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간 시니어가 부딪히는 어려움 세 가지

스타트업으로 간 시니어가 부딪히는 어려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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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스타트업에서 시니어를 활용하는 방법> 시리즈의 3화입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은 소위 MZ세대의 연령대 직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서울대에서 출간한 [트렌트코리아 2023]에서는 MZ세대를 넘어서 순도 100퍼센트 디지털 원주민인 ‘알파세대’가 우리의 미래를 접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에는 책임을 지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일하려는 ‘승진거부’ 경향이나, 오피스 빅뱅 현상과 맞물려 최소한의 일만 하며 회사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조용한 퇴사(Quite Quitting)’ 열풍이 불고 있다.

얼핏 보기에 이런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스타트업은 ‘라때는’ 혹은 ‘내가 왕년에는’만 연발하는 시니어는 적응할 수 없는 생태계다. 그러나 그런 스타트업이 성장해 조직이 커지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에 대한 적응력을 갖춘 시니어가 나타나면서 최근에는 시니어가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니어가 스타트업에서 생활할 때에는 어려움과 장벽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들(여기서는 빌런이라 표현)을 잘 극복하고 회사와 시니어 모두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하다.

ⓒ 셔터스톡


첫 번째 빌런 :

MZ세대와의 문화적 차이

시니어 입장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문제는 바로 문화적 차이다. 세대가 젊어질수록 개인적 성향을 보인다. 시니어는 젊은 세대가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 성향을 지닌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 시각부터 고쳐야 한다. 이기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자율성, 창의성, 독립심, 순발력 등을 갖추고 이전세대보다 조금 더 개인적, 자율적이라고 봐야 한다.

스타트업의 주류를 이루는 직원들은 ‘성공’이라는 깃대를 향해 모든 것을 바치던 시니어 세대와는 달리 ‘가치’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향을 보인다. 빠른 승진, 높은 연봉이 성공의 척도가 아니라 자신이 만족할만한, 좋아하는 일을 하며 가치있는 인생을 사는 것을 성공이라 생각하는 문화다.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회사, 자리라도 과감히 내려 놓고 가치를 느끼는 곳에 자신의 젊음을 바치는 세대다. 그리고 이 가치를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부대끼며 투쟁을 하고 있다. ‘나를 따르라’ 부대 전체가 진격하는 양태가 아니라 이미 누가 적인지도 모를 정도의 싸움터에서 적진 깊숙이 침투한 채 백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시니어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데 자신이 어떤 역할을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무래도 시니어는 최신 업무 방식 트렌드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요즘은 대기업에서도 신입급 직원이 임원을 대상으로 최신 기술, 트렌드 등을 가르쳐 주는 리버스멘토링이 유행이다. 시니어가 합류하면 세대 차이, 꼰대 운운하기 전에 노션, 구글워크스페이스, 플로우, 슬랙 등의 협업 툴 사용법을 친절히 알려주면 된다. 아무래도 새로운 업무 환경에 대한 준비,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므로 조금 늦다고 눈치주지 말고 차근차근 알려주고 기다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도 시니어는 필요할 경우 밤을 새워서라도 따라하려고 노력한다. 필요하다면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달달 외우고 따라오는 것이 시니어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려는 시니어는 사실 그 정도의 각오와 정신 무장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노력을 통해 언젠가 ‘나이 값을 하네’라는 말을 들을 날이 올 것이다.

어딜 가나 문화적 차이는 존재한다. 어차피 비슷한 회사로 옮겨도 문화적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변화에 대한 수용력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조금 더 인내심을 동반한 쌍방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 셔터스톡


두 번째 빌런 :

자신의 성공 경험

비슷한 상황을 겪거나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본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면 자연스레 해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러면 ‘이전 회사에서는’라는 말을 꺼내게 되곤 한다. 회사를 옮겨본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면 이미 회사를 옮겼으면서도 자꾸 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럼 그 회사 계속 다니지 회사를 왜 옮긴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제목 같지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자신이 성공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회사가 갖추고 있던 시스템과 인프라,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사회적, 경제적 환경 덕분에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쉽진 않겠지만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메시나 손흥민 같은 최고 수준의 축구 선수라 해도 잘 관리된 잔디구장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세네갈의 땅바닥에서는 좋은 기량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기본적인 체계가 부족하다. 그러나 피드백과 실행 속도가 빠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리고 특히 스타트업 대표와 조직의 리더들을 신뢰해야 한다. 모두 시니어가 모르는 한 방이 있는 사람이다. 사사건건 이전 회사와 비교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작더라도, 오래 걸리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 영화 <인턴> 


영화 <인턴>에서 벤 휘태커(로버트 드니로)는 오랜 기간 임원으로 근무하다 은퇴를 한 후 신생 스타트업의 인턴 생활을 하고 있지만 회사나 조직원의 문제에 섣불리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 특히 상황이 꼬여 젊은 여성 CEO의 기사 역할과 가정사를 돕는 일까지도 하게 되지만 정말 필요할 때 눈물을 흘리는 CEO에게 자신의 손수건을 내어줄 뿐이다. 그것이 그 CEO에겐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사실 여러 상황을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보지만 좀처럼 개입하지 않고 당사자들이 해결하기를 기다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급히 숙소가 필요한 동료 직원에게 집을 제공하는 등 알게 모르게 직원들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굳혀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친구로, 동료로 받아들여지면서 서서히 일원이 되어간다.

요즘은 스타트업 CEO가 코칭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실무자처럼 일을 해서 회사를 키워왔으나 기본적으로 리더로서 갖춰야 할 소양, 감성, 리더십 등을 놓치고 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역시 시니어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 번째 빌런 :

실무담당자가 부족해 직접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

조직이 클수록 업무는 세분화되어 담당자가 알아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무보다는 의사결정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그러나 스타트업에서는 임원이라 해도 실무진이 해야하는 업무를 직접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사람은 부족하고, 일은 많고,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빵빵 터지곤 한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직접 일을 처리한다 해도 과거에 했던 일처리 방식하고는 상이해 자신이 아는 내용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거의 신입사원처럼 일을 배워야 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직원의 이직률도 높아 갑자기 업무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능력과 리더십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에는 환경적,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조직의 구성원들보다 이직률이 높은 것이 당연한 생태계임을 알고 미리미리 백업 플랜 등을 준비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실무는 안하고 매니징만 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일반 직원과 구분없이 똑같은 역할만 하게 되면 조직에서 시니어를 채용하는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실무를 담당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에서도 시니어가 빨리 적응하고 자신의 경험과 장점을 잘 쏟아낼 수 있도록 적절한 임파워먼트가 필요하다. 시니어의 전문성이 자산과 무기가 되도록 배려해야지 장애물이 되게 해서는 곤란하다. 다행인 것은, 스타트업에서는 큰 조직에서처럼 쓸데 없지만 때가 되면 관성처럼 해야 하는 일보다 꼭 해야 하는 일만 해도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흔히 경력이 오래되고 경험이 많을수록 어느 조직에나 적응을 잘 할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경력이 길수록 조직에 동화되는 시간은 오히려 더 걸린다고 봐야한다. 당장 업무지식으로 현안 몇 개는 해결할 수 있겠으나 조직과 하나가 되는 시간은 더 걸린다. 오랜 시간 쌓아온 만큼 털어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자신의 개인 역사와 조직의 역사를 일치시키는 일이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더 긴 관점에서 긴 호흡으로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 동안은 기존 조직의 배려와 인내가 필요하다 시니어가 가장 잘하는 부문, 업무 등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단기적 관점의 성과를 요구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는지,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에 기여할 수 있을지 바라봐야 한다. 일단 이런 빌런들이 해결되면 시니어의 장점이 고스란히 회사의 자산이 되어 큰 시너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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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이주형 (tim239jh@gmail.com
이 글을 쓴 이주형 님은 삼성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GE의 FP&A 팀장과 6시그마 MBB, 외환은행의 경영혁신팀장을 거쳐 후성그룹과 루트로닉에서 CHRO를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12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전문채용면접관, 전문코치, 전문퍼실리테이터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