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받는 질문이다. 마케터 직무에 취업하고 싶으나 채용 공고를 살펴보니, 지원 자격이나 우대사항에 못 미쳐 어려움을 겪곤 한다. 그런데도 최대한 자기소개를 작성해 보지만, 서류에 탈락하면서 무력감을 느낀다. 취업 시장이 좁아지면서 신입보단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가, 신입이라면 관련 경험을 보유한 신입이 주목받는 세상이 왔다. 결국 마케터 취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직무’ 중심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마케터는 꼭 전공자만 취업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아무리 비전공자여도 마케팅 관련 경험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고, 경험을 잘 포장한다면 분명 취업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직무 관련 경험이 곧 나만의 무기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필자 또한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었으나 준비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취업 정보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봤다. 현업에서 몇 년 일하고 나서야, 그 시절 몰랐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신입 마케터로 취업에 성공하려면 3가지 포인트를 지키면 된다. 여전히 취업 준비에 난항을 겪고 있다면 다음을 주목해 보자.
ⓒ 셔터스톡
첫째, 마케터 직무 이해도가 높다
“마케터 중에서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나요?” “음… 제품을 잘 알릴 수 있는 그런 마케터요...!”
막연하고 모호한 대답이다. 위와 같은 답변을 들으면 도대체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 것인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이 그럴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시절, 광고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광고/홍보 콘텐츠를 만드는 경험이 많았고, 평소 SNS에 사진과 글을 올렸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제품/서비스를 널리 알리는 마케터 직무를 염두에 두었다. 막연하게 직무를 선택한 결과, 나에게는 면접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직무 경험보다 더 선행되어야 할 것은 직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마케터 취업 준비생의 대부분은 본인이 희망하는 직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타인에게 설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살면서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많이 접하는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마케팅 직무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게 되었다.
사실 마케터라고 다 같은 마케터가 아니다. 마케팅이라는 큰 틀 아래에는 다양한 마케터가 존재한다. 내가 가진 경험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세부 마케터 직무를 찾아야 한다. 뭐가 다른 지 모를 땐 해당 직무자의 인터뷰 기사나 영상을 살펴보며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그들은 각자 직무에서 달성해야 하는 목표도,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도, 커뮤니케이션 이해관계자도 모두 다르다.
▲ 마케터 종류가 이렇게 많았다고? ⓒ 갱작가
위 그림 외에도 다양한 마케터가 있다는 걸 참고하자. 단편적으로 본다면, 미디어 채널을 통해 브랜드의 팬덤과 소통하는 것은 소셜미디어 마케터의 주 역할이다. 이미 우리 회원이 된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액션을 유도하는 것은 CRM 마케터가 진행한다. 또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광고매체를 통해 신규 고객을 끌어오는 것은 퍼포먼스 마케터의 임무이다. 열린 관점으로 채용 공고를 살펴본다면, 기업이 구인하고자 하는 마케터가 여러 가지임을 알 수 있다. 세부 직무를 잘 이해하고 선택한 후, 관련 경험을 쌓아야 취업 준비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한 가지 팁으로, 직무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자소서나 면접 시 ‘나는 직무를 이만큼 이해하고 있어요’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 마케터에 관심이 있다면 ‘미디어 채널에 글을 쓰고 댓글을 관리하는 사람’보단 ‘온라인 최전선에서 고객과 가장 먼저 소통하는 역할을 하며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건 면접관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온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둘째, 10개의 자격증보다 1개의 직무 경험을 가진다
“비전공자인데 마케터가 될 수 있을까요?”
결론은 ‘될 수 있음’이다. 다양한 전공자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서 현업에서 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다. 오히려 색다른 시선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아무리 비전공자여도 직무 경험이 있다면 신입 마케터로의 문을 두드릴 수 있으니 낙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마케터 직무 경험은 어떻게 만들까? 국비 교육으로 하루 8시간 학원에 가면 될까? 현직자에게 비싼 과외를 받으면 될까? 1개월이라도 인턴 과정을 체험해야 할까? 이 방법들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일상생활에서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 단, 전제 조건은 내가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 고민부터 끝내기!
WHEN | 하루 30분 ~ 1시간
WHAT | 관심사 큐레이션
HOW | 인터넷에 직무 관련 관심사 검색 → 나만의 공간에 정리→ ‘나라면 어떻게 시도해 볼지’ 아이디어 기록
필자가 취업 준비생때부터 현재까지 현업 선배들에게서 들어온 이야기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같은 방법을 권유했다. 바로 ‘관심사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실행하는 데 돈이 들지 않고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쉬운 반면에 꾸준히 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늘부터 마케팅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수집해 보자. 단순히 정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대책까지 생각하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A 기업에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면 어떤 점을 강조하려고 했는지, 나라면 어떤 관점으로 시도해 볼 것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다.
▲ 어디에 정리할까? 엑셀, 구글 스프레드시트, 노션,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등 다양하다! ⓒ 갱작가
이렇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직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불어 기록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 관심사를 증명하기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현업 선배들이 덧붙인 말로, 평소에 큐레이션 한 관심사를 인쇄해 면접관에게 보여준다면 직무 경험과 더불어 취업 공백기도 함께 설명된다고 한다. 이 방법은 신입 마케터만이 아니라 경력자가 이직을 준비하는 순간에도 적용되는 만능책이 된다.
한 가지 팁으로, <구글 알리미>를 활용하면 인터넷 검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설정 페이지에서 관심사 키워드를 등록한 후, 수신 빈도까지 원하는 대로 설정하면 된다. 바쁜 와중에도 알아서 걸러진 이슈들만 파악하기에 아주 용이하다. 마케팅, 이벤트, 프로모션, 콘텐츠, 제휴 등 관심 키워드를 발굴하는 연습도 겸해 보자.
셋째, 10줄의 글보다 1개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자소서를 고쳐봐도 서류 합격률이 낮은데 어쩌죠?
많이들 하는 고민이다. 반대로 보자면, 인사 담당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지원서를 받는다. 이력서 자기소개서의 글만으론 지원자의 실력을 가늠하기 부족할 수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나만의 포트폴리오’다. 취업에 합격한 신입 마케터는 대부분 자신만의 경험을 정리하고 포트폴리오 제작에 공을 들인다. 그동안의 활동을 한 데 모아 어필한다면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돋보일 가능성이 커진다.
마케터 채용 트렌드도 전공 출신보단 직무 경험, 즉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되었다. 실제로 채용 공고에서도 ‘포트폴리오나 URL 기재’를 필수로 요청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케터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땐 다음 체크리스트를 참고해 보자.
▲ 포트폴리오 제작 가이드 ⓒ 갱작가
마케팅 포트폴리오는 마케터의 얼굴이다. 처음 만난 상대에게 첫인상을 심어주는 것처럼, 면접관에게 나는 어떤 강점을 가진 마케터인지 명확히 제시해 주자. 그다음에 나올 이야기에 호기심을 가지도록 만들어 보자.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사례>
김OO의 마케팅 포트폴리오 (BAD)
CRM 마케터의 포트폴리오 기록 (BAD)
<정체성이 드러나는 사례>
1일 1회 콘텐츠 기획하는 / 예비 콘텐츠 마케터 김OO (GOOD)
광고비 20만 원 송출해 본 / 예비 퍼포먼스 마케터의 포트폴리오 (GOOD)
앞서 내가 어떤 마케터인지 밝혔다면, 유관한 경험을 우선순위로 배치한다. 만약 콘텐츠 마케터의 포트폴리오라면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까지 진행했던 경험을 내세운다. 광고매체 다루는 능력이 중요한 퍼포먼스 마케터의 포트폴리오라면 광고 성과가 좋았던 경험을 앞 단에 보여준다. 사소한 경험들까지 보여주기엔 인사 담당자들의 집중도는 그리 길지 않다.
포트폴리오에 녹여내고자 하는 경험을 선별했다면, 되도록 숫자로 된 성과와 내가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작성해 보자. 수치적인 성과를 어필한다면 결과물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 동아리원과 광고 포스터를 제작했다면 나는 기획을 했는지, 제작했는지, 50% 참여했는지 등 구체적으로 적는다.
마지막으로 어떤 수단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것인지 고민한다. 보통 파워포인트(PPT)로 제작하나, 요즘은 노션(Notion)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둘의 차이점이 명확한데, 인쇄한 후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 것이라면 전자를, 온라인상에서 주로 활용할 것이라면 후자를 권한다. 제작한 것으로 끝내지 말고 지속해서 관련 경험을 발굴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천력’
마케팅 직무에 대해 이해하고, 관련 경험을 만들어 내고, 이를 잘 포장해서 어필한다면 분명 취업 문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습득했다면 이른 시일 내에 실행해 보길 바란다. 그동안 내가 봐 온 예비 마케터에서 신입 마케터가 되는 결정적인 차이는 ‘실천력’이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인풋을 아웃풋으로 만들어내 나만의 무기로 취업 시장에서 활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ㅣ갱작가 스타트업 퍼포먼스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현재는 브랜드 마케터로 경험의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어쩌다 스타트업 마케터>를 연재하며 직무 경험을 기록합니다.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유익한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브런치 https://brunch.co.kr/@gg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