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회의가 바뀌면 당신의 워라밸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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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일터의 기술> 시리즈의 2화입니다.


수요일은 회의 지옥의 날 


수요일 오후 5시, 고과장의 마음은 급해집니다. 바쁜 일정에 하루가 다 갔는데, 정작 해야 할 업무는 손도 대지 못했거든요. 

수요일은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회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날입니다. 회의로 시작해 회의로 끝나는 기승전결 회의의 날이지요. 오후 회의 일정이 끝나고, 파김치가 되어버린 고과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프로젝트 3~4개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요새는 정말 회의에 파묻혀 사는 것 같아요. 특히 오늘처럼 회의가 많은 날은, 아침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임원진 프로젝트 보고로 시작해서, 각 프로젝트 성과 검토 회의하고 나오면 어느새 오후 5시가 되어있어요. 몸과 마음은 너무나 지쳤는데, 막상 업무 리스트를 검토해 보면 제대로 한 게 없어요. 

게다가 회의를 할 때마다 업무가 추가되다 보니, 계속해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심정이랄까요. 정말… 야근은 죽어도 하기 싫은데, 야근하지 않으면 일을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니까 더 스트레스를 받아요. 사실 오늘 지인들이랑 저녁 약속도 있었는데 야근 때문에 또 물 건너갔네요. 이렇게 계속 일을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속이 답답해요."

ⓒ 캔바


회의 지옥이 삼켜버린 고과장의 워라밸은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요?


10번 중 8번은 불필요한 회의, 알고 계셨나요?


최근 Pumble의 2022년 회의 연구조사를 따르면, 직장인들은 평균 50%의 업무 시간을 회의 시간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평균 주당 노동 시간을 40시간으로 정의할 시 20시간이나 되는 상당한 시간이지요.

연구 조사를 통해 발견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총 회의 시간 중 직원들이 생산적이라고 느끼는 회의는 약 17%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참여하는 10번의 회의 중 8번은 불필요한 회의라는 것이죠. 

자, 그럼 생각을 한 번 전환해 볼까요? 
만약 그 8번의 불필요한 회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우리의 일은 그리고 일터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그 해답의 실마리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2022년 회의 연구 자료를 보면, 14개월 동안 회의의 빈도수와 시간을 약 40%로 줄여나간 기업들의 생산성이 약 71%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더불어, 업무 관련 스트레스도 자그마치 43%나 감소하는 놀라운 효과까지 증명됐죠

이렇게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는 것은 직원들의 비효율적인 업무 시간을 줄이고, 또한 스트레스 저하를 통한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비생산적인 회의를 없애는 것은 우리 모두의 워라밸과 삶의 질까지 한 방에 되찾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해결 방식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비생산적인 회의를 줄이고, 우리의 워라밸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3번이면 불필요한 회의 삼진 아웃!


이번 한 주 동안 여러분이 참여했던 회의들을 떠올려 보세요. 여러분이 참여했던 다양한 회의 중 얼마나 많은 회의가 뚜렷한 목표와 결과물을 공지해둔 채 진행되었나요? 아마 손에 꼽히리라 생각이 듭니다.

주간 회의, 월별 성과 보고, 분기별 타운홀 회의 등,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회의는 처음에는 확실한 목적성을 가지고 기획이 되지만, 어느 순간 조직이 성장하고, 조직의 우선순위가 변화되면, 회의 목적이 변질되거나 혹은 더는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채 회의가 진행되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이때 회의의 목적을 검토하지 않으면, 관성에 의해 회의가 명확한 목표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우리 캘린더에 비생산적인 회의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지요.

조직에서 되돌릴 수 없는 가장 큰 재화는 바로 ‘시간'입니다. 인력, 재정적 자원 등은 충원해 복구할 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개인도, 조직도 복구할 수가 없지요. 그렇기에 회의 참여를 위해, 우리 모두의 시간을 얻고 시간을 투자해 참여하는 결정을 할 때는 아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터의 회의에 참여할 때, 우리는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1. “우리는 왜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가?” (회의 목적) 
  2. “회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생산될 결과물은 무엇인가?” (회의 결과물)
  3. “목적과 성과물을 왜 회의에서 이루어야 하는가?” (과정)


만약, 이 세 가지 질문에 확실한 답이 없는 회의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이제 선투자 후 진행 원칙을 통해 알아볼까요?


선 투자, 후 진행 원칙 


선 투자, 후 진행 원칙의 핵심은 짧은 시간을 미리 투자해 회의 목적과 결과물을 검토하고, 회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선 투자, 후 진행 원칙에는 세 가지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1. 확실한 회의의 목표가 없을 시 우리는 과감하게 회의를 취소해야 합니다
  2. 회의의 목적이 뚜렷하지만, 공동으로 생산해 내야 하는 결과물이 뚜렷하지 않을 때는, 회의를 진행하는 것 외에 다른 소통의 대안이 있는지 모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회의는 이메일, 사내 메신저 등 비동기 소통 창구를 이용해서도 충분히 정보 공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강력한 목적이 없을 시에는 회의를 진헹힐 필요가 없습니다. 
  3. 회의의 목적과 이루어 내야 할 공동의 결과물이 확실할 때에만 회의를 진행합니다.


그럼 선 투자 후 진행 원칙을 고과장의 회의 일정에 한 번 적용해볼까요? 

선 투자의 첫 번째 단계로 고과장은 자신의 프로젝트 주간 회의에 목적, 결과물 그리고 과정에 대해 검토해 봤습니다. 프로젝트 주간 회의의 목적은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팀마다 추가 결정 안건들을 수렴하는 것이었습니다. 

업데이트와 의견 수렴이 회의의 주요 목적이었기 때문에 함께 회의에서 생산해 내야 할 공동의 결과물은 딱히 없었지요. 더불어 프로젝트가 계획 단계를 지나 실행 단계에 근접했기 때문에 프로젝트팀 안에서 추가로 결정을 수렴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공동의 결과물이 뚜렷하지 않았기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회의가 아닌 비동기식 소통 수단을 이용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모색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고과장은 자신이 주최하는 다음 주간 프로젝트 회의를 이메일과 슬랙 메신저 소통으로 대체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따라 그다음 주간 회의의 진행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을 프로젝트 팀에게 소통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주, 프로젝트팀 리드 한 분이 프로젝트 팀에게 그동안 준비해온 마케팅 계획을 발표하고, 핵심 프로젝트 리드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안건을 요청해 왔습니다. 

프로젝트 주간 회의에 마케팅 계획 공유 및 피드백 수렴이라는 새로운 목적이 생긴 것이지요. 이 회의의 공동 결과물은 명확했기 때문에, 이 점을 고려해 고과장은 그다음 주간 회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회의의 목적, 기대하는 성과물, 그리고 안건을 미리 회의 참여자들과 공유했습니다. 

선 투자, 후 진행 원칙을 통해 6명의 회의 참가자들의 시간을 절약하고, 고과장 역시 불필요한 회의 발표 자료 준비와 회의 시간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목적 없는 회의는 이제 그만 


혹시 이번 주 목적이 불분명한 회의에 참여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질문을 정중히 회의 참여자 모두에게 던져보세요. 

“이번 회의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이 하나의 질문이 우리의 회의 생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줄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일터의 기술> 시리즈 보러 가기 



글 | 글로리아 송
Co-Change Lab의 대표이자, 국제 코치 연맹에 자격증을 가진 비즈니스 코치이며, 조직개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캐나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토데스크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의 인사부, 고객 성공부, 영업 지원부에서 글로벌한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는 더 다양한 기업과 개인들이 그들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기업들의 조직 문화 혁신을 돕고 있다. (링크드인)



발행일 202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