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는 사람과 조직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텐데요. 젊은 패기와 빠른 속도,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스타트업에서도 일정 시간이 흐르고 일정 규모 이상의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시니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스타트업에서 말하는 시니어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지속 성장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시니어를 채용해야 할까요.
위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조직에서 시니어란 ‘조직내 상위 역량, 직위, 직책을 가진 구성원으로서 담당 업무 영역의 롤 모델이 되거나 사업 추진을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 정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직에서 정의하는 시니어 개념은 모두 상이합니다. 실제 시니어를 채용하고 있는 여러 기업, 여러 직무의 시니어 채용 공고의 자격 요건을 살펴보더라도 다양한 요건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시)
5년 이상의 직무 경력
10년 이상의 직무 경력 또는 팀 리딩 경험
중견 기업 이상 차/부장급 직위 경험
이를 다시 해석해 보면, 조직에서 말하는 시니어란 단순히 경력, 직급 등 정량적인 요건과 상태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고, 현 조직 체계내에서 어떤 수준의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의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 시니어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직무차원
직무에 대해 새롭게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바로 업무에 투입이 될 수 있는 경험이 많은 사람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직군/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
▶ 사고차원
문제를 찾고 정의하며, 미리 예측/대응해 낼 줄 아는 사람
스스로 도전적인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수행하며, 지속 성장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
즉, 우리 조직이 마주한 현 상황의 문제를 찾아 정의 후 스스로의 지식을 바탕으로 해결하며, 지속 성장하는 조직을 이끌어 가는 사람을 시니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런 시니어는 왜 필요한가?
스타트업들은 현재 사업의 스케일업이 필요하거나 기존 역량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느껴질 때 새로운 자원 투입을 고민합니다. 험난한 시장 환경에서 지속 성장가능한 조직이 되려면 구성원의 역량이 꾸준히 상승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조직과 개인 성장 속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정 시점이 되면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인력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서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게 되는데요 이때 조직에서는 시니어 인력을 최우선으로 채용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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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채용 방법 : 서칭, 이력서 및 경력 확인, 면접 제대로 보는 방법
시니어 채용이라고 해서 특별한 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채용 시장의 흐름이 상시 채용을 주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시니어를 채용하는 특별한 방식을 정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다만, 시니어를 채용하는 것이기에 타깃팅하고 인재풀을 확보하는 데 좀 더 신경써서 진행할 사항을 일반적인 채용 과정에 맞춰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서칭 단계
단순하게 정형화된 똑같은 오퍼레터를 보내는 것보다는 개인에게 맞춘 특화된 오퍼레터를 보냅니다.
“우리회사 좋아요, 오세요” 가 아닌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동료로 당신을 알게되었다”라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무작위 제안보다는 후보자의 커리어를 따라가며 현재 이직을 원하는 상황인지를 세심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조직과 사업 구조, 소속팀, 업무 내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무작정 면접을 제안하기보다 티타임이나 미팅을 통해 천천히 다가갑니다.
정말 원하는 인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소프트 터치를 이어가야 합니다.
2. 이력서&경력확인 단계
소속기업/팀의 구조를 파악하고, 업무범위(coverage)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총괄/운영/기획/개선 등 일반적인 용어의 과업 내용을 100% 믿지 마세요.
경력이 길고 짧음을 보기보다, 경력 과정에서 어떠한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후보자의 커리어나 스펙도 중요하지만, 문제 해결 능력이 발휘되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얹혀서 완성된 성과인지, 개인의 디자인과 능력 발휘로 만들어진 성과인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3. 면접 단계
아이스브레이킹 시 회사에 대한 충분한 소개와 사전 질의응답을 통해 방어 기제를 충분히 해제합니다.
일방적인 검증/확인 식의 질문보다는, 문제 상황을 놓고 함께 묻고 답하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후보자는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입니다. 문제 해결이 가능한지 직접적이고 세밀하게 검증 가능한 사람이 면접관으로 참석해야 합니다.
과거의 경험에 국한된 정보만을 확인하기보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직에게 솔루션을 제시할 때 어떤 사고 과정을 거치는지를 주의깊게 살펴봅니다.
의문이 남는 것이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한번 질문하여 끝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면접 또한 영입을 위한 세일즈의 장입니다. 고객 경험을 생각하며 면접을 운영합니다.
이 글을 읽는 인사담당자분들은 이미 이 정도 수준의 채용 전형 포인트는 다들 하고 계실 것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내가 속한 조직에 대입해 점검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 시니어가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해보자
1. 우리 조직에 시니어가 왜 필요한가? 사실 조직에서 시니어를 채용하는데 있어 채용의 기술적인 방법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시니어 채용을 통해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채용은 결국 기존 구성원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거나 그레이존(Gray zone)이 심화되는 경우 그 영역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데, 어떤 문제/어떤 영역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을 찾는 것인지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그에 맞는 인재를 찾고 검증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주니어 구성원들이 많아서, 직무 전문가가 필요해서라는 접근보다는 ‘이 사람의 채용을 통해 우리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해 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시니어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요청할 것과 조직이 지원할 것을 명확히 할 수 있고, 그래야만 문제 해결을 통해 성공적인 채용과 온보딩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2. 시니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 아무리 좋은 후보자를 찾아 영입에 성공해도 조직합류 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 문제입니다. 사업 초기부터 돈독한 관계로 어려운 시기를 넘어 회사를 성장시켜 온 것이 아니라 회사의 성장 후 뒤늦게 합류한 이들은 기존 구성원의 이너서클(Inner Circle)에 포함되지 못해 소외되거나 정보의 공유에서 배제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새로 합류한 시니어마저 이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화합해나가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꽤나 큰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니어를 채용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구성원들이 시니어를 원하는지, 시니어를 통해 함께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 팀과 조직의 모습, 그리고 이를 통해 해결하려는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후 채용을 진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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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어려워! 시니어 처우 협의
통상적인 처우협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되, 시니어라는 특수성에 따라 HR에서 사전에 잘 설계하고 준비할 사항을 체크해 볼까요?
면접 후 제안 가능한 수준의 연봉 기준이 정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기준이 없다면 막연한 희망 연봉이나 카운터 오퍼에 휘둘리거나, 제안한 수준이 시니어 후보자가 기대하던 수준에 턱없이 부족해 서로에게 아쉬운 상황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제안 수준은 기존 구성원들도 해당 레벨에 도달하면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에 따른 금액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니어 합류 이후에도 조직 내 임금 체계의 내부 공정성이 유지되면서 중장기적인 임금 테이블 운영이 가능합니다.
처우는 금전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 기회, 자기계발 보장, 업계교류 지원, 커리어 지원 등 시니어 후보자가 갈증을 느끼고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파악 후 해당 후보자가 매력을 느끼는 요소를 비금전적 가치로 제공해 협의를 이끌어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전적 보상이 1순위가 되는 경우, 우리의 연봉 테이블이 외부 공정성이 확보되어 있는지에 대한 재점검과 함께 해당 금액으로 다른 후보자를 찾았을때의 비교 역량 등을 다각도로 검토 후 베팅해야 합니다.
검증된 후보자에게 제공하는 처우는 비용의 관점보다는 자산의 관점으로 해석해 만족도를 높여주는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핵심 인재(시니어)에게 만족할 만한 보상과 역할을 부여하면, 오히려 이것이 상호 신뢰로 작용하여 투입된 비용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부 연봉테이블과 연계되는 <역량 레벨링(구성원의 전문성 수준을 판단해 레벨을 부여하고 이를 직원 성장과 보상 등에 연결하는 방식)>을 정의하고 면접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역량 레벨을 진단/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처우 제안의 수준(Grade)을 정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처우 협의 과정에 정답은 없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시니어의 커리어를 돕는 파트너십으로 다가가 면접과 이직 과정의 히스토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후보자와 공감하면서 후보자가 가치를 느끼는 요소에 집중해서 협의해 나간다면 상호 만족스러운 협의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것들을 잘 해내는 게 인사담당자의 숨겨진 역량이자 핵심기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회사와의 핏은 어떻게 확인하는지
시니어 ~ C레벨의 채용을 고려할 때 우리 조직 상황과 잘 맞는지를 확인하는 좋은 방법은 3개월 정도 사전 프로젝트 업무를 미리 협업해 본 뒤 합류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업에 재직 중인 지원자와 사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이런 제안을 수용하는 지원자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사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다면 아래의 체크포인트를 활용해 우리 조직에서 시니어에게 기대하는 역할과의 핏을 꼭 한번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1. 나무를 심는 사람이 아니라, 숲의 모양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인가?
시니어는 단순 실행(Do)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계획(Plan)-실행(Do)-통제(See)가 가능하도록 업무를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일정 간격으로 나무를 잘 심는 사람을 넘어서서, 나무가 잘 자라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함께 고려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아가 나무가 잘 성장했을 때 어떤 숲의 모습을 갖추게 될지 미리 디자인해 나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2. 대외적인 당면 과제를 이해하고 있고, 대내적인 실행 요인을 도출할 수 있는 사람인가?
스타트업의 시니어는 때로는 실무 전문가와 같이 행동해야 하고, 때로는 C레벨과 같이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경험이 많다고 해서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생각의 그릇과 깊이, 그리고 이를 빠르게 시도하는 추진력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3. 중요한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하고 완수해낼 수 있는 매니지먼트 능력이 있는가?
스타트업은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리소스가 턱없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시니어라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잘 디자인하고 이끌어내며, 프로덕트 매니저처럼 지속 관리해나갈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4.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협업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시니어쯤 되면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어느정도 갖춰지다 보니, 나만의 방법을 고수하거나 타인의 수준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이 되게 만드는 사람이고, 협업이 안되서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하고 싶은 동료로 인정받아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시니어의 역할은 일이 되도록 만들고, 일을 잘 해내는 사람입니다.
스타트업 시니어 채용은 다음 스테이지의 동반자를 찾는 것
어떤 기업이든 시니어의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시기가 옵니다. 더 큰 성장을 도모하거나, 위기 상황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또는 더 효과적인 운영을 통한 조직 고도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니어를 채용하고, 시니어를 통해 사업과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시니어의 채용이 이런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면 좋겠지만 모든 조직의 시니어 채용이 성공적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시니어 채용을 통한 긍정적인 면 이외에, 다른 한편으로는 시니어 채용으로 인해 향후 새로운 조직 내 이슈가 발생될 수 있음 인지하고 미리 해결 방안을 구상해 두어야 합니다. 특히 인적구성의 계층이 다양하지 않은 스타트업이라면, 시니어 채용 이후의 변화되는 조직을 구상하며 인적 구성의 계층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즉, 스타트업과 같은 젊은 조직에서 일정 수준의 경험과 경력을 갖춘 사람이 시니어로 합류하게 되는 경우, 향후 그 다음 스테이지의 조직에 필요한 사람을 새롭게 선발해야 할 때에는 기존 시니어보다 높은 수준의 사람을 뽑는 것이 보통인데, 기존 시니어를 설득하는 과정과 새롭게 합류한 시니어의 조기 정착 과정에서 이전 스테이지와 다른 수준의 불협화음이 발생될 수 있기에 조직 운영상 큰 부담과 혼선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니어 채용을 고려하기보다 우리 조직에서 시니어는 어떤 역할과 함께 얼마만큼의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할 것인지, 향후에는 어떤 영역의 기능까지 소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떤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인지부터 정확히 정의하고 선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시니어 채용 후 시니어에게 모든 문제 해결을 맡기기보다 조직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조력자로 활동하며 함께 지속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해 나가야 하고, 이렇게 조직내 구성원들이 함께 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다음 스테이지의 조직에서도 구성원과 시니어간 충분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훌륭한 시니어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ㅣ김두휘 (HR리더스 3기) (irelandaise@gmail.com) 이 글을 쓴 김두휘 님은 대형병원 인사기획담당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였으며, 이후 스타트업 베이스의 바이오신약 상장사, 게임사, 이커머스업등 다양한 업종에서 채용, 교육, 평가/보상, 조직문화, 노무등 HR업무 전반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메디쿼터스에서 인재경영본부장을 맡아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일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