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에 종사한다고 이야기하면 으레 “게임 좋아하시나 봐요”와 같은 반응이 엮여 나온다. 그런데 정말 게임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게임을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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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은 서로 다른 직무로 일하고 계신데요. 현재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김서원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네이버 HR에서 기업 문화와 신규 입사자의 온보딩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규 입사자가 입사 초반 이탈하지 않고 회사 문화와 업무 방식에 잘 적응할 수 있게 지원하는 온보딩 업무를 주로 맡고 있어요. 온보딩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온보딩은 배에 탑승한다(On-boarding)라는 뜻으로,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한 새로운 선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뜻해요. 이전에는 7~8년 동안 NHN과 카카오에서 게임 기획, 마케팅 등 게임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경험했어요.
김주한 : 국내 퍼블리셔 기업 넷마블에서 게임과 IP 소싱 · 투자 업무를 오랫동안 하다 현재 자회사인 ‘메타버스월드’에서 비슷한 업무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월드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회사입니다. 게임 관련 IT 업계에서 일한 지 벌써 13년 차가 되었네요.
현재 맡고 계신 직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세 가지만 소개해 주신다면요.
김서원 : 사용자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현실화 시키는 기획 능력이 필요해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마찬가지죠. 온보딩 업무는 게임과 비교하면 튜토리얼을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사실 게임에서 튜토리얼 역할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이 게임을 계속 지속할 것인지, 이탈할 것인지 결정짓는 단계니까요. 광고, 주변 친구나 지인 추천, 구글플레이 순위권 등 다양한 루트로 유입된 유저는 설치와 동시에 이탈할 수도, 플레이 이후 낮은 만족도로 이탈할 수도 있어요. 이때 초반 이탈을 잡을수록 잔존과 게임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니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데요, 온보딩도 비슷해요. 여러 환경에서 모인 사람이 이탈하지 않고 기업 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며 업무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내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니까요.
김주한 :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 늘 트렌드를 파악하는 성실함 그리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도전 정신입니다.
업무에서 임팩트를 냈던 프로젝트 사례가 궁금합니다.
김서원 :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겪은 해였잖아요. 입사자 역시 원격 입사가 많아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어요. 이 지점을 보완하고자 최근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완화되는 즈음, 대면 형태의 입사를 진행했어요. 신사옥이 오픈된 후엔 사옥 공간 투어도 시작했어요. 사내 도슨트를 두고 회사 공간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했어요. 또, 신규 입사자 케어를 위해 3개월간 버디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이전에 게임 제작할 때의 경험을 토대로 고민하기도 했어요. (어떤 식으로 고민하셨는지 자세히 듣고 싶어요.) ‘어떻게 단시간 내 재미를 느끼게 할까’ ‘이탈하지 않고 코어 유저로 성장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식으로요.(웃음)
신입의 이력서, 포트폴리오, 면접을 볼 때 주요하게 보시는 지점을 이야기해 볼게요.
김서원 : 실제로 인턴이나 신입 이력서를 검토하기도 했었는데요. 자기소개서를 많이 봐요.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그 사람의 진실된 마음과 추구하는 가치관 그리고 얼마나 우리 회사에 입사하길 원하는지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뻔한 질문들에 어떻게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답변하는지 살펴봅니다.
김주한 : 얼마큼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검토해요. 인터넷 검색으로 겉핥기 공부를 했는지 아니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오래도록 들여다 봤는지 대화로 알 수 있습니다. 그 관심도를 바탕으로 본인이 어떤 일을 이 회사에서 하고 싶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직무 특성상 외국어도 잘한다면 높은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게임 업계 취업하려면 게임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유저가 아닌, 게임 업계 지망생으로서 지원사의 게임을 플레이할 때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서원 : 맞아요. 게임을 많이 해보는 게 중요해요. 그만큼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다양한 컨텐츠를 폭넓게 적용시킬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게임 개수보다 레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게임을 딥하게 파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벤트, 아이템 등 특정 게임과 관련해 속속들이 잘 알아야 합니다. 만약 내가 A라는 회사에 지원하고 싶다면, A 회사의 대표 게임을 만렙에 가까이 달성할 정도로 플레이 해 보세요. 그럼 자연스레 이 게임의 재미 요소와 핵심 컨텐츠가 술술 나올 거예요. 아마 면접에서 다른 경쟁작을 해봤냐는 질문이 거의 필수로 나올 텐데요. 그럼 단일보다는 2~3개의 게임을 해 보는 것이 더욱 유리하겠죠.
김주한 님 ⓒ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입이 알아두면 좋을 게임 업계의 최근 이슈가 무엇이 있을까요?
김주한 : 장르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이 예전 PC 때와 같이 고착화 되고 있고, 코로나와 맞물려 P2E 게임도 크게 성공을 거뒀습니다. 메타버스 콘텐츠도 동일하게 크게 발전 중입니다.
게임사 채용 공고에서 자주 발견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서화 능력’ ‘ 논리적 사고력’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김서원 :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의도한 대로 이끄는 능력이 바로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에요. 논리적 사고력은 커뮤니케이션과 문서를 잘 쓰기 위한 기반이 되는 요소입니다. 게임사에서는 단순히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의력을 요하는 일을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아이디어를 현실 세계에서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 논리적 사고와 문서화 능력이죠. 논리적 사고를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근접하게 반영되어 있는 사례나 물건을 찾아 보세요 그럼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게임사업부에 있을 때 아이템과 패키지를 구상하는 데 온라인 쇼핑몰을 자주 차용했어요.
김주한 : 게임 개발과 서비스는 핸드폰, 자동차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제품만 다를 뿐, 제작과 서비스 준비 단계에서 다수의 팀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미팅에서 나온 의견들을 문서로 깔끔하게 정리해 공유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논리적 사고는 이런 과정 속에 길러지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게임 업계를 택하셨나요?
김서원 : 저는 게임을 정말 좋아해요. 어릴 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프로게이머를 동경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꿈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렇게 좋아서 시작한 게 IT · 게임 기자였어요. 동경하는 게이머들을 눈앞에서 인터뷰하고 게임 박람회를 밥 먹듯이 다니며 몸은 피곤해도 즐거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게임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에 결국 게임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어요.
(그곳에서의 일은 어떠셨나요?) 첫 포지션은 해외 사업 전략이나 해외 법인 지원, 글로벌 마케팅 등 직접적으로 게임 제작과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었어요. 게임 런칭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갈망으로 기획자, PM 등 직무 전환을 해 왔어요. 어느 업계는 입문 후에 본인하기 나름이에요. 저처럼 원하는 방향으로 가까이 가고 싶다면 계속 도전하면 되거든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내가 가진 스펙들을 나열해 포지션을 공략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게임을 더욱 열심히 해볼 것 같네요. 우선 회사에 입성만 해봅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잖아요. 들어가서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봅시다.(웃음)
김주한 : 아이폰 4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애플스토어에서 모바일 게임을 다운받아 플레이하며 이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은 취미 활동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게임 업계는 모든 IT 기술이 집약된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완성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하고 싶은 업무가 게임 업계 안에서도 명확히 어떤 것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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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신입이 지원한다면 어떤 역량과 성향을 가진 분을 채용하게 될까요?
김서원 : 최근엔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을 채용하려는 추세예요. 뚝심 있게 본인의 맡은 바를 잘 진행하면서 사용자 니즈와 트렌드를 읽어 새로운 시스템이나 제도를 도입하는 적극적인 분을 채용하고 싶어요. 너무 완벽한 사람을 요구하나요?(웃음) IT · 게임 업계의 인사 제도는 일반적인 기업의 인사와는 다릅니다. 조금 더 활기차고 변화에 능동적이죠. 무조건 공무원 같이 일하지도 않고요. 오히려 직원들의 니즈를 파악해 아이데이션 회의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 업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신입이나 이직을 꿈꾸는 분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김서원 : 작은 곳이라도 업계에 입성해 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특히 IT · 게임 업계와 같이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경우에는 스펙보다 경험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시작은 작은 회사의 작은 업무일 수 있지만 이후에는 본인 노력에 따라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초반에 희망하는 회사에 입사하지 못했다고 상심해 하지 마시고, 현업에 부딪혀 보면서 실전을 쌓아 보세요. 그리고 나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스스로 끊임없이 도전하세요. 그럼 늦더라도 언젠가 내가 원하는 회사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거예요. 저도 10년 전 지금 다니는 회사에 인턴 · 신입 공채 모두 지원하고 광탈했어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나머지 반은 실전에서 부딪히며 실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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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 이 사업은 어떤 사업보다 흥행 사업이고 변화가 매우 심합니다. 현재 블록체인 플랫폼 분야에서 일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됨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끔은 ‘내가 게임 테스트만 하고 월급을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고요. 게임과 관련된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면 참 좋은 영역의 직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이직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흐름을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PC에서 모바일, 모바일에서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등 큰 흐름으로 사람이 대폭 필요한 시기가 있습니다. 그 시기를 잘 보고 오시는 걸 추천드려요. 저도 운 좋게 모바일 게임 시장이 열리기 직전에 일을 시작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잘 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