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베트남 2년 반, 이제는 무신사에서!

배민 베트남 2년 반, 이제는 무신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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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걸스인텍 X 원티드> 시리즈의 3화입니다. 


성장하는 개발자들은 언제 이직을 결심할까. 누군가는 성장을 이유로, 누군가는 연봉이나 사람을 이직의 이유로 꼽기도 한다. 저마다 사정이 있지만 이직을 결심하는 순간만큼은 그 선택이 최선이라고 확신한다. 헌데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이유가 찾아오는 건 어째서일까. 결국 어디에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느냐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는 셈이다. 

“퇴사를 할 때 다음 회사를 고민한 적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퇴사 시점엔 다른 회사를 알아보지도 않죠. 쉬면서 제가 느끼는 갈증을 들여다보고 해결 출구를 찾는 편이에요. 돌이켜보면 제가 다음 회사를 결정하는 중심 요소는 ‘성장’인데 그 바탕에는 늘 일과 사람이 함께 하더라고요.”

LG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코빗, 쿠팡, 네이버, 우아한형제들 그리고 현재 무신사까지 다양한 인더스트리를 경험해온 박미정 무신사 개발실장은 스스로를 ‘기술적인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는 조직에 필요한 일을 잘 받아들이는 개발자’라고 칭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현재 우리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일을 먼저 찾아 개발하면 결국 자신의 성장이 따라왔다는 것. 내 욕심만 부려왔던 것도 아닌데, 어느새 그는 ‘어떤 서비스라도 기술로 녹여낼 수 있다’는 자신감 충만한 개발자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내 욕심을 내세우지 말고 회사에 필요한 일을 하세요”라고 강조한다. 어찌보면 참 냉정한 그 말의 속뜻을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박미정 무신사 개발실장 ⓒ 원티드


Q.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무신사에서 개발 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미정입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LG계열 SI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이후 코빗, 쿠팡,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을 거쳐 현재 무신사에서 테크 플랫폼, 고객과 브랜드, 그리고 조직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4개월 차,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시간


Q. 무신사에 오신지 4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이전에 하던 일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전에는 백엔드 팀이나 스쿼드 조직과 같은 목적 조직을 관리했어요. 모두 팀 단위 조직이었기 때문에 제가 관리하는 영역도 팀 미션으로 한정되어 있었어요. 무신사에서는 여러 팀이 모여있는 실을 책임지고 있는데 그만큼 제가 관리하는 영역이 커졌어요. 우선 실의 목표를 정하고, 그 후 브랜드 과제 중 우선순위를 판단해 실제로 이를 수행할 사람을 정하고, 그 일을 할 팀을 구성하는 일까지 책임지고 있어요. 물론 개발도 직접 하고 있고요. 한마디로 새롭게 신설된 개발실을 안정화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책임져야 할 조직이 커지면서 일이 많고 복잡성이 높아졌지만, 서비스의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재미있을 거 같아요. 

맞아요. 그 점이 좋아요. 예전에는 제가 풀어야 하는 문제 영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면 이젠 그 범위가 굉장히 커졌죠. 따라서 산재되어 있는 문제들의 임팩트를 파악해 일의 영역을 정의하고 그 안에 깊게 파고드는데, 그 과정이 흥미롭고 도전적이에요. 


Q. 지금의 역할을 하는 데에 이전의 어떤 경험이 도움이 되나요?

그동안의 모든 경험이 도움이 됩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문제 해결 방식인데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문제를 파악하고, ‘진짜 문제’가 맞는지 다시 확인하고, 맞다면 빠르게 해결책을 찾는 식이죠. 저는 계속 이 방식으로 일해 왔는데 지금 풀어야 하는 문제들도 크기가 커지고 다양해졌을 뿐 동일한 방식이 적용돼요. 

다만, 협업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요. 더군다나 지금은 그 대상이 훨씬 많아졌거든요. 문제 해결 영역이 커진 것은 어렵지 않은데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해야 하는 사람이 다양해졌다는 건 더 고민할 게 많아졌다는 뜻이니까요.


Q.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미정님만의 방식이 있나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관련 책이나 아티클을 많이 보면서 공부해요. 하나의 팁을 공유하자면 ‘관찰’이에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듣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지 살펴보려고 노력해요.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니즈를 관찰하고, 잘 듣고, 분석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어요. 결론을 내릴 때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그 후부터는 잡음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라 결과적으로는 더 빠르게 일을 진행할 수 있어요. 


Q. 급한 마음에서 빨리 일을 진행시키고 싶을 때도 있을 거 같은데, 욱해서 감정을 쏟아내거나 실수한 적은 없으신가요?

있죠(웃음). 저는 성격이 급하고, 빨리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에요. 이러한 성향은 개인 성과를 내는 데에는 좋았지만 리더가 되면서부터는 급한 성격이 문제가 되더라고요. 팀원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하지, 왜 저렇게 느리지 하면서 그냥 제가 해버린 시절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팀원들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데에 두려움을 갖게 되더라고요. 결국 제가 그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됐고 팀 성과에도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어요. 그때 팀원들이 피드백을 줬어요. 팀장만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의욕이 꺾인다고요. 그래서 리더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지금도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BAEMIN YEAR-END GALA 2020에 참여하며 ⓒ 박미정


배달의 민족 베트남 서비스를 만들다! 


Q. 미정 님이 배달의민족 베트남 서비스 초기 멤버라고 들었는데, 서비스 구축 과정이 궁금해요. 

저는 배민 베트남 법인이 설립되기 전에 초기 멤버로 합류했어요. 당시 백엔드/인프라를 담당하는 사람은 저와 다른 동료 한 명뿐이었는데, 약 5개월 동안 둘이서 베트남 서비스의 백엔드와 인프라를 개발해서 런칭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무리한 일정이었죠. 사실 배달앱은 보이는 것 말고도 뒷단의 도메인이 많아요. 레스토랑, 라이더, 일반 고객 그리고 운영자 등을 위한 기능을 각각 만들어야 하죠. 레스토랑과 일반 사용자 사이에 이슈가 있으면 운영 면에서 처리할 부분도 많고 프로모션 관련 시스템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둘이서 5개월 동안 다 했어요. 불가능해 보였지만, 결국 해낸 것이죠. 


Q. 듣기만 해도 벅찬 일정인데, 어떻게 가능했죠?

저랑 동료 둘 다 일이 되게끔 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것을 명확히 구분 지었고 직접 구현할 일과 외부 서비스를 쓰면서 할 일 등의 우선순위를 잘 조절했어요. 목표가 5개월 안에 서비스를 런칭한다였기 때문에 가능한 스펙으로 계획했고 실행했어요. 런칭 후에는 베트남 현지 인력과 한국 인력을 채용하여 팀 빌딩도 했죠. 좋은 개발자들이 많이 들어와서 코드 퀄리티를 유지하고 비즈니스 요구사항도 잘 맞췄어요. 이런 과정들이 회사 내에서 모범 사례로 공유되기도 했어요. 

ⓒ 박미정


Q. 처음부터 베트남 서비스를 새롭게 구축할 것이란 걸 알았나요?

저는 한국 배민에서 일한 적이 없어요. 입사를 바로 베트남으로 했거든요.  사실 그때 저는 독일 현지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배민의 지인과 대화하다가 베트남 법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환경적으로는 독일이 더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일하고 생활할 생각을 하니 조금 두려움이 있었는데, 베트남 배민에서의 근무를 제안받은 거죠. 베트남으로 가면 한국 동료들도 있으니 독일보다는 낯설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에 덜컥 입사했습니다. 

입사는 했지만 배달 비즈니스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개발하면서 도메인을 배웠어요. 다행히(?) 베트남에는 친구도 없고, 갈 데도 없어서 잠자는 시간 빼고는 계속 일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재밌었어요. 진행 사항이 눈에 보이니까 신이 나서 계속 붙들고 있게 되더라고요. 

5개월 동안 만들고 런칭 후에도 계속 베트남에서 일했어요. 그 시간이 딱 2년 반이었어요. 그 후엔 한국팀에서 일하는 걸 제안받기도 했는데 한국에 와서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쉬면서 넥스트를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다양한 회사를 경험하셨는데, 미정 님이 일하기 좋은 개발 문화는 어떤 모습인가요?

첫 회사였던 SI 쪽은 힘들었던 거 같아요. 고객이 하라는 대로 움직여야 했고, 그러다 보니 개발자들도 수동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안에서 액티브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도 했지만 그런 시도는 늘 거부당했어요. 그다음으로 간 회사가 멤버가 10명 남짓이었던 스타트업 코빗이었요. SI에서는 제가 의견을 내면 막내가 그러면 안 된다고 했는데, 코빗에서는 말을 안 하면 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문제가 있으면 이걸 기술로만 해결해야 하는지, 기술로 해결한다면 떠오르는 솔루션이 있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라고 했어요. 충격받았죠. 이런 문화도 있구나 싶었는데 그런 문화가 저랑 잘 맞는다는 걸 알았어요. 계속 서비스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 좋았어요. 그다음부터는 회사를 확인할 때 함께 성장하고 싶은 서비스인가를 생각하게 됐어요. 

ⓒ 원티드


생각하는 개발자, 공유하는 개발자! 


Q. 미정님이 만들고 싶은 개발 문화는 어떤 모습인가요? 

개발자들이 주도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기획자가 주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걸 왜 하는지, 사용자에게 이 기능이 나가는 게 맞는지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반영할 줄 알아야 해요. 개발자들이 ‘해야하는 말’을 하고,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조직 내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것들, 새롭지 않아도 다방면으로 전체 공개하면 좋겠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자주 공유하고 있어요. 좋은 문화의 기본인 투명성을 가꿔나가려고 해요. 


 Q. 미정 님의 개발도 하지만, 관리자로서의 비중이 더 큰 거 같은데 앞으로 관리자 트랙으로 가길 원하시나요?

저는 개발을 기본으로 하되, 서비스와 조직도 잘 굴러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비스나 사람을 빼고 개발만 보진 않죠. 지금도 주말마다 저희의 기술 스택을 공부해요. 다만 기술 자체로 척척박사가 되고자 하는 건 아니에요. 내가 공부한 이 기술을 우리 서비스 안에서 어떻게 풀어야 우리 시스템이 더 견고해지고 우리 조직이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사용자에게 확장성 있는 개발을 할 수 있을지라는 목표가 더 강한 편입니다. 


Q. 자신의 커리어를 잘 만들어가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해주신다면?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필요한 일을 먼저 하면서 작은 성취를 맛보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첫 회사의 기억이 좋지 않지만, 그 당시 저 또한 많이 미숙했던 거 같아요. 그중 하나가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했던 거예요.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좀 더 회사에 필요한 일을 하면서 나의 성장 포인트를 고민할 거 같아요. 당시에는 ‘나는 개발자인데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오히려 그 생각 때문에 성장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내가 하고 싶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도 회사가 필요하지 않으면 회사가 돈을 주고 시킬 이유가 없어요. 직장인이라면 월급값을 해야겠죠?(웃음) 

우선은 회사의 발전에 필요한 일인지를 먼저 판단해야 해요.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성장 포인트를 고민해야 합니다. 필요한 일을 먼저 찾으면 회사의 인정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어요. 이런 성장통을 겪은 저는 이제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먼저 찾고 내가 얻어갈 것은 그다음에 찾고 있답니다.


Q. 스스로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오늘 하루, 이번 한 주, 이번 달을 계속 돌아보며 내가 부족하고 몰랐던 것을 돌아보고 채우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미정 님의 5년 뒤 모습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나요?

뱃속의 아가와 해외에서 살고 있는 모습? 거기서 또 재밌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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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정은혜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eunhye@wantedlab.com) 



발행일 2022.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