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사람들> 시리즈의 2화입니다.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지가 2가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하나는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다른 하나는 고객이 기대하는 만큼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은 둘 중 어떤 것에 더 높은 충성도를 보일까? 『고객이 기업에게 원하는 단 한 가지』라는 책에 따르면, 위의 두 경우 고객 충성도는 크게 차이가 없다. 책에서는 ‘얼마나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보다 ‘불편함을 제공하지 않는 점’에서 만족도의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쉽게 말해 고객은 고객센터로 전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특정 결제 수단에 한해서는 취소나 반품, 교환 시 상담원에게 전화해야 하거나 상품 상세 페이지에 안내된 사이즈 속성과 상품 옵션 선택 단계에서 나타나는 속성 값의 차이가 있을 경우 고객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확한 정보의 안내와 고객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미리 제공해 컨텐츠로 만들고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고객 경험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고객이 궁금해할 정보를 미리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의 수위로 정해야 하는지, 이를 어떤 메뉴에 노출시켜야 할지 등에 대해 기준 잡기를 어려워한다. 여기에서는 다양한 기업 사례를 통해 고객에게 불편함을 주는 상담원 문의 없이 ‘Seamless CX (끊김 없는 CX)’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아무도 보지 않는 FAQ? 구성하기 나름!
‘FAQ’는 자주 묻는 질문을 정리한 페이지로, 웹 1.0 시대의 홈페이지를 구성하는 필수 메뉴이며, 지금까지 모든 서비스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FAQ에 대한 인식은 ‘형식적인 질의응답지일 뿐이다’, ‘FAQ에 들어가도 내가 원하는 정보를 한 번에 찾기란 쉽지 않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CX 기획자라면 ‘FAQ가 얼마나 사용자 친화적인가’부터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재 FAQ는 고객이 궁금한 사항을 미리 해결해 볼 수 있는 창구의 역할보단 제품을 사면 함께 딸려온 사용 설명서에 가깝다. 주요 문의 유형이 메뉴로 제공되고 있긴 하지만, 영혼 없는 장문형 문장은 마치 사전을 읽고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FAQ도 하나의 컨텐츠라는 인식을 먼저 가져야 한다. FAQ를 서비스 구축 시 필요한 의무 메뉴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제품으로 생각해 고객 관점의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고객 관점의 콘텐츠’란 주 이용 타깃을 고려해 FAQ 내용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글과 시각 자료를 함께 활용하는 것, UX 라이팅을 활용해 고객과 대화하는 듯한 안내 자료를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원룸만들기의 FAQ 페이지는 타깃 고객의 입장에서 ‘읽어야 할 글에서 읽고 싶은 콘텐츠’를 지향하고 있다. 위 참조 사진에서 보듯 원룸만들기는 10개의 FAQ 리스트를 정리해 모두 별도의 이미지 작업을 거쳐 상품 상세 페이지의 설명서처럼 안내하고 있다. 이미지 콘텐츠에 익숙한 1020 타깃을 고려해 재미와 정보 전달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FAQ를 기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다음으로 FAQ 화면의 UI를 고려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은 대다수 고객의 문의 사항을 기준으로 구성되었지만, 그 기준은 개인 고객마다 다를 수 있다. 때문에 FAQ는 게시판 형태의 메뉴 구성 대신, 질문의 상위 카테고리를 퀵 메뉴로 제공해 고객마다 궁금한 사항을 빠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FAQ의 열람 비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GS SHOP은 플랫 디자인을 활용해 FAQ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먼저 ‘최근’ 자주 묻는 질문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FAQ 화면에 대한 사용 빈도를 높였고, 상품문의와 주문/결제 등 문의 유형을 퀵 메뉴로 제공해 특정 고객의 궁금한 사항을 빠르게 찾아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FAQ의 제목과 내용을 함께 노출해 답변 내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측 영역에는 1대1 상담하기 메뉴를 위치시켜 FAQ 메뉴 이용 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의는 1대1 상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 문의 접점 채널의 접근성을 높였다. 두 번째
채팅 상담 메뉴의 위치는 신중하게 고려하자
상담 서비스가 디지털 채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채팅 상담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1명의 상담사가 여러 명의 고객을 동시에 응대할 수 있고, 고객과의 상담 내용을 텍스트로 즉시 확인할 수 있어 기억력에 의존하지 않고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콜 포비아’를 느끼는 2030 세대가 늘어나면서 채팅 상담은 메인 홈 전면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채팅 상담의 중요도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이 고민하는 부분은 채팅 상담 메뉴의 위치다. 채팅 상담의 기술과 콘텐츠가 상향 평준화되고 대부분 업계 1~3위 업체의 외부 솔루션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든 편리한 채팅 상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기업들은, 채팅 상담 메뉴를 홈 화면에 위치시킨다.
왼쪽부터 그로스쿨, SSG닷컴, 한스타일. 플로팅 버튼 형태로 채팅 상담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들
하지만 채팅 상담 메뉴를 홈 화면에 노출시킬 때 3가지를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채팅 상담은 채팅 상담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보다 전담 응대 인력 세팅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전담 인력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팅 상담 문의 위치가 홈 화면으로 설정됨에 따라 고객 접근성이 향상돼 문의량이 증가하게 될 경우, 상담 응대율 감소에 따라 고객의 만족도는 되려 감소할 수 있다. 필자가 속한 회사에서도 채팅 상담의 위치를 홈 화면으로 변경한 결과, 문의량이 무려 30% 가까이 증가했고, 전담 인력의 충원도 없었기에 고객의 불만도 함께 폭주했다. 결국 채팅 상담 메뉴의 위치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어렵게 설계한 FAQ 페이지나 상품 상세 페이지를 보지도 않고 무작정 채팅 상담부터 시도하는 문의 건의 증가로 VOC의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업계 오픈 채팅방에서 유사한 경험을 겪었던 분의 사례 ⓒ 강승훈
채팅 상담 메뉴 운영의 정답은 없지만 각자 기업 운영 현황에 따라 적절한 위치를 제공하는 것이 채팅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방향일 것이다.
카카오뱅크와 토스의 경우 채팅 상담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지만 고객센터 메뉴 가장 상단에 채팅 상담 메뉴를 제공 ⓒ 강승훈
세 번째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기는 ‘결제 완료 후 안내 페이지’
대부분의 기업은 결제 완료 후 안내 정보를 메일 또는 카카오톡으로 알림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페이지 또한 고객의 추가 문의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안내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좌) 더한섬닷컴, (우) CJ 온스타일 ⓒ 강승훈
패션 브랜드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VOC 중 하나는 ‘상품이 잘못되었다’라는 것이다. 상품 자체의 하자인지, 아니면 포장 중 문제인지, 배송 중 배송 기사의 과실인지 등 그 귀책 사유를 확인하는 과정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중 ‘포장 중 문제’에 대한 고객 문의를 미리 안내하기 위해 더한섬닷컴은 물류 포장 영상을 결제 완료 알림톡에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온스타일은 무통장 주문 시 카카오페이 간편송금 기능을 제공해 입금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쿠팡은 결제 완료 페이지 내 구매 상품 별 배송 현황 버튼을 제공해 배송 문의에 대한 고객 문의를 사전에 해결하고 있다. 또한 와우 클럽(쿠팡의 멤버십 프로그램) 결제 시에도 와우클럽의 주요 혜택 3가지를 안내하는 동시에 자세히 보기 버튼을 클릭해 상담원 문의 없이도 고객이 직접 상세 혜택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객 경험 향상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그 기본은 언제나 ‘고객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고객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제작과 UI 설계, 서비스 이용 여정 중 상담원 문의로 전환될 수밖에 없던 부분을 기술적으로 해결해 궁극적으로 고객의 노력은 줄이고 ‘귀찮은 상태’는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CX 담당자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사람들>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강승훈 (tomate321@hanmail.net) 현재 현대홈쇼핑 고객보호팀에서 CS 채널 기획 및 고객센터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 MBA 과정을 수료하였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를 좋아해 브런치를 운영 중에 있으며 2022년 클래스 101 x 브런치 북 AI 클래스 프로젝트를 수상했다. (https://brunch.co.kr/@hunwwuf)발행일 202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