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석
해외 취업 과정에서 IT 세일즈를 시작하다
Q.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에듀테크 플랫폼 링글에서 B2B 세일즈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김예원입니다. 저는 국내 의료관광 업계에서 세일즈·마케팅 업무를 시작했는데요. 이후 싱가포르에서 오라클과 레드햇 관련 일을 한 뒤 한국에 와 센드버드라는 IT 회사를 거쳐 현재 링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링글은 원어민 튜터와의 1대 1 화상영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듀테크 플랫폼입니다.
Q. IT 세일즈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3년 정도 일하면서 막연하게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해외 취업할 나라를 싱가포르로 정하게 됐습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IT회사의 APAC(아시아 태평양 지역) 지사가 많이 모여 있어 자연스럽게 IT 회사에서 일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의료업계에서 일했기 때문에 경력과 크게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엔드유저(최종 사용자·고객)와 소통하고 서비스를 알린다는 세일즈 업무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많아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IT 세일즈 업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우선 IT를 포함해 어떤 업계에서든 세일즈 업무는 고객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다양한 피드백을 고객에게 직접 듣기 때문에 제품의 장단점, 특히 단점까지 파악하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또 세일즈는 명확한 하나의 KPI(핵심성과지표)가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업무 자유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에겐 잘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세일즈 영역 중에서도 IT 분야는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기도 하고, 기술적인 것을 통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일할 수 있는 기회도 많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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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기술팀과 고객사 사이 의사소통
Q. 다른 분야 세일즈로 일하다가 IT 분야 세일즈로 일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예원님과 같이 IT 세일즈로의 커리어 이동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IT 세일즈라고 해서 다른 업계 세일즈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어떤 업계에 가든 해당 업계 제품의 특징을 잘 습득할 수 있다면, 개인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IT 제품은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결합돼 있고, 기술팀이나 고객 경험팀을 비롯해 다른 팀과 같이 협업이 많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는 점은 다른 분야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전 회사였던 센드버드에서 고객사를 만날 때 기술팀과 같이 만났는데요. 이러한 특징 때문에 고객사와 기술팀 중간에서 균형을 잘 잡고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이 IT 세일즈에겐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고객사가 어떤 것을 원한다고 해서 내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고객사의 말만 들어주면 오히려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 팀과 조율해 최선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발팀과 협의해서 고객사를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하고요.
Q. IT 세일즈 업무와 관련해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 주세요.
저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가령 제가 회사 내부 팀에 도움을 준 일이 있다면, 고객사에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내부 팀을 설득해 빠르게 도움받아 일을 처리할 수 있죠. 고객사와도 마찬가지예요. 고객사에 제가 뭔가를 조금 더 도와주면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지난번에 도와줬으니까 이번에는 우리가 조금 더 기다리겠다’는 식으로 조금 더 넓게 생각해 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회사 내·외부로 모두 좋은 관계를 가지려고 해요.
주니어라면 가능한 다양한 시니어의 세일즈 미팅에 참관하거나 이메일을 참고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세일즈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은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도 업무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베테랑 세일즈의 미팅을 많이 따라다니면서 고객을 파악하고 제게 맞는 영업 스타일을 계속 찾고 적용하려고 했습니다.
Q. 그 밖에도 업무와 관련해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말해 주세요.
제가 사실 회사를 좀 여러 번 바꿨는데요. 저는 그게 저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큰 규모의 글로벌 회사와 스타트업 등 다양한 회사까지, 여러 회사를 경험한 것이 저에게는 좋은 노하우를 축적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일본·미국·싱가포르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에서 살았던 것도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회사와 B2B 영업을 하다 보면 경영자나 결정권자가 외국인이거나 해외에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요. 이럴 때 해외에서의 경험이 상대 회사의 상황을 조금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Q. IT 세일즈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고객과 직접 접하고 소통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제가 전달했던 내용이 고객사에 영향을 끼쳐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 가장 보람이 있어요. 고객사가 잘 되고 성공했을 때 ‘세일즈 하기 잘 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실제 제가 센드버드에서 퇴사를 하고 쉬는 기간이 있었는데, 그 기간에 고객이 연락을 준 적 있어요. 그때 저랑 했던 프로젝트가 최근에 론칭했는데 마무리가 잘 돼서 인사 전하려 연락했다고 하셨어요. 사실 그때 제가 저희 서비스 외에 다른 외부적인 것도 조금 도왔거든요. 그때는 그냥 고객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 도왔는데, 연락이 왔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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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알아내기
Q. IT 세일즈로 일하면서 슬럼프가 올 때도 있었나요? 있다면 어떨 때 슬럼프를 겪으셨나요?
시기마다 조금씩 다른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주니어 때는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해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싱가포르에서 IT 세일즈를 처음 시작했던 시기엔 10명에게 전화하면 1명이 대답을 해 줄까 말까 한 상황이었어요. 특히 한국 사람은 거의 잘 통화를 해 주지 않았어요. 상처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내가 잘 못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죠.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그런 ‘콜드콜’(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잠재 고객에게 하는 전화)은 익숙해졌지만 실적에 대한 압박이 생겼어요. ‘내가 이번 분기에는 목표에 잘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적이 바로바로 드러나니까 다른 영업 분들과 서로 비교가 되기도 하고요. 회사에 따라선 제가 실적을 얼마나 내냐에 따라 월급이 결정되다 보니 사람들이 약간씩 예민해지기도 하고 내부 경쟁이 생기기도 했어요.
세일즈는 실적 타깃이 주어지고 이를 수행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는데요. 어느 순간 제가 정말 이 제품이 좋아서 파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파는 상황이 됐을 때 슬럼프를 겪기도 했어요. 해당 제품이 고객사에 정말 많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조금만 필요할 수도 있는데 저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 설득을 해서 판매를 해야 할 때 어려움이 있었죠.
Q. 콜드콜을 했는데 상대방이 잘 반응하지 않으면 상처를 받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는 시니어 세일즈 담당자에게 도움도 요청하고 조언도 많이 구했어요. 그러면 시니어 담당자는 ‘다들 비슷하게 겪는 과정’이라고 말해 주셨죠. 또는 고객사에 대한 부담을 다른 팀과 같이 나누기도 했고요. 서로 의지하면서 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기존 고객이 떠났을 때도 처음엔 ‘나 때문에 이렇게 됐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나중에는 그런 상황이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대표님께도 해당 고객에게 한 번 연락을 해 달라고 하고, 직원에게 혹시 해당 회사에 아는 분이 있으면 연결을 해 달라고도 하는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오히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되면 시기나 여건 때문에 제가 어찌할 수 없는 건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다음 건으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실적에 따른 경쟁이나 압박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내부 경쟁이 심했던 회사에 있을 때는 제가 주니어였기 때문에 경쟁심을 느끼기보다는 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 뒤로는 회사를 옮길 때 저랑 잘 안 맞는 부분들을 필터링해서 갔어요.
사실 큰 IT 대기업의 경우는 같은 회사 안에서도 세일즈끼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구조로 이뤄진 경우도 있었어요. 같은 회사 제품인데도, 우리가 맡은 제품을 팔면 다른 사람이 맡은 제품은 못 파는 등으로 구조가 얽히고설킨 부분이 있지요. 그런데 저는 성격상 그런 곳보다는 서로를 지원해 주고 팀워크를 이뤄 일할 수 있는 곳에서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대기업에서 외국계 회사로 옮기게 됐고, 그 뒤로 국내 스타트업으로까지 오게 됐어요.
그리고 세일즈 업무 안에서도 저에게 더 잘 맞는 역할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일을 배우기 위해서 신규 고객사를 찾고, 미팅도 하고 전화도 하는 일 등 앞단에서 하는 영업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고객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유지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지, 고객 성공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전략을 뒤에서 만들어 내는 역할을 했죠. IT 영업을 5~6년 하면서 회사를 옮겨가다 보니 이런 일이 저에게 더 잘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IT 세일즈 분야에서 여성으로서 일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IT 분야는 아무래도 남자가 더 많기는 하지만 저는 남자라서, 또는 여자라서 이 업무에 더 유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 기술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세일즈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IT업계에서 20년 정도로 굉장히 오래 일하시는 여성 세일즈도 있고요. 회사 특성에 따라 링글처럼 IT 회사지만 여성 세일즈가 더 많은 경우도 있죠.
Q. 기술적인 부분을 잘 설명해야 하는 역할인데, 기술적인 부분을 익히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특히 오라클에 다녔을 때 그랬는데요. 너무 생소한 제품을 영업하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는 리눅스랑 가상화를 팔았는데, 사실 저는 리눅스는 제가 개인적으로 잘 쓸 일이 없고 제 삶에 큰 연관성이 없다 보니까 이해가 잘 안됐어요. 그리고 설계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그때는 사실 영업에 대한 의욕이 넘치거나 아이디어가 샘솟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이후로 이직할 때는 제가 관심 있고 저와 잘 연결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1차적 목표로 잡았어요. 제가 센드버드에서 일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센드버드는 채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인데 제가 실제로 사용하는 다양한 앱에 센드버드 채팅 솔루션이 들어가 있었거든요. 제가 해당 서비스를 쓰고 있는 사용자다 보니 고객과 이야기할 때도 피드백을 줄 수 있었어요.
결국 제가 힘들어하거나 못하는 것을 굳이 열심히 하려고 하기보다는 좀 빨리빨리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내가 잘 하는 것, 내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위해 조직을 빨리 옮겨가는 것이 저한테는 좀 잘 맞는 커리어 패스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여러 사례를 접하게 되면 그만큼 지식이나 노하우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기술에 대해 다양한 고객이 올린 문의를 자주 살펴보고 어떻게 해결됐는지 공부하다 보면 실제로 자주 문의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익숙해 지고, 기술팀 지원 없이도 설명할 수 있게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Q. IT 세일즈를 꿈꾸는 분들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방금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이 뭔지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IT 업계가 굉장히 많고 우리가 생각하는 전문적인 기술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대중적인 기술도 굉장히 많아서, 내가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영업도 단순히 생각했을 때는 콜드콜 같은 종류만 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영업에도 종류가 굉장히 많거든요. 꾸준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것, 고객이 정말 필요한 것을 같이 고민해서 도와주는 것, 새로운 곳에서 제품을 소개하며 골을 향해 달려나가는 영업 등 다양해요. 그래서 괜히 ‘내 성향에 영업이라는 것은 잘 안 맞을 것 같은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성향에 맞는 영업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