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티클은
<100억 이상 투자 받은 스타트업.zip> 시리즈의 3화입니다.
최근 200억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빌드블록. 투자 혹한기 속 스타트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그 성과는 단연 어느 때보다 빛난다. ‘누구나 안전하고 쉽게 부동산 투자하는 세상’을 꿈꾸는 빌드블록의 성장 비밀은 무엇일까. 고인물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존형 스타트업 ‘빌드블록’의 이지웅 부대표를 만나봤다. 빌드블록 이지웅 부대표(좌)와 정지원 대표(우) ⓒ 빌드블록
내겐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과 ‘성공’
Q. 졸업하자마자 창업에 도전하셨어요. 어떤 이유로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하신 건가요?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은 비례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기업같이 이미 성장한, 안정적인 회사는 변화가 쉽지 않고 시스템도 이미 갖춰져있죠.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은 ‘창업’만한 게 없겠다고 판단했어요. 게다가 성장하는 만큼 돈도 많이 벌 수 있고요.(웃음)
Q. 성공한다면 빠른 성장과 성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사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게 창업이잖아요.
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해외 주식 투자는 굉장히 막막한 것이었어요. 어떤 주식이 좋은 주식인지 알 수 없었고,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죠. 요즘은 대학생들도 핸드폰으로 미국 주식을 사고팔 수 있잖아요. 부동산 역시 머지않아 쉬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각만 한다면 낙관적인 꿈에 불과하겠죠. 해외 부동산 투자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그중에서 빌드블록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분석해야 합니다. 비관적이라 할 만큼 냉정한 평가를 내려야 해요.(빌드블록은 이걸 ‘주제 파악’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야 실패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습니다.

미국 부동산 투자를 쉽게 만들자는 목표로 모인 빌드블록의 초기 멤버들 ⓒ 빌드블록
Q. 주제 파악은 다시 말해 ‘자기 객관화’군요. 사업 초기의 빌드블록을 평가해 본다면요?
빌드블록 팀원들은 전 직장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담당했지만, 빌드블록에서 10억 이하의 주택을 거래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고객의 주택 외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마당의 잔디를 깎아가며 주택의 가치를 올려 나갔죠. 덕분에 보수적인 금융권 VC(신한캐피탈, 하나벤처스, KB 인베스트먼트 등)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현재는 수천억 원 가치의 상업용 부동산을 관리하고, 한국 유명 브랜드와 대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정도로 성장했고요.
빌드블록은 ‘해외 부동산을 누구나 쉽게’라는 큰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오늘의 우린 어쩌면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일을 해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학력과 경력, 열정이 얼마나 뛰어나든 상관없이요.

빌드블록, 미국 부동산만큼은 정말 자신 있습니다
Q. 왜 수많은 국가 중 미국인가요?
자국민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서비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치열한 레드오션이라 다른 방법을 고민했어요. 이때 나온 게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한국인을 돕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였죠. 당시만 해도 미국 부동산 투자 시장은 영세한 개인 사업자들이 주로 운영하고 있어서 사람만 믿고 몇 억 또는 몇 십억 투자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심지어 투자자 대부분 국내에서 어느 정도 높은 위치에서 금융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법률이 다른 외부 환경에서 거래하다 보니 소유권 문제 같은 단순한 실수로 손해를 보고 계시더라고요. 때론 월세를 제대로 받지 못하기도 하고요. 이런 실수만 바로잡아 줘도 충분한 수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미국에서도 일부 지역들 위주로 서비스하고 있어요.
처음엔 미국 50개 주 전체에 서비스를 하는 걸 목표로 조금씩 확장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은 정해져 있더라고요.(웃음) LA, 뉴욕, 맨해튼, 하와이 등 유학을 통해 거주한 경험이 있거나 여행 혹은 미디어를 통해 익숙한 지역에 90% 이상의 투자가 몰려요. 그렇기에 새로운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기보다는 서비스하고 있는 지역에서 전문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Q.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의 확장 계획은 없나요?
개발도상국처럼 집중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는 지역은 단기적인 큰 수익을 벌 수 있는 만큼 변동성도 커지기 마련이죠. 그러나 빌드블록의 주 고객층은 단기 투자로 목돈을 만들기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하는 분들이에요. 강대국인 미국, 달러라는 화폐 가치, 그리고 부동산이라는 안정 자산을 원하는 것이죠.
최근엔 고객 층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목표로 미국 진출을 원하는 분도 계시고, 대기업 그룹사나 건설사 혹은 금융기관도 문의해요. 설립 초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곳에서 찾아주고 계셔서 많은 분이 이런 서비스를 필요로 했었다는 걸 다시금 느끼고 있어요.
Q. 한국인 말고도 아시아 전체가 빌드블록의 서비스를 통해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라고요. 글로벌 시장에서 빌드블록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빌드블록의 사업 모델이 국내 투자자의 미국 부동산 구매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보니 글로벌화로 인해 부딪히는 문제는 이미 해결한 상태예요. 한국과 미국을 잇는 것과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게 다른 점도 있겠지만, 빌드블록이 가진 두 가지 경쟁력은 글로벌에서도 충분히 통할 거라 생각합니다.
첫째, 주택 매입/매각을 포함해 토지 구매와 개발, 빌딩 인허가 변경까지 다양한 부동산 상품을 관리하며 스펙트럼을 넓혀왔습니다. 빌드블록은 4년 차 부동산 스타트업이지만 10억 내외 주택부터 2천억 규모의 오피스 빌딩까지 다양한 규모의 부동산을 운용하고 있죠. 수천억 규모의 신축 개발 공사 사업 관리도 하고요.
둘째, 단순히 부동산 중개로 끝나지 않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부동산 매입과 매각은 찰나에 불과합니다. 부동산 투자는 보통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이상의 장기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 과정에 걸친 빈틈없는 서비스가 필요하죠. 빌드블록은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설업 전문 자회사(General Contractor, 한국의 종합건설사)를 두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자회사를 통해 인테리어나 시설관리부터 신축 개발 혹은 리모델링(Value-Add) 공사까지 도움받을 수 있어요.

빌드블록의 두 번째 워크숍. 그동안의 성과를 나누며 다시 한번 의지를 다졌다. ⓒ 빌드블록
Q. 자산가들이 주 고객이었던 미국 부동산 서비스 시장에 기업은 물론이고, 대중까지 사로잡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빌드블록의 사명은 무엇인가요?
국내 초고액 자산가나 기업 같은 큰 손들도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때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기존 해외 부동산 투자는 개인 단위의 브로커나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소개받는 영세한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빌드블록은 이 문제부터 해결하려 합니다. 시중은행, 건설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파트너십을 맺어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안전한 구조를 만들면서 말이죠.
국경을 넘나드는 미국 부동산 투자 사례와 노하우가 축적되면, 대중적인 서비스로 확대할 때 큰 경쟁력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빌드블록은 누구나 쉽게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라 믿고 있어요.

성장의 핵심
: 정체되는 것보다 두려운 건 없다
Q. 스타트업은 구성원이 특히나 중요하죠. 빌드블록은 채용 과정에서 특별한 질문을 한다고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봅니다. ‘빌드블록에서 뭘 뽑아먹고 싶냐고요.’ 살짝 돌려 말하자면, ‘커리어적인 장기 계획이 무엇이냐’ 정도 되겠네요.(웃음) 정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2차 면접 때까지 답변해 달라고 요청드립니다. 그때까지 납득 가지 않는 답변이 돌아오면 채용하지 않아요. ‘빌드블록에서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뼈를 묻겠습니다’라는 답변은 본인 커리어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거나 스타트업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Q. 그래도 입사가 절실한 구직자 입장에서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많은 회사는 ‘오래 일하고 싶어요’라고 답변하는 사람을 원하니까요.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오면 힘들어할 거예요. 스타트업은 회사의 성장에 맞춰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해요. 본인의 성공이 간절한 분들이 오셔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위해 회사를 활용하는 분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잘 맞죠. 많은 기업에서 보여주는 것만 집중하는 것 같아요. 적자 내면서까지 외관만 확장시키고, 보여주기식 대규모 채용을 하고. 허례허식이나 외부에 보이는 간판보다 중요한 건 ‘수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수익을 내려면 당연히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고요.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어려운 시기임에도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내는 회사라 그런 거 같아요. Q. 빌드블록은 성장에 갈망이 높은 분들만 모여있을 것 같네요. 빌드블록은 아직 성장이 중요한 회사예요. 모두가 전속력을 다해 뛰어야만 하죠. 어느 정도 뛰었으니 괜찮다며 현실에 안주하는 ‘고인물’이 생기면 안 됩니다. 타성에 젖은 고인물들은 신규 입사자들의 열정을 막는 유리 천장이라고 생각해요. 저와 정지원 대표 역시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어요. 고인물이 생기지 않게 회사를 운영하는 게 조직문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Q. 본인의 성공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선 솔직하고 당찬 의사 표현이 필요하겠어요. 성장 욕구가 큰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회사를 골라야 할까요?모든 사람은 이기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매 순간의 선택에서 타인보다 자신을, 가족을, 친구를 위한 선택을 하니까요. 취업할 때도 동일한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의 이기심을 솔직하게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걸 면접 자리에서 확실하게 들려주세요. 여러분이 그 회사에서 뭘 하고 싶은지 말이죠. 직장인 커뮤니티만 봐도 ‘회사가 너무 싫다’ ‘시키는 게 너무 많다’ 같은 말이 많이 보여요. 그렇다고 ‘빌드블록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빌드블록에 입사하시면 일 많이 해야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미국 부동산 문제를 풀어야 해서 강도도 세요. 레퍼런스도 없어서 어렵기까지 하죠. 어쩌면 ‘회사가 나를 힘들게 하네’란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그럼 여러분도 영리하게 회사를 이용하면 좋겠어요. ‘미국에서 커리어 쌓고 싶은데, 여기서 일하면 비자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겠네’ 혹은 ‘여기서 일하면 미국 기업으로 이직하기 쉽겠네’라며 의도적으로 입사하는 거죠. 빌드블록에 오셔서 취업 비자만 얻고 이직하셔도 되고, 영주권 받고 퇴사하셔도 됩니다. 일하면서 미국 부동산 매매, 건설 인허가 전문지식을 배우고 창업하러 나가셔도 좋고요. 그러니 여러분의 이기심과 맞물리는 회사를 선택하세요. 과감할 정도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요구하세요. 여러분의 목적을 위해 회사의 문제 해결에 함께하고, 그걸 이뤘다면 그다음 목표를 향해 회사를 떠나세요. 그런 이기심이 모여 내가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하니까요. 스타트업 대표나 C레벨 역시 회사가 궤도에 어느 정도 올라오면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때를 항상 준비하고 있어요.(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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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요약>
- 생각만 한다면 낙관적인 꿈에 불과합니다. 비관적이라 할 만큼 냉정한 평가를 내려야 해요. 그래야 실패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습니다.
- 빌드블록은 ‘해외 부동산을 누구나 쉽게’라는 큰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오늘의 그들은 어쩌면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일을 해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학력과 경력, 열정이 얼마나 뛰어나든 상관없이요.
- 여러분의 이기심과 맞물리는 회사를 선택하세요. 여러분의 목적을 위해 회사의 문제 해결에 함께하고, 그걸 이뤘다면 그다음 목표를 향해 회사를 떠나세요. 그런 이기심이 모여 내가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하니까요.
CREDIT글ㅣ김한나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사진ㅣ최호근 포토그래퍼발행일 2023.03.17