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가품, 마크비전이 잡겠습니다 |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

세상의 모든 가품, 마크비전이 잡겠습니다 |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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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100억 이상 투자 받은 스타트업.zip> 시리즈의 2화입니다.


지난해 거래된 전 세계 온라인 위조상품 규모는 약 4천조 원. 지식재산권 침해는 물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9년 미국 보스턴에서 마크비전을 창업한 이인섭 대표는 이 문제에 주목했다. 시장에 꼭 필요한 서비스인데다,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시장 자체가 커서 사업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은 듯하다. 마크비전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위조상품을 인공지능(AI)을 통해 걸러내는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2020년 12월 서비스 출시 이후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비전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이인섭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인섭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전공하고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를 거쳐 다시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공부하며 이도경 CBO와 함께 마크비전을 창업했다.



변호사의 길 대신 창업을 선택한 이유 



Q. 마크비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마크비전은 기업의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관리·보호하는 IP 비즈니스 인프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만듭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나 콘텐츠 기업 등 IP로 비즈니스의 본질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주 고객이죠.  

가장 먼저 출시한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위조상품을 인공지능 기술로 탐지·제거하는 ‘마크커머스’라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1,500개에 달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 위조상품을 탐지·제거하고 있으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의 여러 브랜드, 톰 브라운 등 명품 브랜드를 포함한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마크비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영화·음악·웹툰 등 불법으로 유통되는 저작물을 찾아내고 이를 제거하는 서비스인 ‘마크콘텐츠’도 운영하는데요. 최근에는 기업이 지식재산권 관련 데이터를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쉽게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인 IP 관리 소프트웨어도 출시했습니다. 


Q. 원래는 졸업 후 변호사가 되려 했다고요. 

그때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조건도 좋고 안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졸업 이후 우연히 맥킨지에서 일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꼈죠. 기업은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비즈니스의 가치를 깨닫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큰 기업은 나와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창업에 관심 갖게 됐어요. 

창업 시작하기 전 핀테크 스타트업과 하버드 로스쿨을 거치며 경험을 쌓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이후 학교 창업센터에서 창업을 시작한 거예요. 학교(하버드)가 미국 보스턴에 있다 보니 미국에서 창업을 시작한 거고요. 


Q. 창업을 하며 어려웠던 적은 없으신가요?

회사 설립을 구상할 때는 두 가지의 추상적인 목표만 있었어요. 공간 제약 없는 글로벌 사업이면서 B2B 사업을 원했죠.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창업 초반엔 다양한 사업을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는 일들을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자동으로 디자인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도 하고, 녹음을 받아쓰기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요. 



스타트업 생존율을 높이는 두 가지 공식  



Q. 지식재산권에 주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로스쿨에서 지식재산권 관련 수업을 듣다가 위조상품의 심각성을 알게 됐습니다. 위조상품 시장은 한 해 규모가 4000조 원이나 되고, 글로벌 교역량의 8%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범죄 산업이에요. 게다가 많은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라 시장 규모가 크고, 많은 회사가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고요.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관심도 많이 갔고, ‘이 분야라면 깊게 파고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관심 분야라는 것이 창업 시작에 영향을 끼치셨던 것 같아요. 이런 기준이 대표님께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는 기업들의 ‘큰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작은 문제를 풀면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고객사들의 가장 중요하고 큰 문제를 풀어야 그들의 지갑이 열린다’는 것을 그때 처음 배웠죠. 두 번째는 내가 정말 관심 갖고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관심과 열정이 크지 않으면 어느 순간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Q. 변호사가 되어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도 있었어요. 혹여나 사업이 성공하지 못할까 봐 두렵진 않으셨나요?

사실 창업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잘 몰라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창업하고 나서야 이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인지 알게 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다른 길로 갔다면 지금처럼 재미있게 몰입해서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대기업에서 일할 땐 저와는 잘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거든요. 가끔은 힘든 부분도 있지만, 가장 즐겁게 몰입하며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실제 시장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실패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마크커머스’를 내놓았을 때였어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출시할 당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죠. 하지만 처음에는 예상과 다르게 아무런 관심이 없더라고요.(웃음) 

첫 세일즈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회사 설립 뒤 ‘관련 없는 기업 10곳에 해당 서비스를 팔 수 있느냐’가 기업 생사의 90%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는 지인의 회사’가 아닌 정말 모르는 기업 10군데에 제품을 팔 수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진다는 거죠. 

저 역시 서비스를 판매할 기업을 찾는 것이 처음에 정말 어려웠습니다. 공동창업자인 이도경 CBO가 마크비전을 알지도 못하고, 위조상품 문제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도 안 하는 고객들을 어떻게든 설득시켜서 첫 고객으로 만들며 큰 도움을 주었죠. 제품에 관심 없는 고객사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은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식으로 부탁해서 10개 고객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상대적으로 쉬워졌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입소문도 났고요. 고객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셔서 점차 성장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열심히 보다 중요한 건 ‘목표 달성’



Q. 가장 크게 성장한 그 시기는 언제이고, 성장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연반복매출(ARR)이 100만 달러 (한화 13억 원 정도)에 얼마나 빠르게 도달하는지를 강한 PMF의 지표로 보는데요. 대개 2년 안에 이 마일스톤을 도달할 수 있으면 긍정적으로 봐요. 실리콘밸리의 유명 스타트업들은 보통 2년 안에 달성합니다. 

마크비전은 서비스를 출시하고 8개월 만에 이 마일스톤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던 것 같고, 우리도 ‘이 일이 진짜 크게 될 수 있는 비즈니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던 것 같아요. 그다음부터는 계속 성장 속도가 더 가팔라졌습니다.

마크비전이 출시한 서비스가 시장에 꼭 필요한 서비스였고, 시장 자체가 컸던 것이 성공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브랜드 기업들 입장에선 위조상품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보니 마크비전이 관심받은 것 같습니다. 


Q. 성장을 위해 가지고 있는 습관이나 태도가 있으실까요?

어떤 일을 할 때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언제까지 달성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다음 목표 달성을 위해 오늘의 내가 뭘 해야 하는지를 계산해 ‘중요한 것’만 합니다. 회사도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마크비전은 구성원들이 오늘 하루를 얼마나 열심히 살았고 얼마나 많은 걸 했는지를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목표에 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필요 없는데 하고 있는 건 없는지를 검토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매출을 어떤 시점까지 2배로 끌어올려야 된다고 하면,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들을 열 가지를 뽑아서 임팩트 순으로 1위에서 3위까지만 하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회사에 입사해서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존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역할들이 있는데, 마크비전에서는 그런 것들을 하지 말고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것들에만 집중하게 하니까요. 대신 회사는 구성원들이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하는지, 야근을 하는지, 어디서 일하는지 등은 일체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서로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점이 다른 스타트업과 마크비전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Q. 기업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마크비전에겐 성장이 정말 중요합니다. 지난해 보다 성장한, 현재의 약 3배 성장하는 것을 회사의 1차적인 목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품 면에서는 본격적으로 IP 관련 운영 체계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현재는 IP 보호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조금 더 나아가서 IP 관리까지 완벽히 해내는 기업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마크비전은 규모를 키워가면서 해외 채용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기존에는 한국에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있는 구조였다면, 올해가 끝날 때쯤엔 바뀌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회사 제도나 문화, 채용 방식 등도 보다 글로벌한 방식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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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요약> 
  • 마크비전은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관리·보호하는 IP 비즈니스 인프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만듭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나 콘텐츠 기업 등 IP로 비즈니스의 본질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주 고객이죠. 
  • 서비스의 첫 세일즈는 중요합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회사 설립 뒤 ‘관련 없는 기업 10곳에 해당 서비스를 팔 수 있느냐’가 기업 생사의 90%를 결정한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 이인섭 대표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는 기업들의 ‘큰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내가 정말 관심 갖고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CREDIT
글 | 최나영 객원 에디터 
사진 | 이용석 포토그래퍼


발행일 202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