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대박 내는 마케터들의 이야기> 시리즈의 5화입니다.‘어떻게 메일 오픈율을 높일 수 있을까?’ 물음표 하나가 그의 커리어에 또 다른 방점을 찍게 했다. 곧장 가로질러 갈 수 있는 방법을 마다하고, 기꺼이 모든 지표를 자박자박 걸으며 제품이 맞닥뜨린 문제를 데이터로 관통해 왔다. 
김한상 번개장터 Growth & Product Marketing 팀 리드 ⓒ 배인혜
‘어쩌다’로는 버틸 수 없는 롱런의 마케터
대단한 동기나 마음가짐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한 방향 없이 부표하는 시간 속에서는 결코 단단해지지 못한다.
한상 님께서는 CJ오쇼핑(현 CJ ENM)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현재 마케터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마케팅을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 선택 이후, 취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대학교 1학년 때 진로에 맞춰 동아리를 선택하겠다고 다짐했었고 겨울방학 내내 나라는 사람의 성향을 돌아봤어요. 긴 고민 끝에 제게 마케팅이 적합하다고 결론을 냈어요. 그 이후 매 학기 공모전에 도전했고, 졸업 학년에는 소학회 팀장으로서 축제에 참여했어요. 국내외 축제를 경험하며 얻은 인사이트와 연구를 토대로 축제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제언하는 도서 <축제에 심장이 뛰다>를 집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CJ오쇼핑 면접 당시 그 책을 들고 들고 갔었어요. 벌써 10년 전 이야기입니다.(일동 웃음)
‘진하게 분석할 줄 아는’ 마케터가 되기 위해 한 번의 직무 전환을 하셨다고요. 지금까지의 커리어 여정이 사뭇 궁금해집니다.
첫 커리어로는 e비즈니스 전공을 살려 CJ오쇼핑에서 e마케터로 5년 정도 근무했어요. 이메일 마케팅을 담당했는데, 개발자가 SQ를 짜 주면 제가 커리를 돌려 대상 모수를 뽑았어요. 그런데, 이메일 오픈율을 높이고 싶다는 목표가 쿼리에 호기심을 가지게 했고, 오픈율의 지표 향상을 위해 제대로 배워 보고자 생각했어요. 점차 데이터 분석에 욕심이 커지면서 분석을 진하게 배워 data-driven 마케터로 돌아 오자는 결심이 섰어요. 그렇게 ‘쿠팡' growth analytics 팀으로 이직했습니다. (그 당시 쿼리는 개발자 아니면 생소한 분야였을 텐데요.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처음에는 책을 사서 독학했고, 심화 영역은 선배와 친구 특히 개발자를 자주 괴롭히며 질문했어요.(웃음)
마케터에게 트렌드는 매우 중요한 것 같은데요. 한상 님은 어떠신가요?
제 스스로 트렌드 캐칭에 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정말 센스 넘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마케팅하시는 분이 많고 저도 보며 감탄하고는 합니다. 다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잘 살려 온 것 같습니다. 데이터 분석에 호기심이 왕성해 깊숙이 파다 보니 어느새 그로스 마케팅 리드 역할까지 맡게 되었어요. 최근에는 분석을 근본적으로 배우고 싶어 대학원에 입학하기도 했어요. 누구나 트렌드만을 쫓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강하게 개발하면 그것이 오히려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 제가 쿠팡에 있을 때만 해도 퍼포먼스 마케팅이 붐을 이루다 다시 CRM이나, 브랜드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트렌드는 변하지만 본인 강점에 기반한 역량은 시대를 타는 것 같지 않아요.
총 두 번의 이직 경험이 있으십니다. 한상 님만의 이직 타이밍이 있다면요?
CJ오쇼핑에서 쿠팡으로 간 것은 배움과 성장을 위한 이직이었어요. 심도 있는 분석 업무가 해보고 싶었는데 사내 팀 이동이 쉽지 않았고 마침 쿠팡에서 제안이 와서 고민 끝에 도전하게 되었죠. 비록 결정하기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결정을 한 이후에는 홀가분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로 쿠팡에서 번개장터로 온 이유는 이전 회사들에서 쌓아 왔던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운 좋게 이직 타이밍에 맞춰 제안이 들어 온 덕분에 커리어 로드맵을 잘 그려온듯 해요.

ⓒ 배인혜
번개장터 GPM 팀이 발견한 ‘아하 모먼트’
유저가 제품 가치를 느끼고 오래도록 서비스에 안착하게 하는 ‘아하 모먼트’. 번개장터 GPM 팀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 모먼트를 발견하고 있을까?
CJ오쇼핑과 쿠팡을 거쳐, 현재 번개장터로 합류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리드 포지션이 이직을 결정하는 데 크게 작용했어요. 실무와 매니징 역량을 동시에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리더의 소양도 트레이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늦지 않게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그 외 다른 포인트도 있었나요?) 한 기업 정보 플랫폼에서 번개장터 리뷰를 살펴 봤는데요, 실무자들이 남긴 ‘사람이 좋은 회사다’라는 코멘트가 인상 깊었어요. 직장 생활 10년 차가 되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이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이동해야 할지 망설이는 순간에 마음을 굳히게 한 포인트 중 하나였어요. 더불어 종합몰에서 오픈 마켓으로, 오픈 마켓에서 리커머스 플랫폼으로 옮겨 오는 로드맵이 제 커리어를 더욱 단단하게 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현재 Growth & Product Marketing(GPM) 팀 리드로 계십니다. GPM 팀은 데이터를 토대로 지표 증대를 위한 그로스 전략을 수립, 실행하는 업무를 담당한다고 들었습니다. 번개장터에서의 업무 실례와 함께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팀은 플랫폼 성장을 위해 프로덕트를 분석하고 가설을 세워며 실제 전략과 액션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팀이에요. 우버에서 Rider Growth 팀을 이끌었던 앤드류 첸은 ‘Retention is the king of growth’라는 말을 했어요. 플랫폼의 성장은 고객 리텐션이 대변하고 리텐션을 올리면 그만큼 플랫폼은 성장한다는 의미입니다. 번개장터 GPM 팀도 리텐션 성장이 플랫폼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해요. 리텐션 성장과 번개장터의 성공 방정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아하 모먼트’를 분석하고 있죠. 한 예로, 유저가 2달간 3번의 거래를 달성하면(이때 거래는 구매와 판매 두 가지 모두를 포괄해요.) 이후 방문 리텐션이 하락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어요. 실제로 그러한 유저 액션을 유도하도록 가입 유저에게 ‘웰컴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어요. 신규 가입 고객이 떠나지 않고 안착할 수 있게 번개장터를 소개하는 패키지에 혜택을 담았어요. 아하 모먼트에 정답은 없어요. 플랫폼마다 맞는 아하 모먼트가 있기 때문이에요. 또, 특정한 모먼트에서 당장 정답을 발굴하지 못할 수도, 계속 수정하면서 발전시킬 수도 있어요. 그러므로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액션까지 이어 봐야 해요.
이커머스와 다른, 리커머스에서 주요하게 분석하는 데이터 구조(패턴)가 있다면요?
번개장터는 C2C와 B2C가 공존해요. 리커머스에서 두드러지는 C2C는 한 사람이 구매자와 판매자 두 사이드를 모두 가지고 있는 특이한 패턴을 보이죠. 그래서, 데이터 분석 시에도 구매와 판매를 개별도 바라보지 않고 양쪽 사이드를 유기적으로 살펴야 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하 모먼트 설정 단계에서 거래라는 개념에 구매와 판매 두 가지를 포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에요. 유저가 2달 동안 3번의 거래를 하면 리텐션이 하락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2번의 구매와 1번의 판매’라는 구성이 제일 높은 리텐션을 보여요. 이에 따라 웰컴 패키지 프로그램도 해당 패턴을 유도하는 스킨으로 짰고요.
직무와 관계 없이 데이터로 소통하는 조직문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데 아직은 낯선 실무자에게 한 가지 팁을 부탁드려요.
데이터 관련 직무가 아닌 분이라면 우선 본인 업무에서 시작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어, 디자이너라면 배너의 CTR 등을 볼 수 있겠죠. 매일 체크하는 데이터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도출하기 어려운 점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보세요.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분석에 왕도는 없다고 생각해요. 분석가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배움의 경로는 저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꾸준히 호기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데이터를 뜯어 본다는 점이에요. 치열한 분석과 양질의 실험 횟수는 성장과 비례한다고 믿어요.

ⓒ 배인혜
삶이란 퍼즐을 맞추는 일의 조각들
서로의 모퉁이를 내어 주며 결합하는 퍼즐 조각들.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퍼즐 조각은 어쩐지 우리 삶과 닮아 있다.
2013년부터 공백기 없이 일하셨어요. 일태기는 없으셨나요?
지금 맡고 있는 업무에서 성장이 없거나 배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공백기를 가지고 싶더라고요. 루틴하게 돌아가는 업무를 잠시 멈추고 나를 차분히 돌아 보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앞에서 나눈 이직에 대한 이야기와 맥락이 비슷해요. 커리어 성장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면 이동(변화)하고 싶은 욕심 혹은 일태기가 찾아 오고는 합니다.
그렇다면, 한상 님의 삶에서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일을 조각으로 분리해 보지 않아요. 반대로 조각의 집합이죠. 회사 업무뿐 아니라, 지적 만족을 위해 책을 읽거나 회사에서 충족하지 못한 영역을 공부하는 것 또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삶이란 일의 연속이 아닐까요? 일의 중심을 저와 제 소중한 사람들로 두고, 생활 자체가 커리어에 도움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 같아요.
리더십과 관련해 잠깐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요? 이제 막 리더가 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제 좌우명은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예요. 리더십에 국룰은 없고 진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팀원을 바라보는, 팀을 리딩하는, 또 리더를 따르는 좋은 모습은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진심을 근간으로 두고 나온다고 믿어요. 아마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다는 진심이 있다면 여러 모양의 형태로 발현될 거예요.

ⓒ 배인혜한상 님께서 마지막으로 구매하신 중고 제품을 소개해 주세요.매주 목요일에 디제잉 수업을 듣고 있어요. 최근 번개장터에서 단종된 소중한 DDJ-SB3를 구매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 기기만 사라고 하셨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단종되어 절대 구할 수 없었는데, 번개장터에서 구했어요. 역시 취향 거래는 번개장터네요!(일동 웃음) ▶ <대박 내는 마케터들의 이야기> 시리즈 보러 가기CREDIT
박효린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배인혜ㅣ포토그래퍼발행일 202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