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시리즈의 4화입니다.
독립의 마음이 들기까지
다섯 가족이 북적이던 우리 집은, 세 남매가 자라는 동안 다섯 번의 이사를 했다. 작은 빌라에서 시작해 아빠가 직접 지은 주택을 거쳐 아파트에 살기까지 주거 형태도 바뀌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은 늘 바빴고, 우리 세 남매는 스스로 보내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다섯 명 중에 나는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바깥세상이 무서웠던 어린 내게 집은 유일한 안전지대였다. 학교와 회사를 다니면서도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험난한 세상 속에 가족과 집은 울타리가 돼주었다. 그사이 여동생은 일찍이 해외 생활을 하면서 함께 살지 않게 됐고, 남동생까지 결혼을 하면서 나는 부모님과 셋이서 살게 됐다. 다섯 명이 살던 집이 세 명이 되자 허전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공간을 넓게 쓸 수 있었고, 부모님과 지내는 소소한 시간이 좋았다. 부모님이 만들어 놓은 집에서 부모님의 물건들에 둘러싸여 당연스럽게 살아왔지만 서서히 갈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점점 내 취향이 분명해지면서 부모님과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삶의 방식도 달라졌다.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달라졌고, 식습관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내 성향이 달라졌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던 아빠는 이제 갖고 싶은 것은 모두 사는 맥시멀리스트가 되었다. 아빠는 어린 시절의 한을 풀기라도 하는 듯이 물건을 많이 샀다. 관심사와 취미생활이 넓었고, 똑같은 물건을 여러 개, 심지어 쓸모를 알 수 없는 물건도 잔뜩 사 왔다. 집안은 물건으로 빼곡해지고 비좁아져갔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물건을 피해서 몸을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우리 집은 물건들로 점령당했다. 내 방만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몰래 방문과 몰딩을 페인트칠을 했다가 혼쭐이 났고, 베란다에 놓인 침대가 겨울에는 너무 추웠지만 옮길 수 없었다. 불편한 것들이 내 생활을 방해했고, 너무 많은 물건이 내 생활을 침범했다. 내 방에 있으면서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더 이상 집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부모님을 사랑하고, 함께 있는 것이 즐겁지만, 이제는 정말 때가 온 것 같았다. 온전한 내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독립을 하면 분명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와 부딪치고,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지출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성장할 것이란 것도 알았다. 스스로 겪어보고 나아가고 싶었다. 혼자 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독립은 막연한 꿈이 됐다.혼자 사는 어려움보다 더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부모님의 허락을 받는 것이었다. 설득에 약한 나는 슬쩍 말했다가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엄마는 완강하게 결혼 전에는 절대 나갈 수 없다고 했다. 결혼을 목표로 삼아본 적 없는 나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엄마를 안심시키면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엄마에게 제안했다.“혼자 살아봐야 누구랑도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나가면 만나려고 노력해 볼게요.”
이 터무니없는 말을 엄마는 의외로 바로 받아들였다. 연애를 하지 않는 딸에게 한 가닥 희망이 생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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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기
독립을 생각하면서 나의 방을 가만히 둘러봤다. 이 작은방에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겹쳐놓고 쌓아 놓은 물건으로 증명되고 있었다.
나 또한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좋아하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각종 종이 쪼가리들도 그대로 모아놓았다. 카메라, 문구류, 오래된 것, 좋아하는 것을 수집했다. 고민은 시간 낭비고, 구매만 늦출 뿐이라고 생각하고 별 고민 없이 샀다. 운동을 하면서부터는 많은 운동복을 샀고, 식물을 키우면서부터 많은 식물을 샀다. 멋스럽게 입지도 않으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괜히 옷을 샀다. 어디를 가든 아쉬워서 꼭 한 개씩은 기념품을 산다. 특히 여행을 갔을 때는 더 그렇다. 추억하고 싶어서, 이 물건을 안사면 기억되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쌓인 잡동사니를 정리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건들에 지쳐버린 나는 독립하기 전에 미니멀리스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 물건이 나에게 중요한 것인지, 나의 정체성인지, 없으면 안 되는지, 즐거움을 주는지. 하나하나 고민을 하고 물건을 나눴다.
일주일간 2,000개 이상의 물건을 정리할 수 있었다. 처리 방법은 기부, 중고거래, 분리수거, 최후로는 버리기. 처음에는 내 일부분이 없어지는 것 같이 쓰라린 일이었지만, 점점 빈 공간이 생기면서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한 구역을 어느 정도 끝내고 나니 공간이 훨씬 넓어지고 숨 쉴 수 있게 되었다. 비우면서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 관심사가 옮겨가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취향도 성격도 라이프스타일도 바뀌었다. 직업까지도.
이사 전에 미리 물건을 사지 않으려고 했다. 미니멀리즘 게임처럼 한 달간 살아보면서 필요한 것만 마련할 예정이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생활하며 필요한 것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채우며 내게 맞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
앞으로도 더 이상 공간과 돈과 에너지의 낭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고 가치 있는 일만 하기에도 모자라다. 그것에 더 집중하고 싶다. 새로운 공간에서 가벼운 짐과 풍요로운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으로 채우고, 최대한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야지. 물건을 정리하며 과거의 나와도 작별을 고한다. 그동안 수고했어. 그리고 10년간 지냈던 나의 작은방.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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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집으로
내가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된 집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작은 투룸 빌라이다. 힘겹게 올라오는 대신 멋진 뷰를 만날 수 있다. 주변이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든다. 이 집은 몇 년 전 엄마와 함께 마련한 집이지만 내가 살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토록 원하던 일이 결정되고 나니,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가득 찼다. 이리저리 분주해졌다. 하루하루 새로운 집을 상상하면서 마음은 이미 그 집에 들어가 있었다. 이왕 살게 된 거 리모델링을 할까 했지만, 집안의 상태가 나쁘지도 않은데 모두 바꾸는 것은 낭비 같았다.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도배만 하기로 결정했다. 하얀 벽지로 도배를 하고, 구석구석 청소를 하니 깨끗한 공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은 찬바람이 부는 봄날. 작은방에서, 작은 집으로 조용한 이사를 했다. 짐을 아주 많이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용달차 하나로는 부족했다. 짐들과 함께 몸을 싯고, 빈 집에 도착했다. 독립이 확정되고부터는 미니멀에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생활용품조차 없었다. 첫날부터 필요한 게 잔뜩 생겨났다. 그렇게 기다려오고, 상상한 날인데,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한동안 정착하지 못한 여행자처럼 지냈다. 산속에 있는 어느 베이스캠프에 머물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갖춰놓은 살림살이는 없었지만 또 그럭저럭 생활할 수는 있었다. 일찍 밖을 나가고 해 질 무렵 이곳으로 돌아와 끝없이 청소하고 짐 정리하는 나날. 먹을 것은 물 밖에 없었지만 간헐적 단식을 하기에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아름다운 석양을 선물받을 수 있으니까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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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시간이 지났지만 내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는 얼른 집을 갖춰놓고 싶었다. 틈만 나면 인테리어 사진을 찾아보고 쇼핑 사이트를 눈이 빠져라 봤다. 미니멀하겠다는 다짐은 어디 가고 물건을 찾아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모든 것에는 깊은 세계가 있었고, 그 세계에서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요즘 유행해서 좋아 보이는 건지 비싸서 좋아 보이는 건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지 헷갈리기에 이르렀다.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며 하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하고, 휴식하기를 원해서 독립을 했는데, 지금 이렇게 안정되지 못한 이유는 내 생활이 흐트러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는 집의 모습을 다시 상기시켰다. 집안을 꾸미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방식이었고, 결정의 기준은 내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은 공간이기 때문에 용도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을 정해뒀다. 큰 가구들부터 시작했다. 올해 목표가 잘 자는 것이었기에 나와 잘 맞는 매트리스를 찾기 위해 직접 체험을 해봤다.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쾌적한 책상을 찾았다. 편히 휴식할 수 있도록 푹신한 소파도 구했다. 하나밖에 없는 견고하고 멋진 빈티지 수납장을 만났다.
오랫동안 원형의 원목 테이블을 로망이었지만, 이 작은 공간에는 어울리지 않아 겨우 포기했다. 큰 물건들이 자리 잡은 후 나에게 필요한 것을 놓았다. 작업을 할 컴퓨터, 배움을 주는 책, 몸을 움직일 요가 매트, 간소한 식사를 위한 주방용품. 그리고 곳곳에 나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줄 작은 요소들을 각자의 위치에 놓았다. 작은방에 모여있던 물건들이 이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물건들에게 모두 제자리를 정해줬다. 쉽게 정리하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시선 주는 곳마다 기분 좋을 수 있도록. 각자 다른 것들이 공간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냈다. 분위기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조명이었다. 하얀 형광등 빛이 아닌 따뜻한 빛은 나에게 편안함을 줬다. 빈티지 조명과 심플한 조명을 적절히 놓았다. 거실과 방, 화장실 등을 직접 교체하고, 천장에 박혀 바꿀 수 없는 led 조명들은 원단으로 가렸다.
공간마다 향기도 분류했다. 잠자는 구역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향의 스프레이를 뿌리고, 요가하고 명상하는 구역에는 릴렉싱 할 수 있는 아로마 오일을, 화장실에는 포근한 향의 디퓨저를, 거실에서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트인 센스를 피우고 환기시켰다. 저녁에는 초를 켜두기도 했다. 함께 살 때는 할 수 없는 것들이었고, 이것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장치들이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시 알아갔다. 그렇게 구석구석 내 손길이 닿으며 채워지는 사이, 집은 낯선 공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 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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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 작은 집에 삽니다.
현관
집에 들어오자마자 기분 좋은 느낌을 받고 싶었다. 회색의 바닥 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흰색의 옥타곤 모양의 타일로 바꿔주니 한결 산뜻해졌다. 현관문을 열면 도어 매트에 써있는 'art of life'라는 문구가 맞이해준다.
거실 겸 주방
우리 집의 메인 공간. 가운데에 커다란 창이 있어 멋진 전망과 석양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그저 잘 쉬고, 잘 먹는 것이 목표다. 오래돼서 더욱 매력적인 빈티지 수납장이 중심을 잡아준다. 그 위에 친구들이 선물해 준 턴테이블과 직접 만든 포스터 액자를 뒀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위에 내가 추구하는 세 가지 삶의 가치인 평화, 성장, 자유를 담아 만든 포스터와 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더 많이 하라는 문구를 넣은 포스터.
모든 것은 나한테 영향을 주기에, 좋은 영감을 주는 것들로만 채우고 싶었다. 수납장 앞에 패브릭 소파를 놓았고, 소파에 앉으면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자리는 식물들에게 내어줬다. 100가지의 식물을 키워보고 나에게 맞는 식물들만 남았다. 티브이를 보지 않기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했다. 밤에는 또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주황색 빈티지 조명은 포인트가 돼준다. 작고 아름다운 주방을 가지고 싶었지만 내가 꿈꾸는 주방 너무 비쌌고, 요리를 못하는 내게 사치라고 여겨졌다. 최소한의 미를 위해 셀프 타일 시공을 하니 이제야 주방에 들어가서 뭐라도 해보기 시작했다. 이 공간은 친구들이 놀러 오면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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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방과 작은방
방은 최대한 미니멀하게 만들어 원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 빈 공간은 사고를 돕고 생각의 여유를 준다고 한다. 방에서는 잠자기, 공부하기, 요가하기, 옷 입기. 네 가지만 하기로 했다. 영역을 분리해서, 동선에 불편함 없이 바로 행동할 수 있도록 가구를 배치했다. 또 시각적으로도 차분하고 평화롭기를 바랐다. 침대와 거울은 모두 내추럴한 나무색으로 맞추고, 침구와 책상도 밝은 색상으로 했다. 매트를 깔 수 있는 알맞은 공간을 마련했다. 붙박이장이었지만 옷 구매를 안 한 지 1년이 넘어 옷장은 여유롭다. 모든 구역에서 할 일이 분명히 보인다.
화장실
건식 화장실로 만들고 싶어서 바닥에 욕실용 러그를 깔고 슬리퍼 없이 사용한다. 반신욕 매니아지만 화장실이 작아서 접이식 욕조로 만족하고 있다. 질 좋고 깔끔한 수건으로 모두 맞춰주니 씻고 닦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예스더내가 만든 공간은 또다시 나를 만들고
내 아침은 5시에 시작된다. 침대와 떨어진 곳에 휴대폰을 놓아서 알람을 끄기 위해서 일어나야 한다. 잠자기 전에 휴대폰 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바로 옆에 충전해 놓은 시계를 찬다. 두 걸음 옮겨 거울 앞에 깔린 매트 위에 앉아 명상을 하며 호흡한다. 아로마테라피와 함께 간단히 요가를 하면서 몸을 푼다. 중심이 잡히고 정신을 깨는 것을 느끼며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 아직 어두운, 차분한 아침이다. 화장실로 들어오자 은은한 조명이 켜지고 양치질를 한다. 주방으로 와서 물과 함께 유산균을 섭취한다. 또 몇 걸음 옮겨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환기를 시킨다. 침대로 돌아와서 이불 정리 후에 바로 옆에 있는 책상 앞 의자에 앉는다.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노트를 펼쳐 의식의 흐름대로 페이지를 채운다.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만끽한다. 모니터 앞에 있는 타이머를 맞춰놓고 짧게 공부와 독서를 한다. 느는 것이 더디지만 그저 매일 한다. 7시가 되면 짐을 싸서 바이크를 타고 체육관으로 향한다. 환경을 만들어주자 습관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퇴근 후에는 언제나 멋진 뷰가 선물처럼 기다리고 있다. 하늘은 매일 다른 모습으로 물든다. 소파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작은 소리의 음악이 공간을 채워준다. 스케치북을 펼쳐 놓고 그림을 그리거나 남은 작업을 한다.쉬는 날에는 식물을 돌보고 커피를 내리고 집안을 청소하면서 조금 더 여유 있게 보낸다. 내가 머무르는 공간을 청결하고 깨끗하게 유지한다. 이전에는 내가 이렇게 청소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독립하면서 나에 대해 하는 것이 많아지고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더 잘 살아갈 수 있다. 집을 정리하고 가꾸며 보내는 시간이 좋다.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고요함 속에서 자유함을 느낀다. 오로지 혼자인 시간에는 내면의 깊숙한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때론 친구들을 초대해 마음을 나누고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우리 집에서 편하게 기분 좋게 쉬다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맞이한다. 서로의 마음에 온기가 채워지고 서로의 흔적이 남기를 바란다. 친구가 에스더비앤비라고 이름을 지어줬는데, 은근히 마음에 든다. 다행히 친구들도 나의 집을 좋아해 줬다. 내가 그대로 느껴진다고, 따뜻하다고 말해준다. 웰컴투 에스더비앤비!독립의 로망 중에 하나는 요리를 해서 나를 위해 상차림을 하는 것이었다. 주방용품을 마련해서 재료들을 하나씩 볶아보고, 구워보고, 갈아보고, 말려보고 있다. 이제 겨우 자연식에서 벗어난 정도다. 요리의 길은 너무나 멀어 보이지만 이것 또한 아주 느리게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또 한 가지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 이를 위해서 입양 방법을 찾으며 준비 중이다.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또 만들 수 있도록.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한다. 더욱 사랑이 넘치는 집이 될 것이다.이 작고 평화로운 집에서 어느때보다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열심히 가꾸어 놓은 집이 다시 나를 지켜주고 채워준다. 매일의 반복이 나를 만들고, 아주 조금씩 성장하면서 막연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균형을 잡으며 나아간다. 천천히 사소하고 작은 기쁨을 누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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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요약>
- 어느 순간 집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온전한 내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내 집이 필요한 걸 수도 있다.
- 쌓인 물건들에 지쳐버렸다면 이 물건이 나에게 중요한 것인지, 나의 정체성인지, 없으면 안 되는지, 즐거움을 주는지 하나하나 고민하며 미니멀리스트에 도전해 보자.
- 집안을 꾸미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방식이었고, 결정의 기준은 내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 | yesther(예스더)모든 것에 느리고 서툰 사람. 그래서 천천히 즐기면서 가기로 했습니다. 디자인 일을 거쳐 복지 일을 하며, 또 다른 일을 궁리합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유튜브 채널 yesther)발행일 2023.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