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 디고디원찬이 N잡러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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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디자인? 디고디원찬에게 물어봐!> 시리즈의 3화입니다. 


어떻게 N잡러가 되었나고요? 

철저한 ‘계획’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이자 실무 디자이너, 대학교 겸임교수, 그리고 유튜브 크리에이터까지.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다 보면 많은 분이 궁금해합니다.

“어떤 계기로 이 많은 일을, 직업을 가지게 되었나요?”
“각 단계별로 계획을 세웠나요? 나만의 청사진이 따로 있나요?”

제가 N잡러로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자연스러운 상황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기 때문’이죠. 파이프라인이 뻗어나가된 계기가 철저한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에 의해서라니, 어떻게 그것들이 시작돼 이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오늘은 <디자인? 디고디원찬에게 물어봐!> 아티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만큼, 그 어느 곳에서도 여러분이 들어보지 못하셨을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거예요. 디자이너로서의 제 미래와 행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디고디원찬


호주 생활 10년을 버리고 

한국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한 이유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자마자 호주로 가서 10년이 넘도록 지냈습니다. 학업 목적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거기서 살 생각도 하게 됐죠. 호주하면 떠오르는 자연과 여유로움이 과장되지 않은 실제 모습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일적으로 매우 바쁘고 중요한 시기에 있었기에 가족은 먼 타국에 있는 제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좋은 성과를 거두고 가족에게 축하 소식을 전하려 전화했을 때 들었던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일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죠. 결국 그 사건으로 인해 10년이 넘는 긴 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디자인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은 확고했지만,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던 제게 지인들은 ‘회사를 가서 경험을 쌓아라’, ‘한국은 결국 인맥이다’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수도 없이 했죠. 그런데 어떠한 자신감에서인지 저는 호주에서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나만의 디자인을 세상에 펼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하나하나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무실을 얻고, 웹사이트를 만들고 발로 뛰어다니며 홍보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렇게 ‘미니멀리스트’ 스튜디오의 디자이너이자 대표로서 살아가게 됐어요. 

주변에서 우려했었던 ‘한국에서의 경험'이 없었기에 몇 배나 더 고생하고 뛰어다녔지만, 야생에서(?) 하나하나 부딪히며 알게 된 실무 경험과 지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 그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할 자신이 있을까 고민하긴 하겠지만요!

ⓒ 셔터스톡 


디자이너, 대학교 교수가 되다


한국에서 열심히 ‘미니멀리스트’를 알리며 작은 일들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지인이 어떤 페이스북 이벤트에 저를 태그하며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제안을 줬죠. 그 지인이 봤을 때 꽤나 매력적인 이벤트로 보였던 모양이에요. 

자세히 보니 그 이벤트는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국내 최초로 계획한 디자인 서바이벌 TV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음악 경연 대회처럼 ‘디자인도 경연을 해보자!’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요, MBC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될 정도로 꽤나 크게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죠.

디자인진흥원은 제조 기반의 디자인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많은 곳으로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제품 디자인이나 산업디자인과를 나오지 않은 저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때 당시 일이 바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나’를, 그리고 ‘우리’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기에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해 나갔죠. 우여곡절이 많이 있었지만 결국 몇천 명의 지원자 중 마지막 파이널 6인(본선 100인→40인→20인→10인→8인→6인)까지 진출하게 됐습니다. 

한편의 추억으로 끝날 것 같던 이 이벤트는 놀라운 기회로 연결이 됩니다. 그 프로그램을 봤던 학교 측에서 연락이 오게 된 거예요. 마침 학교와 학과의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학과 측에서는 실력 있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을 필요로 했고, 제게 이번 겸임교수 채용에 지원해 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했죠. 

물론 제안을 수락한다고 해도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지원서 등 까다로운 서류 심사를 거쳐야겠지만, 그런 제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사건이었어요. 그때 당시 제 나이는 고작 서른하나였거든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지원을 했어요.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됐냐고요?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한지 이제 9년이 됐답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계기였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줬지만, 제자들이 취업을 하고 나서도 디자이너로서의 고민이 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았거든요.(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너무 공감하시겠지만!) 

제자들이 취업한 후에 삼삼오오 모여 안부 겸, 인사 겸, 고민 상담 겸 저를 찾아왔고, 그때마다 저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특히 주니어 디자이너로서의 한국 생활은 정말 쉽지 않구나’라는 것을요. 

고민의 형태는 조금씩 달랐지만 제가 처음 한국에 와서 온몸으로 부딪혔던 그 고생과 고민을 그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 역시 그런 고민들을 겪었지만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서 힘든 시간 혼자 그것을 알아내야 했거든요. 그래서 항상 아끼고, 고마운 제자들의 고민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부분은 대한민국 그 어디에서도, 그 누구도 이야기해 주지 않으니까요.  

어떻게 면접을 준비해야 하고, 어느 회사에 가는 것이 좋고, 이직은 어떻게 해야 하며, 독립해서 프리랜서를 하면 뭐가 좋고 힘든지, 사업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요.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커리어 패스에서 할 수 있는 사회 초년생의 많은 고민과 질문에 답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거든요. 그렇게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는 디자이너, 디고디원찬>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 디고디원찬


출발점 자체가 ‘고민을 들어준다'는 취지로 시작했기에 다른 디자인 유튜브 채널과는 많이 달랐어요. 어도비 프로그램을 다루거나 하는 부분은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사회적인 고민과는 거리가 있었기에, 저는 이력서를 어떻게 쓰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으며, 프리랜서들이 계약서를 어떻게 쓰고 견적은 어떻게 내야 ‘호구'가 되지 않을 수 있는지 ‘디자이너의 고민'에 기반한 콘텐츠를 만들게 됐습니다.

‘고민’이라는 것 자체가 마냥 기쁠 수만은 없기에 제 영상은 때때로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다룰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22년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어느덧 6만 명이라는 구독자분들이 저와 함께하게 되었네요!


파이프라인은 끝이 없다


고정적으로 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와 학교 강의, 유튜브 외에 방송에도 출연하게 됐고 클래스101에서 온라인 강의, 대기업 강연, 각종 행사 초청 등 저는 지금도 매우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케줄은 어떻게든 만들 수 있고 그것이 불가능하면 잠을 조금 덜자면 되니까요. 저는 이렇게 제게 오는 감사한 기회들을 최대한 다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회들은 다른 형태의 파이프라인이 되어 저를 또 어딘가로 이끌게 될 거라 확신해요. 이런 일들의 연속은 ‘디자인'이라는 큰 틀안에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확실한 사례로 제 스스로를 증명 시켜주었고 앞으로도 저는 어떠한 계획에 의해서가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과 기회들을 통해 더 성장하고 발전해나갈 예정입니다. 디자인보다 더 재미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는 이상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요?

“Follow Your Heart” 

여러분의 심장이 뛰는 곳으로 가세요. 필드에서 만나게 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P.S. 3화 동안 아티클을 봐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소중한 기회를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신 원티드와 콘텐츠를 기획해 주신 김한나 에디터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디자인? 디고디원찬에게 물어봐!> 시리즈 보러 가기



글ㅣ디고디원찬
디자이너의 고민을 들어주는 디자이너, 디자인과 겸임교수이자 미니멀리스트 스튜디오 대표, 이원찬입니다.(https://youtube.com/c/wonchan)



발행일 202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