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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업 규칙, 단체 협약 확인하기
근로 조건이라고 하면 근로 계약서상의 내용만을 먼저 생각하지만, 노동관계법상 법원칙 덕분에 근로자들은 근로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권리(물론 의무도)도 퇴사 시 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 바로 취업 규칙과 단체 협약에 있는 권리다.
취업 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 조건을 정한 근로 계약은 그 부분에 관해 무효가 되고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 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근로기준법 제97조). 가령, 근로 계약서에는 수습 기간 중 임금을 계약 연봉의 80%만 지급한다고 했더라도 취업 규칙에 이 보다 유리한 계약 연봉의 90%를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취업 규칙의 근로 조건이 나의 근로 조건으로 자동 적용된다는 것이다.
한편, 회사와 노동조합 간에 체결한 단체 협약에 위반하는 취업 규칙이나 근로 계약은 무효가 되며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 협약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기(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때문에 회사의 단체 협약에 위반되는 근로 계약의 내용은 무효가 되고 단체 협약의 내용이 자동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개별 근로 계약이 회사의 취업 규칙 보다 미달한다면 그 취업 규칙의 내용으로, 단체 협약에 위반된다면 단체 협약의 내용으로 근로 조건이 자동 적용된다. 퇴사 후에 회사의 취업 규칙이나 단체 협약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퇴사 전에 확인해 내 근로 계약이 사업장의 다른 규범보다 미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미달한다면 더 유리한 규범의 적용을 요구해야 한다.
본인의 근로 조건에 대한 회사의 위법 행위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때도 이러한 취업 규칙이 도움이 된다. 가령,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성과급을 미지급한다거나 경조 휴가 등을 미부여한다는 취업 규칙을 두고 있을 경우, 기간제법상 차별을 주장하기 더 용이하다.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소정 근로 시간이 1주 15시간 이상인 근로자가 1개월 개근할 때마다 부여해야 할 연차 유급 휴가를 수습 기간 중 3개월은 미부여한다는 규정이 있을 경우, 근로 기준법 위반을 주장하기 더 용이하다. 이처럼 회사의 취업 규칙 등에서 위법한 조항이 있다면 근로자는 본인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점을 보다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추후 노동청이나 노동위원회에 권리구제 신청을 할 때 더 유리하다.
2. 퇴사 전 고용관계 해지 사전 통지 기한 확인
근로자는 언제나 고용 관계 해지 통보를 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내가 원하는 시점에 바로 발생하지 못할 수 있다. 근로자가 사직 통보를 하면 그 자체로 근로자가 희망하는 날짜로 사직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회사도 있으나, 회사로서도 후임자 선발 및 인수인계 필요성 등이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사직을 통보하면 회사가 수리 기한 내에서 퇴사 일자를 정해 수리하는 방식을 많이 택하기 때문이다. 퇴사 절차에서 회사의 수리를 요하는 경우, 수리 전까지 근로자는 사직 의사 표시를 철회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회사의 사직 수리가 늦어질 경우, 본인이 원하는 시점에 사직 효력이 발생하지 못해 무단 결근의 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령, 사직서 제출을 30일 전에 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회사에서 해당 근로자가 급하게 퇴사를 해야 해 1주일 전에 사직서를 회사에 제출했고, 회사는 후임자를 구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은 해당 근로자가 괘씸했는지 사직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이 되는 날에 사직서를 수리했다. 해당 근로자는 1주일 후에는 계속 출근이 불가했고 결국 일주일 후의 나머지 기간(약 23일)은 무단 결근 기간이 되었다. 이런 경우, 퇴직금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라면 퇴직금 저하의 손해가 발생한다. 퇴직일 직전 3개월간의 임금 총액을 3개월로 나눈 평균 임금의 30일치 이상을 1년치의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하는데(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직전 3개월간의 임금 총액에 무단 결근으로 인해 무급 처리가 된 기간이 포함되기 때문에 퇴직금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하긴 하지만(근로기준법 제2조제2항), 평상시 보다 적은 임금 수준으로 퇴직금이 산정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고용 해지 통보 기한을 취업 규칙 등에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사직을 회사가 수리하는 절차 규정을 둔 경우에는 어떠할까? 이 경우도 민법 제660조(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조항에 따라 회사는 근로자로부터 고용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길 수 있고, 월급제와 같이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경우에는 해지 통고를 받은 당기 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 효력이 생긴다고 주장할 수 있다. 가령, 5월 중 근로자가 해지 통고를 회사에 할 경우, 사용자가 별도의 수리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5월 당기 후의 일기를 경과한 6월 말이 경과함으로써 고용 관계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1년 이상 근무해 퇴직금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로서는 회사의 규정상 사전 통보 기한 등을 확인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직하게 될 회사의 출근일을 정하는 등 원치 않게 무단 결근으로 처리되는 날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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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퇴직 사유 증빙 자료
자발적 퇴사이기는 하나, 회사의 권고에 의했다거나 직장 내 괴롭힘, 사용자로부터의 상당 기간에 걸친 근로 조건 저하 등 다른 근로자라도 이직했을 만한 사유가 있는 등 퇴직 사유에 있어 회사 측에 문제를 제기할만한 사정 등이 있을 경우에는 관련 증빙을 퇴사 전에 준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퇴사를 권고했고 구직 급여 수급이 가능하게 협조하겠다고 하고선 근로자가 사직서를 작성할 때는 사유를 개인 사유라고 쓰라고 한 경우가 있었다. 근로자는 사직을 권고받아 사직서를 쓸 때는 반드시 사유란에 ‘회사의 권고에 의한 사직’이라는 내용을 기재해야 추후 구직 급여 수급 자격을 확보하는 데 다툼의 소지가 적다. 만약 추후 권고 사직의 다툼의 소지가 있을만하다면 근로자는 사용자의 퇴사 권고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대화나 통보서, 경고 등의 자료가 있다면 보유해 두는 것이 적절하다.
퇴사를 결심하는 근로자 중에는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인 경우도 적지 않은데, 직장 내 괴롭힘은 구직 급여 수급 자격 사유이기도 하고 산업 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유이기도 하다. 피해자 중에는 심각한 공황장애 등 산업재해로 인정받을만한 경우도 있는데, 퇴사 후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나 산재의 요건인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
회사는 사업 및 사업장의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를 입었다고 인지할 경우 이를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퇴사한 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의무까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퇴사한 후에 직장 내 괴롭힘을 구직 급여 수급을 위한 퇴사 사유나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입증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물론 이 전에 직장 내 괴롭힘의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서 근로자는 가해 근로자와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관련 상황을 구체적으로 일기로 기재해 두거나, 다른 근로자에게 상담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고 이 역시 재직 중에 할수록 유리함은 당연하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를 결심한다면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에 회사에 신고를 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것마저 어렵다면 퇴사 전 사직서에 사유로라도 직장 내 괴롭힘을 기재하는 것이 추후 구직 급여 등에서의 사직 사유 입증이나 산재 신청 시를 대비할 때 유리하다.
4. 구직 급여 신청 자격 확인
퇴사 후 바로 이직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흔히 실업 급여라고 부르는 ‘구직 급여’ 수급을 근로자로선 고려하게 되는데, 본인의 퇴사가 구직 급여 수급 요건을 충족하는지 충족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흔히 실업 급여라고 부르는 ‘구직 급여’는 ▲일하고자 하는 의사와 능력이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고 ▲재취업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하며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초단시간 근로자는 24개월) 피보험 단위 기간이 180일 이상이 되어야 하며 (고용보험법 제40조) ▲수급자격이 제한되지 않는 정당한 이직 사유(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01조 제2항 별표2)에 해당해야 한다.
구직 급여 사유에 있어 비자발적 사직 외에 자발적 사직이라고 해도 근로자가 이직 회피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장에서 더 이상 근로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곤란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면 수급 자격이 인정된다. 다만, 2개월 이상 임금 체불을 당한다든지, 사업주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든지, 사업주측의 귀책성이 명확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근로자의 이직 회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근로자의 이직 회피 노력은 휴가나 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을 신청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회사의 취업 규칙 및 단체 협약 등에 관련 제도가 있다면 근로자는 이를 요구하고 사업주는 승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법에서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 시간 단축이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족 돌봄 휴가 및 휴직, 근로 시간 단축, 육아 휴직 등 법상 부여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사업주에게 먼저 요구하지도 않고 바로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근로자의 이직 회피 노력’이 인정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특히 질병이나 가족돌봄 등의 사유를 이유로 퇴사를 고려할 때는 사전에 휴가나 휴직, 근로 시간 단축 등을 사용할 수 있는지 회사에 먼저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구직 급여는 사용자가 작성한 이직확인서를 고용센터에 제출해야 하는 바, 사용자가 적시에 직접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퇴사 전에 요청을 하거나 담당 직원 연락처도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