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가 말하는 스타트업 개발자 생존 백서

CTO가 말하는 스타트업 개발자 생존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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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나만 알고 싶은 개발자 취업 치트키> 시리즈의 2화입니다.


유명 IT 기업을 가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 경험들을 쌓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혹은 현재 당장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좋은 경험을 쌓아 천천히 커리어 패스를 잘 쌓을 수 있을지 고민하실 수도 있겠죠. 

저는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정글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스타트업에 들어간다면 몸과 마음 그리고 시간을 빼앗기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라면 자금적인 부분이 탄탄해 충분한 보상과 대우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투자를 받지 못한, 문화도 체계도 없이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도 많기 때문입니다. 

후자의 경우 열악한 상황을 열정으로 치부하기 쉽습니다. 물론 그곳에서도 충분히 배울 것들은 많겠지만 나중에 뒤돌아 보았을 때 그게 정말 타당한 일이었는지, 배움과 성장이 있었는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정글 같은 스타트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셔터스톡


첫 번째, 스타트업 파악하기 


연봉, 복지, 근로 시간 및 기업문화, 네임 벨류. 여러분이 회사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대기업을 선택하는 대다수는 보통 연봉과 복지, 그리고 워라벨과 회사의 이름이 가져다주는 안정성 때문일 것입니다.

스타트업도 이 4가지 조건을 모두 살펴보아야 합니다. 최근 투자 받은 스타트업은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과 복지들을 자랑합니다. 스타트업의 연봉은 얼마인지, 복지와 혜택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1.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를 확인하세요.
https://thevc.kr/ 와 같이 투자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재무가 튼튼한지, 회사가 곧 망할 곳은 아닌지, 아니면 투자를 받지도 않은 곳인지 꼼꼼히 확인하세요. 10~100억 이상 받은 곳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신입사원 초봉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의 성장, 성공, 상장(IPO)은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약속하는 지분과 스톡옵션은 실제로 그 가치가 성립하기 위해 최소한 2년, 많으면 4년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신입사원 입장에서 4년의 시간이 지나면 거의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사이 자신의 연봉을 관리하지 않으면 연봉에 있어서 큰 격차가 벌어지게 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초봉 2,500, 그리고 초봉 3,500 두 초봉으로 매년 10% 인상률을 가지고 계산)

<초봉 2,500만원 신입사원>
1년 차 2,500 * 1.1 = 2,750
2년 차 2,750 * 1.1 = 3,025
3년 차 3,025 * 1.1 = 3,327
4년 차 3,327 * 1.1 = 3,660 

<초봉 3,500만원 신입사원>
1년 차 3,500 * 1.1 = 3,850
2년 차 3,850 * 1.1 = 4,235
3년 차 4,235 * 1.1 = 4,658
4년 차 4,658 * 1.1 = 5,124 

원래 연봉 차이가 천만 원이었지만, 나중에는 1,400만 원 정도의 차이가 날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물론 두 예시는 극단적인 예입니다. 10프로씩 매년 인상하는 곳이 없을 수도 있고, 더 많이 주는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스타트업에서 배우는 경험과 가치, 그리고 연봉을 생각했을 때, 단순히 연봉이 적은 곳에서 매우 큰 가치들을 배우고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이직 시에는 해당 연봉들이 발목 잡게 되어있습니다. 

연봉은 본인에게 부여되는, 회사가 생각하는 대우와 가치입니다. 능력을 인정한다는 말보다 더 사람을 움직이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첫 회사를 고를 때 그 회사가 줄 수 있는 연봉이 얼마인지를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가능하다면, 그 회사 시니어 연봉을 확인하세요.
만약 그 회사에 지원했고, 그 회사가 초봉은 적더라도, 성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회사인지를 점쳐보려면, 그 회사에 시니어의 연봉을 확인하고, 연봉의 갭이 클수록 성장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들을 확인해 보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년 차 개발자가 받는 연봉을 확인하세요. 그 회사에서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작은 회사가 성장하고 크는 동시에 함께 성장시켰던 직원들에게 그 성과를 나누어주는 회사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정보는 실제로 업무를 경험하거나 일해보지 않고서는 얻기 힘든 정보 중 하나입니다.


4. 내가 다니는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지속적으로 체크하세요.
첫 회사의 인상이 전체적인 회사의 인상이 되기 쉽습니다. 좋은 회사, 좋지 않은 회사를 동시에 경험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그나마 명확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좋지 않은 회사에 다녀도, 그게 어쩔 수 없다고 순응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받는 처사 중에 부당한 부분이 있다면, 확인하고 다시 좋은 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전공자 출신, 학원을 나온 뒤에 이력서 광탈을 경험했거나, 좋은 회사로 바로 진입하지 못한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이름 없는 회사에 자신의 연봉을 낮추어서 일단 경험을 쌓고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요. 좋은 사수를 만나거나 개발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를 체험하는 경우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개발에 대한 기준도 모른 채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신입, 혹은 첫 회사를 경험하는 경우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는 계속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추천 드리는 개발 커뮤니티>
  • okky.kr : 개발자들이 개발 정보나 질문이 많이 올라오는 곳입니다.
  • 리멤버 커뮤니티 : 최근 활발한 커뮤니티로 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 생활코딩 : 페이스북 그룹으로 커뮤니티성이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사례들을 수집할 수 있습니다.
  • 치킨 모임 : 주로 오픈톡으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며 다양한 현업들의 인사이트 넘치는 조언들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 셔터스톡


두 번째, 실력 쌓기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책에 인용된 ‘삶은 개구리의 비유’를 아시나요? 개구리를 끓인 물에 넣으면 바로 점프를 해서 물에서 도망치지만, 서서히 물을 끓이면 그 물이 뜨거워지는 것도 모르고 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1. 안정감 보다 도전이 필요할 때
첫 스타트업은 꽤 괜찮은 연봉을 제안받으며 업무를 시작했지만 새로운 곳을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과 두려움, 그리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매우 크게 다가왔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사실, 신입과 사회 초년생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니어도 여전히 그러합니다. 

그러나 막상 일해보니, 업무를 잘 알기 때문에 딱 1~2년만 지나도 너무 쉬워지고 편해집니다. 문제는 이대로 지내도 큰 문제 없이 연봉도 그럭저럭 오르면서 괜찮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회사 내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는다고 느끼신다면 다른 환경에 도전해 보세요. 스스로에게 확신이 들지 않으신다면 실력을 더쌓아서 메꾸셔야 합니다.

 
2. 실력을 쌓고 기다린다면 기회는 찾아온다
첫 회사에서 자금의 부족을 이유로, 첫 퇴사를 했습니다. 다시 실력에 대해서 검증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력서를 만들고, 기술 이력서를 만들며 스스로를 재정비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곳에서 좋은 제안들을 해주셨고,  대기업에서 프로젝트 리더로 프리 제안도 주셨습니다. 하나의 성공, 그리고 실패, 그리고 다시 도전, 이 사이클이 끝나자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실패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는 점,
실패는 끝이 아니라는 점,
공부하고, 실력을 쌓고 기다린다면 계속 기회는 찾아온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타트업 세계에 있다 보면, 수많은 제안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내가 유명하지 않는데 어떻게 누가 나를 알고 제안할까?라는 막연한 물음표들을 던졌는데 어느덧 패스트 캠퍼스와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앱도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꾸준함은 기회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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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미래를 준비하기 


1. 늦지 않았습니다.
사실 스프링만 있어도 먹고사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변화하는 시대를 읽을 줄 아는 눈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요하면 백엔드를 해야 하고 필요하면 프런트도 해야 하고 또 앱이든 웹이든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업무 효율 도구도 알아야 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협업 도구들을 알 필요도 있습니다. 특히나 제플린, 피그마와 같은 협업 도구들은 필수로 익혀야 하죠.

지금도 새로운 언어나 기법들은 매일 더 새롭게 나오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배울 수는 없겠죠. 하지만 공부하고, 준비하고 대비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기회들도 끊임없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회사에서 고여있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신 분들이 새로운 공부를 하려고 할 때,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면 늦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2. 유니콘이 채용되는 이유
리엑트 네이티브 경력 8년 차, 플러터 8년 차. 이런 경력은 유니콘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거죠. 그런데도 경력을 뽑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존의 경력자들 중에는 이미 미래를 보고 자연스럽게 다른 경험들을 쌓아서 리엑트 네이티브만 8년을 하지는 않았지만, 안드로이드/아이폰 개발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리엑트 네이티브나 플러터로 경험을 쌓은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채용 공고에 응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는 것입니다.

새로운 언어들이 생기면, 기존 경력을 버리고 새롭게 전향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며 고민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고 점점 더 허물어질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잡부’라 말하기도 하죠. 

잡부는 다양한 경험이 축적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풀 스택을 의미하진 않을지라도, 어딜 가나 능력 있는 사람으로 대우받으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스타트업은 어쩌면 잡부를 가장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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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업계가 좁습니다. 


사람의 관계란 언제는 끊어질 수도 있는 것이지 언제든 만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때로 좋은 관계로 좋지 않은 관계로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 최선을 다해서 좋은 관계들로 맺어보세요. 

스타트업 업계는 너무나 좁습니다. 헤어질 때도 다시 만날 때도 좋은 사람이 되면 어떤가 합니다. 인수인계도 그렇고, 다음 사람을 뽑고 나가는 것도 그렇고, 서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관계로 맺음을 하고 마지막에는 서로 웃으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그런 관계로 맺음을 하면 좋겠습니다.

개발을 하다 보면 슬랙만 쳐다보면서 업무를 할 때가 있는데 주변을 챙겨주시며 하시면 막혔던 것들이 풀리는 시간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시고,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으시고, 좋은 회사,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달려 나가다 보면 괜찮은 곳들에서 서로 만나 인사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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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배진호 
노무 인사 스타트업, 휴램 프로의 휴램 제품을 개발 총괄하는 개발 총괄 부서의 CTO로 재직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치킨모임’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며, 개발/기획/디자이너 커뮤니티를 운영/관리 하고 있다.



발행일 202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