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걸스인텍 X 원티드> 시리즈의 4화입니다. 자율주행이란 무엇일까요? 자율주행이 무엇이냐고 묻는 6살 아들의 물음에 수정 님은 ‘엄마는 스스로 가는 자동차를 만들고 있단다’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맞아요. 자율주행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인간과 사물을 식별하고 차들이 서로 소통하며 스스로 주행하게 만드는 기술을 뜻합니다. 테슬라, 구글, 애플 같은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역시 자율주행 기술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내 자율주행 연구 결과와 투자 소식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런데 네이버랩스는 2017년도에 이미 IT 업계 최초로 국토부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을 허가받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완성차 기업도 아닌데 네이버랩스가 어떻게 그리고 왜 자율주행 분야에 몰입하고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자율주행의 핵심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들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8년 차 엔지니어 김수정 님과 함께 자율주행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세요. 
김수정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그룹 On Road Intelligence 팀 리드 ⓒ 이용석
새로운 세상을 향한 힘찬 도약
Q. 네이버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올해 8년 차 엔지니어가 되셨습니다. 수많은 선택지 중 네이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사과정 동안 컴퓨터비전, 그중에서도 2차원 영상으로부터 3차원 정보를 복원하는 3D 비전을 전공했습니다. 실험을 위해 직접 카메라로 데이터를 얻고 3차원 물체들을 복원하다 보니 작은 물체 복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아쉬웠어요. 그런데 구글 같은 기업의 3차원 복원은 도시 단위로 스케일이 압도적이에요. 그런 데이터를 만져 볼 수 있는 회사를 국내에서 찾는다면 무조건 ‘네이버’라고 판단했어요.
게다가 입사할 당시 딥러닝이 태동하는 시기였고, 딥러닝의 핵심인 데이터양이 곧 모든 분야에서 중요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로봇과 자율주행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 같았고요. 기존에는 하드웨어 기반의 회사들이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었지만 결국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는 플랫폼 회사가 강점을 발휘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네이버 제2 사옥 '1784'. 1784는 최초 산업 혁명이 시작된 해이며, 건물의 지번 주소(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8-4번지)이기도 합니다. ⓒ 네이버랩스
Q. 수정 님께서 리드하시는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그룹 On Road Intelligence 팀은 어떤 일을 하나요?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그룹 On Road Intelligence 팀은 도로 위에서 사람들에게 유용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이동하기 위해 지도를 보며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살펴보듯, 자율주행도 지도를 기반으로 경로를 탐색합니다. 그런데 자율주행을 위한 지도는 차선 단위 이동이 가능해야 하기에 사람이 보는 지도보다 정밀한 3차원 지도를 사용해요. 이런 고정밀 지도를 제작하려면 고가의 센서가 부착된 매핑 차량이 필요합니다. 네이버랩스는 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매핑할 수 있는 독창적 기술을 개발했어요. 항공사진으로부터 3차원 복원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매핑 차량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정합하는 방법이죠.
항공사진으로부터 복원한 3차원 결과물은 현실 세계를 그대로 반영한 거울 세계(디지털 트윈)와 같습니다. 자율주행에 유용하게 활용되지만 자율주행에만 사용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좋은 퀄리티예요. 그래서 사람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개선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운전하다 보면 ‘몇 차선으로 언제 옮겨야 하지?’ ‘내가 달리는 차선이 직진 차로와 연결될까 아니면 좌회전 차로와 연결될까?’처럼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을 텐데요. 만일 자율주행을 위해 만들어진 지도가 사람을 위한 내비게이션에 사용될 수 있다면 우리가 볼 수 없던 걸 기술이 발견하게 될 테니 정확한 판단에 도움이 되겠죠.
Q.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에게 세상을 이해시키려 거울 세계를 구축하는 거군요.
맞아요. 인공지능은 디지털화된 데이터가 필요한데 ‘A에서 B로 갈 때 어떤 경로로 가야 안전하고 빠를까?’의 정답을 거울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거죠. 그러나 디지털 트윈 기술이 비단 자율주행에만 활용 가능한 건 아닙니다. 현실 세계가 디지털로 똑같이 구현되면 AR, 서비스 로봇, 스마트 시티, 메타버스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이처럼 자율주행 연구 프로젝트는 수많은 분야가 융합되는 만큼 새로운 과제로 분화도 됩니다. 차와 도로에만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데이터의 확장 가능성을 늘 열어 두는 게 좋습니다.

ⓒ 이용석
Q. 출산 전까지 즐겁게 연구하시다 1년의 육아휴직 후 복귀하셨어요. 꼭 육아휴직이 아니더라도, 갭이어 같이 잠시 일을 놓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는 분이 많은데요. 수정 님은 괜찮으셨나요?
사실 출산 휴가를 떠날 때만 해도 빠르게 돌아가는 환경을 떠나 잠시 일을 놓는다는 게 많이 불안했어요. 그때 팀장님께서 ‘수정 님, 걱정하지 마세요.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기도 해요.’라고 말씀해 주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Q. 돌이켜 보니 어떤 것 같으세요. 팀장님 말씀이 맞던가요?
시간이 지나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기도 해요. 자율주행 분야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분야잖아요. 도로에서 만나는 문제들이 책이나 논문에 나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트렌드만 따라간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1년에 수십 편의 논문이 나온다 해도 모든 논문이 현실에 적용 가능한 내용은 아니니까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는 힘은 기본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트렌드는 중요하지만, 탄탄한 기본기 역시 그것 못지않게 중요해요.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불안함을 느낄 순 있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웃음)

ⓒ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기술이 바꿀 변화
Q. 수정 님을 사로잡은 자율주행 기술 분야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자율주행은 모듈 하나의 완성도가 높다고 해서 굴러가는 게 아니에요. 자율주행 지도를 생성하는 매핑, 위치를 추정하는 측위,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인지, 주변 물체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예측, 경로를 정하는 계획까지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서 소프트웨어를 담은 하드웨어가 움직임을 만들어야 하고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아귀가 잘 맞는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굴러갈 때 자율주행차가 비로소 구동됩니다.
자율주행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제대로 구동되는 게 마치 '종합 예술' 같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 혹은 소수의 몇 사람으로 만들 수 없는 단위의 일을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만들어 나가는 게 매력적이에요.
Q. 자율주행 기술이 우리의 삶에 왜 중요한가요?
네이버는 컴퓨터와 핸드폰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그럼 ‘다음 플랫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생기는데 로봇과 자율주행 머신이 답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로봇과 자율주행 머신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할 수 있어요. 공간 제약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인 거죠.
미래에는 네이버도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나드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넘어,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연결을 위해 필요한 AI 클라우드 통신 같은 기술도 연구하면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거예요.
Q. 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수정 님께서 기대하시는 미래 모습은 어떤 걸까요?
세탁기의 발명을 통해 주부들이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고 사회 진출 기회도 얻었다고 해요. 발전된 기술이 우리 삶 속에 스며들면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일에 시간 투자를 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서 라이프스타일도 자연스레 변화가 생기겠죠.
지금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도 세상에 이런 영향력을 끼치게 될 거라 믿습니다. 우리는 아직까지 많은 시간을 운전과 주차에 할애하지만 조만간 그 시간조차 본인이 더 가치 있다고 믿는 일과 하고 싶은 일로 채우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 이용석
즐기며 일합니다 : Self Motivated Team Player
Q. 자율주행 기술 분야를 희망하는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자율주행 분야는 어떤 문제를 만날지 알 수 없어요.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 해도 기본기가 튼튼하지 않으면 적용할 때 어려울 거예요. 탄탄한 기본 지식을 갖고 어떤 문제가 와도 풀어낼 수 있는 문제 해결력이 필요합니다. 본인이 가진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결해야 하기에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필요하고요.
채용 부스에 가면 ‘제가 이런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게 자율주행과 관련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앞서 자율주행은 종합 예술과 같다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자율주행 분야는 많은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요. 본인이 연구하는 기술과 자율주행이 관련 있을 확률은 매우 높으니 걱정 안 하셔도 괜찮아요.
ⓒ 네이버랩스
Q. 네이버랩스의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일터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스타트업이랑 대기업 중에 네이버랩스는 어디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 있어요. 네이버랩스의 일하는 분위기는 스타트업 같아요. 루틴한 일을 하기 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미래를 만들어 나갑니다. 본인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고, 그 비전을 함께 세우고 실행하는 데 힘을 쏟고요. 그런데 지원과 투자는 대기업처럼 좋아서 일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아닌가 싶네요.(웃음) 채용 공고에 셀프 모티베이티드 팀 플레이어(Self Motivated Team Player)라는 문구를 매번 사용하고 있는데, 저희 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Q. 일에 대한 수정 님의 애정이 많이 느껴졌어요. 일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사람들은 자신이 성장한다고 느낄 때 권태로움도 무료함도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특히 본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이 맞닿아 있을 때 개인도, 팀도, 조직도 시너지를 내면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성장이 팀의 성장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고민해 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 이용석Q. 마지막 질문이에요. 수정 님께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어렸을 때는 자아실현의 의미가 컸는데 지금은 다양한 의미로 다가와요. 저에게 일은 자아실현이기도 하고, 작게나마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고, 월급을 통해 일용할 양식을 제공받는 것이기도 하죠. 네이버에 입사할 때만 해도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에 3D 비전을 적용해 봐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항공 사진, 거리뷰, 그리고 자율주행차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로그 데이터같이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며 자율주행에 적용하고 있거든요. 입사했을 때 원했던 바는 작게나마 이룬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주변에 능력 있는 동료가 함께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함께 일하면서 성장한다는 기분이 드니까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거죠. 굉장한 감사함을 느낍니다. ▶ <걸스인텍 X 원티드> 시리즈 보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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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김한나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이용석ㅣ포토그래퍼발행일 202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