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걸스인텍 X 원티드> 시리즈의 7화입니다. 우리는 때로 직무 전환을 넘어야 할, 고도 높은 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 일하는 이유가 명확하다면 산이 아닌 언덕으로 마주할 수 있다. ‘고객과 만나 그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깃발을 들고, 마케팅에서 IT 세일즈까지 당차게 걸어온 양효진 리드가 그랬던 것처럼. 
마케터와 대표를 거쳐
세일즈로 오게 된 이유
양효진 리드의 커리어 출발은 마케팅이었는데, 이는 세일즈를 시작했던 이유와 비슷했다.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까닭에서였다. 대학내일, Vingle, 잡플래닛 등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그에게 실제로 해 보니 마케팅이 본인과 잘 맞았냐고 묻자 호쾌하게 웃으며 ‘아니요’라고 답했다. 고객이 아닌, 대시보드를 보는 횟수가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고객과 가까운 영역에 있고 싶다는 열망이 깊어지던 찰나, 그는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2017년 양효진 리드는 육아 용품 추천 플랫폼 ‘베베템(Bebetem)’을 창업했다. 그가 아이를 출산하고 본격적으로 육아 용품을 사려던 시기에 무엇부터 어떻게 사야할 지 막막했던 경험을 살린 아이템이었다. 베베템은 육아 용품을 생애 주기별로 추천해 주는 플랫폼으로, 아이의 생년월일만 넣으면 어떤 용품을 구매하면 좋은지를 제안해 주는 서비스다. 그가 베베템을 운영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회고하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동료가 있다면 ‘회사를 다니면서 철저하게 사업 아이템을 검증해 봐’라는 말을 꼭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인사이트를 얻고 좀 더 날을 갈았어야 했는데, 그 단계를 건너뛰는 바람에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어요.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제가 그리는 지점 사이의 괴리감이 컸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누군가 제게 조언을 구한다면,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현재 구상하는 제품을 필요로 하는 유저가 충분한지 다시 한 번 검토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품이 성공할 만한 시장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 후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성과를 내는 첫 번째 태도
집요한 ‘위닝 시나리오’ 기획
채널톡은 서비스 출시 5년 만에 고객사 10만을 돌파했다. 현재 오가닉하게 성장하고 있는 서비스인 만큼 세일즈 팀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채널톡을 통해 CS/CRM 체계를 면밀히 구축해 고객과의 더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온보딩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채널톡 서비스로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에서 나아가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만드는 데 진심인 기업의 CX/CRM 구축을 돕는 것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 채널톡 세일즈 팀이 설정한 핵심 역량 중 ‘집요함’이 있다. 집요함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고 싶다고 말하자, 양효진 리드는 ‘위닝 시나리오’ 사례를 설명했다. 이전에는 기업이 먼저 채널코퍼레이션을 찾아 채널톡을 문의했을 때 10개 기업 중 약 5개 기업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다, 50~60% 계약 성사율을 80%까지 끌어 올려 보자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세일즈 팀에서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세워 집요하게 뛰어 들었다. 첫 번째 전략은 우리가 만나야 하는 기업인지에 대한 퀄리파잉(qualifying) 정의를 정확하게 잡는 작업이다. 두 번째 전략은 ‘위닝 시나리오’ 작성이다. 쉬운 말로 승리하는 전략지를 쓰는 것이다.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재직 인원, 매출 등)과 핵심 니즈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서비스 소개안을 기획했다.
“미팅 자리에서 바로 계약 성사를 할 수 있도록 ‘위닝 시나리오’를 준비했어요. 치열하게 준비한 결과, 클로징(성사율)이 80% 이상을 찍었어요. 매일 새벽 두 시까지 야근했던 기억이 나네요. 새벽 두 시에 시나리오 작성을 마무리하고 대표에게 컨펌을 요청하면 새벽 세 시에 피드백이 왔어요. 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모두의 집요한 노력 덕분이었죠.(웃음)”

성과를 내는 두 번째 태도
프로젝트가 아닌 ‘프로덕트 뷰’
같은 직무라고 해도 비즈니스(산업)에 따라 업무 범위와 방향, 목표가 크게 달라진다. 이는 IT 세일즈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양효진 리드는 IT 서비스 도입이 비즈니스 명운을 함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툴을 도입했으나 도움이 되지 않아 사업이 빛을 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IT 세일즈에서 제품이 기업에게 어떤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채널톡 세일즈 팀은 기업의 세부 비즈니스 영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비스 기획자뿐 아니라 마케팅부터 법무, 개발 조직까지 여러 조직과 만나 미팅한다. 양효진 리드는 IT 세일즈를 목표로 한다면 제품 별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엔드 유저(end user)와 어드민, 각 입장에서 제품 사용감은 어떤지 또, 이를 토대로 무엇을 디벨롭해야 하는지 도출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을 적극적으로 경험해 봐야 한다는 의미다.
양효진 리드의 커리어를 차분히 따라 밟아 보면 마케팅에서 세일즈의 이동이 ‘직무 전환’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채널톡에 CX 매니저로 입사했다. CX 매니저로 정부 지원 사업을 담당하며 다양한 고객과 대화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꼈다. 일에 완전히 몰입돼 있는 그에게 대표는 ‘CX 매니저 업무를 하기에는 마음속에 돈(매출)을 향한 불이 있다. 세일즈 팀으로 이동하는 건 어떠냐’고 팀 이동을 제안했다. 양효진 리드는 본인이 잘하고 싶어하는 일에는 자신의 여러가지 욕망이 섞여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잘한다고 인정하는 일을 한 번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후자를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세일즈로 이동하게 됐다.
“직무는 달라져도 ‘고객과 만나는 일’이라는 방향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CX에서 세일즈로 이동할 때 고객과 마주하는 일이라면 어떤 직무여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다른 부분들은 있죠. CX는 좀 더 제너럴하고 전반적인 경험을 챙기는 일에 가깝다면, 세일즈는 포커싱을 하고 얻어내야 하는 결과치가 뚜렷하니까요.”
그럼에도 양효진 리드는 여전히 자신을 세일즈이자 CX 매니저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객 VOC를 정리해 내부에 전달하면서 조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한다. 쿼타와 매출을 올리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조직에 뒷받침되어야 하는 그 이상의 요소를 탐색한다. 그는 주어진 업무에만 집중하는 ‘프로젝트 뷰’가 아닌, 회사와 제품 그리고 고객이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프로덕트 뷰’를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프로덕트 뷰를 가진 사람을 잃는 건 회사에서 큰 손해이기에 결국 프로덕트 뷰를 개발하는 사람이 연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방점을 찍었다.

세일즈 판도를 바꿀
여성 리더를 기다리며
양효진 리드는 세일즈는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직무의 배경지식 없이. 타고난 재능을 믿고 세일즈 조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러나, 내 안에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조직에서 지금보다 높은 목표를 제안했을 때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이는 주니어와 시니어,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주니어보다 시니어가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데 어려워하기도 한다. 익숙해 있던 이전 기업 문화를 일부 덜어내고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니어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그는 회고했다.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며 잘못 판단한 부분을 빠르게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자세가 좋은 리더가 되는 첫 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양효진 리드는 여성의 성장을 위한 글로벌 비영리 단체 ‘걸스인텍(Girls in Tech Korea)’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이유로 ‘안정’과 ‘성장’을 꼽았다. 회사 안에서 나누기 어려운 업무 고민을 편하게 이야기하며 현재 갖고 있는 고민이 비단 우리 조직뿐 아니라 일반적인 고민이라는 걸 알게되면서 느껴지는 안도감이 있다고. 더불어 누군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극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애와 자극을 동시에 얻는 커뮤니티 활동을 추천하며 세일즈를 희망하는 여성을 위해 마지막 답변을 남겼다.
“여전히 세일즈를 선택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적어요. 그런데, 세일즈 판도가 변하고 있어요. 관계지향적 세일즈보다 비즈니스 임팩트를 어떻게 줄 수 있느냐에 집중하죠. 여성도 얼마든 잘할 수 있는 영역이에요. 세일즈를 조금이나마 고민하고 있다면 지레 겁을 갖고 고민하지 않길 바라요. 여성도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이 아득하게 느껴진다면,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먼저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언제나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건 애정이고, 애정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용기를 주니까.▶ <걸스인텍 X 원티드> 시리즈 보러 가기 ·
걸스인텍 방문하기
CREDIT글ㅣ박효린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사진ㅣ이용석 포토그래퍼발행일 202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