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길 대신 창업을 선택한 이유
Q. 마크비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마크비전은 기업의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관리·보호하는 IP 비즈니스 인프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만듭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나 콘텐츠 기업 등 IP로 비즈니스의 본질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주 고객이죠.
가장 먼저 출시한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위조상품을 인공지능 기술로 탐지·제거하는 ‘마크커머스’라는 서비스입니다. 현재 1,500개에 달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 위조상품을 탐지·제거하고 있으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의 여러 브랜드, 톰 브라운 등 명품 브랜드를 포함한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마크비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영화·음악·웹툰 등 불법으로 유통되는 저작물을 찾아내고 이를 제거하는 서비스인 ‘마크콘텐츠’도 운영하는데요. 최근에는 기업이 지식재산권 관련 데이터를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쉽게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인 IP 관리 소프트웨어도 출시했습니다.
Q. 원래는 졸업 후 변호사가 되려 했다고요.
그때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조건도 좋고 안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졸업 이후 우연히 맥킨지에서 일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꼈죠. 기업은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비즈니스의 가치를 깨닫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큰 기업은 나와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창업에 관심 갖게 됐어요.
창업 시작하기 전 핀테크 스타트업과 하버드 로스쿨을 거치며 경험을 쌓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이후 학교 창업센터에서 창업을 시작한 거예요. 학교(하버드)가 미국 보스턴에 있다 보니 미국에서 창업을 시작한 거고요.
Q. 창업을 하며 어려웠던 적은 없으신가요?
회사 설립을 구상할 때는 두 가지의 추상적인 목표만 있었어요. 공간 제약 없는 글로벌 사업이면서 B2B 사업을 원했죠.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창업 초반엔 다양한 사업을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는 일들을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자동으로 디자인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도 하고, 녹음을 받아쓰기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요.
스타트업 생존율을 높이는 두 가지 공식
Q. 지식재산권에 주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로스쿨에서 지식재산권 관련 수업을 듣다가 위조상품의 심각성을 알게 됐습니다. 위조상품 시장은 한 해 규모가 4000조 원이나 되고, 글로벌 교역량의 8%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범죄 산업이에요. 게다가 많은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라 시장 규모가 크고, 많은 회사가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고요.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관심도 많이 갔고, ‘이 분야라면 깊게 파고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관심 분야라는 것이 창업 시작에 영향을 끼치셨던 것 같아요. 이런 기준이 대표님께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는 기업들의 ‘큰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작은 문제를 풀면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고객사들의 가장 중요하고 큰 문제를 풀어야 그들의 지갑이 열린다’는 것을 그때 처음 배웠죠. 두 번째는 내가 정말 관심 갖고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관심과 열정이 크지 않으면 어느 순간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Q. 변호사가 되어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도 있었어요. 혹여나 사업이 성공하지 못할까 봐 두렵진 않으셨나요?
사실 창업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잘 몰라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창업하고 나서야 이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인지 알게 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다른 길로 갔다면 지금처럼 재미있게 몰입해서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대기업에서 일할 땐 저와는 잘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거든요. 가끔은 힘든 부분도 있지만, 가장 즐겁게 몰입하며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실제 시장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실패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마크커머스’를 내놓았을 때였어요.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출시할 당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죠. 하지만 처음에는 예상과 다르게 아무런 관심이 없더라고요.(웃음)
첫 세일즈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회사 설립 뒤 ‘관련 없는 기업 10곳에 해당 서비스를 팔 수 있느냐’가 기업 생사의 90%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는 지인의 회사’가 아닌 정말 모르는 기업 10군데에 제품을 팔 수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진다는 거죠.
저 역시 서비스를 판매할 기업을 찾는 것이 처음에 정말 어려웠습니다. 공동창업자인 이도경 CBO가 마크비전을 알지도 못하고, 위조상품 문제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도 안 하는 고객들을 어떻게든 설득시켜서 첫 고객으로 만들며 큰 도움을 주었죠. 제품에 관심 없는 고객사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은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식으로 부탁해서 10개 고객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상대적으로 쉬워졌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입소문도 났고요. 고객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셔서 점차 성장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