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브랜드 가치를 더하는 디자인 세계> 시리즈의 4화입니다.제페토의 등장으로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현실의 일부분을 대신하며 현실과 가상의 교집합을 넓혀가고 있다. 가상 세계를 아우르는 안개 같은 우려 속에서도 새로운 마켓이 가져 올 의미 있는 전환을 확신하는 한 명의 3D 의상 디자이너가 있다. 
앤더슨 후이넘스 3D 의상 디자이너 ⓒ 배인혜
1세대 3D 의상 디자이너가 사는 법
F.I.T* 재학 중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CLO’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다른 2D 프로그램처럼 3D 의상 프로그램이 향후 메인스트림이 될 거란 앤더슨의 생각은 공고해졌다. 지금도 여전히 여러 물음표가 마중한 시장 초입에서 그가 바라보는 3D 디자이너의 길은 마냥 녹록치만은 않다. 허나, 그 지난함이 주는 기쁨은 디자인 세계에서 유일무이할지도 모른다.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산하의 예술, 디자인, 비즈니스, 기술 분야 전문 학교
‘왜 디자인이었나요?’ 수많은 직무 중 디자인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왜’라는 이유 없이 막연하게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어요. 디자인 영역뿐 아니라, 자연과 음악에서도 영감을 받고는 하는데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매력적인 느낌을 형체로 표현할 수 있는 건 디자인이더라고요. 또, 저는 일반 사람들에 비해 시각적 자극에 예민한 편인 것 같아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옷의 형태, 색감 등을 제가 원하는 대로 조합하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사람을 관찰하는 일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종이 패턴에서 캐드로의 전환, 그리고 손그림에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로의 전환처럼 의상 제작도 3D가 주류가 될 거라는 생각이 지금의 3D 디자이너 길로 이끌었다고요. 그럼에도 이전에 하셨던 디자인 작업에 애정이 있으셨던 만큼 그 결정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첫 커리어는 의류 벤더에서 테크니컬 디자이너(Technical Designer)로 시작했어요. 테크니컬 디자이너는 의류를 수출입할 때 현지 구매자와 유통에 적합하도록 디자인, 핏 등을 조정하는 디자이너예요. 테크니컬 디자이너 이전인, 인턴 시기에는 실물 컬렉션을 제작하는 일을 서포트했었어요. 실물이 아닌 3D로 의상을 만드는 게 새로운 일이기는 했죠. 그 당시만 해도 3D 디자인 비즈니스가 크지 않았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가 훨씬 더 적었거든요. 하지만, 종이 패턴에서 캐드로 등의 전환처럼 패션 신에서도 실물에서 3D로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3D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준비하면 좋을까요? CLO, 블렌더, C4D, 섭스턴스 페인터 등 제작 프로그램(툴)을 언급해 주셨는데요. 앤더슨 님께서 실제로 준비하셨던 과정을 중심으로 자세하게 소개해 주세요.
제가 3D 디자인을 선택했던 2016년엔 지금의 시장 트렌드와 무척 달랐어요. 한 예로, 제가 다녔던 의류 벤더에서는 의상 프로그램을 세 개 다뤘어요. 지금은 CLO가 메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큼 대세지만, 그 당시에는 Optitex, Browzwear 등 바이어마다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달라 모든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했죠. 요즘은 CLO를 기본 툴로 다뤄야 하고 C4D나 블렌더 같은 모델링 프로그램을 통해 연출 및 영상을 제작하는 스킬이 필요해요. 이러한 역량이 있다면 3D 디자이너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 후이넘스
3D 디자이너로서 느끼시는 기쁨이 궁금합니다.
신생 마켓이기 때문에 고객사와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반복적인 일에 권태감이 오는 시기도 적고요. (반대로, 힘든 점도 있나요?) 이전에는 선례가 없다는 점이 어려웠어요. 첫 회사에서 약 3년 반 일했을 때 같은 직종의 디자이너 선배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음 스텝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뻗어 갈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었어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면 불확실하고 두렵잖아요.
ⓒ 배인혜
가상 콘텐츠의 경계를 허무는 사람들
후이넘스는 실제와 가상 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콘텐츠를 개발한다. 특히 Web 3.0 환경에서는 풀스택 메타버스와 NFTs 스튜디오로 역할하며 브랜드들의 3D 마케팅을 서포트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가상 콘텐츠가 대중에게 면밀히 스며들 수 있을까.
후이넘스에 합류하신 계기를 들어 보고 싶어요.
3D를 활용해 여러 브랜드와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에 이직을 결심했어요.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3D 기술로 얼마나 다양한 것을 해볼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거든요. 벤더에서는 샘플 프로토 단계에서 3D를 활용하거나, 웨딩 스타트업에서 드레스 가상 피팅 서비스를 제작했으니 후이넘스에서는 이와 다른 메타버스와 NFT 관련 콘텐츠에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회사의 비전이나 프로젝트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요.
'Mardi Mercredi' 프로젝트 ⓒ 후이넘스
후이넘스에서 제작하셨던 작업물 중 첫 번째로 소개해 주고 싶으신 의상은 무엇인가요?
이제 막 전시가 끝난 'Mardi Mercredi'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입사 후 첫 프로젝트였고, 후이넘스가 만든 3D 콘텐츠를 일반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거든요. 3D가 생소한 고객이 콘텐츠를 보고 신기해 하며 멋지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더군다나 3D로 디자인한 옷이 실물로도 제작되어 개인적으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 후이넘스
의상을 개발하거나 특히 디벨롭할 때 우선으로 분석하는,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3D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과 연계해서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예로, 마케팅 콘텐츠로 의상이 사용되는 경우 연출 콘셉트, 그리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려해 콘텐츠를 제작하신다고 하셨죠. 그때 디자이너에게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혹은 브랜딩 기술 등이 요구되는 걸까요?
첫 번째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콘셉트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중요해요. 같은 디지털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브랜드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고려하는지, 어떻게 브랜딩하고 싶은지 이해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대부분의 브랜드가 3D 경험이 없기 때문에, 3D 디자이너는 브랜드 결에 맞는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리딩하는 역량이 필요해요.
(그 역량을 충족하는 사람들 중에서 도드라지려면요? 어필하는 포트폴리오란 무엇일까요.) 지원하는 회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해요. 높은 디자인적 감도를 요구하는 회사는 정형화된 포트폴리오를 매력적으로 보지 않겠죠. 그러나, 벤더와 같이 스킬을 더욱 주요하게 보는 회사라면 스킬셋을 잘 보여 줘야 합니다. 후이넘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3D 콘텐츠로 녹여야 하므로 숙련된 3D 스킬과 함께 감도 있는 디자이너를 찾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사업(프로젝트)이 여러 갈래로 파생되고 있죠. 하지만 급격한 변화와 성장으로 오히려 불확실성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앤더슨 님의 개인적인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요.
언제나 큰 변화에는 긍정적인 시선과 회의적인 시선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특히 시장 초입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강하게 발휘하는 것 같고요. 그런데, 그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고 변화의 물결을 타는 사람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요. 모두가 불확실하다고 말하는 상황 속에서도 가능성을 먼저 찾고 도전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후이넘스가, 조금 좁혀 후이넘스 3D 디자이너가 메타버스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하면 좋을까요?
국내에서 후이넘스처럼 풀 3D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실사에 가까운 의상을 디자인하고 NFT까지 진행하는 회사는요. 후이넘스가 수용 가능한 프로젝트 영역이 넓어질수록 국내의 3D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고, 메타버스를 향한 사람들의 불쾌한 골짜기를 해소시킬 수 있을 거예요. 언젠가 자연스럽게 3D 콘텐츠가 하나의 마케팅 소스로 활용되겠죠. 해외 브랜드에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방향성을 못 잡고 있는 것 같아요. 3D 콘텐츠에 걸쳐 있는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 배인혜삶과 커리어를 기꺼이 디자인하는 용기
끊임없는 질문들. 그러나 명료한 대답 없이 불어만 가는 워라밸에 대한 이야기. 일만큼이나 휴식에 치열한 사람이야 말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가치 있게 대하는 사람이다. 7년간 일해 온 앤더슨은 삶과 일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며 쾌할하게 웃는다. 대신 두 세계가 서로 건강한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것이 곧 워라밸이고, 그것을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라고 말한다.롱런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워라밸은 어떻게 관리하고 계시나요?7년간 일하다 보니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는 주 3회 웨이트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려고 해요. 일에서 받는 에너지가 일상에서 또 다른 즐거운 에너지로 이어지는 게 필요하다고 실감해요. (그렇다면 일과 삶의 분리는 어렵겠네요?)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후이넘스에 와서 본격적으로 매니징 역할을 맡았는데, 책임감이 높아지니 완벽한 분리가 어렵더라고요.(웃음) 더욱 역량을 발전시키고 싶어 시간을 내어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뛰어난 팀원들과 최적의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일상에서도 언제나 고민하게 되어요.현재는 핏한 기업에 입사해 마음껏 역량을 펼치고 계시지만, 앤더슨 님도 취업 준비 기간을 겪으셨을 텐데요. 그 기간을 막 지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조언이 있다면요?첫 번째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시간을 들여 생각해야 해요. 다음으로,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렴풋이 알았다면 일단 행동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남의 결정을 따르는 일은 결코 오래 못 가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깊게 관찰하고, 이후 방향을 정했다면 뒤돌아 보지 말고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낼 때까지 매진하길 바라요.혹시 회사 밖에서 앤더스 님만의 무언가(콘텐츠)를 만들고 계신가요?기간을 정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높게 책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기록해 보려 해요. 제가 많은 사람에게 목표를 공유하는 순간 달성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들 거든요.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를 빼고, 앤더스 님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20대 때부터 멋있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바로 노홍철이었어요. 사회가 정한 룰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하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고요.▶ <브랜드 가치를 더하는 디자인 세계> 시리즈 보러 가기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배인혜ㅣ포토그래퍼발행일 202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