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HR의 스타트업 이직, 각오는 되셨나요?

대기업 HR의 스타트업 이직, 각오는 되셨나요?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스타트업에서 일 잘하는 HR 되기> 시리즈의 6화입니다. 


인사담당자는 대부분의 조직에 존재한다. 인사팀 또는 인사담당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종류를 보면 구성원 관련한 채용, 평가, 보상, 인재개발, 복리후생, 조직문화 등 비슷 비슷하다. 

안정된 대기업의 HR 업무는 이미 기능별로 명확히 담당자가 나눠져있고, 잘 구축된 시스템과 체계화된 HR제도 아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단기 및 중장기 계획에 따라 인력 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는 제도를 기획하고 조직을 구성한다. HR로서 회사의 전략에 따라 구성원을 잘 관리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스타트업은 빠르게 변화한다. 기업의 성장에 따라 모든 HR의 영역을 갖추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필요한 HR 업무의 우선순위와 중요도가 크게 달라진다. 성장 단계에 따라 가장 필수적인 것에 집중한다.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거나 신사업을 위해 인원이 필요한 경우 주요 역할이 채용되고, 구성원의 리텐션, 조직 구조의 변화 등 운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 HR의 역할은 보상, 조직문화가 된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스타트업 HR의 역할은 변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 방향에 따라 HR 방향과 기반을 세워야 한다.

조직 내 담당 업무를 명확하게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이런 모든 업무를 인사담당자가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조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상황과 여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즉,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흐름을 읽고 어디서든 역할을 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기업의 속성에 따라 회사가 기대하는 HR의 역할도, 수행해 내야 하는 업무도 다르다. 내가 경험한 HR은 스타트업의 HR이 아닐 수 있다. 똑똑한 HR이 대기업 경험의 유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을 다니는 HR에게는 소위 ‘내가 만드는’ 스타트업 HR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하지만 로망만 가지고 스타트업 환경에 뛰어들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크다. 과연 스타트업으로 간 HR들의 실패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 셔터스톡


현업에 의한, 현업을 위한 지원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인사담당자를 채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서 인사담당자를 채용하는 것은 인사에 대한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인사에 기대가 크다. 인사담당자 1명이 채용되면 본인들이 어렵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모두 다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기존 대기업의 HR은 지원보다는 관리의 HR이었다. 체계적으로 잘 짜여진 구조에서 HR 업무를 수행하며 이미 갖춰진 구조를 갈고닦아 구성원들이 빛을 낼 수 있도록 했다면, 스타트업은 ‘체계없음’을  받아들이고 뼈대를 세우고 틀을 만들어 가는 업무, 즉 지원의 업무에 초점이 맞춰진다. 현업을 위한, 현업에 의한 HR이 되어야 한다.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HR이 아닌 경영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인사업무를 지원하기도 한다. 경영지원은 인사뿐만 아니라 일부 총무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여름날 에어콘이 고장 나면 이를 처리하기도 하며, 코로나 19를 대응하기 위한 마스크, 자가진단 키트를 구하기도 하고 확진자들을 파악하고 사내 예방수칙을 관리하는 등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해야 한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하며 넓은 범위의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할 때 입사, 퇴사 시 잠깐 스쳐가듯 만나는 사람이 인사팀 직원이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매일을 같이 웃고 울고 생활하는 인사팀이여야 한다. 

스타트업이 첫 직장이 아닌 경우, 이전 환경과의 차이점에서 혼란이 올 수 있다. 현업의 사정에 따라 그때그때 지원 모드로 전환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도 “왜? 인사팀에서”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넓은 업무 범위에 금방 지치게 된다. 스타트업은 불안정하고 비즈니스 모델도 수시로 변화하는 안정되지 않은 중소기업과 같다. 다시 말해 커가는 어린아이와 같다. 완전한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보살펴야 한다. 회사가 살아남아야 HR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역할을 바꿔가며 지원할 수 있는 HR이 되어야 한다. 


‘체계?’ 없고 ‘기준?’ 없다


사람이 모이는 조직이면 기본의 원칙과 규율을 필요로 한다. 보통의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기까지 부족한 리소스를 갖고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명문화된 규칙과 규율 없이 대표이사, 경영진 또는 먼저 합류한 직원들에 의해 암묵적으로 규율과 규칙을 정하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 10명 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경우 기업은 취업 규칙을 제정해서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그 내용이 정교하지 않다. 그래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준이 없어서’, ‘체계적이지 않아서’라며 그 화살이 HR로 향하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 기준과 체계가 명확해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프로세스의 단계를 거치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 주변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HR에게 물어보면 이직 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기준과 체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프로세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만들어야 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 대기업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그것을 마주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직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스테레오 타입에 갇혀버린 채 적응하기를 거부한다.

없어서 불편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대로,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회사의 근본적인 가치와 방향을 반영한 규칙과 기준을 만들자. 이렇게 만들어진 기본 인사 정책이 앞으로 조직문화를 만들어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 회로를 돌려야 한다.

ⓒ 셔터스톡


대기업 타이틀 떼고 실력으로 정면 승부


대기업 또는 이름 들으면 알만한 기업을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 이름이 곧 나를 증명하는 도구였다. 내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똑똑한지 스스로 증명하지 않아도 능력을 증명하는 타이틀이 되었다. 대기업을 다니면서 큰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닌데 내가 대단하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스타트업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중소기업과 동일하다. 속된 말로 계급장, 타이틀을 떼고 진짜의 내 실력으로 정면 승부해야 한다.

기존 조직의 경직된 문화에 질려 주도적으로 일하며 고속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이직했는데 전임자도 없고 인수인계를 친절하게 해주는 사람도 없다. (위에서 언급 한 것과 같이) 인사 업무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내가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오롯이 내가 일을 만들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성공시키며 스스로의 필요성과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누가 먼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도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일을 추진시킬 수 있어야 하며 기존 방식과 다르게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하며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채용을 예를 들어보자. 스타트업의 인사담당자 역할 중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스타트업은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펀딩을 받아 성장가능성은 무한대라고 하지만 검토할 수 있는 지원자 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회사를 몰라서 또는 아직은 불안한 스타트업이어서 지원자가 적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원자 수를 늘리기 위해 홍보를 위한 비용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 선발을 원하는 인재는 어느 회사의 기준보다 높다. 

그렇기에 기존과 다른 파이프라인을 설계해야 한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정부의 인증을 통해 회사의 네임 밸류를 올리기도 해야 하고 외부 플랫폼의 평점을 관리하기도 해야 한다. 여러 방법을 통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필요한 인재들에게 회사 지원을 설득해야 한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먼저 다가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은 성공하기 어렵다.

ⓒ 셔터스톡


왜 스타트업 HR을 원하는가?


스타트업의 HR은 specialist 가 되기 어렵다. 기존처럼 어느 한 분야 HR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내고, 회사 생존을 위해 현업에 의한, 현업을 위한 HR해야 한다. 어쩌면 내가 알던 HR업무가 아닐 수도 있다. 

스타트업은 흔히 로켓에 비유를 많이 한다. 로켓 발사에 성공을 하면 우주까지 높이 더 멀리 날아갈 수도 있지만, 발사에 실패를 하면 대기권을 통과하지도 못한 채 떨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이직은 신중해야 한다. HR이더라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인가, 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인가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그러면 조금 힘들더라도 회사의 성공을 위해, 현업에 의해, 현업을 위한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다. 

또한 이직의 기본인 ‘무엇 때문에 이직을 하는가’에 대한 더 치열한 고민을 하기를 바란다. 스타트업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고 나에게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며 내 성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의 경직된 문화가 싫어서, 지금 같이 일하는 동료가 싫어서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스타트업 이직을 한다는 마음만으로는 안된다.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는 ‘체계 없음’, ‘기준 없음’ 일 수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늘 리소스가 부족하고 ‘체계 없음’이 일반적인 스타트업에서 기본과 토대를 만들며 HR 근본에 집중하면서도 지금 단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찾아내 완수하는 것이 스타트업 이직에 성공하는 HR의 모습이 아닐까.



▶ <스타트업에서 일 잘하는 HR 되기> 시리즈 보러 가기 



글 | 강수연 (sooyeon.msu@gmail.com)
LG디스플레이 HR 직무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4번의 이직을 통해 대기업, 외국계, 중견기업에서 채용, 보상, 글로벌 HR 등 인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현재는 슈피겐코리아의 HR팀장으로 재직 중이며 HR담당자이자 고연차 직장인으로 채용자와 지원자의 관점에서 이직의 윈윈 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2.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