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순식간에 휩쓸어버린
물가 상승 & 고금리
시곗바늘을 딱 1년 전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연초,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정점을 지난 코로나의 위협은 눈 녹듯 사라지고 ‘위드 코로나’에 이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든 것이 빠르게 원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코로나 위기에도 오히려 미국, 한국 가리지 않고 승승장구하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2022년에도 계속될 것 같았습니다.
누구도 의심 없이 투자를 외치던 바로 그 찰나, 순식간에 경제 흐름은 뒤바뀌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어졌고, 전 세계 물가는 순식간에 치솟아 올랐습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강국,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핵심 곡창지대라는 입지가 전쟁의 여파로 인해 전 세계의 공급망을 뒤흔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경제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전 세계, 특히 미국의 파격적인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제로금리나 다름없었던 미국의 기준 금리는 수직 상승 했고, 이후 추가적인 인상이 이어져 연말 기준으로 5%대 금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연초에는 은행 예금 상품의 이율이 2%면 후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8% 적금까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을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갑작스러운 고금리 환경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경제 상황을 말 그대로 뒤집어 놓았습니다. 수입 물가가 높아지고 대출 이자도 높아지자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빠르게 씀씀이를 줄이기 시작했고,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등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됐습니다. 아파트 시장은 전국에서 앞다퉈 신저가를 갱신하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자산 시장이 완전히 하락세가 된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죠. 금리 상승이 이렇게 순식간에 진행이 될 줄, 그리고 그 결정이 한국인의 재테크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023년의 재테크 기조
첫 번째: 고금리 / 인플레이션의 정점
다행스럽게도 2023년 올해, 세계는 이러한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는 올해에는 2022년부터 이어져 온 급격한 금리 인상이 멈출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서서히 멈출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서 2023년 첫 번째 재테크 기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금리 인상의 목표가 애초에 물가를 내리는 것이었는데, 물가가 2022년 하반기부터 잡히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주택 가격이 하향 중에 있으며, 2023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치는 물가 여파도 작년보다 훨씬 적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를 추가로 급격히 올릴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죠. 애초에 미국의 기준금리 최대 목표치가 4.75%~5.25%라고 밝혔기 때문에 이미 5%에 가까워진 현재 금리의 상승 여력이 없기도 합니다.
덕분에 대출이자와 물가 부담이 급격히 커지거나, 높은 미국의 금리에 발맞춰 폭등했던 달러 가격도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의 첫 번째 경제 키워드는 그나마 좋은 편에 속합니다. 왜냐하면 올해 나머지 재테크 기조들은 만만치 않으니까요.
두 번째: 진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대규모 경제 불황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곧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결정적인 단서는 바로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입니다.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지난 10여 번의 경제 위기, 경기 침체가 발생한 시점을 보면 대부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직후였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도 모두 미국 금리 인상이 위기의 배경에 있었습니다. 금리 인상이 경제적인 위기를 가져온다는 것은 해묵은 공식입니다.
게다가 부동산 거품이 빠르게 꺼지는 상황이 겹친다면 그 위기가 증폭되는 속성이 있죠. 저금리가 지난 7~8년간 이어지는 동안 부동산 가격이 대폭 상승한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중국,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영국 등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해외에서도 작년에만 대도시 집값이 20~30% 급락하고,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40%까지도 떨어졌습니다. 심각한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위기 징조를 세계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2022년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벨 경제학 수상자를 포함한 경제학자 70% 이상이 2023년에 불황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경제학자뿐 아니라 경제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투자자 역시 비슷합니다. 투자 자산 규모가 기본 수조 원에 이르는 거물 투자자 칼 아이칸, 제프리 건들락 등도 이미 2023년에 경기 침체가 올 리스크가 높다고 예견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주식 시장은 이미 경기 침체를 예상해 주식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트레이더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미친 불확실성의 시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마지막 2023년 재테크의 핵심 키워드는 최고조에 달한 불확실성입니다. 21세기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일들이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거대한 배 한 척이 수에즈 운하에 일주일간 막혀 있자 전 세계의 물류가 막히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고, 생소한 단어였던 ‘요소수’가 대란을 일으켜 전국의 물류와 교통을 뒤흔들기도 했죠. 한편 러시아는 UN 국가 대부분의 격렬한 규탄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19가 순식간에 수그러들며 전 세계는 다시금 일상의 자유를 누리는 한편, 이태원에서의 비극적인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기도 했고요.
그 어떤 일도 확실히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중국의 시진핑은 장기 독재 집권의 시대를 열었고, 대만과의 전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습니다. 누구도 쉽사리 예견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전쟁이 여태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중국의 행보 역시 예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7,500km 떨어진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우리 식탁의 물가를 무지막지하게 올렸는데, 우리나라 코앞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소용돌이는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요? 당장 올해 중국과 대만 간의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