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디자이너의 커리어 방향 설정: 에이전시 VS 인하우스

예비 디자이너의 커리어 방향 설정: 에이전시 VS 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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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디자인? 디고디원찬에게 물어봐!> 시리즈의 1화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디자인 스튜디오 ‘미니멀리스트’의 대표이자 디자이너, 계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그리고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는 디자이너 <디고디원찬>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원찬입니다. 그동안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다양한 디자이너의 삶과 고민, 실무 및 노하우 등에 대해 이야기해 왔는데요, 원티드와의 좋은 기회를 통해 아티클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번 <디고디원찬 X 원티드> 시리즈에서는 영상에서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풀어볼까 해요. 세 번에 걸쳐 나올 이번 시리즈, 주목해 주세요!




<디고디원찬 X 원티드> 시리즈
  • 1화. 디자이너의 커리어 방향 설정: 에이전시 VS 인하우스
  • 2화. 디고디원찬에게 물어봐!ㅣ디자이너 포폴, 이건 확인하셨나요?
  • 3화. 퍼스널 브랜딩: 디고디원찬이 N잡러가 되기까지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 디고디원찬 


디자인 분야와 진로


‘디자인’이라는 큰 틀 안에는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패션디자인, 공간디자인, 영상디자인, 조경디자인, 화훼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과가 있어요. 특히 시각디자인은 편집, 브랜딩, 그래픽 등으로, 산업디자인은 운송, 제품, 가구, 쥬얼리 등과 같은 세부 분야로 다시 나누어집니다. 다양한 디자인과가 존재하는 만큼 졸업 후 여러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진로 선택의 폭 역시 다양합니다. 학교 또는 학원이 ‘내가 어떤 디자인을 배울지 결정하는 곳’이라면, 진로의 선택은 ‘내가 그 디자인을 통해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 일하게 될지’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하는 단계임을 잊지 마세요.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과 형태 4가지>
  • 인하우스 디자이너
  • 에이전시(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이너
  • 프리랜서 디자이너
  • 창업(사업체의 대표)

동종 산업의 디자인일지라도, 그래서 똑같이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불리더라도 일하는 방식과 형태는 다릅니다. 크게 위 4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그러나 이번 편에서는 정말 많은 디자이너가 궁금해하는 ‘인하우스와 에이전시의 차이와 장단점’을 주제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디고디원찬 


1. 인하우스 디자이너


In-house(인하우스)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회사/조직 내부의’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물론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회사에는 보통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여러 부서가 존재합니다. 회사를 홍보하고 알리는 마케팅, 물건을 만드는 제조, 만든 물건을 판매하는 유통, 회사 내부의 인원과 인사고과를 담당하는 인사처럼 말이죠. 또한, 회사의 서비스와 제품 등을 디자인하는 ‘디자인 부서’ 역시 존재합니다. 바로 이 부서에 속한 디자이너를 ‘인하우스 디자이너’라고 말합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우리가 아는 삼성/LG와 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중견기업, 치킨/음료 회사와 같은 프랜차이즈, 그리고 10명 이내의 작은 사업체까지 다양한 규모의 회사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디자이너 업무 방향은 회사가 고객에서 ‘무엇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하는 일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업무는 크게 ‘관리’와 ‘디자인 실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 먼저 디자인 실무의 경우 말그대로 내가 직접 서비스나 제품을 디자인하는 경우입니다. 구축디자인과 운영디자인 같이 말이죠. 
  • 관리 역시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큰 업무 중 하나인데요. 비교적 큰 기업의 경우, 회사 내에 디자인 부서가 있어도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디자인을 못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업무량이 초과되거나 기존의 방향성과 다른 외부의 시선이 필요한 작업 등이 이러한 예이죠. 디자인에 대한 결과물은 상부에 보고를 통해 결정되는데, 디자인 회사에서 직접 의사결정권을 가진 인력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으니 이 역할을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맡게 됩니다. RFP(Request For Proposal: 견적을 받기 위해 디자인 업무를 요약한 요청서) 작성부터 업체 선정, 미팅, 관리는 물론 제안받은 디자이너를 내부 보고용으로 정리하여 보고하는 이 모든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 경우에는 직접 디자인을 하지는 않는 관리자로서의 업무를 맡게 됩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장점
회사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봉과 처우 및 복지 등이 에이전시/스튜디오 디자이너보다 월등하게 높고 좋은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급여체계의 경우 전체적인 회사의 내규에 따르기에 대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높은 연봉과 그 회사의 복지 시스템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페이와 워라벨에 대해서는 인하우스가 ‘넘사’라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또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과 일하는 덕분에 여러 분야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사회생활을 통해 넓혀가는 네트워킹의 폭 또한 에이전시보다 상대적으로 넓습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단점
회사의 방향이 곧 내 업무와 포트폴리오를 결정합니다. 회사가 하루아침에 새로운 분야나 아이템을 시작하지 않는 이상, 입사 후 내가 맡는 아이템과 분야는 쉽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품회사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된다면 식품 외 전자제품이나 플랫폼과 같은 분야의 디자인을 할 기회가 없을 수 있습니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에서 없다고 해야겠죠. 그게 싫다고요? 안타깝지만, 이직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게다가 3,000개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본 입장으로 말씀드리자면, 에이전시/스튜디오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가 인하우스 디자이너보다 좋은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물론 ‘나는 인하우스 디자이너이지만 실력은 뛰어난데!’라며 얼굴을 붉힐 분도 계시겠지만, 실력이 좋다고 꼭 포트폴리오까지 좋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특히 프로젝트의 ‘다양성’면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와 에이전시 디자이너는 비교할 수가 없죠. 게다가 인하우스 디자이너 중에서도 실무가 아닌 관리를 하는 디자이너였다고요? 그럼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게 무의미하겠죠?

ⓒ 디고디원찬 


2. 에이전시(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이너


디자인 에이전시와 스튜디오는 외주 vs 자체 콘텐츠 제작, 또는 규모에 따라 다르기에 명확하게 분리하자면, 서로 다른 개념의 기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외주나 컨설팅’ 업무를 하는 회사의 디자이너로 통칭해 ‘에이전시 디자이너’라고 부르겠습니다.

디자인 에이전시는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디자인 부서가 없는 회사나 기관, 개인, 혹은 디자인 부서가 있어도 더 좋은 아이디어 등을 위해 디자인 에이전시에 프로젝트를 의뢰하기도 하죠.

디자인 에이전시의 종류도 다양한데요, 웹/앱과 같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웹 에이전시, 회사나 브랜드의 정체성과 우리가 흔히 ‘로고’라고 부르는 아이덴티티를 개발하는 브랜딩 에이전시, 책등의 출판물을 디자인하는 편집디자인 에이전시, 식품/화장품 등의 제품 포장을 고안하는 패키지 디자인 에이전시 등이 있습니다. 특히 웹 에이전시는 규모에 따라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가 근무하기도 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전문 분야가 좁을 경우 회사 구성원은 모두 디자이너인 것이 특징입니다.


디자인 에이전시의 장점
  • 에이전시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많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단기간’에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성인 ‘빨리빨리’는 디자인 분야에도 예외없이 적용됩니다. 겨우 서너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브랜드 하나가 나와야 하는 상황도 많고, 의류, 식품, 전자제품, 플랫폼 등 다양한 종류의 클라이언트와 작업하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물론, 이 장점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말이죠!)
  • 디자인이 단순히 포토샵과 일러스트로 무언가를 예쁘게 만드는 직업이 아닌 만큼,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고 작업하다 보면 여러 가지 지식이 쌓입니다. 견문이 넓어지는 것도 예상외의 장점이에요.
  •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경험하다 보니, 포트폴리오의 콘텐츠가 풍부해지는 것도 에이전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똑같이 1년을 근무했다고 해도(물론 같은 일주일이라고 해도 업무 시간은 에이전시 디자이너가 월등히 많겠지만) 경험의 폭과 프로젝트의 다양성 역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디자인 에이전시의 단점
솔직히 포트폴리오와 다양한 경험을 제외하고는 인하우스가 모든 면에서 낫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갑자기 으스러지는 뼈!). 먼저, 가장 중요한 ‘임금’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안 그래도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데,  현재 전쟁, 금리 인상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해졌지요. 많은 사람들이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 진짜일까요?

‘땡! 틀렸습니다.’ 

여러분의 월급도 올랐습니다. 그게 쥐꼬리던 소꼬리던 말이죠! 허나 디자인 외주 비용은 오르지 못한 것도, 동결된 것도 아니라 되려 더 하락했습니다. 에이전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프로젝트 수주 비용이 매우 열악하고(현상 유지라도 되면 다행이고요.), 다른 분야에 비해 임금 역시 제자리 수준입니다. 근로자가 일하는데 가장 중요한 동기인, 아니 그 전부인 임금이 낮은 것은 크나큰 단점이 될 수 있겠지요. 근무 여건 역시 인하우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요.

물론 에이전시에서 대기업 수준의 복지를 바라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일 수 있겠으나, 근무 시간이나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서 워라밸 자체를 기대하기 힘든 곳도 많습니다. 요즘은 에이전시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클라이언트가 주중이고 주말이고, 낮이고 밤이고 ‘쪼아대는 상황’에서 오늘도 많은 에이전시 디자이너는 밤을 새우고 있는 것이 에이전시의 현실이죠.


잠깐! ‘디고디원찬’이 꿀팁을 알려줄게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세상에 정답은 없나 보다’ ‘역시 다 가질 수는 없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러나 ‘돈/워라밸 = 인하우스’와 ‘경험/포트폴리오 = 에이전시’로 대변되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비슷하게나마 잡을 수 있는 팁이 있습니다. 바로 ‘두 가지 다 경험하라’입니다. 

이게 무슨 꿀팁인가 싶겠지만, 이 경험을 ‘무엇부터’ 그리고 ‘언제’ 해야 하는지가 팁의 핵심입니다. 제가 보아온, 그리고 또 수많은 디자이너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자연스럽게 설정하는 커리어 방향은 아래와 같습니다.


<인하우스와 에이전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커리어 방향>
에이전시 근무 → 포트폴리오 완성 → 인하우스 이직

  • 에이전시 근무 : 졸업 후 첫 입사는 에이전시로 합니다. 연봉, 워라밸, 근무 여건보다는 그 에이전시의 포트폴리오만 보세요. 실제로 그 회사의 웹사이트와 Behance에 올라온 결과물이 앞으로 여러분이 가지게 될 포트폴리오가 될 테니까요. 자, 그럼 이제 입사를 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입사 후 짧으면 2~3년, 길게는 5년 동안 열심히 일하세요. 몸과 마음, 혼을 갈아 넣는다는 생각으로 일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잠깐! 급여가 낮다고 입사 허들이 낮은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열심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내가 그 실력 있는 에이전시에 들어갈 수 없다면, 다른 에이전시에서 포트폴리오를 쌓는 것도 방법입니다.)
  • 포트폴리오 완성 : 그리고 아래 세 가지가 모두 갖추어지면 이제 흔히 얘기하는 ‘대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이직하시는 겁니다.


<포트폴리오 체크리스트 세 가지>
  • 포트폴리오에 다양한 프로젝트가 쌓였는가?
  • 내 분야의 프로젝트를, 나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단계의 실력이 되었는가?
  •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가?

쌓인 경험과 실력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에이전시 경험을 바탕으로 인하우스로 이직하실 수 있고, 인하우스 안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통해 마음껏 날아다니실 수 있게 될 거예요. (물론 그 안에서의 이뤄지는 정치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에이전시 디자이너들은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아, 밤 그만 새고 싶다….
아, 나도 돈 많이 받고 싶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들도 한숨을 쉬며 말합니다.

아, 나 예전에 디자인 진짜 잘 했었는데….

단순히 ‘돈 많이 받는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커리어 목표가 돼서는 안 됩니다. 본인이 어떤 부분에서 더 큰 보람을 가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이직을 한 후에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가도 이 원초적인 고민이 문득문득 생각나며 여러분들을 쫓아다닐 테지만 말이죠. ‘자아실현의 욕구’가 매슬로의 5단계 가장 최 상단에 위치한 이유는 우연이 아닐 테니까요!



<디자인? 디고디원찬에게 물어봐!>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디고디원찬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는 디자이너, 디자인과 겸임교수이자 미니멀리스트 스튜디오 대표, 이원찬입니다.(https://youtube.com/c/wonchan)



발행일 202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