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석
우리가 몰랐던 분유의 비밀
분유 시장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아기가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인 탄단지를 맞추기 위해 때때로 불필요한 성분을 넣기도 한다는 사실. 모두가 건강하게 먹고 마시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정인애 과장은 이 불편한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완강한 판도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지만, 식품을 대하는 그의 꼿꼿한 철학 또한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
과장님께서는 축산식품생명공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하셨어요. 해당 분야를 연구하시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 전공이 어려워 보일 수도 있을 텐데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누구나 매일 축산 식품을 최소 한 번은 드실 거예요. 동물에서 나오는 우유와 유제품, 그리고 육제품 등 말이죠. 이러한 축산 식품을 다루는 전공이에요. 제가 워낙 유제품을 좋아해 식품 연구를 시작했어요. 진부해 보이지만, 정말입니다.(웃음)
논문 주제가 ‘치즈’라고 들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간략히 들을 수 있을까요? 모든 음식에 치즈 사리를 추가하는 저로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네요.
새로운 살균법을 적용한 우유로 만든 치즈의 특징을 연구했어요. 열을 가해 뜨겁게 살균하는 보통의 방법이 아닌, 초고압(수심 6만m의 압력)을 가해 살균하는 신기술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해 연구에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플랫폼 내에서 사개디마(사업·개발·디자인·마케팅) 직군 인사이트는 많지만, 식품 개발에 대한 콘텐츠는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과장님의 커리어에 더욱 호기심이 생깁니다. 첫 커리어인 삼양식품 R&D팀에 입사하기까지 어떤 준비가 있으셨나요?
삼양식품이 라면으로 유명하지만, 우유 사업도 하고 있어요. 제가 입사할 당시 유기농 우유를 주력으로 했는데, 한 병에 6,900원하는 고가의 프리미엄 우유였어요. 그래서, 일반 마트에는 없었고 백화점 식품관과 청담SSG 등에만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제품을 구매해 마셔 봤을뿐 아니라, 매장 매대에 제품이 어떻게 진열되어 있는지 또,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소비자 시선으로 바라보고 조사했어요. 경쟁사 우유를 마시고 관능 테스트를 하기도 했죠. 우유 외 삼양 라면들도 종류대로 맛을 평가하고 어떤 맛인지 숙지했습니다. 최종 면접에서 대표님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냐고 물어보실 때 이 이야기를 꺼냈어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R&D팀은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탐구, 비교, 분석하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우유더라도 조금 더 담백하고, 고소하고, 묵직하고, 가볍고 모두 다르거든요. 이처럼 다양한 제품을 경험해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후, 유한양행으로 이직하셨어요. 이직 시그널이 온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유한양행에서 아기를 위한 분유를 시작한다고 오퍼가 들어왔어요. 분유도 유제품 계열이니 자연스레 관심이 갔지만, 제약회사에서 신시장(분유)를 한다는 게 이상하기도 했어요. 호기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알아 보니, 분유 사업을 시작한 배경이 너무도 공감됐어요. 그때 들었던 이야기가 ‘아기가 먹는 분유에 몸에 안 좋은 지방과 기름, 탄수화물 가루가 들어 있다. 단순히 아기가 먹어야 하는 탄단지를 맞추기 위해 넣는 건데 식용유, 전분 가루를 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기가 왜 그런 음식을 먹어야 할까’였어요. 만연한 분유 시장을 탈피해, 정말 아기(소비자)를 위한 분유를 런칭하고 싶다는 목적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해 곧바로 집 앞 이마트 분유 코너로 갔습니다. 인생 처음으로 분유를 만져 본 날이네요. 다양한 브랜드의 분유 전성분표를 직접 비교해 보고 이직을 결심했어요. 비슷한 시기에 국내 굴지의 우유 회사의 최종 면접까지 갔으나 유한양행을 선택했어요.
현재는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분유, 우유 등을 유한건강생활에서 다루고 있어요. 여전히 전성분표에 자신 있는 제품만 출시합니다. 그래서인지 제 결정에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아이가 먹는 분유나 모두 정말 건강해야 하는 거잖아요. ‘내 가족에게 믿고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라는 신념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