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으로 빠져가는 팀 회의, 그리고 지쳐가는 나

미궁으로 빠져가는 팀 회의, 그리고 지쳐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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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일터의 기술> 시리즈의 1화입니다.


저는 팀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고구마를 10개는 먹은 듯한 기분이 들어요. 항상 회의가 끝나면 답답함과 화가 꾸역꾸역 올라오는 느낌이랄까요? 팀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도 대답도 없고, 그래서 한 몇 명을 지목해서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부담스럽다 하고… 그런데 또 그렇게 지목을 안 하면, 아무도 팀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요. 아니 막상 물어보면 부담스럽다 하고, 안 물으면 꼰대라고 하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터의 회의,

나는 왜 아직도 2%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까?

코로나 이후 빠르게 변화한 일터의 중심에는 대면과 비대면 소통의 공존이 존재합니다. 원격과 대면 회의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고, 가끔씩 모두 모여 사무실에서 회의와 협업을 하고, 어떤 날은 재택근무를 하기도 하죠. 이제는 제법 이런 변화들에 큰 무리 없이 잘 적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만 끝나면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2%의 부족함, 혹시 느껴보셨나요?

가끔은 회의가 끝나면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 벌컥 마시기도 합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속이 답답하거든요. 자, 이런 어려움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다르게 해볼 수 있을까요? 채용팀에서 일을 하는 박 팀장의 이야기를 통해서, 먼저 더 가까이 들여다볼까요?


잘해보려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가는 팀 회의,

그리고 지쳐가는 나

“사실 저번 주에 팀의 피드백을 받아 진행해야 할 프로세스 향상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그래서 결정 사항을 마무리하기 전에 팀원들의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피드백을 구하니, 팀원 한 명만 이야기하고 다른 팀원들은 아무런 의견을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회의 때 공유된 의견을 참고해 결정하고 이번 주 새로운 프로세스를 팀에 적용했는데, 팀원들은 변경된 프로세스가 자신들의 일에 도움이 안 된다며, 또 불만을 내비치더군요. 분명히 피드백을 구했을 때는 아무런 말도 없다가, 결정이 마무리된 후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저는 팀원들에게 실망스럽기도 하고 제가 팀장으로서 뭘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자책감도 들어요. 

저희 팀 회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제가 주도합니다. 나름 준비한다고, 회의마다 안건도 미리 PPT로 준비하죠. 회의가 시작되면 그 안건들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팀에게 업데이트를 줍니다. 그리고 피드백이 필요한 경우에는 질문을 던지죠. 근데 팀원 대부분 묵묵부답으로 있어요. 이 부분이 미치겠는 포인트이죠. 어느 정도는 저도 기다려 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어색하게 정적이 계속되면, 어색함을 상쇄하기 위해 제가 더 발언을 하고 그러다가 회의가 끝나버립니다.”

자, 박 팀장의 답답함을 해소 시켜줄 ‘사이다' 같은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원칙 먼저 세우고 게임을 시작한다


ⓒ 올림픽 트위터


동계 올림픽에 컬링 경기를 보신 적이 있나요? 4명의 선수들이 한 팀을 이루어 각 경기를 진행하는데, 스톤이 빙판에서 미끄러지는 속도와 방향에 따라 각 선수들은 자신이 얼마나 스위핑을 해야 하는지,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빠른 판단력으로 경기 중 소통을 하며 조율해 나갑니다.

그 순발력 있는 조율이 가능한 이유는 공동의 협업 원칙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스톤을 미끄러트리고 스위핑을 할 것인지에 대해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고, 스톤 상태에 따라 스위핑을 어떻게 협동적으로 해 나갈 것인지, 경기 중간 서로 간 어떻게 자신의 파트를 조율할 것인지 공동의 상호적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기 중 이러한 원칙을 서로 재차 확인하지 않고도 효율적인 팀워크가 경기 내에 만들어지는 것이죠.

비슷하게, 우리도 회의 원칙이 제일 먼저 필요합니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해야 하지요. 특히 팀 회의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주 명확한 회의 원칙이 존재할 때, 회의 내에서 참가자들의 수월한 협업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회의 규칙의 설정은 특히나 더 중요해졌습니다. 회의에서 이루어지는 소통과 참여 방식이 이전 사무실에서 함께 모여 회의를 할 때보다 더욱 복잡해졌기 때문이지요. 사무실에 출근한 팀원들은 대면 소통이 가능하지만, 재택 근무를 하는 팀원들은 화상으로 회의를 참여합니다. 또 회의실에 설치된 화상 기기의 성능에 따라 화상으로 참여한 팀원들의 참여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지요. 또 비디오가 꺼져있거나 음소거가 되어있을 시, 화상으로 접속한 팀원의 참여도가 가늠되지 않아 참여를 유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회의의 복병이 회의 내에서 조율되지 않으면, 팀 내의 자연스럽고 생산적인 대화의 빈도수가 줄어들면서, 전반적 팀의 생산성과 성과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 성공적인  회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협업보다 훨씬 더 의도적이고, 명확한 행동과 소통 원칙들을 팀 내에서 설정해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면과 비대면 소통을 아우르며,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 어떻게 회의를 이끌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생기기에 생산적 소통을 할 수 있는 확률이 현저히 높아집니다. 그렇게 생산적 소통의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전반적인 팀 내의 협업과 성과가 증진됩니다.

그렇다면 회의의 아웃풋을 올릴 수 있는 생산적 회의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회의 원칙들을 설정할 수 있을까요?


나를 회의의 위너로 만들어 줄 집짓기 전략


성공적인 회의를 만들어줄 회의 원칙을 정하는 것은 집 짓는 과정과 매우 비슷합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집의 용도와 목적을 설정하고, 그 용도에 맞는 디자인으로 설계를 진행한 다음, 완성된 설계 디자인으로 기초 작업을 하지요.

그럼 집짓기 과정과 비슷한 회의 원칙 설정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볼까요?

1. 집의 용도 설정 - 회의 목적 정리
우리가 매일 살고 있는 주거 공간은 목적과 용도가 다 다릅니다. 비슷하게, 일터에서 회의는 다양한 성격과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정보 공유, 의사 결정, 전략 브레인스토밍, 친목 도모 등 다양한 회의의 목적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목적을 가진 회의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팀 안에서 회의의 목적을 다시 정리해 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팀 회의는 팀의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해야 할까요? 지금 종이와 펜을 꺼내서 주요 목적들을 한번 쭉 적어내려보세요. 그리고 그 회의가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도 점검해 보세요.

2. 집 구조 설계하기 - 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회의 원칙 세우기

ⓒ 캔바


집의 용도와 목적이 설정되면, 이제 그 용도에 맞게 집의 구조를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방의 개수, 각 공간의 크기, 채광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집을 설계하지요.

집의 설계 과정과 비슷하게, 회의 목적이 확실하게 정리가 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회의 목적을 잘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칙들을 설계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팀 회의의 목적이 팀원들의 의견 수렴과 친목 도모라면, 이러한 회의 원칙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1. 사무실 회의와 화상 회의가 동시에 진행될 시, 화상 참여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회의 시작 1분 전 오디오와 카메라를 테스트하고 시작하기
  2. 회의 안건들을 다루기 전, 매 회의의 첫 5-10분을 친목 도모를 위한 짧은 활동으로 시작하기
  3. 참여자들이 의견을 공유하고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매 안건의 마지막 구간에 질문과 의견을 받는 시간 만들기
  4. 발표 중간에 다루어져야 할 중요한 질문들은 화상으로 의견을 낼 시 “손들기’ 기능을 사용하여 질문하기
  5. 회의의 안건과 의견을 수렴해야 할 주제들을 회의 하루 전 전달해, 참여자들이 안건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준비하여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회의의 원칙을 세울 때 유념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회의의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원칙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집 설계를 할 때, 집에 거주할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필요들과 희망 사항을 잘 논의해서 결정해야 모두에게 활용도가 좋은 집이 설계되듯이, 회의의 원칙을 설정할 때도, 팀원들의 의견을 함께 수렴해 회의 원칙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팀원들은 자신의 의견이 결정 사항에 반영될 때, 훨씬 더 긍정적인 반응을 가지고 회의 원칙들을 수용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3. 기초 공사 - 회의 원칙을 적용 및 조율하기

ⓒ 캔바


집의 설계도면이 완성이 되었으면, 집의 기초를 잡기 위한 기초 공사가 시작됩니다. 기초 공사를 통해 땅을 정리하고,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 집의 바닥을 단단하게 잡아가듯이, 회의의 원칙이 설계가 되면, 이제 회의 원칙들을 회의 안에 적용해 기반을 잡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초 공사를 통해 울퉁불퉁한 지면을 다듬어가듯이, 회의 원칙을 적용해 보고 나서 어떠한 변화들이 회의에 있게 되었는지 팀원들과 함께 재고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회의의 질을 향상해 주는 좋은 원칙들은 계속 실행하되, 조율해 나가야 할 원칙들은 조금 더 다듬어 나가면서 회의의 틀을 잡아나가는 것이죠. 

이렇게 회의 원칙들을 조율해 회의의 결이 다듬어지게 되면, 회의 구조가 굳어진 콘크리트처럼 견고해집니다.


고구마 회의, 이제 사이다 회의로


집짓기 전략, 어렵지 않으시죠? 이제 집짓기 전략의 3단계 1) 회의 목적 정리, 2) 회의 원칙 세우기, 3) 그리고 회의 원칙 적용 및 조율을 통해 여러분의 회의를 재탄생시켜보세요.

ⓒ 캔바


꾸준한 집짓기 전략 적용이, 여러분들의 고구마 회의를 사이다 회의로 바꿔줄 원동력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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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글로리아 송
Co-Change Lab의 대표이자, 국제 코치 연맹에 자격증을 가진 비즈니스 코치이며, 조직개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캐나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토데스크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의 인사부, 고객 성공부, 영업 지원부에서 글로벌한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는 더 다양한 기업과 개인들이 그들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기업들의 조직 문화 혁신을 돕고 있다. 링크드인



발행일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