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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에 의한, 현업을 위한 지원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인사담당자를 채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서 인사담당자를 채용하는 것은 인사에 대한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인사에 기대가 크다. 인사담당자 1명이 채용되면 본인들이 어렵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모두 다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기존 대기업의 HR은 지원보다는 관리의 HR이었다. 체계적으로 잘 짜여진 구조에서 HR 업무를 수행하며 이미 갖춰진 구조를 갈고닦아 구성원들이 빛을 낼 수 있도록 했다면, 스타트업은 ‘체계없음’을 받아들이고 뼈대를 세우고 틀을 만들어 가는 업무, 즉 지원의 업무에 초점이 맞춰진다. 현업을 위한, 현업에 의한 HR이 되어야 한다.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HR이 아닌 경영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인사업무를 지원하기도 한다. 경영지원은 인사뿐만 아니라 일부 총무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여름날 에어콘이 고장 나면 이를 처리하기도 하며, 코로나 19를 대응하기 위한 마스크, 자가진단 키트를 구하기도 하고 확진자들을 파악하고 사내 예방수칙을 관리하는 등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해야 한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하며 넓은 범위의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할 때 입사, 퇴사 시 잠깐 스쳐가듯 만나는 사람이 인사팀 직원이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매일을 같이 웃고 울고 생활하는 인사팀이여야 한다.
스타트업이 첫 직장이 아닌 경우, 이전 환경과의 차이점에서 혼란이 올 수 있다. 현업의 사정에 따라 그때그때 지원 모드로 전환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도 “왜? 인사팀에서”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넓은 업무 범위에 금방 지치게 된다. 스타트업은 불안정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수시로 변화하는 안정되지 않은 중소기업과 같다. 다시 말해 커가는 어린아이와 같다. 완전한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보살펴야 한다. 회사가 살아남아야 HR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역할을 바꿔가며 지원할 수 있는 HR이 되어야 한다.
‘체계?’ 없고 ‘기준?’ 없다
사람이 모이는 조직이면 기본의 원칙과 규율을 필요로 한다. 보통의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기까지 부족한 리소스를 갖고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명문화된 규칙과 규율 없이 대표이사, 경영진 또는 먼저 합류한 직원들에 의해 암묵적으로 규율과 규칙을 정하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 10명 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경우 기업은 취업 규칙을 제정해서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그 내용이 정교하지 않다. 그래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준이 없어서’, ‘체계적이지 않아서’라며 그 화살이 HR로 향하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 기준과 체계가 명확해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프로세스의 단계를 거치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 주변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HR에게 물어보면 이직 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기준과 체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프로세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만들어야 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 대기업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그것을 마주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직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스테레오 타입에 갇혀버린 채 적응하기를 거부한다.
없어서 불편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대로,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회사의 근본적인 가치와 방향을 반영한 규칙과 기준을 만들자. 이렇게 만들어진 기본 인사 정책이 앞으로 조직문화를 만들어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 회로를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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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타이틀 떼고 실력으로 정면 승부
대기업 또는 이름 들으면 알만한 기업을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 이름이 곧 나를 증명하는 도구였다. 내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똑똑한지 스스로 증명하지 않아도 능력을 증명하는 타이틀이 되었다. 대기업을 다니면서 큰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닌데 내가 대단하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스타트업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중소기업과 동일하다. 속된 말로 계급장, 타이틀을 떼고 진짜의 내 실력으로 정면 승부해야 한다.
기존 조직의 경직된 문화에 질려 주도적으로 일하며 고속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이직했는데 전임자도 없고 인수인계를 친절하게 해주는 사람도 없다. (위에서 언급 한 것과 같이) 인사 업무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내가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오롯이 내가 일을 만들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성공시키며 스스로의 필요성과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누가 먼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도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일을 추진시킬 수 있어야 하며 기존 방식과 다르게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하며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채용을 예를 들어보자. 스타트업의 인사담당자 역할 중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스타트업은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펀딩을 받아 성장가능성은 무한대라고 하지만 검토할 수 있는 지원자 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회사를 몰라서 또는 아직은 불안한 스타트업이어서 지원자가 적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원자 수를 늘리기 위해 홍보를 위한 비용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 선발을 원하는 인재는 어느 회사의 기준보다 높다.
그렇기에 기존과 다른 파이프라인을 설계해야 한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정부의 인증을 통해 회사의 네임 밸류를 올리기도 해야 하고 외부 플랫폼의 평점을 관리하기도 해야 한다. 여러 방법을 통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필요한 인재들에게 회사 지원을 설득해야 한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먼저 다가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은 성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