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채용, 왜 이렇게 어렵죠?

스타트업 채용, 왜 이렇게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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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스타트업에서 일 잘하는 HR 되기> 시리즈의 1화입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조직의 HR 담당자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의 나눔과 다른 분들의 경험을 통한 배움을 위해 많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셔서 다른 조직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하시는 분부터,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으로 도전하시는 분, 그리고 현 조직의 가파른 성장 과정에서 조직에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분까지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네트워킹을 위해 만난 자리였지만 결국 인사 업무를 하는 업계 동료들 간의 고민 상담 시간이 되어버리고, 그 과정에서 늘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채용”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스타트업 증가와 함께 좋은 인재를 먼저 확보하고 유지해야 하는 험난한 시장 환경에서, 스타트업 채용담당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이고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유하고 있는 잠재력과 열정과 달리 모든 것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 씬에서, 채용담당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어떤 것들을 고민해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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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채용담당자는 어떤 임무가 주어지는가?


스타트업의 첫 채용담당자(또는 인사담당자)로 합류해 본 분은 모두 유사한 경험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그건 바로 “입사 후 채용담당자에게 쏟아지는 무차별적인 미션(숙제)의 부여”입니다.

실제로 제가 합류했었던 어떤 스타트업 회사에서 입사 2일 차가 되었을 때, 지나가다 만나는 모든 동료분이 저만 보면 잠시 미팅을 요청하며 온갖 “미션”을 던져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 채용과 관련해 요청하시는 것들은 주로 아래의 내용이었습니다.

“기존 채용 프로세스를 좀 고도화해서 좋은 지원자들을 잘 선발하면 좋겠어요.”

“우리도 다른 회사처럼 채용 공고에 힘을 좀 주면 어떨까요? 디자인도 바꾸고요.”

“채용담당자님이 채용 전문가니까 면접 때 같이 참여하셔서 이것저것 많이 확인해 주시면 좋겠어요.”

“회사에 면접관 경험이 있는 분이 많지 않으니, 채용담당자께서 면접관들에게 면접 교육 좀 해 주세요.”

“실무 부서에서 자꾸 채용을 해달라고 아우성이니 채용 계획과 충원 요청 체계를 잡았으면 합니다.”

이러한 요청들을 과업으로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채용 프로세스 기획 및 채용 전형 운영
  • 채용 브랜딩 및 채용 공고 상세페이지 기획/제작
  • 채용면접 운영/관리
  • 면접관 교육
  • 인력계획 수립 및 채용기획

이러한 과업들에 더해 본인 스스로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도전하고 싶었던 업무가 있다면 그것도 추가되겠죠. (예컨대 직원 경험이나 지원자 경험 설계, 조직문화 등)

결국 “사람”과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다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 스타트업 채용담당자의 현실이기에, 세분화된 담당 업무만을 소화하는 것에 익숙한 분이나 적당히 편안함을 추구하려고 스타트업에 오신 분은 점점 조직과 핏(Fit)하지 않은 모습을 노출하게 됩니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스타트업이라는 곳이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일 테니, 결국 스타트업 채용담당자의 임무는 기본적인 채용의 여정을 관리하며 그와 동시에 “사람”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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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채용담당자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채용담당자가 “일을 잘한다는 것”은 관점에 따라, 그리고 해당 조직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의미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처한 긴급한 채용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일 수도 있고, 구성원 입장에서 채용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동료가 되는 것도 일을 잘하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본인이 속한 회사마다 요구하는 것들과 배경 상황이 각각 다르다 보니, “이렇게 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다”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일을 잘하는 것에 대한 각자의 정답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저는 아래의 내용들을 먼저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01/우리 회사의 미션은 무엇이고, 채용담당자로서 나는 그 미션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스타트업에서의 대부분 채용 업무는 그 “긴급성”때문에 채용 공고를 올리고 급하게 지원자를 확보하는 것에 매몰되기 십상이지만, 오히려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나갈 핵심 인재를 선발하는 업무를 하는 채용담당자라면 “우리 회사의 미션”을 정확히 이해하고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그 미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정의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미션에 기여하기 위한 나의 미션을 정의하지 않으면 그 어떤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어느 순간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한 것과 같은 결과(=저는 이것을 “누더기식 업무처리”라고 표현합니다.)만 남게 되고, 결국 “나는 일을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고민과 함께 번아웃에 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02/회사의 단기 ᐧ 중기 ᐧ 장기 사업 계획 방향은 무엇이고, 단계별로 필요한 인재 정의는 무엇인가?
채용담당자 중에 채용 후보자를 만나서 아래의 예시처럼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분이 계신가요?

“우리 사업은 이러합니다. 현재 이런 방향을 추구하고 있고 앞으로 새로운 시장에서 이러한 전략과 가설을 바탕으로 OO한 성과를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후보자에게 OO라는 소속팀의 미션 달성을 위해 OO라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고 이것을 함께 할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지원자들이 이직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미래의 동료로서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이 대부분 채용담당자일 텐데요. 요즘과 같이 “인재 전쟁시대”에서는 기업이 후보자를 검증하고 판단하는 것처럼, 후보자도 회사를 검증하고 판단한 뒤 합류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후보자가 처음 만나는 채용담당자들이 소속 회사의 사업 방향과 전략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한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후보자들에게 굉장히 좋은 어필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사업 계획의 여정을 이해하고 있는(또는 이해하려고 노력할 줄 아는) 채용담당자라면, 단기 ᐧ 중기 ᐧ 장기 사업계획 단계별로 필요한 인재를 정의하고 적합한 후보자를 발굴해 낼 확률도 높아집니다.


03/우리회사의 핵심가치 ᐧ 인재상 정의는 채용과 면접에 실효성있게 Align 되고 있는가?
채용담당자의 업무 성과인 채용 확정 이후에도 끊임없이 고민에 빠지게 하는 이슈가 있는데 바로 “리텐션 유지”에 대한 것입니다. 시간과 공을 들여 열심히 채용을 했더니 수습기간 중 이탈되거나 1년도 안되어 퇴사를 하게 된다면 과연 성공적인 채용을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최근의 채용담당자들은 단순히 채용확정뿐만 아니라, 입사 후 여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입사 후 안정적인 리텐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와 인재상에 맞는 후보자를 확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업무를 소화할 사람이 급하게 필요하다 보니 소위 “컬처핏” 검증이 명확히 되지 않은 채 급하게 채용을 결정하거나 실무팀의 채용 승인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텐데요, 채용담당자는 면접 “질문”의 구조화뿐만 아니라 면접 “구성”의 구조화도 신경 써서 우리 조직의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검증하는 기능을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조직에 맞는 사람을 한 명 한 명 신중하게 확보해 나가는게 중요합니다. 결국 채용담당자는 회사의 핵심 가치나 인재상에 부합하지 않는 후보자의 채용을 반려할 수 있는 “최종 소방관” 역할을 해야 하고, 이는 면접 구성과 면접 평가 과정에서 핵심 가치와 인재상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평정해 내고 있는가와도 연결됩니다.

그러니 채용을 급하게 서둘러 완결하기보다,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채용과 면접의 과정이 우리의 핵심 가치 ᐧ 인재상과 맞는(Fit) 사람을 찾는 데 얼마나 타당도가 높은지를 늘 고민하며 일하시면 좋겠습니다.


04/위 과정을 통해 나의 역할과 미션이 정의되었다면, 채용 관리 업무 중 어떤 영역부터 디자인해 나갈 것인가?
우여곡절 끝에 위 과정이 구체화되었다면, 이제야 채용담당자는 본인의 고유 업무 영역 안에서 어떤 것들을 우선적으로 설계하고 만들어갈지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 위 과정을 거쳐오는 동안 꽤 많은 조직내 니즈와 인사이트가 도출되었을 테니, 이제 “담당자이자 전문가”로서 긴급하고 중요한 업무 영역부터 세심하게 디자인하고 운영해 나가신다면 위 ‘01/우리 회사의 미션은 무엇이고, 채용담당자로서 나는 그 미션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서 말한 “누더기식 업무처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늘 긴급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스타트업의 채용 업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본질적인 목적을 잘 정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그 정의에 따라 일을 설계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일 잘하는 채용담당자”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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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채용담당자의 성과는 어떻게 측정되어야 할까?
전통적인 관점에서 성과의 정의와 이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준들을 채용 업무에 대입해 본다면 아래의 개념들이 활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전통적인 관점의 성과 : 일을 잘 해낸 것
①정량적 기준 : 서류 지원자 수, 면접 진행자 수, 기간 내 입사자(합격자) 수 등
②정성적 기준 : 채용 공고를 통한 충분한 정보 제공, 채용 전형간 지원자 경험의 만족도, 채용 요청 부서의 협업 만족도, 채용 운영 결과의 타당도 등

반면 제가 최근에 관심 갖고 있는 <성과와 결과의 구분>이라는 구조 개념 하에서 성과의 정의와 성과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성과(成果,Performance) : 일의 목표를 설정해 만들어 낸 결과물
  • 결과(結果,Output) : 일 자체가 실행된 후 얻어진 산출물

* 내가 하는 일이 성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
① 성과 있는 일은 반드시 조직에 <재무적 기여>를 한다.
② 성과 있는 일은 반드시 <고객의 가치를 증대> 한다.
③ 성과 있는 일은 우리가 속한 사회와 조직의 보편타당한 <가치체계에 부합>된다.
④ 성과 있는 일은 조직과 개인의 <학습과 성장을 수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과가 무엇인지 살펴본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채용담당자가 완수하는 미션을 통해 직/간접적인 재무적 기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결국 핵심 인재를 영입을 통해 신규로 창출되는 부가가치 및 전사 업무 효율성/효과성 향상이 채용담당자의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② 채용담당자의 고객은 대내적으로는 채용 요청 부서, 대외적으로는 지원자이므로 채용 요청 부서의 기능 고도화를 가져옴과 동시에 대외 지원자들의 지원자 경험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③ 채용 과정에서 조직에 꼭 필요한 구성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와 결과를 제공하고, 조직 내 특정 팀의 의견이 채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편향되지 않도록 관리한다면 이것 또한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④ 채용 과정과 결과, 그리고 채용 경험 설계를 통해 조직이 원하는 수준으로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채용담당자 및 새로 합류한 구성원의 동반성장이 이루어진다면 이 또한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측정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무엇을 측정해야 되고, 왜 측정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HR의 시대에서도 채용담당자의 본질적인 <성과>를 더 정확히 정의하고 측정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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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스타트업 채용담당자의 업무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또는 정형화된 조직에서의 채용담당자는 고유의 업무를 소화해 내면 되기 때문에 경험이 쌓이게 되면 큰 업무 부담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스타트업에서의 채용담당자는 고유의 업무 및 이를 기초로 한 직무 확장을 통해 정말 많은 업무를 다양한 수준으로 소화해 내야 하고, 이는 단순히 의욕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관리의 전 영역인 <확보-개발-평가-임금-유지-방출>에 대한 진지한 학습을 한 후에야 비로소 체계적으로 소화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쉽지 않은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그 특유의 “체계 없음”이라고 일컫는 고유의 특성 때문에 누더기 식으로 일을 해도 지금 당장 잘못된 티가 나지 않을수 있기에 더 신중히 업무를 소화해 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채용담당자로 성장하며 지속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은 스타트업이기에 오히려 모든 것을 최소한이라도 완벽하게 정의하고 디자인해나가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은 당연히 고통스럽겠지만 채용담당자의 직무 내 과업들을 하나하나 잘 정의하고 설계하여 운영한다면, 그리고 시간이 흘러 채용담당자로서 쌓아온 여정을 되돌아 보았을 때 이러한 목적 있는 점들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면, 채용담당자로서의 성장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기업 고유의 채용 브랜딩도 완성되어 가고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이러한 과정이 모여 결국 고유한 직원 경험과 조직문화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요?



▶ <스타트업에서 일 잘하는 HR 되기>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김두휘(HR리더스 3기)
이 글을 쓴 김두휘 님은 대형병원 인사기획담당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였으며, 이후 스타트업 베이스의 바이오신약 상장사, 게임사, 이커머스업등 다양한 업종에서 채용, 교육, 평가/보상, 조직문화, 노무등 HR업무 전반을 경험하였습니다. 현재는 메디쿼터스에서 인재경영본부장을 맡아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일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