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LG ✕ 원티드> 시리즈의 3화입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는 과거의 무수한 선택들이 총체적으로 쌓인 결과물입니다.”
이응주 LG화학 석유화학본부 상품기획 전문위원(이하, 위원)은 늘 주어진 일을 소중히 여겨왔다고 했다. 재미가 없어도, 결코 중요해 보이지 않아도 호기심을 갖고 일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15년의 시간을 보낸 덕분에 그는 소위 말하는 ‘스타 애널리스트’로 성장했고, LG 화학의 눈에 띄었다. 애널리스트가 일반 기업으로 이직하면 IR팀에 합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이례적으로 회사의 신사업을 추진하는 일을 맡았다. 그가 이번에도 다짐한 바는 다르지 않다.‘맡은 일을 소중히 여겨 최선을 다하자’ 
이응주 LG화학 석유화학본부 상품기획 전문위원 ⓒ 이용석
한 애널리스트의 15년 짝사랑이 결실을 맺다
이응주 위원은 15년 동안 화학 분야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현재 한국의 증권사에는 대략 1,000여 명의 애널리스트가 일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주요 고객인 펀드매니저들이 아침마다 애널리스트가 보낸 리포트 메일을 지우는 게 하루 일과라고 할 정도로, 애널리스트 분야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9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어봤다.
“제가 담당했던 에너지(정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경기와 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를 예측하는 것은 무척 어렵죠. 그래도 저는 다양한 변수를 조망해 이러한 변수를 비교적 잘 예측하고, 화학 산업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능력이 있었어요.”
여기에 더해 화학 분야의 애널리스트에게는 한 가지 능력이 더 필요하다. 화학 산업은 밸류체인이 복잡하다. 석유에서 나프타(플라스틱의 기초 원료)를 얻고, 이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을 생산한다. 그리고 다양한 중간 과정을 거치면 플라스틱이 된다.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복잡한 흐름을 비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는 자신이 경제학과를 나온 ‘문돌이’였기에 다른 애널리스트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뛰어난 능력으로 정상급으로 성장했지만 애널리스트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애널리스트는 진짜 치열하게 일해요. 지난 15년을 30년 같이 살았죠. 하루 일과를 간단히 설명하면 7시 30분 각자 발간한 보고서의 핵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아침 미팅을 해요. 그리고 9시까지 제가 발간한 보고서의 핵심 아이디어를 주요 기관 투자자에게 전화로 설명하죠. 주식 시장이 끝나면 업체 동향을 체크하고 틈틈이 2차 전지, 태양광 발전과 같은 해당 산업의 이슈를 공부해요. 밤새 이러한 결과물을 모아 보고서를 발간하죠. 이외에도 투자자와의 대면 미팅, 해외 출장, 언론사 대응, 투자 설명회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해요.”

ⓒ 이용석
애널리스트의 숨 막히는 일과는 보통 성실함이 아니면 겪어내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이응주 위원은 사실 자신은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라며 웃으며 반박했다.
“저는 단지 맡은 일을 남들보다 좀 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을 뿐이에요. 사실 화학 산업애널리스트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죠. 그럼에도 바쁘고 고생스러웠던 애널리스트 생활을 견뎌낸 원동력은 제가 성실해서라기보다는 애널리스트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었죠. 욕심이 결국 성실함을 만들었을 수도 있겠네요.”
이처럼 애널리스트 생활에 욕심을 보였던 그가 업을 바꿔 이직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게다가 그가 선택한 길은 앞서 말했듯이 애널리스트들이 이직할 때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IR 업무가 아닌, 동료 애널리스트들이 거의 선택하지 않는 ‘신사업’ 분야였다.
“우선 LG 화학에서 수많은 변수 속에서도 시장 흐름을 전망해 내는 제 능력을 알아봐 줬어요. 당시 저도 아무리 ‘스타 애널리스트’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기업체나 주식 투자자들에게 단순히 제 의견을 조언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좀 답답했죠. 게다가 한국 주식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제가 담당하던 화학 산업 역시 중국의 굴기에 위협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점점 애널리스트 일이 재미 없어졌죠. 그래서 LG 화학에서 주신 기회를 놓치지 않았죠.”
이용주 위원은 자신을 ‘LG 화학을 짝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유쾌하게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보면 담당하고 있는 산업과 해당 산업의 대표 기업에 자연스레 애정이 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더욱 LG 화학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이 왔을 때 기뻤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그는 2019년 LG 화학에 입사하게 됐다.

ⓒ 이용석
메가 트렌드를 읽어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다
LG 화학에서 이응주 위원이 맡고 있는 업무는 MI(Market Intelligence)와 상품 기획이다. MI는 시장의 다이나믹스, 즉 고객과 경쟁 구도의 변화와 미래의 메가 트렌드를 분석해 경영 활동에 도움을 주는 업무다. 상품 기획에서는 MI 활동과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기반해 신사업(새로운 제품)을 제안하고 R&D와 Cowork를 통해 사업화한다. 그는 애널리스트의 업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화학 산업에 대한 현황 분석을 통해 미래를 전망하는 과정은 동일해요. 이는 제가 애널리스트로서 인정받았던 부분이기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하죠. 하지만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요. 애널리스트는 ‘LG 화학 주식을 지금 사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면, 지금은 분석과 전망치들을 토대로 신사업을 직접 만들어내야 하죠. 애널리스트가 조언자인 반면, 지금은 조직의 리더로서 전략의 설계자이자 집행자에 가까워요. 오해는 마세요, 제 위에 더 큰 의사 결정권자도 꽤 있답니다.(웃음)”
그는 두 업무의 공통점으로 꼽은 ‘전망’에서도 조금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가 추정해야 하는 기간은 길어야 5년이지만, MI와 상품기획은 최대 10년 뒤의 상황을 예측해야 한다.
“도대체 2030년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래를 좌우할 메가 트렌드가 무엇인지가 우리의 주요 관심사예요. 현재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메가 트렌드로는 기후 변화, 미중 패권 전쟁 등이 있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떤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지 분석해 내는 게 중요해요. 장기간의 전망, 신사업 발굴까지 하면서 이전보다 고민의 깊이가 훨씬 깊어졌어요.”
이응주 위원은 2019년 LG 화학에 합류하면서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는 팀원들을 모아 조직도 새롭게 세팅했다. 자동차, 가전 등 LG 화학의 고객 기업 출신과 MI, 상품기획 프로세스를 잘 갖춘 글로벌 선도 경쟁사 출신들을 채용했다.
“화학 산업은 경기 사이클이 7~8년에 정도로 긴 편이고, 혁신이 더딘 산업이에요. 한 예로 플라스틱은 1950년 이전에 발명됐는데, 당시나 지금이나 물성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죠. IT 산업을 떠올려보면 화학 산업이 얼마나 더딘지 체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 외부 변화에 둔감하고 내부적인 생산성 향상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요. 선도 기업을 추적하던 과거엔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LG 화학이 선도 기업이 됐죠. 그래서 조직을 세팅할 때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팀원을 채용하려고 노력했어요.”

ⓒ 이용석
LG 화학이 투자자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MI와 상품기획은 ‘LG 화학 석유화학본부’라는 거대 집단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응주 위원은 팀원들에게 ‘스스로 학습하는 전문가 집단’이 되도록 주문한다.
“화학 분야의 본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미래에 대해 치열한 고민도 할 수 없어요. 이런 전문가 집단이 되려면 자발적인 학습은 필수죠. 화학 소재는 자동차, IT, 건설, 생활소재 등 모든 분야가 전방 사업이에요. 그래서 고객의 니즈와 트렌드의 변화를 잘 알려면 상관없어 보이는 전시회나 컨퍼런스도 참가하길 권해요. 전 정말로 팀원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길 바라요.(웃음)”
그는 동종 업계가 아닌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한 분야에서 성공하고, 또 다른 분야에 도전하게 된 비결로 ‘일에 대한 호기심’을 꼽았다.

ⓒ 이용석“지금 하고 있는 일에 호기심을 가지는 순간 많은 변화가 일어나요. 좀 더 주체적으로 변하고, 실력이 늘어나죠. 그리고 세상만사는 늘 연결돼 있기 때문에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도 반드시 언젠가 사용할 기회가 있을 거예요. 요즘에는 호기심을 해결할 수단이 너무도 많잖아요.”LG 화학의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그의 업무는 최소 7~8년 뒤에 결과물이 나온다. 그는 이제 LG 화학에 합류한 지 만 3년으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절반의 시간을 지난 지금, 앞으로 이루고 싶은 성과는 무엇일지 궁금했다.“제가 애널리스트로 있을 때 잘 한다고 인정받았던 화학 산업 분석과 전망을 바탕으로 LG 화학이 빠르게 변화는 산업 환경에 대처하고 화학 분야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생각해 보니 결국 목표는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와 같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LG 화학이 투자자들에게 더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애널리스트들의 또 하나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제가 열심히 하다 보면 애널리스트가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하나 더 늘 거라고 생각한다”고 다짐을 전했다. CREDIT
정은혜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eunhye@wantedlab.com) 박영경ㅣ객원 에디터 이용석ㅣ포토그래퍼발행일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