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야후코리아에서 검색엔진 개발자로 일하고 구글 본사의 한국인 최초 개발자로 입사한 이준영 님. 19년 동안 구글에서 기술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개인의 성장 방식을 경험했고 매니저로서 인재를 육성해온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5월 야놀자의 엔지니어, 제품, 디자인 등의 테크 조직을 이끌어가는 엔지니어링 수장으로 합류한 것이다.
이준영 수석 부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보고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야놀자를 글로벌 테크놀로지 회사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준영 현) 야놀자 엔지니어링 수석 부대표
전) 구글 소프트 엔지니어링 디렉터 전) 야후 엔지니어링 매니저 전) 삼성 기술 연구소 연구원 저서_ 구글은 SKY를 모른다
19년을 승승장구해 온 구글러, 태평양을 건너오다
제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있어요. 준영 님은 왜 구글에서 야놀자로 발걸음을 하신 건가요?
(웃음) 제 와이프도 여러 번 물었던 질문이에요. 19년째 잘 다니던 구글을 두고 왜 야놀자로 가냐고요. 아시다시피 구글은 세계적인 IT회사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선진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매니저이자 디렉터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행운이에요. 그런데 경력이 쌓이면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경험을 한국 IT 후배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여러 강연에서 이를 소개했고 제 경험을 책으로 쓰기도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한국에 직접 가서 함께 일하고 부딪히면서 도움을 주고 싶어졌죠. 한국 IT 인재들을 국내 최고가 아닌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 자체가 제게 의미 있는 일이 될 테니까요.
한국 IT 후배들을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 거네요. 그 활동의 터전으로 야놀자를 선택하신 거고요?
맞습니다. 이왕 의미가 있는 일을 한다면 큰 임팩트를 내고 싶었어요. 대기업에서도 오퍼가 왔지만 실행 단계의 한계가 보였고, 작은 스타트업은 실행은 쉬울지 몰라도 임팩트가 크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러던 차에 야놀자와 인연이 닿았죠. 대표님과 창업자 분과의 대화에서 회사에 대한 철학과 비전에 크게 공감하게 됐어요. 제가 초기 구글에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거든요. 저는 IT기업은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먼저 리더의 철학과 비전이 뚜렷해야 하고 두 번째는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개발팀이 있어야 하죠. 그래야 그 비전을 실행할 수 있으니까요.
수진 님(야놀자 창업자)이 “저는 야놀자를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놀랐어요.보통 창업자들이 포지션을 오퍼할 때 자신의 회사를 얼마나 성장시킬지, 합류한다면 어떤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을지를 말하거든요. 단순한 회사의 성장보다는 이 회사가 뭘 추구하는지, 전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에게 수진님의 비전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 이준영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 자체가 다르시네요?
구글에서 19년을 일한 저에겐 익숙한 기준이에요. 구글에서는 단순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개념으로 일하지 않아요. 내가 세상을 바꾸고 세상에 큰 기여를 한다는 믿음으로 일하죠. 이론적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일해요. 내가 만든 제품으로 사람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고, 개선된 기능으로 사람들의 편리성을 도울 수 있는데 그 대상이 전 세계 인구가 되는 거예요. 어떤 거창한 활동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걸 실제로 경험하기에 자부심이 매우 크죠. 그런데 이러한 정신을 수진 님한테서 발견했던 거예요. 이 정도면 내가 태평양을 건너도 되겠다 싶었죠(웃음).
구글리 한 구글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구글 엔지니어들의 개발 환경이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완전 오픈된 사고와 서로 간에 벽이 없는 자유로운 의견 전달을 꼽을 수 있어요. 나의 제안이나 주장을 다른 사람들과 항상 공유하고 많은 피드백을 받아요. 사실 아주 부정적이고 터프한 피드백도 많아요. 그러나 모두 프로페셔널하기 때문에 일에 있어서 논리를 펴는 것이고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진 않아요. 그 과정에서 성장이 이루어지죠. 서로에게 배우는 거예요.
아시다시피 구글은 세계 최고들이 모인 집단이에요. 내 앞에 최고가 있구나 싶으면 ‘그보다 더 최고’가 옆에 있는 식이죠. 그래서 항상 스스로를 낮추고 배운다는 자세가 기본으로 깔려 있어요. 당연히 저도 그 영향을 받았고요.
그런 사람들이 모인 걸까요? 환경이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걸까요.
저는 둘 다라고 봐요. 구글은 문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채용을 할 때부터 구글의 문화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요. 단순히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함께 할 때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하죠. 구글에서는 ‘구글러는 구글리하게 일한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이때 구글러는 단순히 구글에서 일하는 직원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구글의 문화와 철학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것이죠. 구글 곳곳에 ‘구글리한 구글러’가 있으니 신규 직원들도 빠르게 구글리 해진답니다. 이것이 바로 구글이 가진 파워, 문화가 가진 힘이에요.
구글리한 구글러의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도, 어떻게 입사 후 바로 구글리해질 수 있을까 싶어요.
한 가지 경험을 이야기해 볼게요. 제가 구글 본사에서 근무한 지 3년 째였던 2006년 당시 구글에서 유일하게 한국말을 할 수 있었던 저에게 한국에 구글코리아를 만들라는 임무가 주어졌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에도 한국에는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많았거든요. 그때 가장 중요한 임무가 엔지니어 채용이었는데 첫 직원을 채용하고 보니 뼛속까지 한국인인 그를 어떻게 구글리한 구글러로 만들 수 있을까가 고민이 되더라고요. 경험상 아무리 글로벌 회사의 지사라고 해도 한국에 있는 회사는 한국 문화를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 이 친구를 한국이 아닌 구글 본사에서 적응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신규 입사자는 본사에서 2주간 교육을 받았는데, 저는 2주가 아닌 두 달을 본사에서 보내게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비용은 더 들겠지만 꼭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져서 첫 입사자가 바로 미국에서 두 달을 보내고 왔어요. 두 달 동안 업무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식사는 꼭 구글러들과 함께하라고 숙제를 줬어요. 식사를 하면서 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구글의 문화를 익히라는 주문이죠. 그렇게 10명 정도 미국으로 보냈어요.
이런 노력으로 구글리한 엔지니어들이 구글코리아를 이끌어가게 됐고 이후에 입사한 직원들은 굳이 본사에서 두 달을 보낼 필요가 없어졌어요. 앞서 구글 본사에서 두 달을 경험한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와서 구글리한 마인드를 탑재한 채로 일하고 있으니 이후 입사자들은 이들과 일하는 것만으로도 구글의 문화를 익히게 되는 것이니까요. 어느새 구글코리아는 한국 회사가 아니라 글로벌 구글의 한 부분이 되었고, 지금도 그러한 문화를 가진 조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저는 문화가 가진 힘을 알기 때문에 야놀자에서도 문화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바꾸어 나갈 계획이고요.
ⓒ 이준영
구글코리아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만든 것이지만, 야놀자는 기존의 문화가 이미 존재하고 있잖아요. 애초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것보다 있는 것을 바꾸는 게 더 어렵지 않을까요?
100% 동의합니다. 현재 저희가 고민하고 있는 큰 주제 중 하나예요. 어떤 변화가 있을 때 그 방향이 아무리 좋아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잖아요. 사람의 본성이 그래요. 때문에 프로세스나 시스템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자기도 모르게 몸에 스며들도록 서서히 바꾸어야 하죠.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고요.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이 부분을 저에게 완전히 맡겨 주셨어요. 혼자서는 힘들 수 있는데 미국에서 함께 온 동료도 힘이 될 거 같아요. 또한 야놀자를 이끌어온 리더들, 엔지니어들이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화의 변화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구성원의 맨파워가 뛰어나면 나머지는 다 따라와요. 비전이 확실한 회사에 뛰어난 사람들이 채워지면 무슨 비즈니스를 하든 아무 문제가 없어요. 무조건 갑니다(웃음).
저의 목표는 작게 보면 야놀자 엔지니어링 팀을 최고로 만드는 것, 크게는 야놀자의 엔지니어링 팀이 정말 성장해서 5년 뒤, 10년 뒤에 야놀자를 넘어 국내 IT업계 곳곳에 퍼지는 거예요. 그럼 한국 IT가 얼마나 성장하겠어요?
개발자의 성장에 대하여
빠르게 바뀌는 개발 환경에서 개발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역량을 키워야 할까요.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를 풀어야 해요. 내가 가진 역량에 비해 쉽고 단순한 일을 반복하게 되면 1년 뒤, 5년 뒤에도 그 자리에 머물 거예요. 그래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서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에요. 모르기 때문에 배워서 알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입니다. 조직에서는 이들의 성장을 위해 계속 문제를 던져주고 트레이닝을 시켜줘야 해요. 일상적인 교육이 아니라 실제 일을 하면서 훈련하는 거죠.
그리고마음껏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요. 흔히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를 하려면 빨리 하라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과연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인가예요. 저는 구글에서 수많은 실패를 했어요. 그리고 굉장히 큰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냈죠. 저의 성공은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야놀자의 개발자들도 마음껏 실패할 수 있도록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줄 거예요. 제가 비닐하우스의 비닐이 되는 것이죠(웃음). 그 안에서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개발자들은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개발 역시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협업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맞습니다. 혼자 독불장군 식으로 일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요. 일을 할 때에는 원팀 마인드 즉, 협업이 중요해요. 같이 일해야 도움받을 기회가 많고 가르칠 기회도 많아요.
저는 개발자의 일하는 방식을 종종 레고에 비유해요. 각자의 색깔과 크기, 모양이 다른 레고의 조각 하나가 큰 의미를 만들어 내기 어렵지만 필요한 조각을 찾아서 하나씩 맞추다 보면 자동차가 되기도 하고, 집이 되기도 하잖아요. 각 조각들이 서로 잘 맞춰질 수 있도록 전체를 매니징하는 리더 역할이 아주 중요하고 각 조각을 어떤 방식으로 맞출 것인지는 서로 간에 계속 논의를 해가야 합니다.
최근 개발자 채용이 그야말로 핫합니다. 그러다 보니 개발자들이 자칫 눈앞에 이익만 보고 회사를 선택하기도 하는데요.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커리어를 만들어갈 때에는 단순히 연봉이 아니라 ‘성장’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연봉을 1.5배 주는 회사가 아니라 내 역량을 1.5배 키워 줄 수 있는 회사인지를 확인해야 해요. 내 역량이 2~3년 후에 100에서 200으로 올랐다면 연봉은 두 배 이상으로 오를 거예요.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상 개발자들이 소위 말해 어깨에 뽕이 들어갈 수도 있는데 나의 성장을 연봉의 크기가 아니라 역량의 크기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길게 보고 성장을 만들어 간다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야놀자에서 그리는 인재의 모습
준영 님의 합류로 야놀자 개발자 채용의 기준이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일단 채용 과정에서 기존처럼 엔지니어, 기획자 등의 업무 전문성을 확인할 텐데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려고 해요. 바로 ‘무슨 생각으로 일할 것인가’예요. 예를 들어 자기 성장에 진심이고, 비전을 가지고 일하는 지를 확인하고 싶어요. 일을 하면서 최대한 많이 배우고, 어려운 일을 적극적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사람을 채용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야놀자 테크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만들어갈 계획이신가요?
현재 야놀자 엔지니어링 조직은 뛰어납니다. 이미 기존 리더와 구성원들이 이루어 놓은 것들이 많아요. 저는 이를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해서 새로운 엔지니어링 문화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각 구성원들이 체감할만한 성장하는 시스템과 트레이닝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저 혼자는 못해요. 오늘의 야놀자로 성장시킨 뛰어난 리더들과 구성원, 그리고 구글 글로벌을 포함한 다양한 글로벌 경험을 한 인재들이 팀업을 하고 있고 최고의 팀워크를 준비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많은 것이 변할 것이고, 야놀자만의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만들어질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실제 일할 때는 리더십 레벨과 소통을 많이 하실 텐데 이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이 바로 중간 레벨입니다.이들은 조직의 비전과 큰 그림을 개별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실행전략을 고민해야 해요. 그리고 또 하나 어떻게 하면 내가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즉, 매니저들은 팀원들의 커리어를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매니저, 시니어들이 야놀자에 많이 합류하셨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준영 님의 책 <구글은 SKY를 모른다>를 꽤 재밌게 읽었습니다. 책 속에서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멘토로서 역할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딱 하나만 말씀드리고 싶어요. 본인의 역량을 키우는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항상 부족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좋아할 필요도 없고, 뒤처진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어요. 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그것은 기회입니다. 그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세요. 뒤처지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도 기회입니다. 그 사람을 도와주면서 내가 배우는 것이 엄청나기 때문이죠. 일을 하면서 내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데에 모든 것을 걸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나머지는 모두 따라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으신 말이 있나요?
저는 한국의 인재들이 세계 최고의 사람이 되겠다는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젊은이들이 자기 성장을 고민하고 노력해가길 바랍니다. 야놀자는 그런 무대를 세팅해서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