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에디터들> 시리즈의 3화입니다.
무엇이든 명암을 직시해야 그 대상을 정확히 사랑할 줄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법. 에디터의 전망을 마냥 밝게 바라보지 않으면서도 콘텐츠에 대한 의견을 담백하고 뚜렷하게 전하는 그에게서 에디터로서 받아들이고 변모해야 하는 태도를 곱씹어 볼 수 있다.
기자에서 에디터로, 구심은 글쓰기에서
“당연히 데이터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설득하는 힘이 여기에서도 나오거든요.”
Q. 종헌 님은 대학원에서 ‘단비뉴스’를 핸들링하는 에디터로 계셨어요. 언론인으로서 제작하고 싶으셨던 기사는 어떤 결의 기사였나요?A. 크게 세 가지로 데이터 시각화 콘텐츠, 인터랙티브 콘텐츠, 서머리 콘텐츠예요. 데이터 시각화에 무척 관심이 많았거든요. 특히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 뉴욕타임즈 ‘스노우폴(Snow Fall)’이 발행되면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화두에 올랐고, 저 또한 큰 영향을 받았어요. 세 가지를 하나의 문장으로 묶어 보면 ‘언제든 천천히 꺼내 읽어도 좋은 기사’를 제작하고 싶었어요.Q. 그때 쓰고자 했던 기사를 실제 업에서 발행해 오셨나요? 언론인, 창작자라면 피할 수 없는 딜레마 중 하나기도 하죠. 저 역시도 그렇고요. A. 아니요, 쉽지 않았어요.(웃음) 그 당시 업계에서 고평가하기도,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관심 갖지 않더라고요. 서머리 콘텐츠는 지금의 뉴스레터 형태로 제작해 본 경험은 있어요. (Q. 이제 뉴스레터는 개인이 만들어 발행하기도 무척 쉬워졌잖아요. 그만큼 독자 메일함에서 내 것의 뉴스레터를 오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 같아요. 팀장님은 어떠셨나요?) 저는 첫 번째로 타깃을 뾰족하게 잡고, 두 번째로 누구나 예상할 만한 아이템을 예상하지 못한 키워드로 다뤘어요. (Q. 후자에 대해 더 자세하게 듣고 싶어요.) 예를 들어, 사이드 프로젝트로 했던 음악 웹진에서 봄 시즌을 맞아 곡을 큐레이션하는 뉴스레터를 발송할 때 ‘황사’라는 키워드를 잡았더니 훨씬 더 재밌는 플레이 리스트가 나왔고, 오픈율도 기대 이상이었어요.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냈던 건, ‘대통령 애창곡’ 큐레이션이었죠.Q. 이후,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셔널리그(Korea National League)에서 취재 기자와 해설 역할로 일하셨습니다. 내셔널리그에 합류하시게 된 계기가 사뭇 궁금해지는데요.A. 제가 축구를 좋아해 주전공인 경영학을 살려 스포츠 에이전트 마케팅을 하고 싶었어요. 우선 현장과 가까운 활동을 하면 향후 도움이 될 것 같아 내셔널리그 기자로 합류했죠.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던 어머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연습을 많이 했던 터라 기사를 작성하는 데 부담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막상 해보니 정말 재밌었어요. 또, 함께 기자로 활동했던 기자 중 저처럼 글을 제대로 써보고 싶은, 마음이 맞는 동료를 만나 여러가지를 기획하며 열심히 기사를 발행했어요. 그 활동을 계기로 리그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 방송 해설도 맡게 됐던 거고요. 
축구를 좋아해 시작하게 된 내셔널리그 기자 시절 ⓒ 임종헌
Q. 기자와 해설 역할은 서로 역할이 사뭇 다른데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셨다는 것이 신기해요.
A.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휴식기 동안 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봤어요. 제가 선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감은 부족할 수 있겠지만, 제 강점 중 하나인 데이터를 활용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 내셔널리그 내부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고, 데이터를 직접 모아 엑셀로 정리하는 기초 작업부터 시작했어요. 팀과 선수 개인의 특징을 데이터로 정리해 두니, 기사를 쓰거나 해설을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인터뷰 중 선수에게 데이터 베이스의 자료를 보여주며 이야기 물꼬를 트면 대화 분위기와 깊이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고요. 일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던 계기였어요. (Q. 기초 작업이 무척 빡셌을 것 같은데요?) 그땐 기록지가 html이 아닌, pdf 파일이었어요. 게다가 텍스트를 긁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닌, 이미지를 얹힌 파일이라 일일이 손으로 엑셀에 옮겨 적어야 했죠. 그 휴식기가 방학이었던 게 참 다행이었죠.
Q. 예측 어려운 상황에서 안팎을 뛰어 다니는 기자 롤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무엇이 종헌 님을 버티게 했나요?
A. 내셔널리그 기자단에서 활동할 때 실제 기자의 업무 루틴을 몸에 익혔어요. 경기 끝나면 선수와 감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기사를 작성해 올렸어요. 매주 라운드 결산과 월간 웹진 등 수많은 기사를 빠르게 발행하며 글쓰기는 물론 기획력을 쌓는 훈련을 했어요. 고되긴 했지만, 살아 있는 현장 이야기를 다루는 일이 재밌었어요. 또, 내셔널리그가 비인기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쓴 기사가 네이버 스포츠 1면에 오르기도, 여러 곳에서 러브 콜이 오기도 하면서 일에 더욱 애정을 갖고 버티는 힘이 됐어요.
Q. 내셔널리그 활동 이후 뉴스타파(NEWSTAPA)로 가셨습니다. 흥미로운 점이 데이터 팀으로 입사 후, Web-PD로 전환하셨다는 부분이에요. 모든 산업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의사결정하는 시대인 만큼 직무를 막론하고 데이터를 분석, 활용하는 역랑이 필요한듯합니다. 그렇다면, 에디터도 어느 정도 데이터를 볼 줄 알아야 할까요?
A. 저는 무조건 볼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에디터는 보통 한 우물을 깊게 파는 ‘편집 대가’가 되거나, 콘텐츠 업계에서 PM 역할을 맡는다고 생각해요. 만약 후자를 선택한다면 더욱 데이터를 안 볼 수 없겠죠. 구글 애널리틱스 등의 도구를 다루며 데이터를 정밀하게 볼 수 있어야 내가 하고자 하는 콘텐츠에 대해 설득하는 힘이 생기기도 하고요.

유료 콘텐츠를 설득하는 몇 가지 방법
“콘텐츠 퀄리티는 기본으로 갖추되 에디터 본인이 퍼스널 브랜딩을 하거나, 브랜딩이 잘 된 사람과 협업을 하거나, 플랫폼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해야 하죠.”
Q. 현재 쉽고 재미있는 IT뉴스, 아웃스탠딩에서 에디터이자 편집 팀장으로 계십니다.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 중에서 아웃스탠딩을 선택하신 동기가 궁금합니다.
A. 제가 IT 이슈에 관심이 깊어서 뉴스타파에 재직할 때 IT 이슈 콘텐츠를 제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뉴스타파에서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 분야인 만큼 쉽게 통과되지 못했어요. 그런 아쉬움을 갖고 있던 터라 이직하는 곳은 IT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이길 바랐고 레거시한 미디어가 아닌, 새롭게 IT 분야를 조명하는 매체였으면 했죠. 그리고, 이런 조건들이 잘 맞는 매체가 아웃스탠딩이라고 생각했어요.
Q. 같은 콘텐츠 플랫폼이라고 해도, 기업마다 에디터 역할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아웃스탠딩 에디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우선 편집 비중이 가장 높아요. 한 주에 서너 편 정도 편집해서 발행하고 있어요. 또, 필자 관리 비중도 높은 편이고요. 정리하면, 필자 관리부터 원고 편집, 이미지 작업, 홍보까지 모두 에디터의 역할이에요. 그리고, 주중 오후 7시마다 발송하는 뉴스레터를 제가 작년까지 작업했고, 현재는 다른 팀원이 담당하고 있어요. 뉴스레터를 통해 당일 출판한 콘텐츠를 전달하고, 이전에 출판한 콘텐츠지만 다시 봐도 좋을 만한 서너 개의 콘텐츠를 큐레이션해 추천해 주기도 해요. (Q. 아웃스탠딩 소속 에디터로서 특별히 기를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요?) 편집하는 원고가 적지 않은 만큼 텍스트를 보는 안목이 넓어져요. 또, 아웃스탠딩은 IT 스타트업 시장을 메인으로 다루고, 에디터는 필자의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되는 콘텐츠를 항시 팔로업하기 때문에 IT 스타트업 업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져요. 더불어, 저희 아티클 스타일이 기존 언론사랑 꽤 다르잖아요? 처음에는 저도 생소했는데, 독자 친화적인 콘텐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고 단순히 기획 아이템뿐만 아니라, 어떤 스타일로 콘텐츠를 보여줘야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아웃스탠딩 회의 시간 ⓒ 임종헌
Q. 반대로, 아웃스탠딩이 성장하는 데 에디터는 어떤 방면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A. 한 가지를 꼽으면 아웃스탠딩 인적 네트워크 확장이에요. 아웃스탠딩 에디터는 완성도 있는 콘텐츠 제작력은 물론, 브랜딩을 갖춘 필자와 협업하게 되는데요. 이때 인연이 된 필자와 꾸준히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진행하며 네트워킹을 형성해요. 실제로 외부 기자나 삼프로TV 등에서 저희와 함께 일한 필자와의 연결을 요청하곤 해요.
Q. 본격적으로 무거운 질문을 드리기 전에, 가볍게 분위기를 풀어볼까 해요. 기획력과 문장력, 둘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고 싶으신가요?
A. 저는 기획력이요.(웃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들은 비문(문장의 오류)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둘 중 하나만 골라야한다면, 문장의 엄밀성보다 매력적인 기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기획은 콘텐츠를 열어 보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획은 유입조차 이뤄지지 않고 결국 뛰어난 문장력도 선보일 수 없을 테니까요.
Q. 콘텐츠 플랫폼은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결국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기존 유저를 유지하는 일이 어렵기도 하고요. 종헌 님이 바라보시는 좋은 IT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A. IT 이슈가 끊이지 않고 공급되는 산업인 만큼 관련 스피커도 많아요. 이 많은 스피커가 독자에게 선택 받기 위해 자연스럽게 과격한 목소리를 내는 쪽으로 가게 될 것 같아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IT는 기초 지식을 이해하지 않으면 갈수록 따라가기 힘들 거예요. 그래서 NFT(Non-Fungible Token), 블록체인 등 기초 지식을 베이스로 최근 이슈를 풀어주는 IT 콘텐츠가 가장 필요하고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Q. 소셜 채널이 다양화되고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누구나 콘텐츠 창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원하는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얻게 됐고요. 그럼에도 구독료를 내며 서비스를 소비해야 함을 설득해야 하실 텐데요. (이는 원티드 아티클도 마찬가지예요. 원티드에서 아티클을 읽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끊임없이 세워야 하죠.) 종헌 님은 이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설득하기 쉬워질 거예요. 하지만, 그런 콘텐츠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죠. 다양한 무료 콘텐츠가 공급되고 있는 환경에서 단순히 내용만으로는 유료 콘텐츠 플랫폼 독자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콘텐츠 퀄리티는 기본으로 갖추되 제작자(에디터)가 퍼스널 브랜딩을 하거나, 브랜딩이 잘 된 사람과 협업을 하거나, 플랫폼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해야 하겠죠.
Q.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와 유저가 반응하는(비즈니스 임팩트가 높은) 콘텐츠 사이에서 언제나 고민하게 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해소할 수 없는, 본업에서만 할 수 있고 그래서 의미 있는 콘텐츠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종헌 님은 어떠신가요?
A. 저도 마찬가지예요. 최근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텍스트뿐만 아니라, 긴 호흡의 콘텐츠 모두 수요가 떨어지는 시대임을 실감해요. 그래서 저는 임팩트가 높은, 많은 사람이 볼만한 콘텐츠를 기본으로 세팅해 두고 그 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플러스 알파로 곁들이는 방식으로 해소하고자 해요. 물론 쉽지만은 않지만요.(웃음)

미디어에서 조명하지 못한 진짜 에디터의 명암
“PV가 잘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좋은 콘텐츠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요.”
Q. 저는 염세주의에 가까운 사람입니다.(웃음) 그래서, 직무 이야기를 시작하면 일단 한숨을 푹 쉬곤 합니다.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콘텐츠가 주요 산업이 아닌 기업에서 에디터로 큰 임팩트를 내는 일이 너무도 쉽지 않습니다. 때론 에디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해야 하기도 합니다. 종헌 님께서는 에디터로서(혹은 기자로서) 제일 힘들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A. 첫 번째는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두 번째로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막대한 점이에요. 특히 좋았던 사람과 약간 삐끗해서 관계가 깨졌을 때 회의감이 들어요. 내가 무얼 잘못한 걸까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때 이렇게 말했으면 괜찮았을 텐데’라는 후회로 잠도 못자고 다음 날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죠.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두려움이에요. 앞서 말씀드린 대중의 낮은 텍스트 선호도 때문이에요. 과연 내가 에디터 일을 몇 년이나 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해요.
Q. 반대로, 종헌 님을 계속 에디터로 있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요?(저는 이것저것 하며 방황했지만 결국 사람 이야기하는 일이 재밌더라고요.)
A. 업계 유명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들의 생각을 깊이 알게 되면서 어떤 지점이 그들을 성공, 성장시킬 수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두 번째로 PV(Page View)가 잘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좋은 콘텐츠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에요. 이전에 한 고등학생이 메일로 피드백을 보내 준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구독하는 아웃스탠딩을 우연히 접하고, 팀장이 팀을 잘 이끌어 내는 방법을 다룬 아티클을 인상 깊게 읽었다는 거예요. 학교 반장으로서 반에 적용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다고 해요. (Q. 아티클에서 참된 리더의 모습을 배운 거네요.) 맞아요. 그런 피드백으로 또 한 분기 버텨내는 거죠.(웃음)
Q. 비교적 기자, 기획자, 에디터와 같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쓰는 직무에 대한 커리어 확장성을 좁게 판단하는 듯합니다. 종헌 님께서는 에디터로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어려운 질문이네요. 콘텐츠 시대에서 큐레이팅 능력을 가진 에디터의 전망이 밝다는 의견도 있지만, 에디터라면 큐레이팅 능력은 기본이기 때문에, 개인 브랜딩이 된 에디터가 아니라면 시장에서 이 점을 특화시키기 힘들겠죠. 또, 이제 모든 직무에서 개인 브랜딩을 하고 있으니 그 안에서 살아남는 난이도도 높아지고 있어요. 저희는 텍스트 기반의 에디터잖아요. 기업 입장에서 자금이 있다면 아티클보다 영상을 우선시하지 않을까요? 숏폼의 등장으로 아티클보다 영상이 좀 더 빠르게 생산하고 내용을 압축시키는 데 효율적이니까요. 그런 맥락으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에디터 행보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편집 대가가 되거나 콘텐츠 업계 PM이 되는 거죠. PM이 쉽지 않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에디터만큼 여러 사람과 협업하는 직무가 있을까 싶어요. PM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다양한 직무의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이니까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해요.
Q. 최근 여러 매체에서 에디터 직무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이 지속되고 현업에 종사하는 에디터들이 야망을 갖고 커리어를 개발하다 보면 에디터 노동 환경과 처우는 발전할 수 있을까요?
A. 사실… 얼마나 갈까 싶어요.(웃음) 왜냐하면 잡지 시대에도 스타 에디터는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가 에디터라서 떴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 방송이나 강연으로 개인 인지도를 높여서 자연스레 에디터 직무가 잠시 뜬 것 같아요. 에디터가 잘 되려면 에디팅으로 충분한 매출을 낼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구독자 10명이 들어 왔다고 가정했을 때 이 10명 중 ‘에디팅이 좋아서 구독했다’고 밝히는 사람이 몇 명일까요? 기업이 성장하는 데 에디터의 지분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는 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발전할 수 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결국 유튜브를 해야 할까요?(일동 웃음)
Q. 만약 아끼는 후배가 ‘에디터 재밌어 보이는데, 저도 한 번 해 볼까요?’라고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나요? 저는 ‘할까, 말까’의 마음 정도면 하지 말라고 말할 것 같아요.(웃음)
A. 일단 진정 무얼하고 싶은지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글을 쓰고 싶다면 기자로, 비평하고 싶다면 평론가로, 편집하고 싶다면 에디터로 나아가야 하니까요. 그 지점이 확실해지면 외부 활동을 권할 거예요. 작게는 개인적으로 웹진이나 커뮤니티를 시작해 성과를 내보는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이터나 코딩 공부를 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일동 웃음) 브랜딩이 된 에디터가 아니라면, 더더욱 필수라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내 성과를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꼭 가지고 있어야 해요.

언제나 종헌 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반려견 ⓒ 임종헌Q. 마지막 질문입니다. 종헌 님 커리어를 한 줄로 편집해 표현해 본다면요? A. 갈팡질팡하다가 이렇게 됐지만 계속 갈팡질팡하겠다.(일동 웃음) 에디터가 가지는 특유의 자유로움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업무 강도가 높을 땐 높지만, 그 외에는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비어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잖아요. ▶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에디터들>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글ㅣ박효린 또 한 명의 에디터사진ㅣ최호근 포토그래퍼발행일 202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