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마음을 훔치는 연봉협상 방법 3가지

직원의 마음을 훔치는 연봉협상 방법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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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스타트업에서 일 잘하는 HR 되기> 시리즈의 2화입니다. 


보상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방법, ‘사전 준비’


‘어떻게 하면 보상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인사담당자는 필연적으로 사람들과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입사 후보자들과는 처우 협의라는 이름으로, 재직 중인 직원들과는 연봉협상이라는 이름으로 ‘보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제도 몇몇 직원들과 ‘돈 얘기’를 했습니다. 돈 얘기가 유교권 문화에서 나고 자란 누군가에겐 다소 부담스런 주제일 수 있으나, 근로자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블라인드에서 이야기하기 좋은 주제이기도 하고요.) 제가 어제 했던 돈 얘기의 결말은 역시나 뜨뜻미지근했습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죠. 다음의 성공을 위해 다시 고민합니다.

ⓒ 셔터스톡


보상 커뮤니케이션, 갈수록 어려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보상에 대해서 회사는 ‘정보 우위’에 있었습니다. ‘급여명세서는 절대 기밀을 유지하며 이를 위반 시는 이로 인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한다’ 등의 기밀유지조항을 명시해 직원들 간 연봉 공유를 막았고,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 정보는 매우 빈약했으며, 인터넷에는 ‘카드라 정보’만 떠돌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는 순간 “최근 블라인드에서 K사의 기획자, 디자이너 연봉이 핫이슈더라고요” “W사의 개발자 초봉이 6,000만 원이라던데…”라며 시장의 정보를 꿰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 직장 2년 차 후배가 이번에 얼마를 받는다고 합니다” “최근에 이직한 OOO팀 XXX 씨가 얼마를 받고 이직했다고 하더라고요” 등의 개인의 연봉 수준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회사가 가진 정보 우위는 없어졌습니다. 


보상 커뮤니케이션 더 잘하기 위한 3가지 제안


보상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첫째 상대방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부족한 경우, 둘째 우리 회사의 연봉이 마켓 기준 대비 현저하게 낮은 경우, 셋째 담당자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자체가 부족한 경우로 나눠 볼 수 있으며, 보상 커뮤니케이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01/사실(fact) 기반의 수용성 높은 평가 제도 수립
신재용 교수는 저서 ‘공정한 보상’을 통해 “MZ 세대 직원들은 노력과 성과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평가와 보상을 받고 싶어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공정성’을 강조하는데요. 저는 피평가자가 평가 내용을 납득할 수 있는 수용성을 높임으로써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잦은 피드백입니다. 설로인㈜의 리더들은 팀원들에게 업무 과정(사실, fact)에 대해 수시(매주 1회 이상, 70자 내외)로 보완할 점과 칭찬(피드백)을 해주고 있는데요. 주 단위 평가는 사건(event)이 발생하고 바로 주어지는 피드백이기에 수용성도 높으며, 반기/연간 단위 리뷰&피드백의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어 장점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프로젝트 기반의 동료 평가입니다. 기본적으로 피평가자들은 상사의 평가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의견에 대한 신뢰가 더 높습니다. 그래서 설로인㈜에서는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동료들에 대해 프로젝트 과정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과 칭찬할 점에 대해 청취하고 이를 피드백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02/마켓 밸류와 포지셔닝을 고려한 보상 제도 수립
“최근에는 마켓 밸류가 수시로 바뀌어서 사전에 페이밴드를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낀다”는 인사담당자를 뵀습니다. 수시로 변하는 마켓 밸류도 문제지만, 본질적 문제는 마켓 밸류를 고려하지 않은 페이밴드에 있다고 봅니다. 

직원들이 보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다양할 수 있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회사의 보상 수준이 실제 시장 가격 대비 낮은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시장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는 보상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서, 우선 시장 내에서 우리 회사가 어느 정도 수준의 보상을 할 것인지 포지셔닝을 하고, HR컨설팅 회사들에서 발간되는 시장 임금 현황이나 사업별 주요 기업들의 보상 수준 등의 자료를 적극적으로 서칭해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셔터스톡


03/유용한 보상 커뮤니케이션 스킬 체득
How Leaders Can Inspire Accountability』의 저자 ‘Michael Timms’는 ‘보상에 있어 더 나은 결과를 얻게 해줄 5가지 룰’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Rule #1 – Seek Win-Win Deals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거래를 추구한다)
중고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좋은 자동차를 싸게 잘 샀어요. 게다가 판매자의 매너까지 정말 나이스했어요. 다음에 또다시 중고차를 사고자 한다면, 그 판매자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을까요? 그 판매자는 나에게 좋은 자동차와 함께 그에 대한 믿음까지 팔았으니까요. 

보상 커뮤니케이션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양 당사자가 모두 만족스러운 협상을 해야 그 관계가 오래갈 수 있습니다. 보상 협의에 있어서 인사담당자나 리더가 믿을만한 존재라는 각인을 시켜줘야 합니다.


Rule #2 – Beat them to the punch (선제공격을 한다)
직원이 연중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연봉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시장가격과 내부 밸런스 등을 고려해 보니 충분히 아쉬울만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시장가격이 널뛰는 경우는 더욱 이런 경우가 잦을 수 있습니다.) 이때 연봉을 인상해 주면 직원은 만족스러워할까요? 

먼저 우리는 직원들과 보상에 대해 협상을 할 때, 다음에 예정된 보상 검토 시기(보통 1년 뒤)까지 직원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 제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시장 가격과 신규 입사자의 현황(신규 입사자가 내부 밸런스를 깨는 경우가 많습니다)을 추적해 필요하다면 선제적 인상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Rule #3 – Make compensation a non-issue (충분한 보상을 하라)
동물원에서 범고래 쇼를 본 적이 있나요? 범고래가 뛰어올라 훌라후프를 통과하거나 일어서서 손뼉을 치는 등의 쇼를 보여주면 조련사는 생선을 던져 줍니다. 고래가 춤을 추는 이유는 ‘생선(간식)’일까요? 

켄 블랜차드의 저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서는 ‘심지어 범고래도 보상(생선)을 통한 발전(성과향상)에는 한계가 있다며 자발적 동기부여, 과정에 대한 칭찬, 서로에 대한 믿음, 일에 대한 재미 등이 성과 향상의 중요 요소’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왜 생선을 던져주는 걸까요? 

‘보상’이 성과 향상을 위한 중요 요소이기 이전에 “기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일에 대한 재미와 칭찬이 보상보다 ‘성과 향상’에는 더 큰 힘을 발휘하지만, 보상이 이슈가 되는 순간 직원은 떠나거나 성과가 하락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Rule #4 – Recognize good performance (성과에 대해 칭찬하라)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교수는 한 공장에서 실험을 합니다. 직원을 3개 그룹으로 나누고, 평소보다 생산 실적이 좋을 경우, 첫 번째 그룹에게는 30달러를, 두 번째 그룹에게는 피자 한 판을, 세 번째 그룹에게는 직속 상사로부터 격려 메시지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세 그룹 중 어느 그룹이 가장 좋은 성과를 냈을까요? 

피자를 받기로 한 그룹의 생산성이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피자 그룹 6.7%, 칭찬 그룹 6.6%, 30달러 그룹 4.9%) 직원들의 행동을 여기까지만 지켜봤다면 ‘현물(피자)이 좋은 보상’이라고 결론을 지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후 5주의 시간이 지나면서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30달러를 받은 그룹의 생산성이 오히려 6.5%나 떨어졌고, 피자를 받은 그룹 또한 2.1%가 하락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 보상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거죠. 반면에 칭찬을 한 그룹은 생산성이 0.64% 향상되었습니다. 생산성이 크게 오른 건 아니지만 경영진 입장에서 보면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성과 향상을 일으켰습니다. 

보상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시작부터 ‘돈 얘기’를 하기보다 회사가 근로자의 고생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 격려와 칭찬으로 시작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Rule #5 – Establish a routine (보상의 시기를 딱! 정해둬라)
3년 전 처우 협의를 위해 입사 예정자의 급여명세서를 받은 적이 있는데요. 이 분의 급여가 2~3달에 한 번씩 올랐더라고요. 저는 ‘얼마나 굉장한 인재이기에 회사에서 이렇게 자주 연봉을 올려 준 걸까? 회사가 돈이 많아서 성과급 개념으로 연봉을 분기별로 인상해 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리텐션을 위해서 직원이 ‘퇴사한다’라는 말만 하면 연봉을 인상해 줬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회사는 ‘끌려가는 보상’을 할 수밖에 없고, 평가 제도, 보상 체계, 직원 간 밸런스 등이 무너져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됩니다. 

보상은 1년에 1~2회 정도의 정기적 시기를 정해두고 정해진 때에 해야 합니다. 최근 시장 가격이 요동을 치고, 대퇴사의 시대라 리텐션을 위해 수시로 보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회사가 사전에 정한 보상 정책과 문화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 셔터스톡


급여공개법, 더 어려워지는 보상 커뮤니케이션을 대비하라!


얼마 전 한 틱톡커의 독특한 콘텐츠를 봤는데요. 한나 윌리엄스라는 틱톡커가 길거리에서 행인들에게 연봉을 물어보는 영상이었습니다. 저라면 답변을 꺼렸을 것 같은데요. 영상에 나오시는 다수의 분들은 오히려 흥미를 가지고 성실하게 답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나 윌리엄스는 최근 미국에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급여공개법(Pay Transparency Law)’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영상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급여공개법’은 기업의 채용공고에 기대 연봉 범위와 승진 또는 전근 기회 등의 정보를 명시하도록 하는 법인데요. 지난 1월 콜로라도를 시작으로 뉴욕과 워싱턴, 캘리포니아까지 구직자에게 급여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했거나 하기 위해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6월 열린 SHRM(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의 콘퍼런스에서도 회자가 되었습니다. 갈수록 투명해져 가는 보상 정보 속에서 근로자를 설득하고, 회사가 만족할 만한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한 준비를 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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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ㅣ김도형 
대구은행과 우아한형제들에서 HRBP, 채용, 노무, 보상 등 HR 전분야에 걸쳐 리드하고, 현재 푸드테크 회사, 설로인(주)에서 경영지원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직문화와 평가보상제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