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ㅣ자바 강사에서 세일즈 전문가가 되기까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ㅣ자바 강사에서 세일즈 전문가가 되기까지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걸스인텍 X 원티드> 시리즈의 8화입니다. 


올해로 18년 차가 된 김성미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겸 기업 채널 매니저. 세일즈 전문가로서 탄탄한 이력을 갖추고 있지만 시작은 제조회사의 (경영 관련)오퍼레이션 팀이었다. 경영학도가 어쩌다 세일즈 산업으로 커리어를 전환하게 된 걸까. 세일즈 직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코로나 팬데믹 등 외부 환경의 변화로 현재의 커리어에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인터뷰가 도움이 될 것이다. 





문과생이 자바 강사가 된 사연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힘들지만 계획한 일정을 소화해도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다. 뜻하지 않게 IMF 외환위기를 만나 첫 번째 회사를 나와야만 했던 김성미 기업 채널 매니저. 슬픔도 잠시, IT 정보통신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자바 강사에 도전한다. 비전공자가 전공자 언어를 가르치겠다는 엄청난 도전을 말이다. 


비전공자로서 전공자의 직무에 도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더구나 컴퓨터 공학과 전공 언어인 ‘자바(Java)’ 강사라니. 심지어 자바가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시기였다고요. 직무를 바꾸게 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경영학 전공에 맞춰 외국계 제조 기업의 오퍼레이션 팀에 입사해 관리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IMF가 닥쳤고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죠.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방문한 공공기관에서 IT 산업 재취업 교육 과정 브로셔를 발견했어요. 당시 스타트업 같은 닷컴 버블이 흥할 때라 IMF 위기 타파를 위해 정책적으로 IT 인재 육성에 힘을 쏟았거든요. 배움에 대한 욕구도 클 때라 망설임 없이 수강 신청을 하고 자바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그런데 전공자였던 수료생들과 달리 저는 취업이 잘 안 돼서 썬마이크로 시스템(현 오라클) 자바 강사로 취업한 친구에게 채용담당자 연락처를 얻어 무작정 연락했죠. 혹시 자바 강사 안 필요하시냐고요.(웃음) 그렇게 면접 기회를 얻게 됐어요. 


수많은 전공자를 제치고 합격하셨어요. 굉장한 노력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콜드콜로 연락한 이후 답장이 없었어요. 한 번 더 연락해 비전공자에 스펙도 부족하지만 강의 리허설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제안 드려 기회를 얻은 거죠. 강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보니 어떻게든 저를 어필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렵게 얻게 된 기회인 만큼 강의 대본을 만들어 암기하고 농담할 타이밍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어요. 강사 리허설이라기보다 강의하는 연기 리허설에 가까울 정도로요.(웃음)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죠. 

돌이켜보니 자바 강사가 부족한 상황이었고 인력 양성이라는 정부 시책도 있었기 때문에 호기로운 저의 제안이 운 좋게 받아들여진 것 같네요. 


전공자 사이에서 자바 강사로 살아남는 것도 쉽지 않았겠어요. 

강사는 강의는 물론이고 수강생에게 질문도 받아야 해요. 지식에 대한 이해가 안 되면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전공자보다 공부를 더 할 수밖에 없죠.(웃음) 

강의하다 보니 어느새 전공자보다 아는 게 많아졌고, 프레젠테이션 능력과 근거에 기반한 설득 역량도 자연스럽게 향상됐어요. 덕분에 자바 기반 미들웨어 솔루션을 고객에게 기술적으로 설명하고 시연해 설득하는 프리 세일즈 엔지니어로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 세일즈 엔지니어로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며 세일즈의 매력을 느끼게 돼 세일즈 직무에 입성했고요. 그렇게 지금의 채널 매니저 자리까지 오게 된 거예요. 마치 계단을 오르듯 한 발 한 발씩.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겪은 세 번의 직무 변화


비전공자로 자바 강사가 됐지만 어느 순간 전공생보다 많은 지식을 갖게 됐다는 김성미 기업 채널 매니저. 덕분에 ITPlus 프리 세일즈 엔지니어와 Citrix 기업 세일즈 매니저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 12년간 마이크로소프트에 재직하며 세 번의 직함이 바뀐 그는, 세일즈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어떤 여정을 거쳐왔을까. 


현재 맡고 있는 기업 채널 매니저 직무는 어떤 일을 하나요?

IT 영역에서 말하는 채널은 흔히 지사 및 대리점이라 불리는 곳이에요. 기업 채널 매니저는 기업의 채널이 목표한 매출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해 영업 성과를 냅니다. 클라우드 시대에 맞는 직원 역량 제시, 본사 영업 정책 및 가이드 반영, 선행 사례에 기반한 효율적인 세일즈 방향 제안과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죠. 때론 마케팅 플랜을 기획 및 실행하고, 리드(잠재 고객)에 기반한 영업 기회를 만들어 시장의 니즈에 맞는 세일즈 모션을 만들어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2년 근무하는 동안 직무가 세 번이나 달라졌어요. 산업과 기업이 같다 하더라도 직무명이 달라지는 만큼 큰 변화를 겪었을 것 같은데요. 

마이크로소프트 앱 플랫폼 솔루션 전문가로 입사해 어카운트 세일즈를 거쳐 지금의 채널 매니저가 됐습니다. 웬만한 세일즈는 전부 경험해 본 셈이죠. 직무명이 달라질 때마다 역할과 고객사 역시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이직한 기분도 들었지만, 세일즈의 기본인 고객의 원츠(wants)를 니즈(needs)로 바꾼다는 맥락은 항상 같았기에 잘 해낼 수 있었어요. 

요컨대, 채널 매니저로 일할 땐 어카운트 세일즈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당 직무 담당자가 저에게 언제 어떤 채널을 요청할지 예측 가능해요. 특히 채널 매니저는 누적된 경험이 필요한 직무기도 하고, 그간의 세일즈 노하우가 현재 직무와 시너지를 내면서 더 큰일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줬죠. 역할이 달라지는 순간마다 성장의 변곡점을 경험했어요. 


글로벌 기업은 국내 기업보다 가이드라인이 촘촘하더라고요. 글로벌 기업의 세일즈 역시 국내 세일즈와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글로벌 기업은 모든 것을 표준화하고 프로세스화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구축된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전 세계 여러 지사에 기업의 미션과 비전을 왜곡 없이 전달해 신규 입사자부터 임원까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세부적인 부분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고, 다소 보수적인 프로세스가 탄생한 거죠. 

그러나 글로벌 기업에서 본인이 부여받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 마치 오케스트라에 속한 한 명의 연주자처럼 다른 음악가와 전체적인 조화를 만들며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규모와 성과를 낼 수 있죠.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여러 지사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돌진할 수 있어요. 


IT 산업은 성장 속도가 빨라 공부할 부분이 많다고 들었어요. 18년 차 시니어는 어떤 방식으로 인사이트를 얻나요?

시니어는 세일즈의 기능적인 부분을 공부할 단계는 아니잖아요. 새로운 아이디어와 성장 순간은 업무 외적인 영역에서 얻을 때가 많아요. 우연히 듣게 된 인문학 강의에서 동기 부여를 얻기도 하고, 차세대 여성 리더 그룹이나 마케팅 여성 리더 모임과 같이 느슨하게 연결된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업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죠. 세일즈와 관련 없어 보이는 활동이 저의 전문 분야와 융합되는 순간 성장의 기회가 열린다고 생각해요. 그 외 지식적인 부분은 독서를 통해 해소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훑어보고 영상을 찾아보면서 트렌드를 습득합니다.





판의 주인, 세일즈 담당자


세일즈 담당자는 ‘이기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기기 위해선 상대의 수를 읽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나에게 초점을 두기보다 상대의 마음과 생각에 신경 써야 한다. 흔히 영업을 전략 싸움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세일즈 18년 차 김성미 매니저에게 물었다.


세일즈 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세일즈 담당자는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기 전에 ‘판짜기’를 해요. 고객사 조직구조와 역할, R&R 및 권한 등을 사전에 파악해 숨겨진 니즈를 파악하고 적합한 내부 담당자를 찾죠. 사원부터 필요하다면 대표까지, 인적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를 잡습니다. 

세일즈라고 하면 단순히 ‘말 잘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일즈 담당자는 배 위의 선장,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아요. 목표를 향해 최적의 항로를 설정하고 지휘해야 하죠. 그렇기에 일부가 아닌 전체를 보며 ‘구조화하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비즈니스 전체를 파악하고 전략을 세워야 제대로 된 실행안을 도출할 수 있으니까요. 


치밀한 사전 준비가 요구되는 미팅인 만큼 주니어의 경우 부담이 클 것 같은데요. 고객사 미팅 팁이 있다면요?

주니어 시절 고객사 미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궁금한 부분을 추려 질문 리스트를 뽑아간 적 있어요. 고객의 고민만 듣다 왔는데 그분이 정말 만족스러운 미팅이었다면서 상사에게 저의 칭찬을 하셨더라고요.(웃음)

대다수 세일즈 담당자는 미팅 시간 동안 준비해 온 내용을 전달하는 데 힘써요. 그런데 고객이 항상 세일즈 담당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게 아니거든요. 이미 경쟁사에게 들은 내용이라 따분할 수도 있고요. 

저는 고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왜 저희 제품을 사용하려고 하세요?’ ‘현재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나요?’ 등 고객사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질문을 하면, 고객이 먼저 고민을 쏟아내기 시작해요. 

사람은 본인의 영향력이 큰 자리일수록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어요. 세일즈 담당자가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자리는 미팅이 아닌 고객의 무대로 변합니다. 답변하는 과정에서 고객 스스로 정답을 찾게 될 수도 있고요. 




세일즈 강의도 하고, 업무 인사이트를 담은 책 <어치브 모어>도 출간했어요. 이런 활동이 성미 님께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세일즈는 책이나 강의를 통해 배우는 게 어려워요. 고객이나 상품에 따라 셀링 전략도 달라지기에 본인의 노하우나 경험이 중요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손에 꼽는 기업이잖아요. 12년간 익힌 글로벌 기업의 방식과 전략을 초기 스타트업이나 후배들에게 공유하며 돕고 싶어요. 청년들의 성장을 도우며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 <걸스인텍 X 원티드> 시리즈 보러 가기 · 걸스인텍 방문하기



<아티클 요약>
  • 가끔은 열심히 준비해도 상황이 좋지 않아 기회가 생기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상황이 풀리길 기다리기보단 변수를 만들어 보면 좋다. 문과인 그가 IT 세일즈에 도전했듯이.
  • 세일즈 영역 안에서 수많은 직무 변화를 겪은 그는, 변화가 오히려 성장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간의 노하우가 현재 직무와 시너지를 내며 도움을 줬다고.
  • 상대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선 질문을 잘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의 영향력이 큰 자리일수록 흥미를 느끼기 마련이니까.



CREDIT
글ㅣ김한나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사진ㅣ이용석 포토그래퍼


발행일 202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