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런하는 마케터의 커리어 개발

롱런하는 마케터의 커리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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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그 마케터, 어떻게 취뽀했대?> 시리즈의 2화입니다. 


개발하는 인턴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그리고 지금은 그로스 마케터로서 시장을 연람하고 있는 이영준 마케터. 급변하는 마케팅 트렌드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장에서 제 속도로 커리어를 찬찬히 밟아 온 그의 시간을 통해 지금 마케터에게 필요한 영감을 얻어 본다.

이영준 마케터 ⓒ 이영준 


어떤 좋은 선택도

‘나’를 대신할 순 없어


직무명이 몇 번 바뀌고,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이영준 마케터가 감지하는 이직 시그널은 변함없다. ‘능력과 욕심의 균형점에 운을 곱할 수 있을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뚝심 있게 걸어가는 것이다.


영준 님께서는 게임 전문 개발 및 서비스 기업 웹젠(Webzen)에서 서비스 기획자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셨어요. 해당 직무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관으로 인도에서 개발하는 인턴에 합격해 일한 경험이 있어요. 웹 개발자로서 개발하는 일도 재밌었으나, 서비스 기획하는 것에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해 서비스 기획자 포지션에 지원했습니다. 특히 시스템화와 계획적인 것을 좋아하는 제 성격과 맞았습니다. 당시 극심한 취업난이었는데, 채용 공고의 우대사항에도 적합해 지원했어요.


그 후 한 번의 이직을 거치고, 광고 회사 Performance by TBWA 디지털 마케팅 매니저로 직무 전환을 하셨습니다. 두 직무가 서로 비슷한 결은 있지만, 엄연히 마케팅은 또 다른 영역일 텐데요. 직무 전환을 하시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Performance by TBWA 이전에, 웰컴저축은행로 먼저 이직했어요. 디지털 마케팅, CRM을 담당했는데 당시 자사 웹과 앱으로 고객이 대출을 신청하고, 신청한 정보를 통해 대출이 승인되는 구조였습니다. 내부에서는 서비스 기획과 유사하게 고객 여정과 스텝별 이탈률, 최종 전환율을 측정하고 최적화했어요. 그러다 웹젠, 웰컴저축은행에서 함께 일해 온 팀장님과 다른 실무자들이 performance by TBWA를 창립했고, 저 또한 자연스럽게 멤버가 되었습니다. 광고주 사이드에서 대행사로의 이동이 업무 영역과 환경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라 결정하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오랜 에이전시 경력이 있는 터라, TBWA 이력을 보고 굉장히 반가웠어요.(웃음) 에이전시와 인하우스, 각 소속에서 필요한 실무자 역량이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경험하신 영준 님은 어떠신가요? 

대행사에서 매체를 넓게 보며 브랜드에 적합하게 마케팅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웠어요. 결국 브랜드에서 마케팅 부서의 중요 역할 중 하나는 메타인지예요. 시장에서의 객관적인 포지션과 브랜드 가이드를 연관 부서에 지속해서 주입시켜야 하는 미션이 있는데요, 이때 대행사 경험이 인하우스에서 워킹하더라고요. 

에이전시에서는 여러 버티컬 혹은 동일 버티컬 내에서도 역할이 다른 다양한 서비스의 고객 반응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브랜드(서비스)에 적합한 고객을 찾아 알맞은 메시지를 반응률이 가장 높을 만한 타이밍에 전달하는 과정을 설계하는 역량이 필요해요. 인하우스 마케터로서 그로스 마케팅 시작점은 매체에서의 고객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고객 반응을 바탕으로 각 터치 포인트의 이탈률과 최종 전환율을 체크하고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입하며, 외부에는 서비스의 장점(USP)을 알리는 기술을 익혀야 해요.

ⓒ 셔터스톡 


영준 님께서 직장을 선택하시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커리어를 얼마나 개발할 수 있는가’를 먼저 고려해요. 내가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해요. 여기까지 모두 조건이 충족된다면 연봉, 복지, 거리 등 물리적 조건에 따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회사에서 커리어를 가장 잘 개발할 수 있었고, 물리적 조건도 만족했습니다. 물론 저도 이직할 때 이력서를 100군데도 넘게 썼어요. 합격이 중요했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영준 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직해야 하는 시기는 언제인가요? 

능력과 욕심의 균형점에 운을 곱한 것이 이직 아닐까요? 이 균형점을 달성할 능력이 있을 때 이직하기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욕심을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현재 회사에서 머물면서 능력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채용 공고를 자주 확인하며 직무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여야 해요.  원티드에서 채용 공고를 확인해 보세요. 이용하기 좋습니다!


제가 자주하는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질문입니다. 회사와 직무를 떼고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내일을 사는 이영준’이라고 소개해 볼게요. 현재는 다소 단조롭고 지루한 루틴의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내일의 나를 위해 자기 계발을 하기도, 내일의 자기 계발을 위해 쉬어 가기도 하니까요.

ⓒ 이영준


계속되는 질문,

왜 ‘나여야만’ 할까


시장을 공략하는 툴이 생기고, 사라지고, 변형되는 과정에서 마케터 역량 또한 변화한다. 빠르게 모양을 달리하는 마케터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방식과 개념은 무엇일까. 나아가, 그 세계 안에서 마케터가 준비해야 하는 마인드 셋이 있을까?


마케터 포트폴리오는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어필하면 좋을까요? 수많은 지원서 사이에서 선택받을 수 있는 팁을 공유해 주세요.

우선 디자이너나 개발자와 달리 마케터는 수치적으로 성과를 보여 줘야 합니다. 에이전시 경험을 서술한다면, 브랜드 캠페인 별로 사례를 수집하고 어떠한 배경에서 결과를 냈는지 수치화해 정리해야 합니다. 제일 이상적인 방법은 사례를 미리 아카이빙해 두고, 지원하려는 채용 공고에 맞게 일부분만 수정하는 것이에요. 다음으로 중요한 건 분량인데요, 짧아야 합니다(웃음). 서류 검토하는 분은 대부분 현업을 하고 있으므로 전부 읽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URL이나 pdf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추세라 저라면 주요 꼭지를 짧게 뽑아 상단에 배치하고, 만약 세부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URL로 접속해 읽어달라고 할 것 같아요. 


모든 노하우는 실패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영준 님께서 커리어를 이어 오시는 과정에서 얻은 면접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면접 경험이 얼마 없는 주니어를 위해 몇 가지 소개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기록입니다. 상대 동의 없이 면접을 녹화하거나 녹음하면 절대 안 됩니다. 다만 화상 면접은 복기를 위해 본인 답변만 듣고 삭제하면 문제되지 않아요. 대면 면접이 끝난 후에도 잊기 전에 기록해 두세요. 두 번째는 복기입니다. 기록물을 확인하고 자신의 답변을 스스로 평가해 보며 피드백을 진행해 보세요. 세 번째는 ‘면접 리버스 엔지니어링’입니다. 면접을 몇 차례 경험할수록 기록 없이 면접 흐름을 조합할 수 있게 됩니다. 구체적인 면접 질문은 잊었더라도 전체 흐름이 기억난다면, 면접 목적인 직무 적합성을 효과적으로 검증한 것입니다. 이 레벨에 도달한 사람은 면접관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오답은 답변하지 않습니다. 맥락을 이해했으나. 답변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모른다’ 혹은 ‘경험이 없다’고 전하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그 이유를 말하면 됩니다. 즉, 면접관이 무엇을 검증하는지 이해했고 이를 적합하게 설명한다면 올바른 답변으로 대치될 수 있을 거예요.


면접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저는 에디터 직무로 면접을 볼 때마다 이 질문이 날아 옵니다. ‘에디터와 마케터(정확히 말하면 콘텐츠 마케터)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비단 에디터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 성격을 띤 직무에는 ‘마케팅 감’이 필요하다고들 하죠. 그렇다면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는 마케터는 어떤 지점에서 차별점을 가져야 할까요? (예)‘글도 잘 쓰는데 / 개발도 하는데 마케팅도 할 줄 아는 누군가’가 표준화되는 이 시대에서 살아남는 전략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케터가 살아남는 전략을 말씀드리기 앞서 마케터 앞에 붙는 수식어구 변화를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마케터’라는 직무에서 브랜드 마케터와 퍼포먼스 마케터(디지털, 온라인 등의 변칙은 있음)가 분리되어 나왔습니다. 이후 콘텐츠 마케터가 등장했고 그로스 해킹의 개념을 녹인 그로스 마케터, 현재는 ESG 마케터까지 변화무쌍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직무 타이틀은 유지가 되었습니다. 마케팅은 유효하다는 뜻입니다. 마케터의 변형 직무들은 결국 마켓, 시장을 공략하는 다양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살아남는 전략은, 시장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과 프로덕트 핏을 높일 수 있도록 직무에서 공략해야겠죠?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질 텐데요, 이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개발, 디자인을 배우거나 글쓰기 연습을 하면 되죠. 


이전 한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답변을 들었어요. ‘우리는 꼭 엄청나게 훌륭한 개발자가 되어야만 하나요? 계속해서 성장하는 개발자여야만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이하 생략)’ 제게 무척 큰 위안을 주는 이야기였어요. 영준 님께 커리어 성장이란 무엇인가요? 현재 바라보고 계신 커리어 목표와 하고 계신 일들이 궁금합니다.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여러 옵션을 갖는 것이 목표예요. 현재는 투자 버티컬 회사에서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어 전체 상품을 활용해 각 고객 세그먼트별로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마케팅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 지향점은 세부적인 형용사(브랜드, 퍼포먼스 등)가 없이 전체를 커버하는 마케터가 되는 것입니다.

ⓒ 셔터스톡 


직장인이라면 종종 찾아 오는 번아웃, 무기력증을 영준 님께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인은 자본을 위해 일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투자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할부를 조금 써서 번아웃이 오지 않아요.(웃음) 다음 달 카드 값과 이자 상환일까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죠. 무엇인가 소비하고 책임질 일을 만들면 번아웃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자기 계발, 보람 이런 쪽이 저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하려면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과거 고군분투하던 자신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요?

"힘들지만, 조금 더 노력하고 버텨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네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내일을 사는 사람이에요. 마치 운동처럼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스윙하고, 한 번 더 아령을 들어 올린다면 오늘의 나는 이전보다 훨씬 좋아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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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발행일 2022.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