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걸스인텍 X 원티드> 시리즈의 10화입니다. IT 세일즈에서 ‘세일즈’는 매출이란 뜻입니다. 회사는 본래 상업 행위로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결성된 조직이므로, 이런 측면에서 IT 세일즈는 회사의 목적에 가장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죠. 회사의 목적에 가장 충실한 업무인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회사의 모든 자원을 십분 활용해야 합니다. 제품, 서비스 개발 및 운영팀, 재무, 회계, 법률팀 등 여러 협업 부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야말로 ‘종합 예술’과 같은 직무죠. 바로 이 지점이 IT 세일즈 직무의 어려움이자, 재미인데요.슬랙코리아의 김매이 님은 우연한 기회에 IT 세일즈를 시작했지만, 이 매력에 빠져 10년 째 IT 세일즈에서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업무를 경험하고, 업무의 저변을 넓히며 성장하고 있는 김매이 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IT 세일즈에 입문하다
Q.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소개해 주세요.
제 커리어를 한 줄로 요약하면 ‘IT 회사에서 B2B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영업’을 해왔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스타트업 조직에도 있었고, 포춘 500대 기업에 속하는 미국 대기업의 한국 지역 담당자로도 근무했습니다. 또, 개인이 아닌 기업 대상으로 SaaS(Software-as-a-service) 제품 판매 및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구축, 운영에 대한 수주 영업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기업용 메시징 애플리케이션 Slack의 한국지사에서 대기업 대상 영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세일즈하고 있는 제품 ‘Slack’을 세일즈할 때 주로 어떤 점을 어필하나요?
Slack(슬랙)은 채널 기반의 기업용 메시징 앱으로, SaaS 역사상 가장 빠르게 1조 달러의 ARR(Annual Recurring Revenue, 연간 반복 수익)을 달성한 기업입니다. 고객들에게 Slack의 장점을 얘기할 때 저희의 미션에 빗대어 자주 이야기합니다. ‘Make work life simpler, more pleasant and more productive(심플하고 생산적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하면서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Slack을 제대로 활용하면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나아가 조직문화가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Q. IT 세일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친구따라 강남간다’라는 말이 가장 적합해요.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꽤 오랫동안 고민하던 때 한 친구가 IT 세일즈 업무를 하는데 일이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어요. 그런 친구가 너무 재밌어하는 일이라니 관심을 갖게 됐죠. IT업계는 여러모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인데, 제가 가서 일한다면 영업이나 마케팅을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됐어요. 마침 앞서 말한 친구네 회사에 IT 세일즈 분야에서 채용을 하고 있다기에 주저없이 지원했어요.
저는 성장 욕구가 중요한 사람이고 세일즈는 그걸 딱 충족해 주는 직업이라 잘 맞았어요. 제가 하는 일이 지표로 딱 나타나기 때문에 스트레스기도 하지만 도파민처럼 보상 요소가 되더라고요. 성과를 내면 회사에서 보상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일종의 미니 사업가처럼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Q. IT 세일즈가 결코 쉬운 영역이 아닌데 매이님은 어떻게 시작하게 일을 해나갔나요?
맞아요. 첫 회사에서는 고객이 휴대폰번호를 입력하면 포인트가 적립되고 이를 관리하는 CRM(고객관계관리)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입사하고 수습 기간 동안 3개의 계약을 따내는 미션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무작정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아무 가게나 들어갔다가 쫓겨나는 일을 반복했죠.
그러다가 조금 전략을 바꿔 객단가가 높고 단골 고객이 많은 곳을 좁혀봤어요. 당시 막 국내에 들어왔던 액상담배 판매점과 반려동물 제품을 판매하는 동물병원이 눈에 들어왔죠. 이런 가게를 타겟으로 해 우리 제품이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납득시켰어요. 당시 제가 낸 성과가 회사의 성과로도 연결되는 것이 정말 뿌듯했습니다.

성장하는 업계와 조직의 부스터가 되다
Q. 매이 님이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전 현재 다섯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성장하는 업계와 조직에서 제가 그 성장에 조금이라도 가속도 낼 수 있는 곳을 찾았죠. 반대로 제가 조직의 성과 측면에서 더 큰 임팩트를 내기 어려워지는 경우 이직을 고려했어요. 그래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들을 경험했죠.
이런 회사들의 장점은 자율성이 많고 단점은 체계가 없어요. 사실 이 두 가지는 같은 말이죠. 그래서 업무를 할 때 일인다역을 하거나 회색 영역을 채워나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마케팅 리소스가 부족하다면 직접 블로그 콘텐츠를 작성하고, 프로젝트 수주는 했는데 실행할 인력이 없다면 PM과 함께 외부 업체에 컨택해 사람을 직접 구하는 식이죠.
덕분에 여러 일을 경험할 수 있고, 다양한 내외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실적을 내기 위한 헌터 활동을 해야하는데, 이미 일궈놓은 밭을 지키는 파머 역할과 분리하는 게 어려울 때도 있었죠. 결과적으로 성과는 매출로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활동 사이에서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집중 시간을 늘리고, 주위에 적절히 도움을 요청해야 하더라고요.
Q. IT 세일즈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어떤 회사를 추천하고 싶나요?
본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성향과 잘 맞는 회사를 찾는 것이 중요해요. IT 스타트업은 제품과 서비스에 더 깊게 관여하고 이를 통해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고 경험할 수 있는 직군이나 분야의 폭을 넓힐 수 있죠. 성장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동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어요.
대기업은 신입사원을 포함해 회사 직원 교육에 많이 투자합니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바로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적응 기간을 주죠. 회사의 인지도는 미팅이나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도 도움이 돼요. 같은 직군에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선배들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에요.

고객과 함께 최선의 정답지를 만들어나가다
Q. 메이 님만의 세일즈 비법이 있나요?
세일즈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고객사가 판단하기에 시장 환경이 따라주지 않거나 인사이동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기존 프로젝트가 엎어져 영업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지만 반대로 운이 따라 줬을 때 노력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
운을 잡기 위해 제가 하는 기본적인 노력은 ‘꾸준히 질문하기’입니다. 가망 고객이라면 언제 만날 수 있는 지 물어보는 것부터 질문의 시작입니다. 충분한 사전조사를 한 후 고객사 담당자를 만나면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 내부 상황이 같은지, 우리 회사나 솔루션에 대해 알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면 다른 부서 담당자를 소개시켜줄 수 있는지도 물어봅니다.
고객사 담당자는 계약을 통해 운영 비용만 깎는 것을 원할 수도 있고, 신규 솔루션을 도입해 자신의 내부 실적으로 남기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 질문들에 답을 해주지 않거나 고객도 정확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수도 있죠. 제가 만든 질문지와 답안지를 계속해서 고객과 맞춰나가며 계약 체결 단계까지 가는 경우의 수를 늘리는 것이 제 방법입니다.
Q. 기억에 남는 세일즈 경험이 있나요?
회사에서 중요한 전략 어카운트로 보고 있었던 가망고객을 천신만고 끝에 거래처로 만든 적이 있습니다. 고객사에서는 대고객 솔루션을 커스터마이즈된 형식으로 아주 빠르게 만들길 원했죠. 기존 제품 중에는 고객사가 원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없어 여러 솔루션을 새로 제안하고 거절당하길 수차례 반복한 뒤, 가까스로 솔루션을 찾아냈죠.
고객사가 요청한 타임라인을 맞추기 위해 고객사, 자사, 협력 회사와 3자 협의를 하느라 며칠 밤을 새기도 했습니다. 이런 고생 덕분에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전략 고객을 획득하고 신규 사업모델을 발굴했고, 고객사에게는 원하는 형태의 솔루션을 제공해 상호 win-win하는 결과를 만들어냈죠. 고객에게 감사 인사를 받기도 해 아직도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Q. 여성 IT 세일즈로서 일하는 데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전형적인 세일즈의 느낌은 아무래도 남성이 강하죠. 이 점은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해요. 여성이라 익숙해하지 않는 분들도 있는 반면, 여러 남성 속에 홀로 여성이니 그 자체로 차별성이 생겨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에 남고, 수많은 IT 세일즈 매니저 중에 구별이 되죠.
Q. IT 세일즈를 꿈꾸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IT 세일즈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처음엔 나보다 훨씬 높은 직급의 사람을 만나야 할 텐데 역으로 이런 만남이 시야가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일즈 업무를 하지 않게 돼도 협상을 해보는 경험이 이후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외향적인 사람만 세일즈에 성공할 거라 생각하는데, 실제로 보면 세일즈 자체의 성격이 모두 달라서 내향적인 사람도 나름의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외향적인 사람보다 침착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더 신뢰를 줄 수도 있고요.
실무 팁을 드리자면, 회사에서 정해진 영업 KPI 사이클을 기본으로 둔 뒤, 일일/주간/월간/분기/연간 등 단위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각 영업 단계 별로 초기 단계에서는 전화/이메일/SNS 컨택 등의 횟수, 중간 단계에서는 정해진 영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고객사 담당자 컨택 및 메시지 전달, 클로징 단계에서는 가격 협상을 위한 테이블 생성 및 전달 등 각 단계별 목표 및 달성 방법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다 보면 자신의 실력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도 느낄 수 있고, 각 단계에서 효과적이었던 전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10년 차 직장인이 되는 2023년 꼭 실현하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인생을 100년으로 가정하면 1년은 1%인데, 내년의 1%는 저를 돌아보고 숨을 고르는 해로 삼으려고 합니다. 그동안은 수치적으로 이전보다 나아지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는데, 앞으로 오래 일하려면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특히 이 분야에는 낮밤, 심지어 새벽까지 가리지 않고 일하는 워커홀릭이 많거든요. 저는 이제 이렇게 일에 온전히 매달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일 외에도 건강, 취미, 인간관계, 재정, 봉사, 사회 참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저를 지탱해줄 수 있는 층위를 확인하고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 코칭과 멘토링도 적극적으로 받으려 합니다. 무엇보다 나와 가장 많이 함께하는 나를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걸스인텍 X 원티드> 시리즈 보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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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요약> - 성장 욕구가 강한 사람에게 세일즈를 추천해요. 내가 하는 일이 지표로 나타나기 때문에 성취감이 크고 일종의 미니 사업가처럼 일할 수 있어요.
- IT세일즈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제품과 서비스에 깊이 관여하고 다양한 직군을 경험하면서 업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대기업에서 일하면 풍부한 교육 혜택을 누리고, 다양한 경력을 가진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회사 인지도가 계약 성사에 도움을 돼요.
- 세일즈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운이 따라 줬을 때 노력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
CREDIT글 | 정은혜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박영경 객원 에디터 사진 | 최호근 포토그래퍼발행일 202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