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 쉼표가 필요한 이유

커리어에 쉼표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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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갓생하는 일잘러 되기> 시리즈의 2화입니다. 


2022년 6월 27일, 시작부터 함께했던 스타트업에서 C레벨로 일했던 약 2년간의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제 퇴사 소식을 전하니, 모두들 퇴사 후의 제 계획을 궁금해하더라고요. 이직을 준비하는 것인지, 아니면 바로 다른 회사를 가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나올 줄 알았던 팀원들에게 제가 던진 말은 “갭이어는 너무 길고, 갭먼스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아요."였습니다.

ⓒ 셔터스톡


사실 저는 “갭이어가 대체 왜 필요해?”라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대학교 입학 또는 취업 전 본인의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 기간을 뜻하는 말, 갭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직장인 사이에서 익숙하게 사용되는데요. 우리나라에서의 갭이어는 퇴사 후, 바로 이직을 하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가치관과 일의 의미를 탐색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사실 저는 대학교 4년 내내 진로 고민한 시간으로 충분할 텐데 “직장인에게 대체 왜 갭이어가 필요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확실히 직장에서 연차가 쌓이고 경험이 쌓이며, 저라는 사람도 변화하면서 다시 “내가 원하는 일"에 대해 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지더라고요. 

저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제 자신에게 놀랐습니다.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살았다고 자부해 왔기에, 서른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 진로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퇴사할 당시 제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해 하는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지 발견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 졸업 이후 항상 하고 싶은 것들에 열정적으로 임하며 살아왔는데, 처음으로 “나는 왜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없었거든요. 

더 이상 ‘내가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을 뒤로 미룰 수 없었어요. 하지만 해답을 찾기 위해 긴 시간 동안 헤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짧은 시간 안에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갭먼스를 보내기로 결정했어요.

ⓒ 셔터스톡


파워 J, 계획형 인간이 갭먼스를 보내는 방법


다시는 오지 않을 갭이어 또는 갭먼스의 시간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은 분명한 목적을 바탕으로 해야 했죠. 제대로 된 갭먼스를 보내기 위해 제가 고민했던 갭먼스의 목적과 계획을 공유해 볼게요.


1. 갭먼스의 목표
저는 갭먼스의 기간 동안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몰두하는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목적으로 잡기로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새롭게 경험하는 것이 많으니 몰두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제가 진심으로 몰입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해보고 싶은 일들을 최대한  해보면서 ‘내가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물론 정해진 기간 동안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말이죠.

  • 갭먼스 목표 : 내가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 기간 : 2022년 7월 ~ 9월 (약 3개월) 
  • NEXT STEP : 창업 / 이직 / 프리랜서 활동 등 다음 단계 찾기
 

2. 세부적인 계획 세우기
갭먼스를 갖기로 했다고 말할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어디로 한 달 살기 가게?”였어요. 통상적으로 직장인의 갭이어는 휴식 시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죠. 물론 갭이어와 갭먼스의 목적이 온전히 ‘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제게 갭먼스는 ‘다양한 경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계획을 작성했죠.

노션 페이지에 작성한 갭이어를 위한 리스트업 ⓒ 이혜신 


가장 먼저 노션 페이지에 갭먼스의 기간 동안 내가 필수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것들을 리스트업 했습니다. 그리고 그 To-Do List를 토대로 월간 계획을 작성했어요. 저는 3개월간 오로지 제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다양한 채널에 배포하는 일을 최대한 많이 경험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 채널을 갖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제가 가진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전자책을 출판하고, 제 이야기를 책의 형태로 출판할 수 있도록 독립출판을 준비하는 것까지를 3개월간 해야 할 일로 정했죠. 

이 3가지를 모두 해내지 못할 수 있지만, 준비하고 알아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의 목표를 잡았고, 이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들을 세워 나갔어요. 

ⓒ 셔터스톡


갭먼스를 보내 보니, 이것 하나는 확실해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한 달간의 갭먼스 기간을 보냈습니다. 최우선적으로 설정한 ‘내 힘으로 키운 채널 갖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달간 세운 계획들을 충실하게 이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집중력이 향상되는지, 남들보다 내가 쉽게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블로그를 운영한지 한 달 만에 100개의 포스팅을 하면서 1일 방문자 수 2천 명인 채널로 성장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는데요. 이 과정 속에서 완전히 일에 몰두하는 제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키우며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기도 했고, 새로운 인연들이 제 인생에 함께하게 되기도 했으며, 다양한 제안을 통해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되었어요.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 A부터 Z까지 혼자 기획한 내 채널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란 것,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그저 꿈과 이상에 불과한 일이었지만 현재 저는 그 일을 통해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어요.

ⓒ 셔터스톡

 
처음 번아웃 증상을 마주하고, 갭이어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을 때 “내가 서른이 다 된 나이에도 진로 고민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갭먼스를 갖기로 결정한 데에는, 그동안 주위의 기대와 주변 사람들의 인식에 맞춰 내 삶을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가 있어서 였어요.

비록 저는 번아웃 증상이 동기부여가 되어 갭이어, 갭먼스라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갭이어’라는 시간의 의미는 번아웃 증상을 치료할 방안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고 계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확신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내가 평생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 한 발짝 물러서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것이니까요. 

한 달간의 갭먼스를 보낸 지금은 더 늦지 않게 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도전할 마음이 든 것에 감사하며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낸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금 진짜 원하는 일을 찾아 나서기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더 늦기 전에 ‘내가 원하는 일을 찾는 도전’을 해보세요.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마주하실 수 있으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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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이혜신 (swan04290@yonsei.ac.kr)
곧 서른이 되는 지금까지도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프리랜서 에디터입니다. (@hye_shinn)



발행일 2022.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