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 ‘라이다’를 만듭니다 |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 ‘라이다’를 만듭니다 |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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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100억 이상 투자 받은 스타트업.zip> 시리즈의 1화입니다.


도로 위를 스스로 달리는 차에 누워 자면서 출퇴근하는 시대.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는 언제쯤 열릴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긴 하지만,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를 기다리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기술인 라이다(LiDAR)*를 개발‧제작하는 스타트업 에스오에스랩(SOSLAB)이 그 주인공이다. 

에스오에스랩의 정지성 대표는 라이다가 다음 세대 핵심 기술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2016년 회사를 설립했다. 지금의 2차원(2D) 기반 IT 기술로의 전환기를 지나, 3차원(3D) 기반 기술로의 전환기를 맞아 자율주행차와 라이다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광주과학원(GIST)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도중, 졸업을 유예하고 창업에 도전한 것도 이 같은 확신 때문이었다. 

에스오에스랩을 창업한 지 약 7년. 에스오에스랩은 그 사이 얼마나 성장했고, 또 이런 성장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을까. 정지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목표물에 발사해 돌아오는 빛을 받아 물체의 거리‧형상‧크기 등을 파악하는 기술로,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한다. 



할 수 있다면, 지금이 해야 할 때



Q. 최근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누적 투자액 362억 원을 달성했어요. 에스오에스랩은 어떤 곳인가요?

에스오에스랩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차량용 고정형 라이다(Solid-State LiDAR)를 개발‧제작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주로 자율주행 차량에 사용하죠. 에스오에스랩은  회전형 라이다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고정형 라이다를 자동차 헤드램프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했다는 점이 강점이에요. 게다가 빠른 속도에서도 주변 환경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요. 

주력은 아니지만 산업용 라이다도 개발해 국내 대기업 반도체 공장 등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시장 검증 단계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출은 산업용 라이다에서 나오고 있긴 하고요.(웃음) 이 외에도 공사 현장 등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목적의 라이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Q. 창업을 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학원 박사 과정 재학 당시, 창업 탐색 프로그램인 ‘아이코어(I-Corps)’에 참여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연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 박사 과정 친구들과 공학 교수님들은 어떻게 창업하는지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나도 한번 해볼 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특히  연구실에서 진행하던 라이다 기술의 미래가 밝다는 확신도 들었거든요. ‘할 수 있다면, 지금이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 같이 일하던 연구원 세 분과 함께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연구실 선후배들께 합류를 제안 드렸어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2002년부터 선도적으로 라이다 개발 연구를 함께 해온 동문 연구원들이 시장에 대한 이해도나 적응력이 빠를 거라 생각했거든요.  대부분 대기업에 잘 다니고 계셔서 설득이 쉽지만은 않았지만요.(웃음) 


Q. 라이다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요?

라이다가 차세대 비전 기술이라는 것에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2차원 기반의 이미지‧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IT 기술이 확대되며, 디지털 기술 중심의 급격한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그다음 전환기는 3차원 데이터 기반의 기술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메타버스,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자율주행 등이 3차원 기반 기술에 해당하죠. 3차원 데이터 기반의 센서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면 급격히 성장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에스오에스랩이 어떤 기업보다 싸고 좋은 라이다를 만들어서 자동차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면,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림과 동시에 가장 많은 라이다를 팔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다가 저렴해지면 다양한 분야와 접목시킨 라이다도 출시할 수 있을 거고요. 


Q. 라이다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기대와 목표가 있었을 텐데요, 어떠셨나요?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기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렸어요. 산업용 라이다를 예로 들면, 준비할 땐 3년이면 출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5년이 걸렸거든요. 

자율주행차 라이다는 안전과 신뢰성 이슈가 핵심이다 보니 개발과 생산, 검증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2023년이 되면 사람들이 누워서 TV를 보며 자동차를 타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까지도 현실화되지 않았으니까요. 회사가 라이다를 잘 만든다고 해서 시장이 활성화돼 수천, 수만 개씩 팔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계획과 다른 여러 상황들이 생겼지만, 에스오에스랩은 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대응해 내고 있어요. 




에스오에스랩, 라이다로 자율주행을 현실화하다



Q. 에스오에스랩은 193억 투자 유치에 성공할 정도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죠. 회사 자랑을 해 주세요.(웃음)

에스오에스랩은 사업적인 성과와 기술적인 혁신을 모두 이루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을 상대로 산업용 라이다를 약 2000대 정도 납품했어요. 전 세계 라이다 회사 중에서 최고 수준의 고정형 라이다를 만드는 성과도 이뤄냈고요. 내구성이 뛰어난데, 크기까지 작은 라이다를 만들었거든요. 

기술력 역시 인정받아 센서 시장조사기관 LED인사이드는 2019년에 에스오에스랩을 세계 4대 라이다 기술업체로 선정했고, 2021년에는 CES(국제 가전제품 박람회·Consumer Electronic Show)에서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Q. 라이다를 작게 만들면 어떤 장점이 있나요?

라이다를 자동차 지붕 위에 다 보이도록 다는 것이 아니라, 헤드램프에 넣어 눈에 띄지 않게 달 수 있어요.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완성차 회사든 자동차 램프 업체든 소형화된 라이다를 많이 선호해요. 예쁘니까요.(웃음) 게다가 라이다를 카메라처럼 작고 싸게 만들어야 드론 같은 기기에 탑재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며 보급화할 수 있어요. 


Q. 산업용과 자율주행차용 외에도 라이다를 활용할 수 있나요?

라이다를 활용해 다양한 게임 개발도 가능합니다. 지난해 CES에서 라이다를 활용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라이다 기술을 접목해 마케팅한 것이죠. 여기서 에스오에스랩은 라이다를 활용해 게임 속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의 사고 방지용으로 라이다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기계가 움직이다가도 라이다를 통해 사람이 있는 것을 감지하면 멈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라이다는 카메라와 달리 노동자의 개인정보도 보호할 수 있고 밤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Q.  에스오에스랩만의 문화나 복지 혜택도 소개해 주세요.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독특한 호칭 문화가 있어요. 보통 ‘ㅇㅇ님’ 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에스오에스랩은 ‘님’이라는 호칭도 빼고 별명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이를 통해 수평적인 문화를 구현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입사할 때 직원이 원하는 장비를 300만 원 한도 안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인 에스오에스랩의 규모 치고는 파격적인 조건이에요. 또, 징검다리 휴무일이 있는 경우 끼인 근무일은 자동으로 휴무가 되죠. 업무 몰입과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자율 출퇴근제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매달 말, 전 직원에게 보고 메일을 보냅니다



Q. 스타트업을 이끌며 가장 어려웠을 때는 언제였나요?

투자금이 들어오기 전, 직원 월급날이 먼저 와 버려 애를 먹었던 적 있습니다. 초보 대표다 보니 투자 결정 이후 돈이 들어오는 데까지 2~3개월이 걸린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거든요.(웃음) 그때 공동 창업자와 초기 멤버들이 대출받아 줘서 무사히 넘겼던 기억이 나네요. 


Q. 매달 말, 투자자와 전 직원에게 보고 메일을 보내신다고요. 

2018년부터 매달 말일 밤, 투자사 주주들과 전 직원에게 메일로 회사 상황을 보고합니다. 보고 메일에는 회사 통장 잔고와 매출 실적, 입‧퇴사 인원, 영업상황은 물론이고, 저의 현재 고민이 담겨있죠. 

에스오에스랩은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어서, 직원도 회사 주주예요. 그렇기에 전 직원에게 보고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특히 회사에 대한 이해가 높은 시니어 분들일수록, 제가 보고하는 것을 신기해하며 부담을 같이 지려 노력도 하십니다.(웃음) 투자자들 역시 매번 회사 상황을 물어보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보고를 해 주니까 고마워하시고요. 게다가 보고 메일은 저에게도 도움 돼요. 한 분기 또는 한 해를 복기할 때 그 메일만 보면 되거든요. 



Q. 에스오에스랩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산업용 라이다 양산을 극대화해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상장 준비를 잘 하는 것도 올해 목표 중 하나이고요. 자동차용 라이다도 계속 잘 개발해 나가야 하겠네요. 덧붙이자면 3D 데이터 기반으로 재미있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싶습니다. 라이다는 게임은 물론이고, 안전사고 방지에도 활용할 수 있어요. 사람을 살리는 중요한 일부터 재미를 주는 행복한 일까지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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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요약> 
  • 에스오에스랩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차량용 고정형 라이다를 개발‧제작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자동차 헤드램프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했다는 점이 강점이에요.
  • ‘할 수 있다면, 지금이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 같이 일하던 연구원 세 분과 함께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연구를 함께 해온 동문 연구원들이 시장에 대한 이해도나 적응력이 빠를 거라 생각했죠.
  • 매달 말일 밤, 투자사 주주들과 전 직원에게 메일로 회사 상황을 보고합니다. 직원들의 반응도 좋고, 회사에 대한 이해가 높은 시니어 분들일수록 대표가 보고하는 것을 신기해하며 부담을 같이 지려 노력도 합니다.



CREDIT
글 | 최나영 객원 에디터 
사진 | 최호근 포토그래퍼


발행일 202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