는 팀원간의 소통을 활발하게 하고자 노력하는 것이죠. 그래서 편안한 소통공간인 카페테리아를 만들고 모든 임직원이 함께한 워크스테이션에서 일하게 하려고 하죠. 임원실을 없애는 것이 젊은 대표의 상징이 된 것이 이제는 꽤 오래된 일인 것 같아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렇게 추구하는 디자인들이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는 것이에요. 기업의 아이덴티티는 사라지고 유형을 따르는 모습인 듯해 아쉬울 때가 있어요.
Q.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묶이지만, 업종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를 거 같은데, 공간에서 보이는 업의 특징이 있나요?
스타트업은 대부분 IT를 기반으로 한 미래기술 회사들이에요. 저희 회사는 자율주행, 앱 개발, 이커머스, 가상화폐, OTT 등 다양한 업종의 스타트업 공간을 진행하고 있는데 각 회사마다 무게를 두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요. 자율주행/게임 회사들은 눈의 피로를 줄이고자 조명 설계에 관심이 많고 앱 개발 회사들은 팀 미팅이 많아 많은 수의 미팅룸을 가지고자 해요. 해외 교류 업무가 많은 회사는 잦은 회상회의로 회의실의 흡음도를 중요시하고 이커머스 회사들은 외부인 미팅과 내부팀 미팅이 많아 오픈 미팅존에 대해 힘을 주죠.

웨이브 타운홀 ⓒ 김영은
Q. 그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신경 쓰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단연 카페테리아(혹은 타운홀) 공간이에요, 이전에는 싸인월을 만들어 회사의 간판으로 공간을 시작했지만 이제 회사의 시작은 카페테리아로 그 공간이 회사의 브랜딩을 담당해요. 이러한 사무공간 조성 방식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Q. 다양한 기업들과 작업을 하셨는데, 보통 스타트업과의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저희에게 문의를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전에 진행한 클라이언트의 소개로 연락을 주십니다. 스타트업들은 서로 교류가 활발하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작업한 브랜딩팀, 혹은 재무팀의 소개로 문의를 받게 돼요. 처음 문의를 받으면 서로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1차 미팅 전 ‘사전 체크 리스트’를 발송해요. 그에 따라 스타트업들에서는 RFP를 인테리어 회사에 공유해요.
부동산 계약 후 평면캐드 파일을 인테리어 회사에 공유해 주면 인테리어 착수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발주처의 니즈를 들어간 RFP와 발주처의 브랜딩 자료에 대해 공유를 받습니다. 회사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TF를 구성해 (충원을 고려한) 확보 좌석수, 회의실 수, 폰부스 필요유무, 카페테리아의 필수 스펙 등을 정리한 REP를 만들 것을 권유드립니다.

오늘의집 시안서 ⓒ 김영은
Q. 스타트업 공간을 작업할 때 장단점이 있나요?
요즘 스타트업들은 브랜딩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하는 재미가 큽니다. 단점은 많은 회사들이 급성장하며 갑작스레 사무실 크기를 키우는 경우가 많고, 또 공유오피스를 사용하다가 이전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간에 대한 니즈를 정확히 정립하지 못한 상태로 의뢰하기도 해요. 브랜딩팀이 있는 회사는 원하는 바에 대한 디렉션이 정확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회사 구성원들이 각자 필요한 개인의 니즈를 통합되지 않는 방향으로 요청해 디자인을 구축할 때 많은 길을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Q. 지금까지 작업하신 회사들은 어디어디가 있으신가요?
웨이브, 당근마켓, 오늘의집, 밀리의서재, 원티드 등 많은 스타트업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웨이브 켄틴 ⓒ 김영은
Q. 핫한 기업들, 모두 작업을 하셨군요(웃음). 작업을 하시면서 특히 어떤 부분을 신경쓰셨나요?
우선 각 기업의 브랜드를 탐구해요. 예를 들어 ‘오늘의집’을 하면서는 집에 대한 다큐를 많이 봤어요. 많은 이들이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것을 소망한다는 것을 보고 카페테리아를 마당처럼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오늘의집이 다루는 여러 인테리어 트랜드를 공간 전반에 소개했죠.
‘웨이브’의 설계 초안에는 ‘미래의 콘텐츠 기업’ 그리고 ‘물결’을 표현하고자 다양한 소재를 취합했어요. 미래라는 느낌은 차갑게 표현될 것 같았고 물결이라는 단어는 곡선으로 인한 즐거움이 느껴져 두가지의 다른 키워드를 한 공간에 조화롭게 적용시키고자 다양한 스틸과 블루를 많은 형식으로 결합했어요.
Q. 일을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과 고민에 빠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무엇보다 클라이언트와 우리 팀이 모두 만족하는 공간이 나왔을 때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가장 고민이 되는 순간은 너무 유행에만 치우쳤거나 몇 년이 지난 디자인을 요청, 공간의 전체 스토리와 어울리지 않는 요청을 클라이언트가 할 때예요. 모두의 취향을 존중하고자 하는 저의 철학에서 자승자박이자 자가당착의 시기라 그 때의 결정이 가장 어렵습니다.

웨이브 켄틴 ⓒ 김영은 Q. 공간 디자이너로서의 철학은 무엇인가요?오랜 기간 공간디자인을 하면서 일에 대한 수십가지의 철학이 생긴 거 같아요. 그 중 동료디자이너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인테리어는 순수미술이 아니라는 것이죠. 따라서 자신의 컬러로 공간을 만들지 말고, 클라이언트에 집중해 시각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라고 합니다. 디자이너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공간을 만들면 이후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은 자신의 필요로 공간을 수정하게 되고 그러면 공간의 최초 디자인 설정값이 사라지며 어정쩡한 공간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오랫동안 시각적 침해가 없는 오롯이 디자인한 공간으로 남으려면 그 공간을 지속적으로 관리 운영할 사람에게 집중해 공간을 설계해야 합니다. Q. 예쁜 공간과 편안한 공간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저는 ‘탐미주의자’라는 문신을 팔에 새기고 있을 만큼 제 눈에 미적인 것만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의 철학으로 제 손에게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라고 합니다. 제 자신만을 위한 공간 프로젝트를 한다면 고민 없이 (기능이 사라진다고 해도)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 거예요. ▶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정은혜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eunhye@wantedlab.com) 발행일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