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마케터 이력서 뜯어 보기

카카오 마케터 이력서 뜯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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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그 마케터, 어떻게 취뽀했대?> 시리즈의 1화입니다. 


풀리지 않는 취업난 속, 채용 시장에 풍문처럼 떠도는 ‘고스펙의 정석’을 이력서에 하나씩 메꿔가는 일. 조급하지 않으려는 조급함에 포트폴리오는 점차 무거워지고, 그 무게에 짓눌려 나라는 존재가 작아지는 경험. 한 번이라도 취업에 진심이었던 사람이라면 겪어봤을 이 모든 일. 그런데, 내가 원하는 회사가 네이밍 있는 회사가 전부일까? 지금의 이력서가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 이다영 


유난히 지난했던, 

그만큼 찬란했던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고, 봄이 와야 꽃이 피듯 어떤 것은 지난한 시간을 뚫고 나와야 제 모습이 보인다. 인생이라는 짧고도 긴 터널도 이와 비슷해서, 때로는 깊숙이 좌절하기도 또 때로는 털고 일어나 힘껏 뜀박질하기도 한다.


다영 님께서는 2020년 7월 카카오 인턴으로 입사하셨는데요,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는 기업인 만큼 합격까지 비단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첫 입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취업 준비를 하셨나요?

저는 연인을 사귈 때 굉장히 신중한 편이에요. 어느 정도 가까워져도 끊임없이 관찰하고 이 사람과 장기적으로 만날 수 있을지 살펴봐요.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취업 시즌이라고 해서 공고가 올라오는 대기업마다 막무가내로 이력서를 내지는 않았어요. 3~6개월 정도는 나와 핏한 회사와 직무의 공고만 준비하고자 했어요. 내가 가진 리소스를 적절히 조절하며 나에게 맞는 자리를 기다리면서요. 커리어 여정에서 첫 회사는 중요하니까요.


인턴, 학회, 공모전 등 다양한 활동을 하셨는데요, 그 중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에세이를 쓰고 독립 출판을 한 경험이에요. 그때 A to Z 프로세스를 홀로 맡으면서 나에 대한 정의를 뾰족하게 내렸고, 취업 시장에서 나의 어떤 코드로 승부를 낼 수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앞서 말씀주신 활동들이 이제는 슬프게도 너무 흔한 스펙이 되었잖아요. 실제로 면접에서 에세이에 대한 질문이 주로 나오더라고요. 획일화된 스펙이 아니더라도, A to Z 프로세스를 경험해본 것 혹은 남들과 다른 하나의 포인트가 있다면 강점이 될 거예요.


치열한 경쟁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건 대단한 무언가가 아닌, 남들과 다른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원한 기업의 조직문화와 핏한 스타일도 경쟁력이 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다영 님께서 가지고 계신 한 끗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나를 잘 아는 것’이에요. 저는 자소서를 에세이 형식으로 작성했어요.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 왔고 카카오에 왜 핏한 사람인지 설명하는 데 주력했어요. 애써 회사 가이드 라인에 맞추려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뿐 아니라, 나 역시 회사를 간보는 과정을 보냈죠. 내 인생에서 카카오가 가진 의미와 카카오 조직 안에서 내가 무엇을 시도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 살펴 봤어요. 이처럼 채용 과정에서 일관성 있게 주어를 ‘나’로 잡고 임했던 태도가 강점으로 작용했어요. 인턴 때는 대단한 사람이 무척 많아 제 자신이 작아 보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했어요. 조용히 잘 들어주고,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회의록을 쓰고, 의견을 조율하는 등의 작은 요소들이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믿었어요. 아마 그런 태도가 색다르게 받아들여졌을 것 같기도 하네요. 모두 목소리를 내고 튀려하는 집단에서 오히려 조용히 먼발치에서 제 역할에 충실했으니까요.

ⓒ 이다영


저도 주니어 시절 인턴과 무기한 계약직 고용 형태를 거치며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영 님은 인턴을 거쳐 정규직 전환이 확정되는 시간 동안 어떻게 마인드셋을 하며 다음 스텝을 준비하셨나요?

‘만약 나를 탈락 시킨다면 10년 뒤에는 이 회사가 땅치고 후회하고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인턴으로 지내면 자연스레 회사가 갑이고 내가 을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회사가 나를 데려 오는 과정이라고 마인드 컨트롤했어요. 그래서 불합격하더라도 “어? 그래 너네 후회해라” 외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선택은 회사 몫으로 넘기고 ‘뭐 어때’ 하는 마인드를 지켰어요. 실제로는 쉽지 않았지만요.(일동 웃음)

ⓒ 이다영


주니어 선배에게,

저 취업할 수 있나요?


골인점에 비해 내 자신이 턱없이 작아 보이는 순간이 있다. 사실 그 골인점을 끌어안고도 남는 넓은 폭을 가진 사람인데도. 그래도 여전히 불안하다면 랜선 선배에게 물어 보면 어떨까. “선배, 저도 선배처럼 카카오에 취업할 수 있나요?”


총 5곳의 회사를 경험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영 님께서 운영하고 계시는 브런치에 <신입 커리어를 망치는 회사들>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하셨죠. 다영 님만의 합격하는 이력서 그리고 포트폴리오 팁이 있다면요?

좋은 디자인은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잘 빼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도 같은 것 같아요. 구구절절하지 않아야 해요.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돋보이고 싶고, 부족해 보이기 싫은 마음에 양으로 승부하고 싶을 때가 생겨요. 소규모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에 2-3장 분량으로 넣기도 하면서요. 그러나 스콥이 작은 프로젝트라도 어떤 역할을 맡아 배움을 얻었는지 잘 어필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면접관이 문서를 덮고 저를 한 문장, 한 키워드로 기억할 수 있도록 최대한 거르고 걸렀어요. 퍼스널 브랜딩을 먼저 하고 그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것들을 위주로 넣어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을 추천해요. 예를 들어, 저는 공모전에서 장관상 받은 이력을 포트폴리오에 끼워 넣으려고 해도 제가 잡은 콘셉트에 안 끼워지는 거예요. 그래서 과감하게 버렸어요. 


그렇다면, 다영 님의 포트폴리오 스토리텔링 키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카카오 인턴은 서비스 기획 직군으로 지원했는데요, 저는 삶의 면면에 관심이 많아요. 달큰한 브랜드를 사회에 쌓아 올리고 싶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이 메시지를 회사에 어필하는 데 적합한 키워드가 ‘연결’이었어요. 카카오의 아이덴티티 역시 연결이기 때문이죠. 저는 기획을 거꾸로 해 ‘연결을 잘하는, 사회에 한 획을 긋는 기획자’라는 큰 주제를 잡고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등 다양한 연결의 형태를 제시했어요. 

ⓒ 이다영


다양한 면접 노하우를 찾아 볼 수 있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백프로 활용하지 못하고는 합니다. 노하우 대신 면접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과 이에 상응하는 베스트 답변이 있다면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음, 저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나요?’를 꼽고 싶네요.(웃음)

에디터님 말씀대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나요?’는 국룰이에요. 앞서 언급한 포트폴리오 팁과 비슷해요. 마지막이라는 말에 구구절절하고 싶어지거든요. 말 실수한 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이 생각나요. “제가 아까 대답을 잘 못했는데…” “제가 이건 정말 잘 하는데…”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잦은데 실패의 법칙 같아요. 마지막까지 지지부진한 친구라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기 어필보다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것을 추천해요. 면접관도 회사 구성원이기에 해당 질문이 날카롭게 꽂힐 수 있어요. 자신의 조직문화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도 되고요. 예를 들어, 지원한 회사의 조직문화 슬로건이 “서로 신뢰하는 조직”이라면 실제로 원활하게 워킹하고 있는지, 어떤 조직문화로 발현되고 있는지 물어 보는 거예요. 이런 태도에서 나 역시 회사를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요.


퍼포먼스 마케터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저수, 매출액 등의 문제(목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면 브랜드 마케터는 어떤 업무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아직 실무 경험이 없지만, 브랜드 마케팅을 고려하는 분에게 도움이 될 듯합니다.

브랜드 또는 서비스 출시를 위해 네이밍, 상표권 등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 비즈니스 시장에 잘 안착되기까지 론칭 및 매체 전략, 비주얼 아이덴티티, 카피라이팅, 콘텐츠 에디팅을 진행합니다. 나아가 데이터를 살펴보고 퍼포먼스 지표를 간단하게 분석하거나 리브랜딩을 하기도 해요. 다시 말해 브랜드 마케터는 올 라운더에 가까워요.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필요로 하는 전 과정에 브랜드 마케터가 붙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케터에게 필수인 레퍼런스 관리와 활용. 다영 님께서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저는 집순이 스타일이라 온라인으로 찾아 보는 편이에요. 커뮤니티나 SNS 매체로 정보를 줍고 있어요. 정보가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레퍼런스 창고로써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계정에 업로드하는 중이에요. 무엇보다 일상에서 “오!”하는 포인트를 발견했을 때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며 의미를 곱씹고는 해요. 이 과정에서 ‘어떻게 다른 프로젝트에 워킹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여기에 눈길이 갔을까’ 생각해 보는 것 같아요. 

ⓒ 이다영


사실 이 인터뷰를 관심 있게 읽는 주니어라면 가장 궁금한 건 바로 이것일 거예요. ‘나도 <네카라쿠배당토> 같은 회사에 입사할 수 있을까요…?’ 다영 님께서 이에 대한 답변을 간략히 주신다면요? 

저는 지방 대학교 출신이고 학점이 좋은 것도 아니었어요. 게다가 어학 성적도 공란으로 냈어요.(웃음) 흔히들 말하는 ‘대기업 필수 스펙’이 아무것도 없었죠. 그러나 저는 나만의 색깔과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이를 토대로 망설이지 않고 희망하는 회사와 직무에 도전했기 때문에 카카오에 입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카카오가 완전히 첫 회사는 아니에요. 카카오는 공채 신입으로 입사했지만, 이전에 다른 회사들(미술관, 디지털 광고 대행사, 청년 기업, 스타트업 등)에서 레벨 업을 조금씩 해왔어요. 다른 분들도 조급함을 느끼지 않고, 첫 회사로 ‘네카라쿠배당토’를 뚫어야 한다고 단정짓지 않았으면 해요. 구직하는 과정에서 눈에 들어 오는 회사가 있고 나와 맞을지 궁금증이 생긴다면 인턴, 아르바이트 등으로 한 달 정도 일해 보는 것을 추천해요. 그러면 일에 대한 가치관뿐만 아니라 회사를 바라보는 기준이 생길 거예요. 예를 들어, 저는 대행사를 다니며 대행사와 핏이 맞지 않다는 최소의 가이드라인이 생겼고. 내가 답답해 하는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알아 갔어요. 나와 어떤 회사가 진정으로 맞는지 알게 되는 과정에서 네카라쿠배당토가 후보 탈락할 수도 있어요. 제 주변에도 네이밍을 보고 입사했지만 답답함을 못 이겨 이내 퇴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어요. 여러 회사를 체험해 보는 선택지도 고려해 보면 어떨지 제안드려 봅니다.

ⓒ 이다영


완성하지 않을 때

완벽해지는 것들


완성하려고 하지 않을 때, 그러니까 목표를 끊임없이 만들고 최상에 가까이 가는 노력을 연속할 때 비로소 완벽해진다. 이다영 마케터는 커리어 성장을 목표로 주니어 딱지를 서둘러 떼고 넥스트 스텝을 밟아 가는 중이다.


앞선 언급드린 것과 같이, 다영 님께서는 브런치 채널을 통해 주니어를 위한 여러 콘텐츠를 발행하고 계신데요, 이러한 인사이트를 공유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카카오는 사수가 아닌, 마니또 개념에 가까운 ‘버디’로 운영되며 일하는 방식이나 프로세스를 규정 짓지 않아요. 그래서 주니어로서 스스로 일의 효율을 찾아가는 프로세스를 익혀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생각보다 사수 없는 회사가 많고 사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니어는 “이런 거 물어보면 바보처럼 보일까?”라는 걱정 때문에 질문하지 못하고 커피챗이나 외부 프로그램에서 교육을 들으며 멘토를 얻고는 해요. 그래서 내가 랜선 사수처럼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카카오뿐만 아니라, 여러 카테고리의 회사를 다녀봤기 때문에 종합해서 도움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브런치는 운영하면서 회고도 계속하게 되고, 일 하는 데 동력을 주기도 해요.


주니어를 대상으로 딱 한 가지 커리어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면 무엇을 전하고 싶나요?

일 잘 하는 사람은 일 못해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썸을 탈 때도 내가 좋아하는 꽃을 매일 사다 주는 사람보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일잘러처럼 보이는 100가지 일을 해도 일 못해 보이는 한 가지 포인트를 보이면 반대 이미지로 각인되어 버리죠. ‘어떤 상황이 일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라는 지점을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일잘러의 비법 중 하나가 아닐까요?


‘일잘러’ 주니어에서 ‘리더십 있는’ 시니어로 나아가는 데 기울이고 있는 다영 님만의 노력이 있다면요?

첫 번째는 주니어가 가지는 안락함을 떼고자 노력했어요. ‘나는 주니어니까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라는 태도를 취하거나 누군가 “주니어치고 잘해” 말했을 때 단순히 칭찬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내가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레벨 업해야겠다고 다짐했고요. 두 번째는 셀프 매니지먼트예요. 저는 훌륭한 팔로워가 훌륭한 리더가 된다고 믿어요. 조직원을 꾸리는 리더십은 셀프 리더십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셀프 매니지먼트를 하려고 신경쓰고 있어요. 데드라인 드리븐, 뽀모도로 기법, 워케이션 등 다양한 업무 방식을 미리 실험해 본다거나 뛰어난 동료를 보며 손민수할 포인트를 찾고 나를 먼저 리딩해 봐요.

ⓒ 이다영


사회의 근간이 되는 달큰한 브랜드를 이뤄내는 것이 꿈이라고 하셨는데요.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지금은 소개가 살짝 추가되었어요.(웃음) ‘인간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일을 사랑해요. 언젠가 사회의 근간이 되는 달큰한 브랜드를 이뤄내는 것이 꿈입니다.’라고요. 퍼스널 브랜딩을 디벨롭해 보니 제가 사회, 인간, 삶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언젠가 저의 재단을 차리고 싶어요. 브랜드 조직문화와 생존 자체가 사회 시스템이 되고, 그 생명성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브랜드를 차리고자 해요. 아직 가시화된 건 없지만 그런 것이 모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유의미한 요소가 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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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발행일 2022.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